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척해서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그 말을 들은 채태현은 한순간 몸이 굳어진 채 발버둥을 멈췄다.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물은 이미 그의 허리까지 찼다. 어색한 공기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한순간 호수를 차고 넘쳤던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와 다급한 비명이 뚝 그쳤다. 소은정은 입술을 깨물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배에 조용히 앉아 복잡한 눈빛으로 물속에 있는 채태현을 바라보았다.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몇 번 힐끔거리던 그녀는 그제야 가볍게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물이 참 옅긴 하네요.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지 않을래요?”채태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저 두려웠을 뿐인데, 겨우 이 정도로 얕을 거로 생각지 못했을 뿐인데, 참 쪽팔리긴 했다. 더욱이 소은정 앞이었으니 더 창피했다.“아... 아니, 됐어요.”박수혁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필요 없으면 그냥 물에서 우릴 좀 밀어줘요, 그런 난리를 떨었으니 우리 팀은 진 거나 다름없어요.”남자가 두 명이나 있는 팀이 남자 한 명도 없는 팀에게 지다니. 쪽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소은정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잠깐, 조금 전 채태현 씨의 상앗대가 수혁 씨의 상앗대에 걸리지 않았어요?”박수혁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눈빛이 흔들렸다. 소은정은 다시 한번 따져 물었다.“설마 정말 배 저을 줄 모르는 거 아니에요?”그러니 서툰 솜씨로 채태현의 상앗대를 걸었고 그래서 채태현이 물에 빠진 것이다. 그 순간 박수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위험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물속에서 순순히 배를 밀고 있는 채태현을 힐끗 보고는 마른기침을 했다.“할 줄 알아요, 요트도 운전할 줄 아는데요, 뭘.”소은정은 그를 흘겨보며 배를 저을 줄도 모르면서 억지 부린다고 생각했다.한편 채태현은 안간힘을 다해 배를 밀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님까지 배에 탔으니 150kg이 되는 무게였다. 그는 불쌍하게 열심히 밀고 있었다. 열
하지만 채태현은 한순간 생각을 정리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네요, 박 대표님께선 참 자상하시네요. 저도 걸어서 가려고 했어요. 자신에 대한 조그마한 도전이라고 치죠.”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물길을 헤치며 걸어갔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쓸쓸하면서 확고해 보였다. 소은정은 뭐라 말하려 했으나 배가 적기도 했고 맞은 편에 연락해 다시 배를 가져오라고 하기엔 시간도 걸리기에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몸을 돌려 저벅저벅 걸어갔다. 박수혁은 재빨리 따라가 그녀의 손을 잡고 채태현의 손을 잡았던 손가락을 힘껏 문질렀다. 그녀의 손가락이 빨갛게 되도록 문질러 하얗고 여린 손이 더 눈에 띄었다. 소은정은 차갑게 손을 빼더니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왜 그래요?”박수혁의 눈시울이 언제부터인지 빨갛게 변했고 그는 낮은 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다.“당신 앞으로 그 자식이랑 말 섞지 말아요.”소은정은 어이없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당신이랑 상관없는 일이예요.”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고 곧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랬다. 자신과 상관이 없는 일이다.“당신이 채태현을 촬영에 초대했죠?”그녀가 아니라면 이런 이익적인 연관이 없을 것이다. 소은정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화가 나거나 어색하면 알아서 나가면 되는 일이 아닌가! 박수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한 걸음 다가가 부드럽게 그녀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다. 그러고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나 하나로 안돼요? 가짜까지 필요한 거예요?”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그를 마주 보았다. 예리한 눈빛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해 보였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손을 내밀어 그의 옷깃을 정리해주며 청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남자는요, 한 명 더 많다고 해서 문제 될 게 없어요. 영원한 남자친구가 없을지는 몰라도 나에겐 남자친구가 아주 많아요.”박수혁은 숨이 막혀 오는 것 같았다. 그는 차갑고
두 사람은 한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우리는 그런 뜻이 아니라 생활방식이 다르면 그렇다는 말이지 소은정 씨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에요.”소은정이 담담하게 웃으며 차가운 표정은커녕 오히려 부드럽게 대답했다.“알아요, 다들 악의가 없이 그저 그렇다고 말만 하는 거잖아요. 추하나 씨, 괜히 무섭게 그러지 말아요.”소은정이 정말 화가 난것 같지 않자 그제야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예영은 박수혁을 힐끗 보고 나서 마른기침을 했다.“소은정 씨는 좋은 사람이니 앞으로 꼭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박 대표님도요...”박수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힐끗 보았다. 이혼한 여자들이 무슨 자격으로 소은정을 평가하는 거지? 그때 길하늬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냈다.“참,우리 카카오톡 친구 해요. 편할 때 연락하면서 지내는 게 어때요? 우린 앞으로 같은 팀이 되는 거예요.”양예영이 기뻐하며 휴대폰을 꺼내 친구 추가했고 추하나와 소은정도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양예영은 휴대폰을 들고 박수혁의 앞에 다가가 웃는 얼굴로 물었다.“박 대표님도 친구추가 하시죠?”얼마나 격동된 순간인가! 연예계의 여자들이 신이라 부르고 있는 그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으니 말이다. 카카오톡 친구추가만 하면 성공의 첫걸음을 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박수혁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턱으로 소은정을 가리키며 말했다.“소은정 씨를 추가하면 돼요.”두 사람 사이가 헤어질 수 없는 사이인 척하는 그의 모습에 양예영이 물었다.“박 대표님, 소은정 씨와 이미 이혼했는데 아직도 소은정 씨가 질투할까 겁나세요? 소은정 씨, 괜찮죠?”소은정은 눈을 치켜뜨고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히 괜찮죠.”박수혁은 자신은 많은 걸 겪었던 사람이고,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는데 언젠가 소은정 때문에 화가 나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여자가 그의 연락처를 따가는
