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아래로 떨군 홍하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박... 박 대표님이 소은정 씨만 좋아하는데, 저도 방법이 없잖아요...”첩의 자식과 소은정을 비교한다고?공중의 먼지처럼 미천한 사람과,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사람.홍경영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방법이 없어? 너희 엄마 첩이잖아? 죽기 전에 너한테 남자 홀리는 방법도 전수 안 해줬어? 너한테 관심이 없다면 훔쳐 오든지 뺏기라도 하면 되잖아?”홍경영이 홍하얀을 밀쳤다. 홍경영의 힘에 의해 넘어질 뻔한 홍하얀의 머리가 벽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냈다.너무 불쌍하네.그 광경을 지켜본 소은정은 홍하얀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불쌍한 마음도 한순간, 그녀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아닌가?그 순간 그녀는 화장실 안에서 홍하얀의 비명소리를 들었다.“내옷...”차갑게 식은 표정의 홍경영이 화장실 한편에 있는 물통을 들어 홍하얀의 몸에 그대로 들이붓었다.원망스러우면서도 후련했다!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비참하게 벽에 기댄 홍하얀은 흠뻑 젖은 자신을 꼭 끌어안고 더 슬프게 울었다.“언니, 저 어떻게 나가야 돼요?”연회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유명 인사거나 재벌 2세들이었다. 이런 몰골로 나타난다면 사람들이 그녀를 더 비웃을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 더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될 것이다.홍경영이 까칠하게 웃으며 비웃었다.“박수혁한테 가서 도와 달라고 하면 되잖아. 이것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어?”홍경영은 홍하얀을 죽음으로 몰고 있었다.미간을 찌푸린 채 홍하얀에게 도움을 주려고 망설이고 있는 그녀의 두 눈에 누군가 자리하고 있었다.박수혁이 강서진과 한편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뭐, 불쌍하니까. 마침 내가 발견했으니까 도와주는 거지.소은정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박수혁, 여기 누가 너를 찾네.”소은정을 발견한 박수혁은 강서진과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휠체어를 이끌고 몸을 돌려 소은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강서진은 또다시 박수혁에게 버림을 받았
온몸이 젖은 홍하얀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불쌍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공기 속에는 적막만이 가득했고 강서진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홍하얀이 자신을 보고 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박수혁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의 눈동자는 여자의 방향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입을 꾹 다문 박수혁의 안색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 하지만 쉽게 알아챌 수 없는 비통함이 섞여있었다. 그는 마치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굴었다.연회장 안에서는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한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그 누가 이곳에서 이런 광경이 벌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강서진은 박수혁을 툭 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다.미간을 찌푸린 박수혁을 본 강서진이 기침을 했다.“수혁아, 이거…”홍하얀은 여전히 훌쩍이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박수혁을 바라봤다.하지만 박수혁은 냉랭하게 말했다.“네 영역이니까 나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강서진이 멈칫했다.“아니, 이 사람 방금 너랑 같이 있었잖아.”“우리 안 친해.”박수혁이 경고가 담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그리곤 자신의 휠체어를 돌리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그 자리에 굳은 강서진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홍하얀은 서러운 듯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외투 하나면 주면 안 돼요? 옷을 말려야 해서.”“그래요, 위에 빈 방 있으니까 거기에 가서 정리해요.”강서진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하인이 보이지 않자 자신의 슈트 재킷을 벗어 복도의 끝에 서서 홍하얀에게 던져줬다.‘절대 가까이 다가가면 안 돼, 가까이하는 순간 꼬이는 거야. 저 여자 절대 단순하지 않아.’강서진은 귀찮은 일을 찾아서 하고 싶지 않았다.......소은정은 고개를 숙인 채 전동하와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그때 전동하가 그녀의 컵을 살짝 건드리더니 목소리를 낮추곤 말했다.“박 대표님 이쪽으로 오십니다.”소은정이 고개를 들고 보니 휠체어에
