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 여자는 모두 마른 편이었다. 길하늬는 눈썹을 찌푸리고 불만이 있는 듯했다.“룰을 마음대로 바꿔도 돼요?”“공평하게 가려고 그러는 거잖아요.”박수혁은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했는데 여자들이 조잘대니 더 짜증이 났다. 특히 소은정과 떨어져 앉으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양예영이라는 뚱뚱한 여자를 한기 서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입을 열어 제지하려 할 때 소은정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그럼 양예영 씨가 박 대표님과 한 팀 하세요. 제가 저쪽으로 갈게요.”양예영은 기뻤다. 소은정이 이렇게 쉽게 허락할 줄 몰랐다. 그러니 두 사람은 이제 화해할 희망이 없을 것이고 자신한테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소은정은 다른 배에 올라탔고 박수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양예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에게 부축해달라고 했고 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더니 몸을 돌려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카메라에 어떻게 비추든 그가 상관할 바 아니었다. 일반 남자 배우였더라면 악의적인 편집으로 꼬투리를 잡을 게 뻔했지만 박수혁이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악의적인 편집 따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양예영은 눈썹을 씰룩거리며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차가운 대표님이니 이런 성깔쯤은 받아줄 수 있었다.“박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할게요.”박수혁은 뱃머리에 서서 다른 배에 올라탄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쪽에서 기분이 아주 좋은 것 같았다. 그런 모습에 그는 마음이 답답했다. 양예영은 그의 시선을 끌려다가 넘어질 뻔했다.“상앗대가 왜 이렇지? 박 대표님, 이걸 좀 봐주실래요?”박수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노 저을 줄 모르면 내려가서 밀어요.”어쨌거나 그는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소은정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힘을 쓰는 일 따윈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양예영은 말문이 막혔고 혹시 농담하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그녀는 억울한 듯 눈을 깜박였다. 이미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그녀였지만 여전히 자
박수혁은 음침한 얼굴로 그가 옆에 없는 소은정의 행복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특히 강서진의 전처와 함께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더 괴로웠다.한편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다른 한편은 먹장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 소은정에게 문자를 보냈다.“자기 노랫소리가 참 듣기 좋아요. 세상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소은정은 문자 알람을 듣고 업무에 급한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다급히 꺼내 보았는데 내용이... 그녀는 휴대폰을 물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화가 나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개자식이라고 속으로 욕하고 아예 음성으로 회답했다.“병이 있으면 치료해요.”박수혁은 그녀가 이렇게 빨리 회답한 것을 보고 참 행운답다고 생각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카카오톡 소리가 들리는 순간 배에 있던 양예영과 카메라 감독이 멍해졌다. 조금 전 분명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박수혁은 아무렇지 않은 척 듣기 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말하고 있었다,“병이 있으면 치료해요.”이렇게 직설적으로 욕을 하다니. 박수혁은 눈썹을 씰룩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녹음 버튼을 누르고 그녀의 노랫소리를 녹음했다.양예영은 억울한 듯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벌리다가 도로 삼켰다. 말해봤자 굴욕만 자초할 뿐이었다. 이 남자가 조금 전 했던 경고로 족했으니 알아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소은정은 휴대폰을 꺼놓고 기분을 조절한 뒤 계속 노를 저었다. 곧 여자들이 탄 배가 두 사람과 멀어져갔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촬영은 좋은 장면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처음 양예영과 한편이었던 길하늬는 양예영이 너무 눈에 튀게 박수혁에게 꼬리치 는 것도 모자라 혼자 박시준을 독점하려는 걸 보고 양예영에게 안좋은 인상이 들었다.양예영과 박수혁을 곁눈질해 보니 한 명은 뱃머리에 있고 다른 한 명은 배 뒷부분에 있었으며 박수혁은 고귀한 손을 내밀어 도울 뜻도 없어 보였다. 그 모습에 다들 마음을
양예영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고 있다가 박수혁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자 소은정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낌새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웃으면서 다가가 손을 의자에 걸친 채 채태현에게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머, 이렇게 정교한 디저트를 누가 준비했어요?”옆에 있던 채태현이 황급히 일어나 신사답게 양예영에게 의자를 빼주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았다.양예영:눈치는 좀 있네.채태현:이 여자가 날 좋아하는군!하지만 곧 커다란 그림자가 소은정의 빈 옆자리에 나타났다. 그는 갑자기 발로 의자를 걷어찼는데 기세가 아주 사나웠다. 굉음이 울려 퍼졌고 방안은 한순간 조용해졌으며 남자의 압박감이 느껴졌다.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소은정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한순간 사람들은 소은정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다리가 후들거렸을 것이다.“미안, 발이 미끌었네.”그의 차가운 목소리엔 미안한 기색이 조금도 없었고 다른 해석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핑계를 위한 미안하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그가 그렇게 말하면 믿어야 했다. 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차갑게 그를 바라보다가 조곤조곤한 어투로 말했다.“이 의자들은 세트예요. 하나가 부러지면 다 바꿔야 하니 물어줘요.”박수혁은 앉으려다가 주춤한 채 믿기 어렵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이 의자에 관심을 보인다고? 다른 사람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이것이 바로 대표님과 대표님 사이의 대화란 말인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생각했다.박수혁은 음침한 표정으로 웃으며 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도준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침을 꿀꺽 삼키고 소은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알았어요. 물어줄게요, 당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골라봐요.”소은정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도준호를 힐끗 보았다. 도준호는 곧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 예의를 갖추지 말고 마음껏 고르라는 뜻이다.첫 방송이니만큼 화젯거리가 필요했던지라 도준호는 조심스럽게 소은정과 박수
