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도와 링거 병을 들어주었다. 그의 오른 손에 주삿바늘이 곧 떨어질 것 같았고 핏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창백한 얼굴로 문을 연 박수혁은 소은정을 본 순간 눈빛이 밝아졌다."은정아, 들어와......"그는 뒤로 몇 걸음 걷더니 침대에 앉았다.그녀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링거 병을 원래 자리에 걸어놓으려는 박수혁을 바라 보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들어가서 도와주었고 고개를 숙이며 그를 바라 보았다."박 대표, 몸은 좀 어때?"박수혁의 눈에서 빛이 좀 반짝이더니 얼굴에 웃음기가 번지는 것이었다."응, 많이 나아졌어. 당신은 괜찮아?" 박수혁은 백지장 같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갈라져있었다.그는 소은정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조금 슬픈 눈빛을 보냈다.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눈빛이었다."괜찮아."소은정은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오한진은 죽 한 그릇을 들고 들어오더니 허약해진 박수혁을 보고 가슴 아파했다."박 대표님, 꼭 힘내야 합니다. 은정 아가씨는 박 대표님이 한 일을 알고 감동되어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대표님의 넓은 마음과 패기에 완전히 굴복했다니까요. 아가씨가 어떻게 대표님처럼 좋은 남자를 중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오한진을 바라 보았다.아까만 하여도 무겁던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오한진은 눈을 깜빡였다. 그 뜻은 그녀에게 환자가 있으니 좀 협조해달라는 것이었다.소은정은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니거든. 당신이 실시간 검색어를 해결해준 걸 알게 되었어. 고마워.""괜찮아."박수혁은 옅게 웃었다.오한진은 소은정에게 죽을 건네준 후 핑계를 찾아 자리를 떴다.박수혁은 그 죽을 보더니 주사바늘이 있는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소은정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그는 마음 편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기대가 살짝
최성문이 소은정을 바라 보자 그녀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성문은 빠른 속도로 떠났다.방에는 두 사람만 남아있었고 분위기가 조금 싸늘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었다."다 먹었으면 내가 빈 그릇을 가져갈게. 일찍 자!"그녀는 홀가분하게 일어서서 떠나려고 했다.그녀는 박수혁의 눈에 억울한 빛이 물들었다가 곧 사라지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손 내밀면 닿을 듯한 곳에 있어 손을 뻗어보았지만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은정아......"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애타게 불렀다.소은정은 자리에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보았다."왜?""왜 그 사진을 올린 거야?"박수혁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으며 눈은 어둠의 장막이 내린 것처럼 암울했다.마치 무수히 많은 감정이 감춰져 있는 듯하였다.그는 마치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듯, 두려워하고 있는 듯하였다.그는 무관심하여 묻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답을 감당할 수 없을까 걱정했던 것이다.소은정은 웃으면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녀 얼굴의 웃음기가 점점 진해졌다."왜냐하면 새 애인이니까......"이 거짓말로 박수혁을 마음 접게 만들 수 있다면, 소은정은 이 핑계로 그를 퇴짜 놓을 생각이었다.순간 박수혁은 얼굴에 핏기가 싹 사라졌으며 상처받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마치 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그는 큰 고통을 참고 있는 듯 눈가가 새빨갛게 변했다.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지만 곧 다시 무기력하게 놓아버렸다.심지어 박수혁은 자신이 도대체 어떻게 노력을 해야 되는지도 몰랐다.소은정은 자유로웠고, 그가 그녀를 자유롭게 풀어준 것이다. 그는 그 쓰디쓴 결과를 여태껏 맛보고 있었다.방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소은정은 그를 흘깃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우리 모두 서로에게 새 애인이 생기는 날이 올 거야. 박 대표도 일찍 준비해야지......"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그녀는 이렇게 말한 후
