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그의 곱슬곱슬한 머리털을 쓰다듬어 보며 웃었다."음, 마이크가 정말 대단하구나." 옆에서 추하나가 걸어왔다."이 애가 원래 은정 씨와 아는 사이였어요?" 소은정은 빙그레 웃었다."네, 친구의 아이예요.어린애여서 거리낌 없이 말하니 개의치 말아주세요.""예.괜찮아요"강서진는 의기소침한 기색을 띠고서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여보...""강 도련님 앞으로 저를 추하나 씨라고 불러 주세요.저는 방금 분명하게 말했다고 생각해요."강서진의 눈동자는 어두워졌고 아래턱은 긴장되어 서둘러 만회하려고 애썼다."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줄 수 있어.당신이 내가 장인의 회사를 파산시킨 것 때문에 화가 나면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 "그만해요."추하나는 다소 짜증이 나서 표면상의 조화마저 꾸며대기가 귀찮았다."강 도련님, 당신이 다시 나를 구애하며 쓴 그 돈은 내가 당신의 옛 여자친구들을 사는데 썼어요.그녀들은 정말 비싸지 않더군요." 그는 누구를 비웃었는지 모르나 코웃음을 친후 공손하게 소은정을 쳐다보았다."은정 씨, 웃음거리가 되었네요.안녕히 계세요." 소은정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좋아요, 안녕." 이 추하나는 그녀가 상상한 것과는 달리 그녀의 취미에 아주 맞았다.강서진이 쫓아나가려 하자 강 씨네 사람들이 그를 막아섰다."됐어, 오늘이 일로 이미 깨깨 망신을 당했는데 넌 또 무슨 망신을 당하려고 그래?" 강서진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며 편집증적인 듯 기어이 쫓아가려 하였다.박수혁이 앞으로 걸어와 장래성이 없다고 냉담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더욱 화가 나게 한 것은 자신은 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전체 마당에서 가장 무고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고 잘못은 모두 강서진이 범한 것인데 자기도 욕을 먹어야 하다니.공교롭게도 소은정이 여기에 있어서 그는 일을 더 크게 만들 수 없었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박수혁은 그의 손목을 잡고 거절을 허용하지 않고 끌어갔다.소은정은 뒤를 돌아보면서 자기의
소 씨네 집에 도착하였다.뜻밖의 상황에 소찬식도 방금 낚시하러 갔다가 돌아왔다.두 대의 차는 이렇게 서로 만났다.박수혁은 전번에 만난 때로부터 벌써 자기의 신분이 한 걸음 더 나갔으나 마음은 아직도 좀 긴장되었다.그러나 소은정은 아주 조용했다. 그녀는 차에서 마이크를 데리고 내렸다. 집사 아저씨가 즉시 마이크를 데리고 들어갔다.소은정은 박수혁에게 당장 내릴 것을 요구하려 하였으나 뜻밖에도 그는 차에서 내려있었다.한쪽에서 양복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우아하고 고상한 품격이 순식간에 그의 몸에 달라붙었다.소은정은 은근히 욕을 했다. 그는 이미 말끔한 옷차림을 하고서 소찬식의 차에 다가갔다.그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며 소은정이 화를 내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부모를 만나려 했다.소찬식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창을 내려 눈을 가늘게 떴다."박 사장이?" 박수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는데 마치 친절한 웃어른을 만난 것 같이 아주 예의가 발랐다."소 회장님, 안녕하십니까."소찬식은 웃으며 눈동자가 딸의 몸에 옮겨졌고 딸은 약간 귀찮아하는 기색이 나타났다."넷째가 셋째와 함께 집을 나갔는데 박 사장이 데리고 왔으니 고맙네." "뭘요.""박 사장 차라리 들어가서 차 한 잔 마시는 게 어때?" 그가 손님을 배웅하려는 뜻은 그다지 분명하지 않았다."좋습니다. 소 회장님 감사합니다." "…" "…" 몇 사람이 문을 들어서자마자 소호랑은 사람이 달라진 것을 예민하게 분석하였고 흥분하여 달려갔다."빠빠, 사랑해요…" 작은 발 네 개로 박수혁의 신을 붙들고 올라가려 하였지만 능력이 없어 불쌍하게 박수혁을 바라보고 있었다.소은정은 그를 바라보며 인공지능은 마음이 없어서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박수혁은 입술 꼬리를 고치고 소호랑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려 다른 손에다 올려놓았다."빠빠도 널 사랑해"라고 부드럽게 대답했습니다.앞에서 씩씩하게 걸어가던 소찬식이 갑자기 발밑을 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소은정은 말문이 막혔다