소은정은 박수혁의 말에 대답을 하려던 찰나에 홍하얀이 강서진의 슈트 재킷을 입고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황급하게 떠나는 모습이 불쌍하기는 했지만 그녀를 본 이는 없었다.소은정이 다시 시선을 돌려 어두워진 얼굴을 한 박수혁을 담담하게 바라봤다.하지만 그때 갑자기 심장 부근에서 둔통이 느껴졌다.심호흡을 한 번 한 소은정은 그제야 조금 나아진 모습으로 입을 뗐다.“박수혁, 너 괴롭힐 생각 없었어. 그냥 네가 빨리 벗어났으면 한 거지.”소은정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진지했다.“그동안 우리 사이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 박 대표님, 나 신경 써줘서 고마워, 하지만… 미안, 너랑 다시 만나는 건 못 할 것 같아.”말을 하는 소은정은 지나치게 담담했다.하지만 소은정의 말을 들은 박수혁의 안색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는 제자리에 굳어 한곳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손을 꾹 말아 쥐었다.소은정의 마음속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지는 듯했다.하지만 그 고통은 길게 지속되지 않았고 그녀는 금방 침착해졌다.길게 아픈 것보다 짧게 아픈 것이 나았다.이렇게 계속 얽히는 것보다 차라리 끊어내는 게 두 사람에게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그동안 박수혁을 만나면서 소은정은 감동보다는 왜 그때 박수혁이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그런 생각을 할수록 그녀는 괴로워졌고 박수혁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졌다.박수혁의 눈빛 속에 담긴 고통스러움과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은정은 숨이 멎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시간도 늦었는데 여기까지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 먼저 갈게.”침묵을 지키던 소은정이 고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말을 마친 그녀가 일어서며 자리를 뜨려 했다.“소은정…”그때, 박수혁이 소은정을 불러 세우더니 창백해진 얼굴로 웃었다.“네 거절 나는 안 받아들일 거야!”박수혁이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뭐라고 하든 나는 너 포기 안 해.
전동하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침묵과 살랑이는 바람만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다.발걸음을 멈춘 소은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전동하를 바라봤다.그녀의 눈빛은 조금 차가웠다.전동하는 소은정이 대답하기를 기다렸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 말이 없자 분위기를 풀어보려 웃으며 말했다.“잘못 들은 거 아니에요, 제가 한 말 다시 주워 담을 생각도 없고요.”전동하의 눈빛은 진지하고 솔직했지만 말투는 홀가분했다.“전에 말했었죠, 은정 씨가 저를 은정 씨의 새로운 연인으로 내세워서 박 대표님이랑 다른 사람들을 대응하는 거 나는 괜찮다고. 이거 그냥 한 말 아니고 제 사심이에요, 은정 씨.”전동하가 보기 좋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소은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일 때문에 제가 전 대표님을 오해하게 만든 거예요? 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알죠, 은정 씨는 일부러 사건 사고를 만드는 거 싫어한다는 거. 제가 이 일에서 기회를 엿본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은정 씨 관심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박 대표님처럼 강압적이고 다양한 수단으로 은정 씨한테 사랑을 갈구할 수는 없지만 제 감정도 아주 진지합니다.”솔직한 전동하를 마주한 소은정은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소은정은 멍청하게 고개를 들고 전동하를 바라봤다. 전동하의 진지함과 솔직함에 소은정은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졌다.전동하와 함께 한다면 대등한 배경을 가진 두 사람에게 모두 좋은 선택일 것이다, 그는 어쩌면 박수혁이 저지할 수 없는 대상일지도 몰랐다.하지만 소은정은 자신을 두고 거래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전동하를 이용해 박수혁이 마음을 접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는 전동하에게도 공평하지 않았다.침묵을 지키던 소은정은 진지하지만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전 대표님, 감사해요…”“은정 씨, 너무 급하게 거절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대답해달라는 거 아니에요, 그냥 은정 씨를 좋아하는 제 마음을 알게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전동하가 웃으며
