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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배신자

예상치 못한 만남에 소은정은 바로 호랑이를 품에 안았다.

“꼬맹아, 여기서 또 보네?”

그녀의 품에 얼굴을 비비던 호랑이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꼬맹이 아니에요. 난 멋진 호랑이라고요!”

아무리 멋있는 표정을 지어도 귀엽기만 한 호랑이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던 소은정이 임춘식에게 물었다.

“절 기억하네요?”

“워낙 기억력이 좋은 아이라서요.”

임춘식이 목소리를 낮추며 설명해 주었다.

“어디까지나 진짜 호랑이는 아니니까요. 이렇게 말하면 삐질지도 몰라요.”

“다 들었거든요. 미워! 흥!”

호랑이는 삐진 척 고개를 홱 돌렸다.

임춘식이 어깨를 으쓱하던 그때, 파마머리 남자가 다가왔다.

“그쪽이 얘가 말하던 예쁜 누나였군요?”

20대 초중반의 젊은 청년이었지만 검은색 뿔테안경 뒤에 숨겨진 진지한 눈빛, 누가 봐도 어엿한 과학자의 모습이었다.

“이 배신자가 글쎄 예쁜 누나를 봤다고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워낙 안목이 높은 애라 저희도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만나네요.”

쑥스러워진 소은정은 어색하게 웃으며 괜히 호랑이의 털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손길을 즐기던 호랑이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쁘죠? 이쁘죠?”

“지금 네가 배신자라고 인정하는 거야?”

파마머리 남자의 장난 섞인 질문에 호랑이는 고개를 홱 돌렸다.

“누가 성격을 디자인했는지 좋아하는 사람이 자꾸 바뀐다니까요. 그래서 다들 배신자라고 불러요.”

임춘식이 웃으며 소은정에게 설명해 주었다.

“내가 디자인한 건데? 얘 성격이 뭐가 어때서?”

이때, 안쪽에서 동그란 얼굴에 큰 눈이 매력적인 여자가 나오더니 임춘식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소은정의 품에 안긴 호랑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얼른 누나한테 와.”

하지만 호랑이는 고개를 젓더니 소은정의 품에 더 꼭 안겼다.

“싫어, 싫어. 난 예쁜 누나 품에 안길 거란 말이에요...”

호랑이의 말에 여자는 어이없다는 웃었다.

“이 배신자야!”

소은정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호랑이를 만드신 분이신가 봐요?”

여자는 소은정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감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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