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은 냉랭한 눈을 한 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내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었다.“이미 저지른 일은 절대 되돌리지 못해. 난 소은정을 대신해서 너를 용서해 줄 자격도 없고, 네 사과 따위는 받을 가치도 없다는 거 똑똑히 알아 둬!”서민영의 눈동자가 충격으로 물들었다. 박수혁은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거두고는 말했다.“뭘 기다리고 있지? 출발해!”“네, 대표님.”운전을 일초라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차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서민영은 온몸이 굳은 채 떠나는 차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내 그녀의 억울함은 분노로 뒤바뀌었다.자신이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박수혁이 저렇게나 냉담하게 변한단 말인가? 게다가 그는 제 눈앞에서 있지도 않은 소은정의 편을 들어주었다.소은정, 기량 하나는 끔찍이도 대단하구나!서민영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는 번호를 입력하였고, 곧 상대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예리야? 나 입국했어…….”소찬식은 아직 해외에 있었고, 소은호는 출장 중에 있었다. 그런데도 소은해는 죽자 사자 소은정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길 고집했다.두 사람은 투닥거리며 문 앞에 다다랐고, 소은정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관리인 아저씨께서 오빠 지낼 곳을 이틀 내내 깨끗하게 쓸고 닦았는데, 뭐 하러 꼭 여기서 지내겠다는 거야?”소은해가 그런 소은정의 귀를 죽 잡아당기며 말했다.“반대해도 소용없어. 거기는 하도 오래 비워 둬서 지내기 낯설어. 난 여기서 지낼 거니까 말리지 마!”소은정은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주었고, 출입문에 그의 지문까지 인식시켜 두었다. 그러고 나서야 소은해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어깨를 으쓱여대며 실내로 들어섰다.안으로 들어선 그는 곧장 인테리어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수수한 듯하나 세련됨이 드러났으며 값비싼 물건들임을 알 수 있었다. 머리 바로 위에서 다이아몬드의 빛이 일렁였다. 소은정이 가장 애정 하는 모란디 스타일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좋
소은정은 전화를 끊고, 작은 소호랑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착하지…….”그 무렵 브랜드 매장 측은 소은정의 번호를 입력하여 고객 정보를 조회하였고, 직원은 깜짝 놀라 큰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소은정 아가씨?!”소은해는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샤워를 마친 뒤 재빨리 욕실을 나왔다. 어서 그 작은 호랑이를 더 보고 싶어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 때, 마침 현관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주문한 스카프가 도착했을 거야. 결제는 오라버니가 해주는 거 잊지 말고!”소은해는 소파 위에 소호랑과 세상 편히 엎드려 누운 소은정을 째려보았다. 결코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맨몸에 샤워타올만 두른 채로 급히 현관으로 향하며 비아냥거렸다.“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현관문을 연 소은해의 말은 이어지지 않은 채 뚝 끊겼고, 그의 표정 또한 삽시간에 굳어졌다.“여긴 무슨 일이지?”공기가 한 순간 무거워졌다.표정이 안 좋아진 건, 박수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매서운 눈으로 소은해에게 말했다.“그러는 그 쪽은, 여기 왜 있지?”제 앞의 소은해는 분명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모습을 하고있었다. 공항에서 나서자마자 여기로 곧장 왔다는 건가?공항에서 찍혔던 소은정과 소은해의 사진과 스캔들 기사는 이미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는 제재할 수준이 아니었다.박수혁은 수 많은 방법을 동원해 소은정의 현재 거처를 알아내었다. 그는 지난 3년의 빚을 갚을 의항이 있었고, 직접 만나 대화하길 희망했다.지난번 소은정의 제안, 서민영과 비취 담뱃대 둘 중 무엇을 택해야 하나?그는 도저히 결단을 내릴 수 없었고, 소은정을 찾아 분명하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조건들을 들이대어도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었다.그러나 이 상황은 그의 예상과 달랐다. 백주대낮부터 저 둘은 이곳에서 함께였다.저 둘이 무엇을 하고있었는지, 그의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그의 불난 속에 기름을 붓는 듯, 소은해는
