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의 눈빛은 잠시 냉랭해졌다가 일어서서 작별을 고했다. 소찬식은 이 두 사람 사이의 대결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박수혁이 소은정에 대하여 단념하지 않고 오히려 고집을 좀 부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게 좋았다.처음에 그가 어떻게 소은정을 죽도록 힘들게했는지 그는 지금 그 기분을 느낄수있었다. 그는 인사말을 몇 마디 주고받고는 집사가 손님을 배웅하게 하였다. 박수혁이 떠나려 하자 소파 위에 틀어박혀있던 소호랑은 몹시 아쉬워하며 그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아빠, 나는 널 그리워하고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소은정은 잠시 말을 멈추고 그 양심도 없는 소호랑을 바라보았다. 질투가 그녀의 얼굴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그렇게 그리우면 그냥 따라가." 소호랑은 살짝 멍해졌다. 인공지능은 소은정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제일 좋아하잖아? 소호랑은 꼬리를 흔들며 아까워하지 않고 소은정의 신발을 벗겨주었다. "마마, 난 엄마를 더 사랑해 ……" "…" 그만둬, 겉과 속이 다른 호랑이는 뭔데? 집사가 그를 배웅하자 소은정은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며 위층으로 올라가 쉬려고 했다. 소찬식은 그녀를 불러 세우고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너 지금 박수혁과 무슨 관계야?" 누구나 뭔가 이상하다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연애하는 것 같지도 않고 갈라진 부부 같지도 않다. 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고 미간에 약간 산만함이 있다. "그래요. 그냥 노는 관계예요." 하지만 그녀가 그를 가지고 놀았다. 소찬식은 소은정이 관건적인 시기에는 매우 이성적이었으며 특히 이혼 후 박수혁에 대한 그의 일련의 태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 관계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그가 말하는 장난은 아마 정말 장난일 것이다. 소찬식은 약간 피곤한 듯 웃어 보였다. "놀 땐 놀아. 우리 집이 놀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제가 지른 불에 타죽지 않게 조심해."그는 친절하게 조언했다.소은정은 눈
추하나는 고개를 돌려 소은정을 보았다. 어제저녁의 옷차림과 달리 좀 더 위엄 있고 과단성 있는 기세가 보였지만 몸속의 그 차가운 아름다움은 여전히 잊을 수 없었다. "소 사장님,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소은정은 눈을 내리깔고 생각했다. 추하나와 아무런 교점도 없었지만 그가 겪은 일들이 자기와 너무나도 비슷하여 마음이 쓰였다. "어서 오세요." 우연준는 먼저 사무실의 대문을 열고 소은정과 추하나가 차례로 걸어 들어갔다. "뭘 마실래요?" "커피. 고마워요." 소은정은 막 자리에 앉아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를 한번 훑어보니 주식 개장 국세는 추세 도상에서 이미 각별히 명확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 씨의 주식이 계속 폭락하여 불과 몇 분 만에 몇 억이 이렇게 증발한 것이다. 추하나의 오늘 차림새는 아주 세련되었고 직장에서의 직업여성의 차림새는 오히려 그의 변호사라는 신분에 부합되었다. "추 아가씨, 오늘 나를 찾아온 건 무슨 일이 있는가요?"추하나는 미소를 짓고는 몇 초 동안 머뭇거렸다. "소 사장님께 꼭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어서 말해요.""소 사장님도 어젯밤에 제가 소란을 피운 일을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아시지요. 제가 변호사 사무소를 설립했지만 강 씨의 체면 때문에 찾아오는 고객이 없습니다. 한 달이면 문을 닫아야 해요."추하나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나는 소 사장님도 불행했던 결혼을 겪은 적이 있다는 걸 압니다. 말하자면 우리도 동병상련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소 사장님처럼 힘도 없어 우리 집은 강 씨에게 파산 당하고 반격할 힘도 전혀 없어요. 지난밤의 그 소동은 나의 마지막 반격이었어요." 소은정은 가슴이 떨렸지만 미소를 지었다. "강 씨는 오늘 개장 시장에서 몇 억 원이 증발했는데 이제 곧 10억 원이 될 테니 추 아가씨는 자기 재주를 얕보지 마세요.""제가 이번에 온 것은 염치없지만 소 사장님께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만약 소 사장님이 내 사무소에 투자
