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전동하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음이 더없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전동하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오늘 경매에서 그의 목적은 입찰 계약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이 흑진주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잠시 감동을 받았다.몇 초 후, 전동하는 다시 손을 들었고, 목소리는 온화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900억.”박수혁의 매서운 눈동자로 전동하는 바라보았다, 그러자 전동하는 빙긋이 미소만 지었다.두 사람의 카리스마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지만, 이렇게 보고 있자니 이 둘은 막상막하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것 같았다.소은정은 박수혁이 단지 경쟁심리 때문에 이 경매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 주변에 있는 전동하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그녀는 부질없는 실랑이를 막으려 하였으나, 갑자기 사회자가 놀라서 경매가 중단하였다."여러분, 방금 국제 인터넷에서 엄청난 경매 가격을 보내왔습니다, 이 분은 1600억의 가격을 불렀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 이것보다 더 높은 가격이 있습니까?"말을 마치자 장내 고요했다.박수혁의 안색도 덩달아 어두워졌다.전동하도 마찬가지였다.소은정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박수혁과 전동하에게 이 돈은 큰돈이 아니겠지만, 아주 손쉽게 꺼낼 수 있는 금액이겠지만.다만 그녀는 여기에 서서 그들이 경매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불편했다.누가 낙찰받는다 해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박수혁과 전동하는 계속 가격을 부를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소은정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은은하면서도 차갑게 입을 열었다."해외의 미스터리한 큰손이 그렇게 원하니까 의미가 남다르겠으니 양보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뭇사람들이 황급히 호응을 해줬다."맞습니다."“아가씨의 말이 맞아요!”"어쩌면 해외에 계신 그분이 저희와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는 것이고, 처음부터 그분의 눈 밖에 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네요!”박수혁은 한참 고민했다, 전동하가 사게 되는 걸 자신도 원치 않았다, 전동하는 소은정에게 호
소은정은 뒤에서 째려봤지만 여기서 그에게 일일이 따지고 싶지 않아 전동하를 보았다. “잠깐만요, 내가 가볼게요.” 전동하가 말했다. “제가 차 빼 올게요.” 소은정은 당연히 동의했고 차키를 그에게 맡긴 뒤 따라 나갔다. 박수혁이 차 옆으로 오자 몸을 돌려 그녀를 응시했다. “무슨 선물 갖고 싶어?” 소은정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서류는?” “일단 갖고 싶은 거부터 말해.” “날 속여 봐!” 소은정은 차갑게 웃으며 뒤돌아 갔다. 박수혁은 입술을 만지작 거리며 그녀가 떠나려는 그 순간 그녀의 손목을 잡고 뒤로 당겨 차에 기대게 만들었다. 그의 한 손은 그녀의 등을 받치고 있었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는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차 안에 있던 기사는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척 해야하는 건가? 소은정은 담담하게 그를 보았지만 말투는 차가웠다. “박수혁, 너 미쳤지?” 박수혁은 턱을 꼿꼿이 들고, 눈빛에서는 억눌렀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난 이미 미쳤어. 소은정, 너 왜 또 쟤를 가까이하는 거야?” 그는 그녀를 보며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지만 소은정이 고개를 돌려 피했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실망한 감정을 숨기려했다. 그리고 그 무안한 손으로 그녀의 귓가를 살짝 꼬집었다. 그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서 살짝 웃었지만 그 웃음은 차가웠다. “오늘 그 서류뿐만이 아니라, 만약 걔가 손해를 제때 막지 못 했더라면 이미 외국에서 아무것도 없게 만들 수 있었어.” 소은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고, 박수혁의 차가운 모습을 보고 장난이 아닌 걸 알았다. 그녀의 놀란 모습은 귀엽고 그를 설레게 만들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었다. 소은정은 고개를 돌려 피하려 했지만 큰 손이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리고 따듯한 입