세 사람은 그 소리에 벙찐 듯 했으나, 소은정은 곧 화난 얼굴을 하였다. 어쩐지 배신감이 드는 기분이었다. 실험실의 사람들이 ‘꼬마 배신자’ 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이 순간 그 별명의 이유가 더욱 확실해졌다.“소호랑!”소은정은 큰 소리를 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방금 주문한 몇 천만원 가치의 스카프들을 몽땅 취소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박수혁은 굳은 얼굴을 유지한 채 몸을 숙여 소호랑의 한 발을 잡아 들어올렸다.“어떻게 네가 여기 있지?”소호랑은 이리저리 바둥대며 대꾸하였다.“신나리가 날 여기로 데려왔어. 난 여기가 좋아…. 그러니까 싸우지 마.”박수혁이 그 말에 잠시 멈칫한 순간, 소은해가 재빨리 그의 손에서 소호랑을 낚아 채 소은정의 품에 안겨주었고 상황을 인지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쾅’ 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닫아버렸다.단 몇 초만에 모든 임무를 완수 한 소은해였다.“우리 집 애완 호랑이를 남이 막 만지면 안되지!”곧 표정을 굳힌 소은해가 소은정의 품에 안긴 소호랑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오빠가 몇 일 교육 좀 시켜줄까?”소호랑은 소은정의 품에 더욱 파고들며 그녀의 팔을 꼭 끌어 안았다.“마미, 나 무서워. 이 사람 나를 마미랑 뗴어놓으려고 하는 거야?”순간 화 났던 마음을 진정시킨 소은정이 소호랑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소은해에게 대답했다.“됐어. 내가 다른 방법 생각해볼게.”인공지능이니, 변화가 필요할 땐 당연히 인공지능이 필요한 것이였다.그런 생각을 막 하던 찰나, 소은정은 문 밖의 박수혁이 떠올랐다. 그래서 여기 온 목적이 뭐라는 거야?아니야, 됐다. 알고싶지 않았다. 해봤자 비취 담뱃대 얘기겠지. 서민영과 비취 담뱃대 둘 중에서도 못 고르겠다면, 안타깝지만 내가 상관할 바 아니었다.소은해는 여전히 더 할 말이 있어 보였으나 소은정은 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소호랑을 안아 들고 신나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소호랑이 박수혁을 아빠라고 부르는 점은 무조건 고쳐야겠다
“됐고, 날 위해서라도 고쳐줘요. 그 사람 이름만 들어도 괴로울 지경이니까….”소은정은 이마를 짚었다.신나리는 우물쭈물 손을 머뭇 거리다 입을 열 듯하더니 이내 입술을 앙 다물었다.“고치치 못하는 건가요?”사람이 만들었는데, 사람이 고치지 못할 리가…….“아니요. 이미 아름다움의 기준이 박수혁의 인상으로 남았을 테니… 고치고 싶다면 그의 존재를 대체할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방법이겠네요.”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을 수밖에 없었다.차갑게 굳은 소은정을 보던 신나리가 큼 큼 헛기침하더니 입을 열었다.“소은해… 는 어때요?”소은정은 머리까지 지끈거려왔다. 왜 또 그 사람이지?신나리는 핸드폰을 집어 들더니 소은정에게로 화면을 비추었다.“봐요. 인터넷에 둘의 기사가 이렇게나 가득한 걸요? 다들 공식 입장을 기다리나본데…. 아무튼 박수혁만한 얼굴이고…. 어떻게 생각해요?”소호랑이 소은해를 아빠라고 부른다고…?소은정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안돼!”그러나 제 주위에 박수혁만한 외모를 가진 이가 또 있던가…?두 사람은 한참을 고민에 빠졌고, 소은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박수혁을 싫어하게 만드는 건 어때요?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소은정은 그저 박수혁만 도려내고 싶을 뿐이었다.신나리는 묵묵히 생각을 하는 듯했다. 이내 두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안되는 건 아니예요. 그 인물에 대한 사고에 장벽을 세운다면…….”소은정은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다.“좋아요,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해요. 지금 바로 데리고 나올 게요.”“아, 아니예요. 제가 컴퓨터로 작업하면 돼요.”신나리는 노트북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것에는 브랜드의 로고도 없었기에 어느 회사의 물건인지 분간이 힘들었다. 게다가 시중의 노트북들과는 어딘가 모양새가 달랐다. 생각해보니 제 둘째 오빠인 소은찬 역시 비슷한 것을 하나 가지고 있던 것 같았다.신나리가 자
