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옷을 갈아입고, 검은색 긴 치마를 입어 아주 시원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하이힐도 소은정이 좋아하는 브랜드,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안심했고, 다시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전화기를 들고 최성문에게 전화했다."홍하얀한테 올라오라고 해"최성문: "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문을 나가자 소은해의 보조인 데이지가 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소은정 씨, 소 영화 황제는 혼자 계시는 게 걱정돼서 저보고 저녁에 소은정 씨를 따라오라고 했습니다."마침 사람이 부족했는데.소은정은 웃으며 "좋아, 홍하얀 보조를 좀 기다려줘. 할 말이 있어서. 난 이따가 다시 올라올게."데이지는 "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고개를 명쾌하게 끄덕였다."시간이 다 돼서 먼저 내려갈게."소은정은 담담하게 웃었지만, 그녀는 못된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아래층의 조명은 이미 준비되었고, 앞좌석에는 빈 자리 하나 남았는데 양쪽은 각각 박수혁과 전동하이었다.소은정의 발걸음을 멈췄다. 정말 숨막히는 자리다.하지만 그녀가 망설이기 전에, 전동하는 이미 그녀를 보고 손을 흔들었고, 소은정은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앉았다.박수혁의 눈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이전처럼 부드럽게 그녀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고, 방금 일어난 일로 아직도 화가 난 것 같았다.소은정이 좋아보여서 정말 다행이네.전동하는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오빠를 칭찬해서 소은정도 기뻐했지만 겸손했다."오빠는 얼굴도 잘생겼고, 연기 실력도 좋고, 인품도 좋다."전동하는 입가에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더했다.반대편 박수혁은 계속 말이 없고 얼굴만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연극 한 막이 막을 내렸다.옆에서 보조가 음료수, 커피 석 잔을 건넸다.전동하가 먼저 소은정에게 줬고, 소은정은 옆에 있는 박수혁에게 줬다.박수혁은 잠시 멍하다가 안색이 훨씬 좋아지며 손을 뻗어 받았다.다만 다음 1초, 그가 제대로 잡기도 전에, 그 컵이 갑자기 새어
박수혁과 홍하얀이 다정하게 안고 있는 모습은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 상상을 하게 했다.기자들은 굶주린 늑대가 먹이를 잡아먹듯 마음껏 찰칵 찰칵 사진을 찍고 녹화했다.홍하얀은 박수혁의 뒤로 움츠러들었고, 두렵게 떨며 가엾었다.소은정에 새 남친이 있고 박수혁에도 새 여친이 있을 줄이야!다만 박수혁은 쓰레기를 밀어내듯 즉시 몸에 붙은 홍하얀을 갑자기 밀어내며 싫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그녀가 많은 사람 앞에서 속살이 드러나도 전혀 상관없었다….그는 기자에게 다가가서 흉흉한 눈빛으로경고와 협박의 뉘앙스를 띠며"누가 오라고 했든 오늘의 일이 단 한 글자나 사진 한 장만 밝혀지면 여러분이 앞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순식간 찰칵 사진을 찍는 소리가 사라졌다.쥐 죽은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기자들은 겁에 질린 눈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박수혁이라는 이름은 재경뉴스 말고 SC그룹 소은정의 이름과 얽혀있고, 그에 관한 뉴스는 너무 많아서 언론들이 함부로 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그러나 그들은 당시에 태한그룹 박수혁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고, 어떤 분야에서든 다 일인자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처음에 박수혁이라는 이름이 연예 뉴스의 헤드라인에 나타나는 것은 그에 대한 모독이었다.박수혁의 스캔들을 파헤치러 온 거야?간이 부었냐?기자들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떨렸고 기자들의 모든 모공은 두려움으로 가득찼다.그리고 기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방안에 있는 난처한 여자를 봤다.홍하얀.바로 홍하얀이 기자에게 놀라운 특보가 있어 와달라고 알려줬다.박수혁은 기자들이 시선을 돌리는 것을 알아차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깨달았다.감히 박수혁을 속였어?순식간 박수혁의 눈동자는 냉혹해졌으며 표정도 차가워졌다.그는 말할 수 없는 냉혹한 기운을 온몸에 풍기며, 목소리도 알 수 없는 날카로움을 띠고 서 있었다."꺼져…"기자들은 겁이 나서 빨리 갔다. 한 걸음 늦었다가 뒤에 처져 전형적인 모습으로 끌려나올까 봐 걱정했다.입구가 조용해지자 박수혁은
