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도중, 소은정은 몇 통의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전부 채태현한테서 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 통도 답장하지 않았다.그렇게 문자가 연달아 날아왔다.“은정 씨, 제발 믿어주세요. 이 모든 건 박 사장님과 양예영이 판 함정이에요. 그들이 모함한 거라고요.”“은정 씨, 당신을 매우 존경하고 좋아해요. 처음 봤을 때부터 은정 씨가 좋아졌어요. 그래서 매우 존경하고 성스러운 마음으로 은정 씨에게 다가갔어요. 정말 은정 씨에 대한 저의 마음은 하늘보다도 더 크답니다...”“은정 씨, 제발 좀 살려주세요. 정말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아요. 제 인생은 아직 긴데...”...문자 내용을 힐끗 쳐다보던 소은정은 금세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속이 메스꺼워 났다.‘내가 정말 눈이 멀었었네. 이렇게 찌질한 사람을 추어줬다니!’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 그리고 도준호에게 문자를 보냈다.“채태현 꺼지라고 해. 당장!”그녀는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돈줄이 글쎄 썩은 나무가 되다니! 그야말로 인생의 걸림돌이 따로 없었다.…회의 중, 갑자기 박수가 터졌다.“자! 다음 분 모시겠습니다.”전동하는 웃으며 일어서더니 그녀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제가 나설 차례인데 좀 아니다 싶은 내용이 있으면 나중에 말씀해주세요.”소은정은 주먹을 쥐고 “파이팅!”의 자세를 취했다.전동하는 빙그레 웃으며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갔다. 순식간에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아 안았고, 장내는 금세 다시 조용해졌다.훤칠한 키에 일거수일투족에 귀티가 팍팍 나는 차분한 분위기, 그리고 예리함과 겸허함을 갖춘 눈빛은 타인에게 온화하면서도 지적인 느낌을 주었다. 다만 가끔씩 무심코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은연중에 그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있는 냉혹함이 드러나기도 했다.“안녕하세요. 우선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입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았다. 그의 강연 내용은 앞 사람에 비해 더 대중적이고 실용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회사를 소개하기는
순간 부장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회의실 분위기도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고 다른 부장들은 행여나 불똥이 튈까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아니 분명 방금 전까지 실적이 좋지 않은 부장을 위로까지 해주는 등 기분이 좋아보이더니 갑자기 왜 저러시나 의아할 따름이었다.감정기복이 거의 사춘기 소년 수준이었다.박수혁의 곁에 서 있던 이한석은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 스스로 무덤을 판 부장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냥 운명이라 생각하세요...박수혁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부장을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퇴근 전까지 정확한 보고서로 올리도록 해요. 1분이라도 늦으면 회사 그만두는 걸로 알겠습니다.”말을 마친 박수혁은 바로 회의실을 나섰다.박수혁이 책상에 던진 휴대폰을 챙긴 이한석이 쪼르르 그 뒤를 따랐다.“대표님...”이한석이 건넨 휴대폰을 받은 박수혁이 이한석을 노려보았다.“내가 은정이 지켜보라고 했을 텐데? 왜 전동하 대표와 함께 회의에 참석한 건 모르는 거지?”박수혁의 말에 이한석이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소은정 대표님이 주최하신 회의는 대구에서 열렸습니다. 박 대표님도 초대했는데 딱히 중요한 회의가 아니라 참석하지 않겠다고 대표님께서 말씀하셨고요. 전 대표님도 일정대로라면 3일 뒤에 돌아오셔야 하는데 왜 그쪽으로 가셨는지...”전동하가 미리 돌아올 줄은 몰랐던 이한석이었다.월가를 뒤집어 놓을 만큼 큰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오랫 동안 신비주의를 유지했던 전동하였다. 평소에도 굉장히 은밀하게 움직이다 보니 스케줄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굳은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가던 박수혁이 물었다.“회의는 언제쯤 끝날 예정이지?”“회의 일정은 오후라 소은정 대표님은 아마 저녁쯤에 돌아올 것 같습니다...”박수혁은 이한석의 불확실한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박수혁의 언짢은 표정에 이한석이 한 마디 덧붙였다.“어차피 지금 가셔도 회의 일정은 못 맞추실 겁니다.”게다가 오후에
