하긴,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있을 리가.“참, S시에는 왜 오신 거예요? 저 때문에 일정도 다 못 마치신 건 아니죠?”“은정 씨 만나려고 갔던 거예요.”전동하의 눈빛이 너무 뜨거워서일까. 소은정은 차마 그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소은정은 최대한 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왜요?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셨어요?”은하수를 담은 듯 눈부시게 반짝이는 전동하의 눈동자가 소은정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은정 씨를 좋아하니까.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만나러 가고 싶은 거죠.”전동하가 이렇게 대놓고 호감을 표시한 건 처음이라 소은정도 흠칫하고 말았다.어...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소은정의 난처함을 눈치챘는지 전동하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너무 감동한 건 아니죠? 그럼...”“한 원장, 우리 딸 잘 부탁해. 퇴원할 때는 예전처럼 폴짝폴짝 잘 뛰게 만들어줘야 해.”소찬식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레 중단되었다.“걱정하지 마. 은정양 괜찮아. 남자친구를 잘 둔 덕분이지 뭐. 어쩌다 같은 혈액형을 가진 남자를 찾았대? 천생연분이야!”뒤이어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병실문이 열렸다.네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소은정이 중년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한 원장님, 오랜만이에요.”어렸을 때부터 아플 때면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터라 소은정도 한 원장과 잘 아는 사이였다.“은정아, 너희 아버지가 너 잘 모시라고 아주 난리다. 이번 기회에 푹 쉬어!”“네, 담당 의사선생님도 몇 달 푹 쉬면 괜찮을 거라 하시던 걸요.”한 원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소찬식이 싱글벙글 웃으며 소은정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래, 이제 우리 딸 좀 쉬게 자네는 좀 나가 봐!”한 원장이 병실을 나서고 전동하가 입을 열었다.“아버님, 제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다시 회사로 들어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쯤에 제 비서가 데리러 올
소은호는 진지한 얼굴로 소은정에게 파일을 건넸다.“운전기사는 장일성의 부하가 맞았어. 그 동안은 시공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공사현장에서 일부러 사고를 낸 거고.”소은호의 말에 소은정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하, 돈 때문에 그렇게 사람들을 죽여왔던 거라고?“하, 이 자식이 아주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구만! 가만히 내버려 둘 수야 없지! 경찰에 구속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잡아야 한다고!”소은해를 힐끗 바라보던 소은호의 표정은 왠지 복잡미묘했다.“나도 그럴 생각으로 뒷조사를 해봤는데... 딸이 암 환자더라고. 딸 치료비를 벌기 위해 장일성의 킬러로 일하게 된 것 같아... 최근 항암치료 비용도 전부 장일성이 입금해 줬더라고.”소은호의 말에 병실은 적막이 감돌았다.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범죄의 길에 들어서게 된 아버지라...누가 들어도 씁쓸해질 수 없는 화제였다.가장 먼저 침묵을 깨트린 건 소은해였다. 배우로 일하며 온갖 막장 시나리오를 많이 있어서일까 다혈질인 평소 성격답지 않게 차가운 목소리였다.“자기 딸 구하겠다 남의 집 귀한 딸을 건드려? 그게 아버지의 사랑이야? 하, 웃기지 말라고 그래! 딸이 알면 퍽이나 아이고 아버지 사람 죽인 돈으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겠다!”아무리 사정이 있다 해도 운전기사의 행동은 엄연한 범죄다.소은정 역시 죽음의 위협을 피부로 느껴서일까 운전기사의 불행한 처지를 향한 동정심이 딱히 샘솟지 않았다.“악마와 거래를 했으니 지옥에 떨어질 각오는 했겠지. 그리고 우리는 그렇다고 쳐. 그 공사현장에서 죽은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무슨 죄인데? 경찰에 넘겨. 봐줄 이유도 봐줄 수도 없어.”소은정의 이성적인 목소리에 소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운전기사의 사정을 알고 나서 소은정의 마음이 약해지면 어쩌나 걱정했었던 소은호였다. 만약 소은정이 경찰에 넘기지 않겠다고 말하면 그녀 몰래 어둠의 방법으로 운전기사를 처단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의 여동생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고 단단했다.“그래,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인테리어 덕분에 서산 대학병원은 병원이라기보다 커다란 별장 같은 느낌이 더 크다.