박수혁은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홍하얀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번졌다.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홍하얀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수혁 씨, 왜? 왜 난 안 되는 거예요? 다들 우리가 어울린다고 하는데 왜...”그녀는 홍경그룹의 작은 딸, 집안, 외모, 학벌까지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그런데 왜 그녀를 봐주지 않는 걸까? 소은정 그 여자는 이제 당신한테 관심도 없어! 그런데 왜 그딴 여자만 보는 건데! 소은정 그 여자보다 내가 못한 게 뭔데!홍하얀의 울부짖음에도 박수혁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어차피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한테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휴대폰을 꺼낸 박수혁은 오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방 정리하라고 해요.”엄동설한 몰아치는 겨울바람처럼 차가운 목소리였다.통화를 마지막으로 문을 나서던 박수혁은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만다.문 앞에 소은정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행여나 그녀가 오해라도 할까 걱정되는지 박수혁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은정아, 네가 여기 어떻게...”소은정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눈썹을 치켜세웠다.“좋은 구경하는 중이잖아?”사실 박수혁의 옷에 커피가 쏟아졌을 때부터 소은정은 왠지 이상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구더라?아, 남종석을 도와주던 직원이었지. 홍하얀과 함께 거성그룹으로 지원을 나갔던 직원들 중 한명이었다. 그렇다면 홍하얀과도 분명 잘 아는 사이일 것이다.그래서 홍하얀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일부러 그랬던 것이겠지.이 복잡한 이해관계의 맥락을 파악한 소은정은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것이야말로 현실판 막장드라마. 소은해가 찍는 드라마보다 훨씬 더 재밌으니까.홍하얀, 얕은 수를 썼네. 거기서 기자를 부르면 어떡해. 양쪽 부모님 모시고 아예 상견례 날부터 잡아야지.소은정이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박수혁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져만 갔다. 차라리 화를 냈다면 욕이라도 했다면 이렇
박수혁의 깊은 눈동자에 소은정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살짝 스쳤지만 곧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수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두 사람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박수혁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졌다.소은정은 바로 박수혁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지만 박수혁의 커다란 손이 갸녀린 소은정의 손목을 낚아챘다.박수혁의 매력적인 중저음이 소은정의 귓가에 울렸다.“내가 뭘 더 어떻게 하면 날 용서해 줄 거야?”애원에 가까운 박수혁의 말투에 소은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하지만 진심 어린 눈빛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소은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하지 마. 당신이 뭘 하든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그래. 그냥 너무 가까이 있어서 흔들린 것뿐이야. 나랑 박수혁은 이미 불가능한 사이야.이때 낯선 인기척이 두 사람 사이의 묘한 분위기를 깨트렸다.“은정 씨, 이제 곧 끝날 것 같은데 제가 데려다 드리죠?”전동하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소은정은 꿈에서 깨어나 듯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여느 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박수혁을 빤히 바라보던 소은정이 대답했다.“네. 감사합니다.”그리고 박수혁을 지나쳐 전동하의 팔짱을 낀 채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박수혁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소은정은 애써 무시했다.안 돼. 여기서 돌아보면 정말 끝이야....혼자 남겨진 박수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언제부터일까? 항상 냉정하고 이성적인 박수혁이 소은정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작아지고 감성적으로 변해 버리는 박수혁이었다.이대로 정말 소은정을 영원히 놓치면 어쩌나 걱정되고 두려웠지만 마음 속에 자리잡은 일말의 자존심 때문에 차마 소은정에게 털어놓을 수조차 없었다.그렇게 한참동안 박수혁은 소은정이 떠난 호텔방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다음 날.이른 아침 일어난 소은정은 커튼을 열어젖히고 화창 아침 날씨를 만끽했다. 따뜻한 햇살, 푸른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새들을 느끼니 마음마저 산뜻해지는 기분이었다.기지개를 켠 소은정은 준비를 마친 뒤 바로 회사로 향했다.사