소은정은 그녀를 노린 사람들인 줄 알고 바로 경계태세를 갖추었지만 다행히 모두 그녀를 스쳐지나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아, 아니었네. 다행이다.또 한참을 걸은 소은정은 한 쇼핑몰의 전시 구역에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는 걸 발견했다.피아노 앞에 앉아본 지도 꽤 된 것 같네.소은정은 마치 뭐에 홀린 듯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소은정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움직이고 산뜻한 분위기의 이 흘러나왔다.오랜만에 여유를 즐기는 가벼운 그녀의 마음과 어울리는 선곡이었다.이때 누군가 다가와 그녀의 옆에 앉았지만 소은정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연주에 심취했다.다음 순간, 남자의 기다란 손가락 또한 건반 위를 움직이며 소은정의 연주와 어우러지고 그제야 소은정은 고개를 돌렸다.전동하의 완벽한 옆선이 소은정의 시야로 들어오고 역시 소은정의 시선을 느낀 전동하는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 지었다.처음 해보는 합주임에도 두 사람의 음악은 마치 수천, 수만 번 호흡을 맞춰본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음악에 대한, 피아노에 대한 전동하의 진심을 느낀 소은정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따스한 해살이 내리쬐는 여름날, 푸르른 들판을 거니는 듯한 분위기의 곡 속에서 소은정은 그녀의 삶에서 가장 즐거웠던 추억들을 하나, 둘씩 떠올렸다.마지막 음표와 함께 곡이 끝나고 소은정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이렇게 순수하게 즐거웠던 때가 언제였더라? 마치 전생의 기억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박수혁을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막장으로 치닫기 시작했다.박수혁, 정말 지긋지긋한 남자야.소은정은 고개를 돌려 전동하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뚜렷한 골격감이 아니었다면 여자 손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희고 긴 손가락, 피아노에 가장 어울리는 손이었다.“부족한 실력이라 부끄럽네요.”전동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럴 리가요. 저보다 훨씬 더 잘하시던데요? 오히려 제가 부끄러웠어요.”말은 그렇게 해도 사전 연습 한 번 없이 이렇게 완벽한 연
쇼핑몰 담장자는 잔뜩 들뜬 말투로 말했지만 전동하, 소은정 두 사람은 아무런 리액션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담당자는 머쓱한 기색 하나 없이 설명을 시작했다.“두 분께서는 오늘 행운의 커플로 선정되셨습니다. 오늘이 바로 저희 쇼핑몰 이벤트 마지막날이거든요. 이 피아노로 합주를 한 커플들 중 가장 훌륭한 연주를 보여준 커플분들께 드리는 상인데 두 분의 연주는 아주 감동적이었어.”쇼핑몰 담당자가 두 눈을 반짝였다. 두 사람 모두 외모와 분위기를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특히 남자가 손목에 착용한 시계는 웬만한 아파트 한 채는 살 수 있을 정도였고 여자쪽은 옷차림은 수수하지만 들고 있는 백은 에르메스 한정판이었다.이렇게 좋은 고객을 놓칠 수야 없지.담장자의 설명에 소은정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이벤트에 당첨되었으니 사은품을 받을 수 있을 게 분명했지만 커플 이벤트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전동하와 커플이라니... 말도 안 돼.소은정이 거절하려던 그때 쇼핑몰 담당자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저희는 태한그룹 산하 쇼핑몰이랍니다. 그 품격에 맞게 이번 이벤트의 사은품도 아주 굉장하죠.”태한그룹? 굉장한 사은품?흠칫하던 소은정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하, 그렇다면 받아야지.“그래요. 사은품이 뭐죠?”박수혁 돈이라면 무조건 써줘야지.“오늘 두 분께서 저희 쇼핑몰에서 구매한 제품들 모두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어때요? 흔들리시죠?”사실 담당자는 두 남녀 모두 쇼핑백 하나 들지 않은 걸 발견하고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아쉬움을 심어주어 다시 쇼핑몰을 찾게 만드려는 게 담당자의 계획이었다.전동하는 담담한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소은정은 짐짓 두 눈을 커다랗게 떠보였다.“전부요?”“네! 그런데 아쉽지만 오늘은 저희 쇼핑몰에서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은 것 같네요...”말을 마친 쇼핑몰 담당자가 작은 선물을 주려던 그때, 소은정이 기다란 카드 영수증뭉치를 담당자에게 건넸다.“자요.”영수증을