한옥의 스타일의 건물과 아늑한 정원까지 병원의 경치만 바라봐도 건강해질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게 바로 이곳이다.간호사들의 팬심 가득한 눈빛을 즐기며 걸어가던 소은해는 병원 복도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뭐야? 박수혁?평소 포스 넘치는 모습과 달리 오늘 박수혁의 뒷모습은 왠지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소은정을 구한 게 전동하라는 점, 소찬식의 달라진 태도, 두 사람의 같은 혈액형까지...마음이 편치 않을 테지...고개를 든 박수혁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소은해를 발견했다.“박 대표님, 여기서 다 보네요.”며칠 동안 눈도 붙이지 못한 듯 눈은 빨갛게 충혈된데다 턱에는 까칠한 수염까지, 이렇게 망가진 박수혁의 모습은 처음인지라 소은해의 입가에 실렸던 장난기 넘치는 미소는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은정이는... 괜찮나요?”역시, 은정이 때문에 왔구만?소은해는 한숨을 푹 내쉬곤 그의 옆에 털썩 앉았다.“많이 좋아졌어요. 아직 걷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다른 곳은 괜찮다니까 걱정 말아요.”소은해의 말에도 박수혁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왜요? 들어가 보시지.”소은해가 눈썹을 치켜세웠다.불도저처럼 일단 들이대고 보는 게 박수혁 스타일 아니었나?소은해의 말에 박수혁이 흠칫했다.물론 지금 당장이라도 소은정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하지만 전동하와 소은정이 같은 혈액형이라는 사실이 커다란 가시처럼 박수혁의 마음에 박혀버렸고 막연한 불안함으로 다가왔다.그래서 병실 앞을 한참이나 서성이다 복도에 멍하니 앉게 된 것이었다.한참을 망설이던 박수혁이 겨우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다음에요...”말을 마친 박수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분명 몇 발자국만 걸으면 그녀의 병실인데 왠지 다른 세상에 있는 듯 멀게 느껴졌다.“하긴, 볼 면목이 없겠죠. 3년 동안 서민영인가 뭔가 하는 여자를 위해서 우리 은정이한테 어떻게 했는지
소은해의 말은 박수혁의 가장 아픈 구석을 콕콕 찔러댔다. 잊고 싶은 기억이겠지. 하지만 그럴 수록 난 더 건드릴 거야. 우리 은정이랑 다시 시작하려고? 그렇다 해도 네가 저지른 짓이니까 감당해.차가운 시선으로 소은해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좀 더 속을 뒤집어 버리고 싶었지만 주인 잃은 개처럼 시무룩한 모습을 보니 왠지 동정심이 피어올랐다.휴, 이쯤하는 게 좋겠어.“박 대표가 우리 은정이를 많이 도와준 건 알고 있어요. 아마 완전히 끊어내긴 힘들겠죠. 그런데 이거 하나는 명심해요. 은정이가 전동하 대표와 사귀기로 한다면 다시는 우리 은정이 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죠?”박수혁 같은 사람이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된 사람에게 집착할 리가 없다는 게 소은해의 생각이었다. 하지만...소은해의 말에 박수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영원히요.”박수혁의 새카만 눈동자가 소은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하, 뭐가 저렇게 자신만만해?“형님, 그럼 전 은정이 보러 가보겠습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얼굴이라도 봐야 할 것 같아서요. 뺨이라도 날리면 기꺼이 맞아주려고요.”자리에서 일어선 박수혁의 얼굴은 평소처러 무뚝뚝했다. 소은해의 말에 충격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투지를 불러일으킨 듯했다.전동하, 너한테 은정이를 빼앗길 수는 없어. 아니, 네가 아니라 그 누구도 안 돼.이미 지난 과거는 어차피 바꿀 수 없는 것, 그렇다면 손 놓고 슬퍼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견디고 이겨내는 게 바로 박수혁이었다.단호한 박수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은해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뭐? 형님? 미친 자식 아니야?박수혁이 성큼성큼 다가가 소은정의 병실 앞에 선 순간, 전동하가 병실에서 걸어나왔다.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니 박수혁의 얼굴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역시 박수혁을 발견한 전동하가 미소를 지었다. 수혈 때문인지 왠지 모를 병약미까지 더해진 모습에 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박 대표님,