추하나도 눈이 빛난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당황했다."하지만 투자가 너무 크지 않을까요?" 소은정은 손을 흔들었다. "걱정 말아요. 전문가에게 맡겨 할 테니 당신이 책임지고 참가하면 돼요." 추하나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정이 제의한 일에 대해 모두 단번에 동의했다. 소은정은 즉시 도준호에게 사람을 찾아 방안을 정하도록 하였다. 추하나는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은정이 차지하고 있는 권익 비율을 50%로 정확히 나누었다. 소은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즉시 10%로 권익비율을 고치고 추하나에게 보냈다. 그녀의 정신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무실의 이득을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일이 끝난 후 변호사 사무소는 추하나가 스스로 관리하도록 했다. 도준호는 이 예능 프로그램의 신선도에 대해 전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모두들 연극으로 인해 감정이 생긴 것을 많이 보았으니 이혼 후 스스로 분발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반드시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이다. 필경 소은정은 당시 이혼할 때 매우 기세등등했기 때문에 모두들 그녀의 사업에 대한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소은정은 배우가 아니기에 사람들에게 연기를 보여줄 수 없었다. 이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면 반드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열기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도준호은 즉시 비밀 토론을 소집하여 방안을 결정하였다. 참가할 주인공은 추하나 뿐만 아니라 연예계에서 비교적 유명한 몇몇 이혼한 여자 스타들도 있는데 이들은 전기 시청률의 보증수표이다. 사람들이 그의 신분에 대해 더욱 흥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도준호은 단호하게 소은정에게도 참가할 것을 요청했다. 소은정은 이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지만 먼저 제1기에 참가하여 열기를 더하는데 동의했다. 이 예능 프로그램이 투자처를 찾을 때, 소은정은 SC 그룹의 투자에 동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중을 대상으로 했다. 태한 그룹. 이한석은 부랴부랴 이 투자 초청 방안을 박수혁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박수혁은 스스로 무덤을 판 느낌이 들었고, 뛰어들고 싶지 않아도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훼방을 놓았을 텐데!이한석은 말없이 그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충동은 금물이었다.박수혁은 짜증스러운 듯 담배를 꺼내서 물었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그는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됐어, 버린 셈 치지, 뭐.”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이한석은 그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글 엔터의 대표님께서 꽤 좋게 보고 있어서 시청률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투자를 날리는 일은 결코 없을 거예요. 어쩌면 대박 터트릴 지도 모르잖아요?”박수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돈을 준다면 받을 거야?”대박이라니? 오히려 망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였다.이한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서 감히 찍소리도 못했다.이럴 때는 오한진이 그나마 쓸모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없었다.그러나 이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남자 게스트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접하자 박수혁은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그는 이 여자들의 생각을 똑바로 잡아주기로 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뉘우쳐야 하는 게 정상이지 않냐는 말이다.탕아가 회개하는 건 황금보다 귀하다고 했다. 잘못을 알고 바로잡으면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그는 이내 이한석을 제작팀한테 보냈고, 나중에 깜짝 게스트로 출연해서 소은정에게 서프라이즈 해주겠다고 했다.이 소식을 들은 소은정도 남자 게스트를 한 명 추천했고, 제작팀과 소통하기 위해 도준호를 보냈다.두 게스트를 지켜보던 도준호는 갑자기 근심이 깊어졌다. 얼굴을 쓸어내리던 그는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소은해를 바라보았다.“대표님, 이건 대표님 회사잖아요. 남자 게스트는 대체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소은해는 혀를 차더니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화제성이 높은 사람을 뽑으면 되죠.”도준호는 할 말을 잃었다.보름 후, 다들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소은정은 소은호에게 회사 일을 모두 넘기