박수혁은 맞기 직전이었고, 소은정은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박수혁이 무방비 상태일 때 그녀는 다리를 들어 그를 발로 차버렸다. 박수혁의 다쳤던 다리는 흔들렸고 그는 놀란 눈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정말 독한 사람이었다. 소은정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고, 그가 안전범위에서 멀어지자 드디어 안심했다. 그녀는 가녀린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만지며 마치 상처가 안 났던 것처럼 핏자국을 지웠다. 시선을 그에게로 옮긴 뒤, 속상함과 죄책함 하나도 없이 오히려 그녀는 차갑게 웃었다. “너 개띠지?” 박수혁은 그 다리를 한번만 더 맞으면 영영 못 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차가운 말투는 절대 장난기가 섞여있지 않았다. 박수혁의 눈빛은 진지해졌다. 저 말투는 분명 누군가를 혼낼때나 쓰는 말투였다. 소은정이 지금 자신을 혼내는 건가? 소은정은 더 그를 보기 싫어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입술을 닦으며 자리를 떠났다. 박수혁은 자신의 다친 다리를 들고 씁쓸하게 웃었다. “전동하가 볼까 봐 겁나?” 소은정은 잠깐 멈췄다가 망설임 없이 떠났다. 그의 눈빛엔 갑자기 독기를 품었다. 차 안에 있던 기사는 이제서야 서서히 차에서 내려 그를 부축했다. 봐도 될것 안되는 것 없이 그는 이 상황을 모두 목격했다. 소씨 아가씨는 정말 독한 사람이었다. “박 대표님, 괜찮으세요? 지금 당장 의사한테 연락해서 집에서 대기하라고…” 박수혁은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바로 차에 탔다. 앞 날이 창창한데, 그는 전동하가 이렇게 빨리 잘될 줄 몰랐다. “이한석한테 연락해서 흑진주 사간 사람이 누군지 알아 보라고 해서 사버려.” 기사가 대답했다. “네.” 박수혁은 아무리 봐도 그렇게 예쁜 흑진주는 소은정에게 딱이었다. 그녀에게만 어울렸다. ...... 소은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차에 탔고, 기사인 전동하는 고개 돌
소은정은 그를 안고 한 바퀴를 돌았고 힘이 빠졌을 때야 그를 내려놓고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만졌다. “마이크, 가서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마이크는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전동하의 곁으로 와 그의 볼에 진하게 뽀뽀를 했다. “아빠, 보고 싶었어요…” 말투에서 영혼이 없는 게 느껴졌다. 전동하는 억지로 웃으며 내 자식이 맞나 싶었다. “그 말을 믿지는 않지만 곧 설이니까 봐줄게.” 그는 마이크의 볼을 꼬집으며 웃었다. 마이크는 깡총깡총 뛰며 소은정의 곁으로 왔고,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으며 눈웃음을 쳤다. “예쁜 누나, 제가 선물을 준비했어요. 이따가 올 거예요.” 소은정은 눈을 깜빡였다. “누나도 선물 준비했는데…” 소찬식은 전화를 끊고 그곳에 서서 인사를 했다. “얼른 들어와, 마이크 얼어 죽어!” 잊고 있었던 소은정, “…” 소은해는 득의양양하게 뛰어 갔다. “약오르지!” 소은정은 그를 노려봤다. “쪼잔한 자식!” 소은해는 그녀를 때리고 싶었다. 사람들은 안으로 걸어 갔다. 전동하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고, 소찬식은 고개를 끄덕인 뒤 시선을 소은정에게 고정시켰다. “넷째야, 너 입술이 왜 그래?” 아무도 몰랐다가 소찬식이 말을 꺼내니 시선이 입술로 집중됐다. 소은정은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비웃는 소은해를 차갑게 보았다. “실수로 부딪혔어요.” 소은해은 웃으며 소은정과 같이 온 전동하를 보았다. “그런 핑계는 너무 식상한 거 아닌가?” 소찬식의 표정은 차가워져 소은해로 발로 찼다. “동생한테 말 버릇이 그게 뭐야?” 소은해는 어쩔 수 없이 항복했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잘못했어요 아빠!” 소은정은 피식 웃으며 안으로 들어 갔다. 그녀는 속으로 박수혁을 수천번 욕했다. 소찬식은 복잡한 눈빛으로 전동하를 보았고 그 눈빛은 방금 전 자상함과는 달랐다.