그와 동시에 주변 환경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사람들의 얼굴에도 각기 다른 변화가 생겼고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소은정은 피하지 않았다. 마치 기자 회견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두운 얼굴로 집중하고 있었다.“저와 박 사장님이 결혼했을 당시 본의 아니게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었었어요. 결혼 생활의 가장 추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건 자신의 체면을 깎는 일이긴 하나 상의를 거쳐 다시 친구로, 파트너로 지내기로 했어요. 이는 절대 후회될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소은정이 질문에 답할 때 박수혁이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걸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두 주먹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힘줄이 다 보일 정도였다.그녀는 두세 마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그리고 늘 기고만장하던 남자가 한 순간에 무너진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슬픔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안색이 말이 아니게 어두웠다.매번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그의 마음은 마치 칼로 도려내듯 아팠고 심지어 숨 쉬기도 힘들었다.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어떠한가?이 실패한 결혼을 다시 돌이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은 그뿐이었다. 너무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다.혹시라도 그가 먼저 손을 놓으면 그녀가 더 멀리 갈까 봐, 혹은 그의 인생에서 영영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 모습을 본 양예영은 지금이야말로 박수혁을 도울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예쁘장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전에도 이 매혹적인 얼굴로 한무리의 남자 중에서 감독과 결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기 있는 남자의 마음을 잡지 못해 결국에는 언론에 공개되고 말았는데 자신의 체면 때문에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었다.그녀는 헛기침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은정 씨 저희와 신분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너무 젊어요. 연인은 다 친구나 파트너에서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비록 지금 이혼하여 원래의 신분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다시 만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그 생각에 길하늬는 요염한 눈빛으로 박수혁을 아래위로 훑으며 말했다.“전 결혼이 사람의 자유를 속박한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하면서 왜 그런 명분을 따지는 거죠? 서로 사랑한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평생 함께할 것이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혼해도 결국에는 이혼하게 돼요.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한 사람한테만 목을 맬 필요는 없죠. 이 세상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양예영은 숨을 들이쉬며 박수혁의 눈치를 몰래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눈빛이 날카로운 게 당장이라도 사람을 칠 기세였다!다행히 그녀는 그런 그를 말렸다.길하늬의 얘기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소은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더러 계속 얘기하라고 했다.길하늬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들 그녀의 말에 동의하자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전 예영 언니랑 생각이 달라요. 우린 지금 찍을 작품이 있고 자원이 있고 인맥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있잖아요. 우리처럼 돈이 많은 여자들이 결혼의 득실을 굳이 따져야 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원없이 사랑하고 만나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을 살면 되죠!”소은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늬 씨 말이 일리가 있어요.”추하나마저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양예영은 몰래 피식 웃었다.우쭐하기는. 수혁 씨 싸늘한 눈빛 못 봤어?길하늬는 “난 당신의 애인이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박수혁에게 할 기세였다.추하나는 머릿속을 정리하며 끝에 앉은 유한슬을 쳐다보았다.“유한슬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유한슬은 순간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는 쑥스러운지 대충 별거 아닌 얘기만 몇 마디 했다.곧이어 채태현이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 자리에 계신 아름다운 여성분들, 결혼하셨든 이혼하셨든 전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소은정은 입을 삐죽거렸다. 채태현의 행동을 보며 의아해했다.옆에 있던 양예영이 술잔을 들고 그와 건배했다.“고마워요, 채태현 씨. 채태현 씨처럼 다정하고 잘생긴 남자를 만난다면 저