SC그룹, 접견실.창백한 안색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홍하얀은 불안한 표정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아직 대외적으로 해고 공지를 발표하지 않았으니 다시 돌이킬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홍해일은 그녀를 SC그룹에 심어넣기 위해 꽤 많은 심혈을 기울였었다. 그런데 그녀가 모든 걸 망쳐버렸다는 걸 안다면...홍하얀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할 수도, 아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생아란 꼬리표를 달고 평생을 살아오다 겨우 인생 역전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생각했다.그런데 그 동아줄을 제대로 잡기도 전에 이렇게 다시 벼랑끝으로 떨어진 위기라니...“홍하얀 씨.”우연준의 목소리에 홍하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대표님께서는 오후에 회의 일정이 2개나 잡혀있어 홍하얀 씨와 만날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하시네요. 죄송합니다. 이만 돌아가주세요.”우연준이 친절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최후통첩을 내렸다.그의 말에 시한부 통보라도 받은 듯 비틀거리던 홍하얀이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왜 갑자기 절 해고하신 거죠?”어제 박수혁에게 무시 당하고 모욕을 당했을 때도 이렇게 불안하진 않았다. SC그룹에 남아있는 한 기회는 또 생길 거라 믿었다. 절대, 절대 이대로 쫓겨날 수 없어.홍하얀의 질문에 우연준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그건 홍하얀 씨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왜 갑자기 이렇게 잘리게 됐는지 말이죠.”소은정이 이렇게까지 할 때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우연준은 믿었다. 그러니 소은정 대신 이 거머리 같은 여자를 처리하는 수밖에.우연준의 말에 홍하얀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설마 어제 있었던 일을 벌써 알게 된 걸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입술을 깨물던 홍하얀이 다시 애원했다.“대표님을 직접 만나게 해주세요. 제가 직접 해명하고 싶어요. 혹시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고칠게요.”SC그룹에 남아있을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처럼 비굴한 홍하얀의 모습에도 우연준은 흔들리지 않
밝은 햇살이 홍하얀의 추잡한 마음을 비추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홍하얀은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화단 앞을 지켰다.어떻게 하면 소은정을 밀어내고 박수혁을 유혹할 수 있을까며칠내내 그녀가 수도 없이 생각했던 문제였다.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소은정이 그녀에게 어떤 벌을 내릴지도 미리 예측해 보았었다.화를 낼까? 아니면 때리기라도 할까?하지만 소은정은 얼굴 한번 비추지 않고 그녀를 내쳐버렸다. 그녀 같은 사람은 만나줄 가치 조차 없다는 듯말이다.애초에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거야...SC그룹에 날 들인 것도... 박수혁에게 다가가게 내버려둔 것도... 전부 그래서였어...이때 그녀가 그렇게도 만나길 바랐던 소은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디가드와 비서들, 그리고 각 부서들의 담당자들이 그녀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있었다.소은정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아부와 존경, 그리고 조금의 두려움까지 담겨있었다.저렇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기분, 주인공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기분은 어떨까?홍하얀은 평생 경험조차 하지 못한 일이라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한낱 사생아에서 신분을 인정받아 본가로 들어가긴 했지만 그녀의 뼛속깊이 새겨진 비굴함과 이기심은 당당한 소은정 옆에서 너무나 비루하게 비춰질 뿐이었다.어떻게든 소은정을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리긴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홍하얀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어차피 아무리 애원해도 소은정은 그녀를 다시 받아주지 않을 테고 결국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어 더 비참해질 뿐이겠지.한참을 망설이던 홍하얀은 뭔가 결심한 듯 자리를 떴다.태한그룹.이한석은 박수혁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요즘 표정도 안 좋으신데다 부하 직원들에게까지 더 가차없어진 걸 보면 연애 사업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게 분명했다.각 부서 담당자들이 잔뜩 풀이 죽은 채 하나둘씩 박태한의 사무실을 나서고 이한석이 들어갔다.“대표님, SC그룹에서 오늘 직원 한 명을 해고했답니다