왜 굳이 가려는 사람을 잡아서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당장이라도 자신의 입을 꿰매고 싶은 담당자였다.한참을 망설이던 담당자가 바싹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다 입을 열었다.“30... 30억... 작은 금액은 아니니 상부에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충격이 컸는지 목소리까지 쉬어버린 모습이었다.담당자의 말에 소은정은 일부러 순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쇼핑몰 담당자시라면서 이 정도도 결정 못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직접 여쭤봐 드릴까요?”소은정이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려 하자 담당자가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잠, 잠깐만요! 물론 제 권한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시죠. 계좌번호와 이름을 남겨주시면 저희 쇼핑몰 측에서 바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제멋대로 이런 사은품을 약속했다는 게 박수혁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담당자의 제안에 소은정은 싱긋 미소 짓더니 휴대폰을 다시 백에 넣고 자신의 연락처와 계좌번호를 남겼다.“감사합니다. 제 인생 최고의 이벤트였어요.”말을 마친 소은정과 전동하는 절망스러운 표정의 담당자를 남겨둔 채 쇼핑몰을 나섰다.다시는 이런 이벤트 하나 봐라! 쇼핑몰 담당자가 입술을 깨물었다.쇼핑몰을 나선 후 전동하가 기분이 꽤 좋아 보이는 소은정을 향해 물었다.“쇼핑한 물건들은 호텔로 보내셨나 봐요?”회의가 끝난 지 이제 겨우 3시간이다. 3시간 모두를 쇼핑에 쏟았다 해도 30억이라니.소은정의 화끈한 구매욕에 전동하도 꽤 놀란 눈치였다.“지금쯤 이미 호텔에 도착했을 걸요?”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박 대표님이 아시면 배 좀 아프시겠는데요?”“저쪽에서 먼저 제안한 건데요 뭐.”잠깐 멈칫하던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저런 사람이 태한그룹 산하 쇼핑몰 담당자라니. 인사팀 직원들 실력이 의심되는데요?”“그런데 왜 집으로 안 가고 대구에 묵기로 하신 거예요?”전동하가 물었다.“가고 싶지 않아서요.”소은정이 시계를 확인하며 대답했다.7시 58분, 2분 남았네.
이한석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았다.대표님, 착각이 심하시네요! 소은정이 박수혀의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인 건 어디까지나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이었다.박수혁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아니라는 말을 억지로 목구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아니다.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괜히 나서지 말자.이때 이한석의 휴대폰이 울렸다.대구시 쇼핑몰의 담당자이 보낸 문자메시지 알람이었다. 쇼핑몰 담당자와 이한석은 대학교 동기였던 것이다.“한석아! 나 좀 살려줘...”짧은 문자와 함께 소은정의 이름과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 그리고 소은정과 한 남자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과 두 사람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이 여자분이 설마 소은정 대표님이셔? 옆에 있는 남자분이라 커플 이벤트에 당첨되셨는데 글쎄 30억을 줘야 할 것 같아. 어떡하지?”사진을 확인한 이한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은정과 함께 있는 남자는 누가 봐도 전동하였기 때문이다.이한석은 불안한 눈빛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한편, 마침 박수혁의 휴대폰도 울리기 시작했다.사진을 직접 찍어서 SNS에 올리는 이부터 아예 개인 톡으로 박수혁에 문자로 보내는 사람들까지 단 1분이었지만 그 여파는 상당했다.“형, 설마 은정 씨 이름 도용한 건 아니지?”강서진은 아예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묻기도 했다.“아니거든.”“오, 축하해. 드디어 성공했네.”“고맙다.”“그런데 진짜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거 맞아? 형이 협박한 거 아니지?”“그런 거 아니야.”평소 같았으면 신경 끄라고 전화를 끊어버렸을 텐데 오늘만큼은 기분이 좋은지 일일이 대답해 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은정 씨랑 다시 잘된 거야?”“곧 그렇게 될 것 같아.”박수혁의 대답에 강서진이 한숨을 내쉬었다.“형,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우리 와이프, 아, 그러니까 전 와이프 말이야. 아예 내 번호를 차단했다고!”강서진의 애원에 박수혁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잘됐네. 이번 기회에 다른 와이프
