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담장자는 잔뜩 들뜬 말투로 말했지만 전동하, 소은정 두 사람은 아무런 리액션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담당자는 머쓱한 기색 하나 없이 설명을 시작했다.“두 분께서는 오늘 행운의 커플로 선정되셨습니다. 오늘이 바로 저희 쇼핑몰 이벤트 마지막날이거든요. 이 피아노로 합주를 한 커플들 중 가장 훌륭한 연주를 보여준 커플분들께 드리는 상인데 두 분의 연주는 아주 감동적이었어.”쇼핑몰 담당자가 두 눈을 반짝였다. 두 사람 모두 외모와 분위기를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특히 남자가 손목에 착용한 시계는 웬만한 아파트 한 채는 살 수 있을 정도였고 여자쪽은 옷차림은 수수하지만 들고 있는 백은 에르메스 한정판이었다.이렇게 좋은 고객을 놓칠 수야 없지.담장자의 설명에 소은정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이벤트에 당첨되었으니 사은품을 받을 수 있을 게 분명했지만 커플 이벤트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전동하와 커플이라니... 말도 안 돼.소은정이 거절하려던 그때 쇼핑몰 담당자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저희는 태한그룹 산하 쇼핑몰이랍니다. 그 품격에 맞게 이번 이벤트의 사은품도 아주 굉장하죠.”태한그룹? 굉장한 사은품?흠칫하던 소은정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하, 그렇다면 받아야지.“그래요. 사은품이 뭐죠?”박수혁 돈이라면 무조건 써줘야지.“오늘 두 분께서 저희 쇼핑몰에서 구매한 제품들 모두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어때요? 흔들리시죠?”사실 담당자는 두 남녀 모두 쇼핑백 하나 들지 않은 걸 발견하고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아쉬움을 심어주어 다시 쇼핑몰을 찾게 만드려는 게 담당자의 계획이었다.전동하는 담담한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소은정은 짐짓 두 눈을 커다랗게 떠보였다.“전부요?”“네! 그런데 아쉽지만 오늘은 저희 쇼핑몰에서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은 것 같네요...”말을 마친 쇼핑몰 담당자가 작은 선물을 주려던 그때, 소은정이 기다란 카드 영수증뭉치를 담당자에게 건넸다.“자요.”영수증을
왜 굳이 가려는 사람을 잡아서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당장이라도 자신의 입을 꿰매고 싶은 담당자였다.한참을 망설이던 담당자가 바싹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다 입을 열었다.“30... 30억... 작은 금액은 아니니 상부에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충격이 컸는지 목소리까지 쉬어버린 모습이었다.담당자의 말에 소은정은 일부러 순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쇼핑몰 담당자시라면서 이 정도도 결정 못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직접 여쭤봐 드릴까요?”소은정이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려 하자 담당자가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잠, 잠깐만요! 물론 제 권한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시죠. 계좌번호와 이름을 남겨주시면 저희 쇼핑몰 측에서 바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제멋대로 이런 사은품을 약속했다는 게 박수혁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담당자의 제안에 소은정은 싱긋 미소 짓더니 휴대폰을 다시 백에 넣고 자신의 연락처와 계좌번호를 남겼다.“감사합니다. 제 인생 최고의 이벤트였어요.”말을 마친 소은정과 전동하는 절망스러운 표정의 담당자를 남겨둔 채 쇼핑몰을 나섰다.다시는 이런 이벤트 하나 봐라! 쇼핑몰 담당자가 입술을 깨물었다.쇼핑몰을 나선 후 전동하가 기분이 꽤 좋아 보이는 소은정을 향해 물었다.“쇼핑한 물건들은 호텔로 보내셨나 봐요?”회의가 끝난 지 이제 겨우 3시간이다. 3시간 모두를 쇼핑에 쏟았다 해도 30억이라니.소은정의 화끈한 구매욕에 전동하도 꽤 놀란 눈치였다.“지금쯤 이미 호텔에 도착했을 걸요?”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박 대표님이 아시면 배 좀 아프시겠는데요?”“저쪽에서 먼저 제안한 건데요 뭐.”잠깐 멈칫하던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저런 사람이 태한그룹 산하 쇼핑몰 담당자라니. 인사팀 직원들 실력이 의심되는데요?”“그런데 왜 집으로 안 가고 대구에 묵기로 하신 거예요?”전동하가 물었다.“가고 싶지 않아서요.”소은정이 시계를 확인하며 대답했다.7시 58분, 2분 남았네.