소찬식이 고민하던 찰나에 전동하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전화번호를 확인하자 표정이 변했다. 그는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소찬식은 곤란한 듯 소은정을 보았다. 소은정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고 그녀는 애초에 이곳에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소은해는 왜 소찬식이 곤란한지 몰랐다. 1분도 안되서 전동하는 온화한 표정으로 들어왔고, 마이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수잔이 외국에서 너랑 전화하고싶데. 와서 전화 받을래?” 수잔은 마이크의 하녀였다. 마이크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갔다. 왜 수잔은 바로 그에게 연락을 안 한 거지? 그는 아무것도 없는 손목을 보았다. 아, 그의 키즈 워치가 아까 수영장에 빠졌다! 그는 전동하를 따라 나갔다. 그가 손을 뻗자 전동하는 그에게 핸드폰을 줄 의향이 없었고 웃음기도 약간 사라져 있었다. “방금 계좌에서 네 이름으로 해외로 8억8천위안이 빠져나갔어. 너 뭐 샀어?” 마이크는 대충 그를 보았다. “아빠, 저를 속여서 데리고 나온 게 이것 때문이에요?” 전동하는 그를 노려봤다. “이 정도 돈이면 물어볼 이유가 있지 않아?” 마이크 “새해 선물 하나 샀을 뿐이에요.” 전동하는 반신반의했다. “나 주려고?” 마이크는 교활하게 웃었다. “아빠, 그렇게 생각해요?” 당연히 아니었다. 전동하는 어이없다는 듯이 자신의 아들을 보았다. “당연히 예쁜 누나 주려고 샀죠!” 전동하는 소은정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자 표정이 금새 온화해졌다. “뭐 샀어?” 마이크는 눈을 굴렸다. “흑진주 팔찌요!” 전동하의 표정은 무섭게 굳었다. “그럼 너가 그 신비 보스야?” 8억8천만, 흑진주 팔찌! 모든 게 다 들어 맞았다. 그 경매장에서 모두가 눈독을 들이던 흑진주 팔찌는 결국 해외에 있던 신비속 보스에게 입찰됐다. 박수혁도 가격을 더 제시하
전동하는 웃으며 망설이는 눈빛으로 소은정을 보다가 하려던 말을 꺼내지 못 했다. 소은정은 일어나서 겉옷을 걸쳤다.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두 사람은 문 앞에 왔고 소은정은 그에게 차키를 건넸다. 전동하는 벙쪘다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기사가 곧 데리러 올 거예요. 전 그냥 단둘이 얘기 좀 하고 싶었어요.” 소은정은 멈칫하다가 고개 들어 그를 보았다. 이 남자가 부드럽게 웃을 때 제일 매력적이었고 마치 온 세상의 빛을 다 그가 가져간 것 같았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차갑지도 따듯하지도 않은 말투로 말했다. “무슨 얘기요?” 전동하의 눈엔 웃음이 가득했다. “소은정씨, 제가 이름으로 불러도 돼요?”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안된다고 한 적이 없었다! “마음대로 해요.” 고작 이름일 뿐이었다. 그녀는 겉옷을 걸치고만 있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따듯했다. 이 따듯함은 그녀의 마음을 더 말랑거리게 만들었고, 표정은 이웃집 소녀 같아보였으며 전혀 사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강인한 여성처럼 보이지않았다. 이 비유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자꾸 아가씨라고 부르니까 진전이 없는 거 같아서요. 우리가 친해지지 못하는 기분이에요.” 그는 자기도 모르게 진심을 뱉었다. “저희 원래도 그렇게 안 친했잖아요…” 그녀는 자신이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었고 그에게 어떠한 여지도 주지 않았었다… “우리는 이미 친구잖아요!” 전동하가 말했다.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오해했다. “그럼 제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전동하는 입꼬리가 올라 갔고, 장난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소은정.” 소은정은 고개 들어 그를 보았고, 자꾸 오늘 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대체 어디가 이상한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눈을 맑고 온화했고, 그 눈 안에서 소은정이 반사되었다