박수혁의 눈빛은 잠시 냉랭해졌다가 일어서서 작별을 고했다. 소찬식은 이 두 사람 사이의 대결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박수혁이 소은정에 대하여 단념하지 않고 오히려 고집을 좀 부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게 좋았다.처음에 그가 어떻게 소은정을 죽도록 힘들게했는지 그는 지금 그 기분을 느낄수있었다. 그는 인사말을 몇 마디 주고받고는 집사가 손님을 배웅하게 하였다. 박수혁이 떠나려 하자 소파 위에 틀어박혀있던 소호랑은 몹시 아쉬워하며 그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아빠, 나는 널 그리워하고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소은정은 잠시 말을 멈추고 그 양심도 없는 소호랑을 바라보았다. 질투가 그녀의 얼굴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그렇게 그리우면 그냥 따라가." 소호랑은 살짝 멍해졌다. 인공지능은 소은정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제일 좋아하잖아? 소호랑은 꼬리를 흔들며 아까워하지 않고 소은정의 신발을 벗겨주었다. "마마, 난 엄마를 더 사랑해 ……" "…" 그만둬, 겉과 속이 다른 호랑이는 뭔데? 집사가 그를 배웅하자 소은정은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며 위층으로 올라가 쉬려고 했다. 소찬식은 그녀를 불러 세우고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너 지금 박수혁과 무슨 관계야?" 누구나 뭔가 이상하다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연애하는 것 같지도 않고 갈라진 부부 같지도 않다. 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고 미간에 약간 산만함이 있다. "그래요. 그냥 노는 관계예요." 하지만 그녀가 그를 가지고 놀았다. 소찬식은 소은정이 관건적인 시기에는 매우 이성적이었으며 특히 이혼 후 박수혁에 대한 그의 일련의 태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 관계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그가 말하는 장난은 아마 정말 장난일 것이다. 소찬식은 약간 피곤한 듯 웃어 보였다. "놀 땐 놀아. 우리 집이 놀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제가 지른 불에 타죽지 않게 조심해."그는 친절하게 조언했다.소은정은 눈
추하나는 고개를 돌려 소은정을 보았다. 어제저녁의 옷차림과 달리 좀 더 위엄 있고 과단성 있는 기세가 보였지만 몸속의 그 차가운 아름다움은 여전히 잊을 수 없었다. "소 사장님,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소은정은 눈을 내리깔고 생각했다. 추하나와 아무런 교점도 없었지만 그가 겪은 일들이 자기와 너무나도 비슷하여 마음이 쓰였다. "어서 오세요." 우연준는 먼저 사무실의 대문을 열고 소은정과 추하나가 차례로 걸어 들어갔다. "뭘 마실래요?" "커피. 고마워요." 소은정은 막 자리에 앉아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를 한번 훑어보니 주식 개장 국세는 추세 도상에서 이미 각별히 명확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 씨의 주식이 계속 폭락하여 불과 몇 분 만에 몇 억이 이렇게 증발한 것이다. 추하나의 오늘 차림새는 아주 세련되었고 직장에서의 직업여성의 차림새는 오히려 그의 변호사라는 신분에 부합되었다. "추 아가씨, 오늘 나를 찾아온 건 무슨 일이 있는가요?"추하나는 미소를 짓고는 몇 초 동안 머뭇거렸다. "소 사장님께 꼭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어서 말해요.""소 사장님도 어젯밤에 제가 소란을 피운 일을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아시지요. 제가 변호사 사무소를 설립했지만 강 씨의 체면 때문에 찾아오는 고객이 없습니다. 한 달이면 문을 닫아야 해요."추하나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나는 소 사장님도 불행했던 결혼을 겪은 적이 있다는 걸 압니다. 말하자면 우리도 동병상련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소 사장님처럼 힘도 없어 우리 집은 강 씨에게 파산 당하고 반격할 힘도 전혀 없어요. 지난밤의 그 소동은 나의 마지막 반격이었어요." 소은정은 가슴이 떨렸지만 미소를 지었다. "강 씨는 오늘 개장 시장에서 몇 억 원이 증발했는데 이제 곧 10억 원이 될 테니 추 아가씨는 자기 재주를 얕보지 마세요.""제가 이번에 온 것은 염치없지만 소 사장님께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만약 소 사장님이 내 사무소에 투자
추하나도 눈이 빛난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당황했다."하지만 투자가 너무 크지 않을까요?" 소은정은 손을 흔들었다. "걱정 말아요. 전문가에게 맡겨 할 테니 당신이 책임지고 참가하면 돼요." 추하나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정이 제의한 일에 대해 모두 단번에 동의했다. 소은정은 즉시 도준호에게 사람을 찾아 방안을 정하도록 하였다. 추하나는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은정이 차지하고 있는 권익 비율을 50%로 정확히 나누었다. 소은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즉시 10%로 권익비율을 고치고 추하나에게 보냈다. 그녀의 정신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무실의 이득을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일이 끝난 후 변호사 사무소는 추하나가 스스로 관리하도록 했다. 