다른 세 여자는 모두 마른 편이었다. 길하늬는 눈썹을 찌푸리고 불만이 있는 듯했다.“룰을 마음대로 바꿔도 돼요?”“공평하게 가려고 그러는 거잖아요.”박수혁은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했는데 여자들이 조잘대니 더 짜증이 났다. 특히 소은정과 떨어져 앉으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양예영이라는 뚱뚱한 여자를 한기 서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입을 열어 제지하려 할 때 소은정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그럼 양예영 씨가 박 대표님과 한 팀 하세요. 제가 저쪽으로 갈게요.”양예영은 기뻤다. 소은정이 이렇게 쉽게 허락할 줄 몰랐다. 그러니 두 사람은 이제 화해할 희망이 없을 것이고 자신한테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소은정은 다른 배에 올라탔고 박수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양예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에게 부축해달라고 했고 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더니 몸을 돌려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카메라에 어떻게 비추든 그가 상관할 바 아니었다. 일반 남자 배우였더라면 악의적인 편집으로 꼬투리를 잡을 게 뻔했지만 박수혁이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악의적인 편집 따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양예영은 눈썹을 씰룩거리며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차가운 대표님이니 이런 성깔쯤은 받아줄 수 있었다.“박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할게요.”박수혁은 뱃머리에 서서 다른 배에 올라탄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쪽에서 기분이 아주 좋은 것 같았다. 그런 모습에 그는 마음이 답답했다. 양예영은 그의 시선을 끌려다가 넘어질 뻔했다.“상앗대가 왜 이렇지? 박 대표님, 이걸 좀 봐주실래요?”박수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노 저을 줄 모르면 내려가서 밀어요.”어쨌거나 그는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소은정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힘을 쓰는 일 따윈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양예영은 말문이 막혔고 혹시 농담하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그녀는 억울한 듯 눈을 깜박였다. 이미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그녀였지만 여전히 자
박수혁은 음침한 얼굴로 그가 옆에 없는 소은정의 행복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특히 강서진의 전처와 함께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더 괴로웠다.한편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다른 한편은 먹장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 소은정에게 문자를 보냈다.“자기 노랫소리가 참 듣기 좋아요. 세상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소은정은 문자 알람을 듣고 업무에 급한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다급히 꺼내 보았는데 내용이... 그녀는 휴대폰을 물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화가 나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개자식이라고 속으로 욕하고 아예 음성으로 회답했다.“병이 있으면 치료해요.”박수혁은 그녀가 이렇게 빨리 회답한 것을 보고 참 행운답다고 생각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카카오톡 소리가 들리는 순간 배에 있던 양예영과 카메라 감독이 멍해졌다. 조금 전 분명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박수혁은 아무렇지 않은 척 듣기 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말하고 있었다,“병이 있으면 치료해요.”이렇게 직설적으로 욕을 하다니. 박수혁은 눈썹을 씰룩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녹음 버튼을 누르고 그녀의 노랫소리를 녹음했다.양예영은 억울한 듯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벌리다가 도로 삼켰다. 말해봤자 굴욕만 자초할 뿐이었다. 이 남자가 조금 전 했던 경고로 족했으니 알아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소은정은 휴대폰을 꺼놓고 기분을 조절한 뒤 계속 노를 저었다. 곧 여자들이 탄 배가 두 사람과 멀어져갔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촬영은 좋은 장면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처음 양예영과 한편이었던 길하늬는 양예영이 너무 눈에 튀게 박수혁에게 꼬리치 는 것도 모자라 혼자 박시준을 독점하려는 걸 보고 양예영에게 안좋은 인상이 들었다.양예영과 박수혁을 곁눈질해 보니 한 명은 뱃머리에 있고 다른 한 명은 배 뒷부분에 있었으며 박수혁은 고귀한 손을 내밀어 도울 뜻도 없어 보였다. 그 모습에 다들 마음을
양예영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고 있다가 박수혁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자 소은정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낌새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웃으면서 다가가 손을 의자에 걸친 채 채태현에게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머, 이렇게 정교한 디저트를 누가 준비했어요?”옆에 있던 채태현이 황급히 일어나 신사답게 양예영에게 의자를 빼주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았다.양예영:눈치는 좀 있네.채태현:이 여자가 날 좋아하는군!하지만 곧 커다란 그림자가 소은정의 빈 옆자리에 나타났다. 그는 갑자기 발로 의자를 걷어찼는데 기세가 아주 사나웠다. 굉음이 울려 퍼졌고 방안은 한순간 조용해졌으며 남자의 압박감이 느껴졌다.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소은정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한순간 사람들은 소은정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다리가 후들거렸을 것이다.“미안, 발이 미끌었네.”그의 차가운 목소리엔 미안한 기색이 조금도 없었고 다른 해석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핑계를 위한 미안하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그가 그렇게 말하면 믿어야 했다. 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차갑게 그를 바라보다가 조곤조곤한 어투로 말했다.