길하늬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고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양예영은 우쭐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박수혁이 쉽게 넘어올 사람이었으면 그녀가 먼저 잡았을 것이고 길하늬가 끼어들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다행히 그녀는 영리하게 계획을 바꾸었다!소은정은 무덤덤한 얼굴로 박수혁을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결혼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라고 했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평가하라고는 하지 않았어.”박수혁은 무서운 눈빛을 거두어들이고 몸을 옆으로 돌린 후 팔짱을 꼈다.“우리 결혼은 실패하지 않았어. 다만 나의 잘못으로 인해 잠깐 멈췄을 뿐이야. 네가 원한다면 우리 결혼 생활이 가장 완벽하다고 증명할 수 있어.”박수혁이 많은 사람 앞에서 진정성 있는 발언을 할 거라고는 다들 생각지 못했다.소은정은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심하게 박수혁을 보았다.“호언장담하기는.”완벽하긴 개뿔?그녀는 이미 문어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길쭉길쭉한 뒷모습이 너무도 예뻤다.그런데 갑자기 박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호언장담 아니야!”소은정은 잠깐 움찔하더니 속으로 그를 욕하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젠장, 제 정신이 아니네!방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 하지만 박수혁이 난감해할까 봐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숙여 못 들은 것처럼 자기 일을 했다!녹화 한번 하기 힘드네!도준호가 짠 내용에 따르면 내일 추하나의 법률 사무소가 첫 번째 사건을 의뢰 받게 된다. 미리 내용을 파악하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건이긴 했다.하여 저녁에 제작진 모두가 태한그룹 산하의 5성급 호텔에 묵으면서 수정하게 된 것이다.그리고 이 호텔에 묵는 이유는 광고주의 요구가 그러했기 때문이다.유일한 광고주로서 씀씀이가 호탕한 박수혁은 자신이 투자한 돈으로 다른 호텔에 묵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들을 잘 모시기 위하여 호텔 측에서는 미리 방을 비워두었다. 사장과 이한석이 상의를 거친 결과 박수혁은 여전히 로얄 스위트룸에, 다른 사람들은 그 아래층인 VIP 룸에 묵게하기
소은정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뜨리며 몸을 옆으로 돌렸다. 팔을 구부린 채 옆으로 내민 그 모습은 고귀하면서도 나른해보였다. 박수혁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화를 내는 소은정의 모습이 그의 눈에는 너무도 귀여웠다!그는 재빨리 방 키를 갖다댔다. “띡”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소은정은 방 안으로 들어가 대충 훑어보고는 몰래 웃음을 지었다.태한그룹 산하의 이 호텔은 본 도시에서 그래도 대표적인 호텔이다. 정계와 상업계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도 이 호텔에서 하는데 개진할 점이 뭐가 있겠는가?SC그룹에서 인수하면 참 좋을 텐데!소은정은 자리에 선 채 아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쉽군...미간을 찌푸리며 소은정의 반응을 살핀 박수혁은 살짝 의아했다.“마음에... 안 들어?”그는 손을 들어 비싼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가까운 옆도시의 국빈을 모시는 호텔로 가도 시간이 되나?소은정은 멈칫하더니 머리를 넘기며 말했다.“괜찮아.”그러고는 밖에 있는 자신의 짐을 들고 들어갔다.박수혁은 그녀의 안색을 자세히 살폈다. 그녀가 더 이상 불만족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몰래 시름을 놓았다.평소 혼자 이곳에 머무를 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정말로 그저 그러한 호텔방 같았다!소은정이 방을 한 바퀴 다 둘러본 후에도 박수혁은 여전히 문앞에 서 있었다.순간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왜? 여기서 쉬려고?”박수혁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온종일 바삐 돌아친 바람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벽에 기댄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도 돼?”소은정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래.”그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가 좋아라 하기도 전에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네가 함께 자고 싶은 그 여자 연예인 셋을 불러줄까?”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박수혁의 낯빛도 차가워졌다. 그녀가 농담하는 것 같지 않자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그녀를 확 덮쳐버리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그녀와 싸우면 단 한
박수혁을 찾는다는 말에 도준호의 표정이 그제야 부드러워졌다.하긴, 여기서 지금 가장 높은 보스는 박수혁이니까 이혼한 여자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끌림이 있겠지.하하...아무래도 내가 생각이 많았네!도준호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요?”그런데 길하늬의 표정이 어딘가 어색해보였다. 아무래도 카운터에 가봤는데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돌아온 게 분명했다.“물어봤었는데 다들 박 사장님의 방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도 사장님한테 물어본 거예요. 도 사장님, 박 사장님이랑 은정 씨는 다시 합칠 희망이 없어요. 우리 예능에 새로운 커플이 탄생하면 올해 가장 핫한 예능이 바로 우리 이 예능이 아니겠어요?”길하늬는 조심스럽게 도준호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핫해지는 걸 싫어하는 제작자가 어디 있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도준호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웃음도 점점 짙어졌다. 그는 별로 뜸들이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박 사장님은 맨 꼭대기층 로얄 스위트룸에 계세요!”길하늬는 방긋 웃는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냉큼 뛰어올라갔다.그녀가 간 후 도준호가 문을 닫았다.그러자 뒤에 있던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만약 박 사장님께서 아시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하지만 도준호는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길하늬 씨가 박 사장님 방에 들어가면 제 손에 장을 지지겠어요!”박수혁이 어떤 사람인지 길하늬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이참에 경험해보는 것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누군가 또 문을 두드렸다.도준호와 감독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길하늬처럼 포기를 모르는 여자가 더 있나 보다.그는 몸매가 가장 섹시한 양예영일 것이라 생각했다!도준호는 옷매무시를 다듬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한 순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바로 유한슬이었다!이건 좀 의외였다.유한슬도 길하늬처럼 섹시한 잠옷을 입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