홍씨 저택.정원에 들어선 홍하얀은 홍경영의 차를 발견하고 입술을 깨물었다.홍경영이 본가로 돌아올 때면 온 집안 사람들이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게 관례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쥐 죽은 듯 조용한 분위기에 홍하얀은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과연 홍하얀이 문을 열자마자 유리 재떨이가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문에 부딪혀 산산조각 난 유리조각이 홍하얀의 흰 얼굴에 상처를 냈다.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든 홍하얀의 시야에 홍해일, 홍경영 두 부녀가 눈에 들어왔다. 잔뜩 굳은 두 사람의 표정을 본 순간 홍하얀은 눈을 질끈 감았다.결국 이렇게 된느구나.“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기어들어와! 박수혁을 꼬시라고 했더니 이런 사고를 쳐!”홍경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재벌 2세 한 명 꼬셔서 팔자 고치려는 게 네 꿈 아니었니? 너희 엄마가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보고 못 배웠나 봐?”홍경영은 대외적으로는 친절하고 너그러운 성격이었지만 이복동생인 그녀에게만큼은 잔인할만큼 차가웠다.홍경영의 말에 홍하얀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홍해일을 바라보았다.하지만 홍해일도 결코 그녀의 편은 아니었다.생물학적 아버지란 이유로 그녀를 들이긴 했지만 홍하얀의 존재는 홍해일 인생의 오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홍경영이 그녀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알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해 왔었다.이 집안에서 그녀의 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홍하얀은 한 마디 변명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불안과 공포가 발끝부터 온몸을 휘감았다. 태한그룹에서 쫓겨난 걸 벌써 알게 된 걸까? 설마 그녀가 한 짓들 모두 알게 된 걸까?묵묵부답인 홍하얀의 모습에 홍경영이 다가와 그녀의 머리채를 낚아챘다.“어디서 벙어리인 척 입을 꾹 다물고 있어.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비천한 사생아 주제에! 너 같은 건 존재 자체가 죄악이야.”표독스러운 얼굴로 악담을 뱉은 홍경영이 홍하얀을 거세게 밀치고 홍하얀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넘어지고 만다.하늘이 무너
말을 하면 할 수록 화가 치미는지 홍경영은 다시 다가가 홍하얀의 뺨을 날렸다.“너 때문에 나까지 얼굴 다 팔렸다고! 너 같은 걸 동생이라고... 네가 이러고도 우리 집안 사람이야?”워낙 좁은 사교계 바닥에서 소은정이 홍경그룹의 홍하얀을 내쳤다는 소식은 이미 퍼질대로 퍼진 상태였다. 그 덕분에 이복동생인 그녀까지 덩달아 웃음거리가 된 걸 생각하니 홍경영은 화가 치밀었다.홍경영에게 맞은 뺨이 화끈거렸지만 그것보다 홍하얀을 더 아프게 하는 건 모욕감과 수치심이었다.소은정,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소은정의 복수는 처절하도록 차가웠다. 차라리 그녀를 때리고 욕했다면 이 정도로 비참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소은정은 홍경그룹 전체를 타깃으로 잡았다.홍하얀 따위는 그녀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소은정의 말 한 마디면 그녀는 물론 홍하얀의 유일한 희망인 홍경그룹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듯 말이다.한편, 바닥에 쓰러진 채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홍하얀을 바라보는 홍경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네 엄마란 여자도 저 갸련한 얼굴로 화목했던 그녀의 가정을 파탄냈었지.짝!다시 한번 홍하얀의 뺨을 날린 홍경영이 물었다.“말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홍하얀은 모든 걸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SC그룹.소은정이 영업부 부장의 보고를 듣고 있던 그때, 우연준이 노크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대표님.”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이 부장을 바라보자 부장이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었다.“홍경그룹 홍해일 대표가 직접 연락을 주었습니다. 홍하얀 씨가 저지른 짓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싶다는군요.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도 다시 나누고 싶고요.”우연준의 말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저번에 만날 때까지만 해도 태한그룹을 등에 업은 채 소은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굴더니 웬만큼 급했나 보다.그깟 프로젝트 하나 빼앗았다고 대표가 직접 나선다라... 웃기네.“아니요. 앞으로 홍경그룹과의 협력은 없다고 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