도준호는 이 예능 프로그램의 신선도에 대해 전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모두들 연극으로 인해 감정이 생긴 것을 많이 보았으니 이혼 후 스스로 분발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반드시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이다. 필경 소은정은 당시 이혼할 때 매우 기세등등했기 때문에 모두들 그녀의 사업에 대한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소은정은 배우가 아니기에 사람들에게 연기를 보여줄 수 없었다. 이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면 반드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열기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도준호은 즉시 비밀 토론을 소집하여 방안을 결정하였다. 참가할 주인공은 추하나 뿐만 아니라 연예계에서 비교적 유명한 몇몇 이혼한 여자 스타들도 있는데 이들은 전기 시청률의 보증수표이다. 사람들이 그의 신분에 대해 더욱 흥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도준호은 단호하게 소은정에게도 참가할 것을 요청했다. 소은정은 이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지만 먼저 제1기에 참가하여 열기를 더하는데 동의했다. 이 예능 프로그램이 투자처를 찾을 때, 소은정은 SC 그룹의 투자에 동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중을 대상으로 했다. 태한 그룹. 이한석은 부랴부랴 이 투자 초청 방안을 박수혁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박수혁은 스스로 무덤을 판 느낌이 들었고, 뛰어들고 싶지 않아도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훼방을 놓았을 텐데!이한석은 말없이 그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충동은 금물이었다.박수혁은 짜증스러운 듯 담배를 꺼내서 물었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그는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됐어, 버린 셈 치지, 뭐.”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이한석은 그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글 엔터의 대표님께서 꽤 좋게 보고 있어서 시청률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투자를 날리는 일은 결코 없을 거예요. 어쩌면 대박 터트릴 지도 모르잖아요?”박수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돈을 준다면 받을 거야?”대박이라니? 오히려 망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였다.이한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서 감히 찍소리도 못했다.이럴 때는 오한진이 그나마 쓸모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없었다.그러나 이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남자 게스트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접하자 박수혁은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그는 이 여자들의 생각을 똑바로 잡아주기로 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뉘우쳐야 하는 게 정상이지 않냐는 말이다.탕아가 회개하는 건 황금보다 귀하다고 했다. 잘못을 알고 바로잡으면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그는 이내 이한석을 제작팀한테 보냈고, 나중에 깜짝 게스트로 출연해서 소은정에게 서프라이즈 해주겠다고 했다.이 소식을 들은 소은정도 남자 게스트를 한 명 추천했고, 제작팀과 소통하기 위해 도준호를 보냈다.두 게스트를 지켜보던 도준호는 갑자기 근심이 깊어졌다. 얼굴을 쓸어내리던 그는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소은해를 바라보았다.“대표님, 이건 대표님 회사잖아요. 남자 게스트는 대체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소은해는 혀를 차더니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화제성이 높은 사람을 뽑으면 되죠.”도준호는 할 말을 잃었다.보름 후, 다들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소은정은 소은호에게 회사 일을 모두 넘기