이한석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았다.대표님, 착각이 심하시네요! 소은정이 박수혀의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인 건 어디까지나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이었다.박수혁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아니라는 말을 억지로 목구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아니다.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괜히 나서지 말자.이때 이한석의 휴대폰이 울렸다.대구시 쇼핑몰의 담당자이 보낸 문자메시지 알람이었다. 쇼핑몰 담당자와 이한석은 대학교 동기였던 것이다.“한석아! 나 좀 살려줘...”짧은 문자와 함께 소은정의 이름과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 그리고 소은정과 한 남자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과 두 사람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이 여자분이 설마 소은정 대표님이셔? 옆에 있는 남자분이라 커플 이벤트에 당첨되셨는데 글쎄 30억을 줘야 할 것 같아. 어떡하지?”사진을 확인한 이한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은정과 함께 있는 남자는 누가 봐도 전동하였기 때문이다.이한석은 불안한 눈빛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한편, 마침 박수혁의 휴대폰도 울리기 시작했다.사진을 직접 찍어서 SNS에 올리는 이부터 아예 개인 톡으로 박수혁에 문자로 보내는 사람들까지 단 1분이었지만 그 여파는 상당했다.“형, 설마 은정 씨 이름 도용한 건 아니지?”강서진은 아예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묻기도 했다.“아니거든.”“오, 축하해. 드디어 성공했네.”“고맙다.”“그런데 진짜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거 맞아? 형이 협박한 거 아니지?”“그런 거 아니야.”평소 같았으면 신경 끄라고 전화를 끊어버렸을 텐데 오늘만큼은 기분이 좋은지 일일이 대답해 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은정 씨랑 다시 잘된 거야?”“곧 그렇게 될 것 같아.”박수혁의 대답에 강서진이 한숨을 내쉬었다.“형,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우리 와이프, 아, 그러니까 전 와이프 말이야. 아예 내 번호를 차단했다고!”강서진의 애원에 박수혁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잘됐네. 이번 기회에 다른 와이프
전동하의 말에 주위가 고요해졌다.소은정은 순간 멍했다.이혼하기 전에 그녀는 홀로 넓은 박수혁의 집에서 감옥에 갇힌 듯한 생활을 했지만 그건 그녀 자신이 원하던 것이었다.만약 다른 남자가 그녀를 구했다면 어땠을지 수없이 많이 생각하기도 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거리의 구석진 지하에서 박수혁을 데리고 나왔을까?어쩌면 모든 게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소은정은 시선을 떨구고 손가락으로 컵에 새겨진 꽃무늬를 만지며 입을 열었다.“저는 발생하지 않은 일은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한 결정에 후회도 없고요.”그녀는 감상에 오래 빠져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아닌 건 아닌 것이다. 후회한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그녀의 짝사랑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확실히 그는 그녀를 수차례 구했으니 지난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소은정의 말에 전동하가 멈칫했다. 그는 사실 소은정이 후회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지만 그녀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다.하지만 그녀의 대답이 아예 그의 예상을 벗어난 건 아니었다.“박 사장님은 아마 소은정 씨와 다시 시작할 생각인 것 같은데요. 소은정 씨께서 오늘 밤 보여주신 행동은 그분에게 큰 희망이 되었을 겁니다.”전동하가 직접적으로 말했다.소은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향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전동하 씨께서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네요.”“당신을 쟁취하려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신경이 쓰이죠.”그의 대답에 소은정은 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며 심장이 움찔하는 것을 느끼며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제가 혹시 전동하 씨를 착각하게 했나요? 저에겐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마음이 없는데요.”전동하처럼 훌륭한 사람이 그녀에게 시간을 낭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전동하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저번에 저를 거절했을 때도 같은 이유였죠.”소은정은 말문이 막혔다.전동하가 말을 이었다.“친구로서 한 말이에요.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우린... 비즈니도 해야 하잖아요.”소은정은 조금 숨통이 트이며 피