박수혁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고 동요를 눈치챈 전동하가 미소를 지었다.“은정 씨 잠들었으니까 괜히 방해하지 마세요.”자고로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 박수혁의 약점은 바로 소은정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과거일로 박수혁의 속을 뒤집어 놓는 게 가장 잘 통한다는 걸 전동하는 알고 있었다.당신 같은 남자는 은정 씨 곁에 있을 자격 없어.평소 항상 젠틀해 보이는 전동하지만 비즈니스 바닥은 총알없는 전쟁터나 마찬가지. 그리고 그곳에서 젊은 나이에 눈부신 성과를 이어낸 전동하가 정말 무른 성격일 리가 없었다.박수혁, 저번에는 예상치도 못하게 당했지만 이번에는 절대 쉽게 당해주지 않겠어...한편, 전동하의 도발에 박수혁의 분노치는 이미 한계점을 찍은 상태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전동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네까짓 게 뭔데 감히...”박수혁의 주먹에 전동하가 힘없이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수혈량이 너무 많아서일까 넘어지는 순간 눈앞이 까맣게 변하며 정신을 차리기조차 힘들었다.전동하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갑작스러운 주먹 다짐에 간호사들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이때 병실 문이 벌컥 열리고 휠체어에 앉은 소은정이 모습을 드러냈다.“박수혁...”다시 주먹을 치켜든 박수혁이 멈칫했다. 그와 동시에 간호사들이 다급하게 달려와 전동하를 부축했다.창백한 얼굴빛에 터진 입가에서 흐르는 피, 병약한 모습은 모성애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하지만 그 누구도 화를 낼 수 없었다. 전동하 대표를 때린 사람은 바로 박수혁이었으니까.소은정의 목소리에 박수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피곤함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벌겋게 핏발이 선 그의 눈동자가 소은정의 표정을 살폈다.깜짝 놀란 얼굴에서 분노로 바뀌는 표정... 그리고 의심할 필요도 없이 그 분노는 그를 향한 것이었다.순간, 심장이 비수에 찔린 듯한 느낌에 박수혁이 뒤로 살짝 휘청였다.박수혁의 이름을 부른 것을 마지막으로 소은정은 그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은 채 전동하에게 다가갔다.
박수혁과 전동하... 누구의 편을 들고 말고 할 사이도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약해져 있는 전동하의 모습에 마음의 저울은 어느새 전동하를 향해 기울고 있었다.게다가 그녀를 위해 수혈을 해준 전동하를 바라보며 잊고 싶었던 기억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기분이 착잡하던 차였다.박수혁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는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그녀의 생명의 은인인 전동하까지 때려눕히고 말았다.다리가 멀쩡했다면 아마 박수혁의 정강이라도 걷어찼을지도 모른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분노와 억울함을 풀 방법은 없고 소은정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고개를 숙인 채 소은정의 얼굴을 바라보던 박수혁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깁스를 한 다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박수혁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소은정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했다.“너 만나려고 온 거야. 그리고... 저 자식 때리는데 딱히 이유가 필요한가?”하, 뭐야? 저 근거없는 자신감은...박수혁의 말에 기가 막힌 소은정이 코웃음을 치며 반박하려던 순간 박수혁이 갑자기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소은정의 오른쪽 다리를 만지작거렸다.“많이 아파?”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와 조심스러운 손길에서 박수혁의 걱정스러움이 그대로 느껴졌다.하지만 박수혁의 질문에 소은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당연히 아프지. 이 자식아!“아프겠지. 나도 다리 다쳐봐서 잘 알아. 가끔씩 통증으로 잠도 설치곤 했는데... 너도 아마 그렇겠지.”혼잣말처럼 읊조리는 박수혁의 말에 소은정의 눈동자가 살짝 떨려왔다.박수혁도 그녀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다. 박수혁도 그녀를 살리려다 하마터면 죽을뻔한 사람이다.그래. 박수혁이 나한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건 사실이지만 몇 번이나 날 구한 것도 사실이야. 수혈이니 뭐니 어차피 다 지난 과거... 못난 기억 붙잡고 있어봤자 내 마음만 아프지...어느새 소은정의 분노는 바람에 흩날리는 구름처럼 사라져버렸지만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나도