우연준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큰 오라버님께 말씀 드릴까요? 직접 손 쓰실 의항이 있으시다면, 제가 준비하겠습니다.”이를 회사에 맡긴다면 임상희는 곧 죽을 운명일 것이 분명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소은정을 지나치는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했다.소은정은 기가 찬듯 웃었다. 뒤돌아서면 제 멋대로 떠들어댈 것이 분명한 저들이었다.“임상희, 최근 행적이 어떻게 되죠?”“최근 부호의 중년 여성과 어울리며, 그의 딸과도 친한 것으로 보입니다. 듣기로는 오늘 밤 모임이 있다던데….”소은정의 미간이 찌푸러졌다.“거기 주소 알아내서 나한테 보내줘요. 내가 가서 분위기 좀 띄워야겠어요.”“……네.”우연준에게는 어렵지 않은 지시였다.“더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봐요. 큰오빠한테는 내가 직접 손 쓰겠다고 말해줘요.”“네, 본부장님.”소은정은 잠시 앉아 휴식하는 듯 하더니 이내 도준호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곧 도준호의 음성이 들려왔다.“아가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비웃음 섞인 그의 말투는 떠들썩한 뉴스의 주인공인 소은정을 놀리는 듯 했다. 이에 소은정의 미간이 구겨졌다.“시끄러운 거 진정되게 좀 도와줘. 내 오빠라지만 정말….”도준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오빠가 널 많이 아끼나본데 뭐. 사진 중에 박수혁이 찍힌 사진도 있던데…. 네 오빠가 박수혁 일부러 골려먹은 거 아닌가?”박수혁이 왜 다른 남자와 있던 것에 화가 났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소은정은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난 그 사람이랑 같은 프레임 안에 있기조차 싫어…. 부탁 좀 하자.”“은정 아가씨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도준호가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어쨌거나 자신의 아래에서 일 하는 직급이었으니, 그가 도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전화를 끊은 뒤, 소은정은 자신에게 전송 된 주소지를 발견하였다. 그 곳은 주점가 근처의 고급 룸이었다.공교롭게도 그녀는 이 곳에 입장 가능한
푸르던 하늘이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냉랭한 공기가 불안감을 실어다 주었다.소은정은 예정된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을 확인한 뒤 사무실에 딸려 있는 드레스 룸으로 향하였다. 어지간한 신상 의류들이 항상 구비되어 있었기에 입고 갈 의상을 고르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톤다운 빛깔의 미니 드레스와 세련된 디자인의 하이힐, 한정판으로 출시되었던 가방까지 들고서 걸음을 옮겼다.만남이 예정된 장소에 도착하였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저 자신의 지인들과 열변을 토하기에 바빴다. 이 곳에는 주인이 따로 없었다. 부호들끼리 모여 교제를 가질 때 이 곳을 사용하곤 하였다.소은정은 작게 플레이팅 된 디저트를 하나 집고는 구석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때까지도 임상희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안 오는 것은 아니겠지?“소은정?”그 때, 앞을 스쳐 지나가던 누군가가 물어왔다.소은정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성강희…? 여긴 어쩐 일로?”“우리 정말 인연인가본데….” 소은정은 그를 흘끗 째려보고는 말했다.“어서 말 해.”“우리 어머님께서 여기 파이가 드시고 싶으시대서 온 거야. 난 그냥 돌아다니는 거고.”성강희는 절레절레 손을 휘저었다.소은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어머니는 미식에 뛰어난 사람이었다.“그러는 넌?”“나……. 난 그냥 즐기려고? 근데 즐길 거리가 아직 안 왔네….”소은정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다시 한번 시계를 들여다보았고,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을 깨달은 소은정이 몸을 일으켰다. 그 때, 성강희가 자리를 뜨려던 소은정의 손목을 붙잡아왔다.“어디 가는데?”소은정은 핑계 거리를 생각해냈다.“별거 아냐. 화장실 좀 가려고. 갔다가 바로 돌아갈 거야.”그는 손에 힘을 슬쩍 풀었으나, 소은정에게 다가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기다릴게. 집까지 바래다 줄게 내가.”“나 운전해서 왔어.”“그럼 네가 나 집에 데려다 줘.”…….홀을 벗어나니 길다