스튜디오 남북 방향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는데, 제작팀에서 일부러 배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마친 도준호가 손뼉을 치는 순간 문이 동시에 열렸다.사람들은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남쪽에서 나타난 남자 게스트가 다름 아닌 채태현이라니! 뽀얗고 깨끗한 피부를 자랑하는 채태현은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점잖게 서 있었다.물론 이보다 더 충격적인 건 북쪽에서 나타난 남자 게스트가 박수혁이라는 사실이었다.이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박수혁이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하다니?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박수혁이 이런 볼품 없는 작은 프로그램에 나타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그들이 출연하는 건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세 명의 여자 연예인은 충격과 긴장,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두 남자의 시선을 끌 수 있을 만큼 메이크업이 잘 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고, 애초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의도는 새까맣게 잊은 듯싶었다.반면, 박수혁은 제자리에 서서 곧 보게 될 소은정을 떠올리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다가 그녀를 본 순간, 특히 맞은편에 나타난 남자를 보자마자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젠장! 저 짝퉁은 왜 왔지? 심지어 나랑 똑같은 스페셜 게스트잖아?’이때, 안에 서 있던 채태현도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는 박수혁의 시선을 살짝 피하더니 재빨리 소은정의 곁으로 다가갔다.사실 채태현도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었다. 소은정이 직접 그를 언급하면서 꼭 참가하라고 했다는 도준호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데뷔 후 작품도 많이 출현했지만 모두 보잘것없는 조연에 불과했고, 연예 뉴스조차도 박수혁의 대역이라고 보도되었다. 반면, 이 예능 프로그램의 유일한 남자 게스트로서 그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참가했다.다만, 본좌가 올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는 박수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한기와 살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반면, 박수혁은 안으로 들어서지 않았다.
소은정은 어이없는지 눈을 흘기더니, 이내 도준호가 이익에 눈이 멀어 중간에서 손을 썼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채태현은 그녀가 추천했으니까 박수혁은 아마도 자기 사람을 통해 참가했을 것이다.그녀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소란을 피울 수도 없는 노릇인 지라, 게다가 추하나를 응원하기 위한 자리이므로 나중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결국 환영의 의미로 그녀는 말없이 손을 뻗어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곧이어 눈치 빠른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지더니 하나둘씩 열광했다.이는 오로지 박수혁만을 위한 박수였다.박수혁은 가장 먼저 손뼉을 치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고, 쌀쌀맞던 얼굴도 조금은 펴졌다.결국 그는 타협한 듯 어쩔 수 없이 메인 무대로 들어섰다.도준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첫 고비를 넘겼다니!박수혁이 소은정 옆으로 다가가자, 옆에 있던 사람은 알아서 자리를 양보했다.어쩌다 보니 박수혁은 모두의 중심에 서 있었는데, 기괴하면서도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소은정은 제 자리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그녀의 뒤에 서 있던 채태현이 눈치채고 재빨리 구석으로 갔다.그는 감히 박수혁을 건드릴 엄두조차 못 냈다. 그날 흠뻑 얻어터진 이후로 족히 평생을 경계하고도 남았다.룰 소개가 대충 끝나자, 사람들은 다 같이 야외로 나가 친분을 쌓기 위해 간단한 게임을 몇 개 진행했다.소은정은 뒤에서 느릿느릿 따라갔고, 추하나가 그녀의 옆에서 걸어갔다.나머지 세 명의 여자 연예인은 박수혁의 관심을 끌지 못해 곁에 찰싹 붙어있다시피 했다.양예영이 말했다.“박수혁 대표님, 처음 뵙네요. 잡지나 TV 보다 실물이 더 잘생기셨네요.”길하늬가 말을 보탰다.“맞아요, 박수혁 대표님께서 왜 갑자기 방송에 나오신 거죠? 너무 의외네요. 감독님이 말씀을 안 해주셔서... 너무 큰 서프라이즈인데요?”유한슬이 맞장구쳤다.“그러니까요. 박수혁 대표님이 출연하는 이상 최고 시청률을 갱신할지도 몰라요.”