아름다운 밤이었다.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고 나서 호텔로 돌아갔다.소은정은 전동하가 신사적으로 여기까지 그녀를 데리고 나온 건 줄 알았지만 그는 떠날 생각이 없이 주머니에서 룸 키를 꺼냈다.번호를 보니 그녀의 맞은켠 방이었다.소은정은 눈썹을 씰룩이며 같은 호텔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목적지가 같은 거였어.’전동하가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여는 그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잘 자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동하 씨도 잘 자요.”그녀는 방에 들어가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우연준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다.자기 전 그녀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려고 폰을 껐다.그렇게 밤이 지나 이튿날 아침이 되었고 알람 소리에 소은정은 잠에서 깼다.막 양치를 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초인종이 울렸다.우연준이었다.그는 준비한 짐을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사장님, 차는 밖에 대기시켰습니다.”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받아 옷을 갈아입었다.하나는 태한그룹이 준비한 옷이었는데 캐주얼하지만 정교한 스타일이었고 다른 것은 SC그룹의 신상으로써 가볍지 않은 고가의 주얼리 세트였다.어제의 1분으로 인해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돈을 쓴 마당에 스캔들도 발생했겠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로 결심했다.옷을 갈아입고 주얼리를 착용한 소은정은 아름다웠다.태한그룹이 준비한 옷의 디자인의 컨셉은 캐쥬얼이 더욱 정교하다는 것이다.그걸 선택한 이유는 간단한 흰색 셔츠의 디자인이 그녀의 아름다운 쇄골과 그 위의 주얼리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옅은 화장을 한 소은정의 정교한 이목구비는 수려했다. 특히 그녀의 착장은 우아하고 내추럴했으며 몸매를 부각시키지는 않았지만 고귀한 아우라를 뿜어냈다.우연준은 그녀를 보며 감탄했다.“사장님께서 사업이 아니라 연예계에 있었다면 어떤 여배우라도 사장님의 외모를 질투했을 겁니다.”그의 말에 소은정이 눈썹을 튕기더니 자신의 예쁜 얼굴을 감상하며 입을 열었다.
소은정은 덤덤하게 차에서 내렸다. 이미 예상을 한 상황이었기에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싱긋 웃고는 보디가드를 따라 회사 입구로 향했다.기회를 놓치기 싫었던 기자가 물었다.“사장님, 어젯밤 led 전자 스크린 소동은 사장님께서 박수혁 사장님을 향한 고백이었습니까? 재결합을 할 의향이신가요?”“소은정 씨, 묻겠습니다. ‘최고의 박수혁, 소은정이 고마워!’ 이게 무슨 뜻입니까?”“어젯밤 소은정 씨와 박수혁 사장님은 함께 계셨나요?”“소은정 씨, 어젯밤 얼마를 쓰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소은정은 줄곧 미소를 유지했다.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 사이로 작은 귀가 보였고 거기에는 정교한 귀걸이가 걸려있었다.행동을 하는 모든 순간 소은정은 자신이 하고 있는 주얼리들을 사람들에게 어필했다.사람들이 그녀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던 그때,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 그들을 향해 회사 입구에 섰다.순간 찾아온 고요함과 함께 플래시 라이트가 그녀를 비췄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녀의 우아한 몸짓에 사람들은 온 정신을 곤두세웠다.“여러분, 저와 박수혁 사장님의 관계의 변화가 어떻든 SC그룹과 태한그룹의 비즈니스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저희는 취업과 스타트업을 힘껏 도우고 함께 협력하여 모든 방면에서 책임을 지고 사회에 이익을 창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간단한 몇 마디의 말이었지만 소은정은 스캔들을 무마시키고 화제를 비즈니스로 돌렸다. 이렇게 되니 어젯밤의 소동은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두 그룹의 비즈니스라고 생각이 되었다.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한 기자들을 뒤로하고 소은정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회사로 들어갔다.남은 보디가드들은 기자들을 돌려보냈다.그녀의 영상은 빠르게 인터넷에 업로드가 되었고 예쁜 소은정의 등장은 여자들의 관심을 샀다.누군가 그녀의 착장을 파헤쳤다.흰색 셔츠는 태한그룹의 신상으로써 심플한 디자인이었지만 소은정을