임상희의 몸이 빳빳이 굳었다. 이내 머리를 확 쳐들더니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소은정 너 미쳤어?!”그녀의 옆에 있던 두 시녀들도 임상희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여기가 어떤 자리인 줄 알고 온 거야? 당신은 여기 있을 자격 없다고!”“그래! 누가 환영한다고 여길 와? 당장 경비 불러서 쫓아내라 할 거야!”소은정은 두 시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임상희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뒤에서 그렇게나 떠들어대더니, 이럴 일이 생길 건 예상 못 했나?”임상희는 되려 큰 소리를 냈다.“누가 뭘 떠들었는데? 그리고, 네 행적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니?”소은정은 한 쪽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더니 임상희의 한 팔을 세게 붙잡고는 벽으로 그녀를 힘껏 밀쳤다. 저항하는 임상희에 소은정은 다른 한 팔로 그녀의 목을 압박하였다.“임상희, 내가 너한테 선물을 하나 준비했는데.”임상희의 눈은 불안감으로 가득 차 떨리고 있었다.“녹음이라도 했나? 뻔하긴, 넌 내 상대가 안돼! 소은정, 넌 영원히 내 발 밑 신세라고!”소은정은 눈 하나 깜짝 않은 채 굳은 얼굴로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그래? 아쉽지만 너야 말로 내 상대가 안돼.”소은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저거…. 임상희 아니야?”“SC그룹 임 이사 잖아?”“그 옆엔 누구야? 장한명? 부인 남편 분이 왜 저기에…….”바깥의 웅성거림이 간간이 임상희의 귀에 흘러 들어왔고, 그녀의 안색 빛은 순식간에 파리해졌다.“너…. 무슨 짓을 한 거야?”“내가 녹음만 했겠니?”소은정은 쯧쯧 혀를 차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어서 가서 내 선물 확인해 봐.”임상희는 소은정이 물러서자마자 급히 홀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제대로 서있을 틈도 없이 누군가의 손바닥에 의해 고개가 돌아갔다.“아…….”“여우 같은 년. 내 남편한테 꼬리를 쳐? 염치도 없지…. 나보고는 소은정 소문이나 퍼뜨리라고 이간질 해놓고 뒤통수를 쳐? 정신 차릴
두 여자들은 소은정을 대하는 성강희의 태도에 하얗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은 소은호와 불륜을 저지르고도 소은해와 스캔들을 터뜨린 여자가 아니던가? 그런 여자를 감싸는 성강희가 이해되지 않았다.성강희에게서 손을 홱, 하고 빼낸 소은정이 굳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자진해서 사과하던지, 아니면 내가 사과하게 만들어줄게. 선택 해.”두 여자들은 서로를 흘끔 바라볼 뿐, 여전히 경직된 모양새였다.소은정의 옆에 선 성강희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고르라니까, 귀 먹었어?”소은정이 독설을 하는 것이라면 성강희는 손찌검을 해대는 느낌이었다.그때, 찰칵 소리가 울려퍼졌다.소은정은 핸드폰을 거둔 뒤, 만족스러운 듯 미소지었다.“무슨 짓이지?”두 여자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지금 자신들의 사진을 찍은 것인가?“우린 문명인이잖아? 직접 손대긴 싫고, 너넨 나한테 사과할 마음도 없어보이니까…. 너희 아버님에게 대신 사과받는 수밖에. 그 때는 사과 한 마디로 지나칠 수 없겠지?”소은정이 싱긋 웃어보였다. SC그룹의 능력이라면 중소회사 몇 개쯤 못 쓰게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두 여자는 무어라 대화를 하더니 이내 소은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사과할게…. 미안… 해요.”소은정이 직접 나서 고자질한다면 상황은 손 쓸 틈도 없이 악화될 것이 뻔했다. 애초부터 빈둥거리며 시간을 죽이던 재벌들인데, 그런 이들의 집안이 망한다면… 쫓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안 들리는데….”두 사람은 이내 이를 꽉 깨물고는 한 음, 한 음 내뱉었다.“죄송해요, 아가씨…….”소은정은 그제서야 웃음을 띄웠다.“다음 번이 있다면, 그 때는 사과고 뭐고 없어. 분명 경고했으니 그 때 가서 탓하지 마. 알았어?”그들은 분한 듯 했으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핸드폰을 내려다 본 소은정은 시간이 꽤나 흘렀음을 알아챘다. 밖의 소란은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듯 하였고,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