전동하의 말에 주위가 고요해졌다.소은정은 순간 멍했다.이혼하기 전에 그녀는 홀로 넓은 박수혁의 집에서 감옥에 갇힌 듯한 생활을 했지만 그건 그녀 자신이 원하던 것이었다.만약 다른 남자가 그녀를 구했다면 어땠을지 수없이 많이 생각하기도 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거리의 구석진 지하에서 박수혁을 데리고 나왔을까?어쩌면 모든 게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소은정은 시선을 떨구고 손가락으로 컵에 새겨진 꽃무늬를 만지며 입을 열었다.“저는 발생하지 않은 일은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한 결정에 후회도 없고요.”그녀는 감상에 오래 빠져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아닌 건 아닌 것이다. 후회한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그녀의 짝사랑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확실히 그는 그녀를 수차례 구했으니 지난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소은정의 말에 전동하가 멈칫했다. 그는 사실 소은정이 후회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지만 그녀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다.하지만 그녀의 대답이 아예 그의 예상을 벗어난 건 아니었다.“박 사장님은 아마 소은정 씨와 다시 시작할 생각인 것 같은데요. 소은정 씨께서 오늘 밤 보여주신 행동은 그분에게 큰 희망이 되었을 겁니다.”전동하가 직접적으로 말했다.소은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향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전동하 씨께서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네요.”“당신을 쟁취하려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신경이 쓰이죠.”그의 대답에 소은정은 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며 심장이 움찔하는 것을 느끼며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제가 혹시 전동하 씨를 착각하게 했나요? 저에겐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마음이 없는데요.”전동하처럼 훌륭한 사람이 그녀에게 시간을 낭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전동하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저번에 저를 거절했을 때도 같은 이유였죠.”소은정은 말문이 막혔다.전동하가 말을 이었다.“친구로서 한 말이에요.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우린... 비즈니도 해야 하잖아요.”소은정은 조금 숨통이 트이며 피
아름다운 밤이었다.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고 나서 호텔로 돌아갔다.소은정은 전동하가 신사적으로 여기까지 그녀를 데리고 나온 건 줄 알았지만 그는 떠날 생각이 없이 주머니에서 룸 키를 꺼냈다.번호를 보니 그녀의 맞은켠 방이었다.소은정은 눈썹을 씰룩이며 같은 호텔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목적지가 같은 거였어.’전동하가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여는 그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잘 자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동하 씨도 잘 자요.”그녀는 방에 들어가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우연준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다.자기 전 그녀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려고 폰을 껐다.그렇게 밤이 지나 이튿날 아침이 되었고 알람 소리에 소은정은 잠에서 깼다.막 양치를 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초인종이 울렸다.우연준이었다.그는 준비한 짐을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사장님, 차는 밖에 대기시켰습니다.”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받아 옷을 갈아입었다.하나는 태한그룹이 준비한 옷이었는데 캐주얼하지만 정교한 스타일이었고 다른 것은 SC그룹의 신상으로써 가볍지 않은 고가의 주얼리 세트였다.어제의 1분으로 인해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돈을 쓴 마당에 스캔들도 발생했겠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로 결심했다.옷을 갈아입고 주얼리를 착용한 소은정은 아름다웠다.태한그룹이 준비한 옷의 디자인의 컨셉은 캐쥬얼이 더욱 정교하다는 것이다.그걸 선택한 이유는 간단한 흰색 셔츠의 디자인이 그녀의 아름다운 쇄골과 그 위의 주얼리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옅은 화장을 한 소은정의 정교한 이목구비는 수려했다. 특히 그녀의 착장은 우아하고 내추럴했으며 몸매를 부각시키지는 않았지만 고귀한 아우라를 뿜어냈다.우연준은 그녀를 보며 감탄했다.“사장님께서 사업이 아니라 연예계에 있었다면 어떤 여배우라도 사장님의 외모를 질투했을 겁니다.”그의 말에 소은정이 눈썹을 튕기더니 자신의 예쁜 얼굴을 감상하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