SC그룹의 이번 시즌 주얼리 주문량은 이미 예상을 뛰어넘어 최고조에 도달했다.태한그룹의 디자인도 여러 판매 채널에서 매진되었고 국제적으로 두 그룹의 주가가 하루만에 급등했다.그야말로 윈윈이다! 소은정 이번 판은 확실하게 이겼다.그는 사무실에 앉아 여유롭게 의자를 흔들고 있었다. 책상위에 놓인 휴대폰은 연락이 끈어지지 않아 진동이 연속되고 있다.다들 그녀에게 탄복한것 이다.우연준이 노크하고 들어왔다. “기자들은 이미 모두 돌아갔고, 미디어 플랫폼에서도 이미 인사를 나눴습니다.” 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이며“주얼리 수량은 넉넉하게 준비하셔야되고 품질은 특별히 신경써주셔야합니다. 수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예매를 꼭 중단하셔야 합니다. 아셨죠?” 라고 말했다. “네”우연준은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위에 다리를 걸치고 건방진(?) 모습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태한그룹에는 소식 없나요?” 우연준:“아직......”얘기하는 중에 입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와 오다하기 전에 문은 이미 열렸다.소은정은 누가 감히 무례하게 쳐들어 온건지 눈쌀을 찌푸리며 눈빛이 싸해졌다.소은호는 아무렇지 않게 힐끗 쳐다보더니 소은정의 모습을 보고 이마 찌푸리더니 “헤헥 , 누군다 왔다.”며 싸인을 줬다.소은정은 테이블위에 걸친 다리조차 거두지 못한채 발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 졌다.박수혁은 소은정이 의자에 한가롭게 앉아 있는 것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허, 꽤 한가로운가?사무실에 쟤 혼자 있는것도 아니고 우연준도 옆에있고 게다가 남자앞인데, 소은정은 자신의 이미지를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우연준을 째려봤다. 우연준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채 부들거리며 식겁해했다. 잘못이라 하면 분명히 소은정이 잘못했는데...이때 소은정은 이미 소리없이 다소곳하게 앉아 소은호랑 박수혁이 온것에 의아했다. “박대표님인가 ? 뭐였더라? 나는 왜 하나도 모르지?”소은정은 웃으며 소은호를
박수혁의 눈은 더 깊어졌고 얼굴은 침울한 빛이 더 짙어졌다. “만족?”박수혁의 본심은 단순히 그들의 관계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 였다.될수 있으면 누구도 분명하게 말할 수 없게 만들고 싶었는데, 이렇게 나온다고? 어제 져녁 전동하랑 피아노 치는 모습을 생각하면 분하고 답답하다. 커플상까지 당첨되고 게다가 돈도 냈는데! 그는 하마터면 자신이 발광하는 것을 억제 할수 없을 뻔 했다. 계산이 밝은 그는 도대체 무엇을 얻었는가?소은정은 자랑한듯 보조개가 보이게 웃으며 말한다.“전 다 봤거든요. 그쪽 태한그룹 주가랑 시즌 판매량 다 올라 갔잖아요. 이런 때도 ‘같이 돈벌자’라고 생각해서 이끌었는데 제가 쪼잔하다고 하면 안되죠~ 제 답례는 얼마나 실속있습니까?”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소은호는 웃음을 터뜨릴번 했다. 하하 얼마나 솔찍한 여동생인가! 박수혁이 나라면 기절하겠다! ㅋㅋㅋ 박수혁&소은정은 자신도 모르게 소은호를 쳐다보았고 그의 반응에 약간 불만스러웠다. 소은호는 시선이 느껴져 휴대폰을 열심히 보며“요 글 재미있네...하하하...” 두사람은 누굴속여? 하는 표정이다. “......” 박수혁은 시선을 돌려 장난치듯 얘기한다. “니 말대로라면 내가 감사해야 겠네?” “아니요.” 박수혁은 얼굴이 새파랗고 눈이 차가워 졌다. “이 아이디어는 전동하가 알려준거야?” 소은정은 웃음끼 없에고 그의 시선을 마주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다른사람 끼워들지 말고, 날 감사하면 되” “편드는거야?” “아니, 그정도 까지야, 그냥 일이 그렇다고”소은정은 팔짱을 끼고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이건 소은정이 전동하와의 관계를 잘라내는게 분명했다. 박수혁은 휴대폰에 있는 동영상을 재생해 밥상에 툭 던지며 말했다.“피아노 잘 치더라? 언제 시간 날때 나도 한곡 쳐줘.”ㅎㅎ 지금 질투하는 건가? 참 어이없네~~~소은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박주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