“강아지는 비행기 못 타요!”마이크는 자신의 키만 하지만 멍청하고 못생긴 강아지를 보며 말했다.마이크의 말을 들은 박수혁이 아이를 한 눈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내 비행기에는 탈 수 있어.”그 말을 들은 마이크가 멈칫하더니 질 수 없다는 듯 소은정의 손을 잡고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예쁜 누나, 내가 돌아가면 금으로 만든 비행기 선물해 줄게요, 위에 보석까지 가득 달아줄게요!”이 예쁜 누나가 저 나쁜 아저씨에게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마이크는 생각했다.“괜찮아, 누나는 비행기 안 좋아야…”마이크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난감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소은정의 말에 의기소침해진 마이크가 네, 하곤 대답을 했다. 오늘도 예쁜 누나에게 선물 주기 미션을 실패했다.“월월!한 무리의 사람들이 호텔을 나서자마자 강아지가 갑자기 짖었다.그와 동시에 소은정도 호텔 문 앞에 서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자가 누군지를 제대로 보게 되었다.무척이나 익숙한 모습의 홍하얀이었다.그녀는 여전히 강서진의 외투를 입고 있었지만 자신의 치마를 다 말린 상태였다. 그저 날씨가 추운 아침이라 갸냘픈 모습으로 서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불쌍해 보였다.강아지는 강서진 외투의 냄새를 맡곤 그가 온 줄 알았던 것이었다.하지만 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오한진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홍하얀은 박수혁을 보자마자 눈에 빛을 밝히며 그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뒤에 선 사람을 보자마자 발걸음을 멈추더니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기까지 했다.소은정은 그런 홍하얀을 보며 홍해일이 기어코 자신의 딸을 박수혁에게 주기로 작정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소찬식은 홍하얀을 알 지 못했기에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이 분은…”박수혁의 눈빛에 냉랭함이 스쳐 지나갔다.그때 오한진이 얼른 말했다.“모르는 사람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람이니 박 대표님께서는 더더욱 모르시는 분이죠!”어떻게든 홍하얀과의 관계에서 벗어나기 급급한 모습이었다.그는 분명 그녀를 알고 있었다.홍하얀은 상처 입은
박수혁의 말을 들은 마이크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설탕 가져다주세요, 제가 직접 넣을 거예요!”그는 이 나쁜 아저씨의 비행기 위에 있는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혹시라도 설탕을 아까워해서 소은정에게 쓴 커피를 가져다줄까 봐 걱정이 되었다.승무원은 마이크의 말대로 커피 한 잔과 설탕을 가져다줬다.박수혁은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일부러 마이크를 놀렸다.“너무 많이 넣지 마, 저 예쁜 누나는 단 거 안 좋아해.”그 말을 들은 마이크가 입술을 삐죽이더니 박수혁의 말을 듣지 않고 일부러 사탕을 많이 넣었다. 소은정은 무조건 단 걸 좋아할 거라고 아이는 생각했다!묵묵히 커피잔에 설탕을 넣던 마이크는 커피가 넘쳐날 정도로 설탕을 넣고나서야 만족한 듯 손을 멈췄다.소은정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그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그 모습을 본 박수혁은 웃기만 할 뿐 마이크를 저지하지 않았다.그리곤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의자 위에서 뛰어내린 마이크는 조심스럽게 달달한 커피를 들곤 소은정의 곁으로 다가갔다.“예쁜 누나, 이거 제가 누나를 위해서 특별히 만든 커피예요, 이 세상에서 누나만 먹을 수 있는 커피예요…”마이크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여기에 놔줘, 방금 한 잔 마셔서 이따 마셔볼게.”마이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로 돌아갔다.“목마른데 내가 마실게.”소찬식이 말했다.그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커피를 소찬식에게 건넸고 소찬식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가 금방 뱉어냈다.“아빠, 괜찮으세요?”소은정이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휴지를 건네며 물었다.소찬식은 복잡한 얼굴로 마이크를 보더니 다시 자신의 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아, 아무것도 아니다. 갑자기 혈당관리해야 한다는 게 생각나서.”이 커피를 마셨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소찬식은 생각했다.‘마이크 저 아이 똑똑해 보이던데, 설마 바보인가?’소은정은 승무