명단을 발표하는 순간, 꽤 만족스러운 박수혁은 채태현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짝퉁 놈이 징하게도 따라다니네, 얻어터지지 못해 안달이군.’다만 아쉽게도 안하무인이던 대표님의 소심한 면모를 다른 사람에게 들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소은정이 채태현을 추천한 이유는 단지 애초에 허튼수작을 부리지 말아야 하지만 부린 걸 제외하고 나중에 선을 넘는 일을 저지르지 않았기에 선뜻 기회를 주려고 했을 뿐이었다.다만, 박수혁이 각광 받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물론 박수혁이 이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활약을 펼치든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게 뻔했다.그들은 자그마한 나무배 두 대를 받았는데, 양예영과 길하늬, 추하나로 이루어진 팀은 배에 타자마자 흥미진진하게 전략을 연구했다.박수혁은 배에 올라타고 나서 고개를 돌려 소은정을 향해 손을 뻗었고, 소은정은 흘끗 보더니 대답도 안 하고 스스로 배에 탔다.덩그러니 혼자 남은 채태현은 후들후들 떨면서 박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이내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껑충 뛰어올라 배에 타고는 소은정과 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입술을 깨문 박수혁은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젠장, 짝퉁 주제에 보기만 해도 짜증 나네.’그는 두 사람 사이에 앉았고, 소은정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지만 별다른 말이 없었다.물가에 있는 도준호가 말했다.“자, 다들 준비, 시작!”다른 배에 탄 사람들은 신나게 노를 젓기 시작했지만, 그들이 탄 배에서는 박수혁은 물론, 소은정도 꿈쩍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모두 대표님이신지라 힘을 쓰는 사람은 결국 채태현밖에 없었다.채태현은 나 홀로 노를 잡고 두어 번 휘젓더니 배가 전혀 움직이질 않다는 걸 발견했다.물가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도준호는 채태현을 보자 안쓰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때, 감독이 말했다.“팀 편성을 이렇게 하면 재밌기는 하지만 너무 어색하지 않아요?”도준호가 대답했다.“감독님이 몰라서 그래요.”감독은 대답하는 대신 그가 설명하기를 기다렸지만 도
불쌍한 척해서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그 말을 들은 채태현은 한순간 몸이 굳어진 채 발버둥을 멈췄다.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물은 이미 그의 허리까지 찼다. 어색한 공기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한순간 호수를 차고 넘쳤던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와 다급한 비명이 뚝 그쳤다. 소은정은 입술을 깨물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배에 조용히 앉아 복잡한 눈빛으로 물속에 있는 채태현을 바라보았다.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몇 번 힐끔거리던 그녀는 그제야 가볍게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물이 참 옅긴 하네요.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지 않을래요?”채태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저 두려웠을 뿐인데, 겨우 이 정도로 얕을 거로 생각지 못했을 뿐인데, 참 쪽팔리긴 했다. 더욱이 소은정 앞이었으니 더 창피했다.“아... 아니, 됐어요.”박수혁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필요 없으면 그냥 물에서 우릴 좀 밀어줘요, 그런 난리를 떨었으니 우리 팀은 진 거나 다름없어요.”남자가 두 명이나 있는 팀이 남자 한 명도 없는 팀에게 지다니. 쪽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소은정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잠깐, 조금 전 채태현 씨의 상앗대가 수혁 씨의 상앗대에 걸리지 않았어요?”박수혁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눈빛이 흔들렸다. 소은정은 다시 한번 따져 물었다.“설마 정말 배 저을 줄 모르는 거 아니에요?”그러니 서툰 솜씨로 채태현의 상앗대를 걸었고 그래서 채태현이 물에 빠진 것이다. 그 순간 박수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위험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물속에서 순순히 배를 밀고 있는 채태현을 힐끗 보고는 마른기침을 했다.“할 줄 알아요, 요트도 운전할 줄 아는데요, 뭘.”소은정은 그를 흘겨보며 배를 저을 줄도 모르면서 억지 부린다고 생각했다.한편 채태현은 안간힘을 다해 배를 밀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님까지 배에 탔으니 150kg이 되는 무게였다. 그는 불쌍하게 열심히 밀고 있었다.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