스튜디오 남북 방향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는데, 제작팀에서 일부러 배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마친 도준호가 손뼉을 치는 순간 문이 동시에 열렸다.사람들은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남쪽에서 나타난 남자 게스트가 다름 아닌 채태현이라니! 뽀얗고 깨끗한 피부를 자랑하는 채태현은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점잖게 서 있었다.물론 이보다 더 충격적인 건 북쪽에서 나타난 남자 게스트가 박수혁이라는 사실이었다.이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박수혁이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하다니?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박수혁이 이런 볼품 없는 작은 프로그램에 나타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그들이 출연하는 건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세 명의 여자 연예인은 충격과 긴장,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두 남자의 시선을 끌 수 있을 만큼 메이크업이 잘 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고, 애초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의도는 새까맣게 잊은 듯싶었다.반면, 박수혁은 제자리에 서서 곧 보게 될 소은정을 떠올리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다가 그녀를 본 순간, 특히 맞은편에 나타난 남자를 보자마자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젠장! 저 짝퉁은 왜 왔지? 심지어 나랑 똑같은 스페셜 게스트잖아?’이때, 안에 서 있던 채태현도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는 박수혁의 시선을 살짝 피하더니 재빨리 소은정의 곁으로 다가갔다.사실 채태현도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었다. 소은정이 직접 그를 언급하면서 꼭 참가하라고 했다는 도준호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데뷔 후 작품도 많이 출현했지만 모두 보잘것없는 조연에 불과했고, 연예 뉴스조차도 박수혁의 대역이라고 보도되었다. 반면, 이 예능 프로그램의 유일한 남자 게스트로서 그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참가했다.다만, 본좌가 올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는 박수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한기와 살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반면, 박수혁은 안으로 들어서지 않았다.
소은정은 어이없는지 눈을 흘기더니, 이내 도준호가 이익에 눈이 멀어 중간에서 손을 썼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채태현은 그녀가 추천했으니까 박수혁은 아마도 자기 사람을 통해 참가했을 것이다.그녀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소란을 피울 수도 없는 노릇인 지라, 게다가 추하나를 응원하기 위한 자리이므로 나중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결국 환영의 의미로 그녀는 말없이 손을 뻗어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곧이어 눈치 빠른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지더니 하나둘씩 열광했다.이는 오로지 박수혁만을 위한 박수였다.박수혁은 가장 먼저 손뼉을 치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고, 쌀쌀맞던 얼굴도 조금은 펴졌다.결국 그는 타협한 듯 어쩔 수 없이 메인 무대로 들어섰다.도준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첫 고비를 넘겼다니!박수혁이 소은정 옆으로 다가가자, 옆에 있던 사람은 알아서 자리를 양보했다.어쩌다 보니 박수혁은 모두의 중심에 서 있었는데, 기괴하면서도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소은정은 제 자리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그녀의 뒤에 서 있던 채태현이 눈치채고 재빨리 구석으로 갔다.그는 감히 박수혁을 건드릴 엄두조차 못 냈다. 그날 흠뻑 얻어터진 이후로 족히 평생을 경계하고도 남았다.룰 소개가 대충 끝나자, 사람들은 다 같이 야외로 나가 친분을 쌓기 위해 간단한 게임을 몇 개 진행했다.소은정은 뒤에서 느릿느릿 따라갔고, 추하나가 그녀의 옆에서 걸어갔다.나머지 세 명의 여자 연예인은 박수혁의 관심을 끌지 못해 곁에 찰싹 붙어있다시피 했다.양예영이 말했다.“박수혁 대표님, 처음 뵙네요. 잡지나 TV 보다 실물이 더 잘생기셨네요.”길하늬가 말을 보탰다.“맞아요, 박수혁 대표님께서 왜 갑자기 방송에 나오신 거죠? 너무 의외네요. 감독님이 말씀을 안 해주셔서... 너무 큰 서프라이즈인데요?”유한슬이 맞장구쳤다.“그러니까요. 박수혁 대표님이 출연하는 이상 최고 시청률을 갱신할지도 몰라요.”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