이민혜의 말을 들은 박수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그는 고개를 들자마자 이 층 난간 위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박대한을 마주하게 되었다.“올라와.”박대한이 턱을 살짝 들고 말했다.서재로 들어간 박대한은 테이블 뒤에 앉아 엄숙한 얼굴로 박수혁을 보며 말했다.“내 뜻은 이미 전화에서 똑똑하게 전했다.”“동의할 수 없습니다.”박수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의 말을 들은 박대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소은정 그 여자 뒤에 소 씨 집안만 없었다면 내가 너랑 그 여자가 다시 만나는 거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 네 꼴을 봐, 그 여자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잃을 뻔했는데도 소은정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잖아. 이러면 우리 박 씨 집안 체면이 뭐가 돼?”서재안에는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하지만 박수혁은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냉랭하고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박 씨 집안 체면은 소은정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뭐라고?”박대한이 언성을 높이며 씩씩거렸다.하지만 박수혁은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소은정 외에 그 어떠한 사람도 안 됩니다. 밖에 있는 저 여자는 영원히 소은정과 같이 거론조차 할 수 없고요.”“퍽—”큰 소리와 함께 화가 난 박대한이 테이블 위에 있던 벼루를 던졌다.하지만 박수혁은 피하지 않았다. 벼루는 그의 이마 위에 떨어졌고 순식간에 피가 흘러내렸다.박대한은 놀랐지만 피하지도 하지 않는 박수혁의 모습을 보니 화가 나기도 하고 다급하기도 했다.이게 모두 그 여자를 위해서라니!박수혁이 잠시 휘청이더니 다시 몸을 똑바로 세웠다. 그리곤 손으로 아무렇게나 상처를 한 번 만지곤 진지한 눈빛으로 박대한을 바라봤다.“제 결혼을 저 혼자 결정할 수 없다면 할아버지께서 컨트롤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어차피 박수혁 지금의 몸값이면 박 씨 집안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그의 뒤에는 은밀하고 위대한 세력들이 있었기에 지금보다 더욱 쉽게 박 씨 집안을 휘두를 수 있었다.박수혁은 말을
박수혁의 집, 오한진은 베란다 위에 서서 어둠이 내려앉은 밖을 내다보는 박수혁을 보며 말했다.“소은정 씨는 오늘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집으로 돌아가셨으니 제대로 쉬다 오겠죠.”오한진의 말을 들은 박수혁이 그를 흘겨봤다.“나도 당연히 알고 있죠.”알면서도 기다릴 게 뭐람?“사실 홍하얀 씨를 남겨두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소은정 씨가 그분에게 질투를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다가 두 분이 다시 예전처럼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질투?그 말을 들은 박수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오한진마저 자신의 마음에 비수를 꽂을 줄은 몰랐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한진을 보던 박수혁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생활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소은정은 홍하얀을 박수혁의 곁에 남겨두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동적으로 두 사람을 위해 기회까지 만들어주었다.그런데 질투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신의 남은 인생을 걸고 소은정의 질투를 유발하라니?아니, 그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말문이 막힌 오한진은 고개를 움츠렸다. 간단한 일인 줄만 알았는데 중간에 전동하와 홍하얀이 끼어들 줄 그 누가 알았을까.두 사람 모두 단순한 사람은 아니었다.오한진은 자신이 언젠가는 이름 모를 강에 내던져질 것이라고 생각했다!소은정은 연이어 며칠이나 박수혁의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며칠 동안 박수혁을 만나지 않으니 소은정은 오히려 홀가분해졌다.회사에 출근을 하는 것 외에는 한유라와 김하늘을 불러내 쇼핑을 하거나 차를 마셨다. 성강희도 가끔 시간이 날 때 세 사람 사이에 끼곤 했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같이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SNS를 둘러보던 소은정이 성강희가 올린 게시글에 관심을 가졌다.그는 김하늘과 함께 찍은 사진, 자신의 가방 사진을 가득 올려놓고 고귀하면서도 무미건조한 자신의 생활을 원망하다 물 쓰듯 돈을 쓰며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