“이 의자들은 세트예요. 하나가 부러지면 다 바꿔야 하니 물어줘요.”박수혁은 앉으려다가 주춤한 채 믿기 어렵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이 의자에 관심을 보인다고? 다른 사람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이것이 바로 대표님과 대표님 사이의 대화란 말인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생각했다.박수혁은 음침한 표정으로 웃으며 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도준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침을 꿀꺽 삼키고 소은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알았어요. 물어줄게요, 당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골라봐요.”소은정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도준호를 힐끗 보았다. 도준호는 곧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 예의를 갖추지 말고 마음껏 고르라는 뜻이다.첫 방송이니만큼 화젯거리가 필요했던지라 도준호는 조심스럽게 소은정과 박수
그와 동시에 주변 환경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사람들의 얼굴에도 각기 다른 변화가 생겼고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소은정은 피하지 않았다. 마치 기자 회견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두운 얼굴로 집중하고 있었다.“저와 박 사장님이 결혼했을 당시 본의 아니게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었었어요. 결혼 생활의 가장 추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건 자신의 체면을 깎는 일이긴 하나 상의를 거쳐 다시 친구로, 파트너로 지내기로 했어요. 이는 절대 후회될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소은정이 질문에 답할 때 박수혁이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걸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두 주먹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힘줄이 다 보일 정도였다.그녀는 두세 마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그리고 늘 기고만장하던 남자가 한 순간에 무너진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슬픔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안색이 말이 아니게 어두웠다.매번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그의 마음은 마치 칼로 도려내듯 아팠고 심지어 숨 쉬기도 힘들었다.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어떠한가?이 실패한 결혼을 다시 돌이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은 그뿐이었다. 너무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다.혹시라도 그가 먼저 손을 놓으면 그녀가 더 멀리 갈까 봐, 혹은 그의 인생에서 영영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 모습을 본 양예영은 지금이야말로 박수혁을 도울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예쁘장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전에도 이 매혹적인 얼굴로 한무리의 남자 중에서 감독과 결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기 있는 남자의 마음을 잡지 못해 결국에는 언론에 공개되고 말았는데 자신의 체면 때문에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었다.그녀는 헛기침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은정 씨 저희와 신분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너무 젊어요. 연인은 다 친구나 파트너에서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비록 지금 이혼하여 원래의 신분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다시 만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그 생각에 길하늬는 요염한 눈빛으로 박수혁을 아래위로 훑으며 말했다.“전 결혼이 사람의 자유를 속박한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하면서 왜 그런 명분을 따지는 거죠? 서로 사랑한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평생 함께할 것이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혼해도 결국에는 이혼하게 돼요.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한 사람한테만 목을 맬 필요는 없죠. 이 세상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양예영은 숨을 들이쉬며 박수혁의 눈치를 몰래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눈빛이 날카로운 게 당장이라도 사람을 칠 기세였다!다행히 그녀는 그런 그를 말렸다.길하늬의 얘기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소은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더러 계속 얘기하라고 했다.길하늬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들 그녀의 말에 동의하자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전 예영 언니랑 생각이 달라요. 우린 지금 찍을 작품이 있고 자원이 있고 인맥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있잖아요. 우리처럼 돈이 많은 여자들이 결혼의 득실을 굳이 따져야 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원없이 사랑하고 만나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을 살면 되죠!”소은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늬 씨 말이 일리가 있어요.”추하나마저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양예영은 몰래 피식 웃었다.우쭐하기는. 수혁 씨 싸늘한 눈빛 못 봤어?길하늬는 “난 당신의 애인이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박수혁에게 할 기세였다.추하나는 머릿속을 정리하며 끝에 앉은 유한슬을 쳐다보았다.“유한슬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유한슬은 순간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는 쑥스러운지 대충 별거 아닌 얘기만 몇 마디 했다.곧이어 채태현이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 자리에 계신 아름다운 여성분들, 결혼하셨든 이혼하셨든 전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소은정은 입을 삐죽거렸다. 채태현의 행동을 보며 의아해했다.옆에 있던 양예영이 술잔을 들고 그와 건배했다.“고마워요, 채태현 씨. 채태현 씨처럼 다정하고 잘생긴 남자를 만난다면 저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