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은 머리를 거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소은정이 혐오하는 건 서민영뿐만 아니라 고통받았던 3년간의 시간 그 자체였으니까.입을 꾹 다문 채 소은정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이 한숨을 내쉬었다.떨려오는 손끝을 숨기려 다시 주먹을 쥔 소은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차피 지난 일, 다시 끄집어내지 마. 그리고 서민영 그 여자 이름도 다시 언급하지 말고. 내가 서민영 그 여자 몸에 흐르는 피를 전부 뽑아낸다고 지난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리고... 난 내 이기심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억지로 뽑아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아.”고개를 든 소은정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휠체어의 후진 버튼을 꾹 눌렀다.“나 이제 쉬고 싶어. 그리고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찾아오고 그러지 마. 진심으로 내가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 바란다면 말이야.”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은정은 병실로 들어가버리고 일그러진 표정의 박수혁만 복도에 덩그러니 남고 말았다.하지만 소은정은 박수혁이 어떤 마음인지 신경 쓰고 싶지도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그냥... 박수혁을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뿐이었다.참나,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때려? 하여간 성질머리 하고는...잠시 후, 의사가 병실로 들어와 전동하의 상태를 브리핑했다.“수혈량 과다로 뇌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든 상태인데... 다행히 뇌 손상은 없었습니다. 아직 의식은 회복하지 못하셨고요.”읽고 있던 잡지를 내려놓은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동하 대표 깨어나면 저한테도 말씀해 주세요.”정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박수혁은 아마 그녀 때문에 전동하를 때렸을 것이다. 배은망덕하게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개를 끄덕인 의사는 소은정의 상태를 살핀 뒤에야 병실을 나섰다.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소은정이 잠시 눈을 붙이려던 그때 병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이 층에 환자는 소은정 한 명뿐, 안 봐도 그녀의 손님이 분명했다.복작거리는 소
소은정의 상태를 확인한 친구들은 다친 이유에 대해 묻기 시작했고 그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절대 병실을 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소은정은 모든 자초지종을 얘기해 주었다.사고의 경위를 들은 친구들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전동하 대표 덕분에 산 거네. 제대로 인사라도 해야겠어.”한유라의 말에 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우리 은정이 생명의 은인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야, 그렇다고 막 갑자기 전동하 대표한테 다른 마음이 생기고 그런 건 아니지?”“무슨 마음?”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유라를 바라보던 김하늘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호감이지!”누가 봐도 소은정에 대한 전동하의 호의는 단순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베푸는 호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김하늘은 소은정이 또 피에 묶여 사랑에 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신중하게 더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성강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러게... 애초에 나랑 사귀었으면 얼마나 좋아.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세 사람의 말을 듣던 소은정이 귀를 막더니 고개를 저었다.“야, 웬 김칫국 드링킹? 전동하 대표는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리고 이번 일을 빌미로 들이댈만큼 뻔뻔한 사람도 아니고.”소은정의 말에 한유라와 김하늘이 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그때, 소은해가 끙끙대며 테이블을 들고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그건 뭐야?”의심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는 소은정의 질문에 소은해가 고개를 으쓱했다.“그냥 수다만 떨면 심심하잖아. 우리 카드게임이라도 할래?”하, 아주 그냥 오락실을 만들지?“난 다리 불편해서 싫은데...”“너 빼고 우리 네 명이서 할 건데?”헐...말이 병실이지 넓은 팬션 같은 구조의 병실에 테이블이 들어서고 어느새 테이블 주위에 모여앉은 네 사람은 카드게임을 시작했다.그 모습에 소은정이 코웃음을 쳤다.하이고, 오늘 밤 잠은 다 잤네... 다친 친구는 내팽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