마치 깃털이 그녀의 심장을 스쳐 지나간 것처럼 간지러웠고, 그 부드러움 속엔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의 마음은 조심스러웠다. 소은정은 그 순간 굳었고, 그녀는 전동하가 또 한번 다가올 줄 몰랐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전해지는 연한 허브향은 왠지 모르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1초도 안돼서 전동하는 뒤로 한 발짝 갔고 그의 눈에 담긴 애정을 애써 숨겼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소은정씨, 어떻게 해야 완전히 한 사람을 잊을 수 있는지 알아요?” 소은정은 온몸이 긴장되었고, 표정은 살짝 차가웠으며 눈빛은 어두웠다. 그녀는 익숙하지 않은 남자의 품에 안기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그녀의 말투는 경고와 거리감을 두었다. “전 대표님......” 전동하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바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거예요.” 그는 그녀에게 바로 답을 알려주었다. 그녀의 마음은 무섭게 흔들리고 있었고, 마치 자신이 마음 깊이 묻어둔 감정이 산산조각 나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다 볼 수 있었다. 소은정이 박수혁에 대한 감정은 너무 복잡해서 그녀도 말로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깊이 불 같이 그를 사랑했다. 지금 마음은 여전히 식어 있는데 박수혁은 말 끝마다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고, 매번 그녀가 힘들 때 도와주었으며, 그의 말은 그녀의 마음에 늘 박혔다. 그는 다시 한번 그녀의 인생에 들어와 되돌리고 용서받고 싶어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소은정은 갈등했고, 망설였지만 미움이 더 컸다. 그녀는 어떻게 자신을 또 다시 우습게 만들 수 있을까? 박수혁이 그녀에게 준 상처는 평생 기억에 남기에 충분했다. 사랑이라는 건 잘 만나면 행운이고 못 만나도 불행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기대를 걸지 않았고 전동하도 포함이었다.
전동하는 그녀의 인생에 빈틈없이 파고들었고, 온수처럼 그녀의 인생에 스며들러 점점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그게 그가 생각한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그도 자신이 이렇게 여자에게 마음을 쓰게될 줄 몰랐다. 아마 그건 너무 좋아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박수혁이 무슨 일을 하든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동하가 가자 소은정은 밖에서 잠깐 서 있다가 들어갔다. 다들 분위기가 즐거워 보였다. 소찬식은 심지어 소매까지 걷어 올리고 마이크와 함께 식재료를 준비하고 있었고, 옆에서 집사는 웃으며 그를 도왔다. 소은정이 들어가자 소은해는 그녀에게 앞치마를 건네며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따라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소은해는 정말 그녀가 일을 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본인은 바쁘게 디저트를 만들고 있었고, 그녀는 팔짱을 끼고 옆에서 보고 있었다. 웃었다. “은정아, 전동하랑 밖에서 무슨 얘기했어?” 소은정은 입술을 문질렀고, 방금 그 입맞춤을 생각하면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빨개졌다. “너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경고하는데, 아빠가 비록 마이크를 좋아하시지만, 그렇다고 마이크의 아빠까지 좋아하진 않으셔. SC 그룹 아가씨가 애 아빠한테 시집가면, 우리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 소은정은 혀를 차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누구한테 시집을 가든, 가족 얼굴이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누구한테 시집을 가든 아무도 간섭 못 해.” “그래 그래, 내가 생각이 짧았네. 진짜 사랑이 중요한 거지…” 소은해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헛소리 하지마.” 이렇게 그녀와 전동하의 얘기는 뭍여졌다. 소은해의 손은 잠깐 멈췄다. “이제 곧 새해인데, 친구들한테 인사 안 해?” 그 말에 소은정이 웃었다. 친구들? 김하늘? 이게 소은해의 목적이었나?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