소은정은 눈을 내리깔았다."됐어요. 이기적인 저 때문에 다른 사람이 연루되게 할 수 없어요."그리고 소은정은 박수혁이 사진 한 장만 보고 믿지 않을 걸 잘 알고 있었다.아까 박수혁은 그저 잠시 반응을 하지 못해 그녀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간 것이다.그녀는 시선을 돌리면서 웃었다."잘 자요, 전 대표님.""잘 자요."그녀는 자신의 방에 돌아갔다.소은정은 샤워를 한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찬식이 그녀를 불러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했다.소은호는 일에 대해 그녀와 토론할 것이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소은호의 미간은 여전히 주름져있었다. 이때 소은해가 곁에서 나타나더니 쫑알거렸다."너 정말 전동하와 사귈 생각이니?"소은정은 집에서 남의 얘기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이 소은해라고 생각했다."아니!"그녀는 정말 할 말을 잃었다.소은해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래, 남자는 재미로 만나면 되지. 진심은 주지마. 진심으로 만나면 넌 정말 약도 없어.""......""셋째의 말이 일리가 있어."소은호가 어쩌다 소은해의 말에 동의했다.그들은 소은정이 전에 비굴하고도 조심스럽게 연애하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었다.그들에게 있어 소은정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소찬식은 곁에서 영상 통화를 끊고 헛기침을 했다."무시해도 돼, 은정아. 넌 누구와 연애해도 괜찮아. 돈이 있든, 없든 아빠는 모두 상관없단다. 우리 집 조건으로 그런걸 관계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안 그래?"소은정은 눈을 깜빡이더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네, 하지만 전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돈을 많이 벌면 남자를 많이 만나도 괜찮잖아요, 그렇죠?"소찬식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렇게 생각해야 돼!"소은정은 웃으면서 방에 돌아가 잠을 청했다.다음날.박수혁은 아주 꼼꼼하게 안배했다. 전동하는 오후에 떠나지만 오전에는 그들과 함께 동행했다.이탈리아 베니
오한진은 헤실헤실 웃으면서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했다. 그는 얼굴조차 붉어지지 않았다.소은정은 박수혁을 바라 보았다. 그는 한 손에 솜사탕을 쥐고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응, 마음에 들어?"소은정은 복잡한 표정으로 박수혁을 바라 보았다. 솜사탕을 선물한다고?이건 박수혁의 스타일이 아닌데!하지만 그녀가 움직이기도 전에 곁에 있던 마이크가 흥분하면서 달려왔다."마음에 들어요!"모든 사람이 멍하니 있을 때 그는 솜사탕을 빼앗아 크게 한 입 물었다."아야, 너무 달아서 이가 아파요!"마이크는 귀여운 얼굴로 자신의 볼을 감싸 쥐더니 소은정의 품에 폭 안겼다."예쁜 누나, 이 아파요......"박수혁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렸지만 부드러운 표정으로 친절하게 대하지 않으면 안되었다."허, 조심해."어쩔 수 없었다.누가 그더러 지금 열세에 처해있으라고 했는가?그는 소은정 주변 누구에게 밉보이면 안되었다!소은정은 마이크의 풍성한 곱슬머리를 만지면서 그의 거짓말을 묵인해주었다."그렇다면 먹지마."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솜사탕은 어린애들이 먹는 거예요. 예쁜 누나가 좋아하면 제가 금으로 커다란 솜사탕을 만들어줄게요. 매일 보세요!"그는 못된 박수혁 아저씨처럼 쩨쩨하지 않았다.소은정은 어이가 없어 재빨리 거절했다."아니, 아니. 난 솜사탕을 좋아하지 않아."일반 사람은 이렇듯 통이 큰 도련님을 키우지 못할 것이다.소은정은 곁에 있는 가방에서 물을 꺼내려고 했다.박수혁은 마이크의 얼굴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괜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이크에게 장난을 쳤다."너 소은정이 좋아?""네, 그렇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마이크는 어른처럼 팔짱을 꼈다."축하해. 너의 아빠랑 은정이가 사귀거든, 곧 아들이 되겠네."마이크는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분노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뭐라고요?"그는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박수혁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너 모르고 있었어? 너의 아빠도 소은정을 좋아하잖아......"그의 말
누구도 그와 예쁜 누나를 빼앗을 수 없었다. 아빠라도 안되었다!박수혁은 이 상황을 보고 얼굴에 즐겁고 쾌활한 미소가 어렸다.그는 별안간 마이크가 참 예뻐 보였다."전 대표, 화내지 마요. 전 대표의 아들은 항상 전 대표처럼 행동하네요......""......"전동하가 화내기 전에 마이크가 씩씩거리면서 소은정의 손을 잡고 도망쳤다.소은정은 함께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마이크는 조용한 곳에 다다르고 나서야 거친 숨을 쉬면서 멈춰 섰다."예쁜 누나, 말해봐요. 남자 셋 중에 누가 누나에게 가장 잘해줘요?"그는 맑고 깨끗한 눈으로 가장 순진한 물음을 묻고 있었다.그의 파란색 눈동자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오염되지 않는 곳인 듯하였다.소은정은 멍해졌다. 남자 셋?박수혁과 전동하, 마이크?남자?소은정은 어린애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지만 얼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당연히 너지!"마이크는 기뻐하면서 미소를 짓더니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당연히 제가 제일 좋죠. 저 두 사람은 못생기고 쩨쩨하고 나이도 많아요. 절대 저와 비교할 수 없죠!"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마이크는 조금 쑥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누나, 제가 크길 기다려줘요. 제가 크면 우리 평생 같이 살아요!"소은정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마이크 너무 귀여워......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말랑말랑한 볼을 꼬집었다."좋아, 누나가 널 기다려줄게!"마이크는 즐거운 얼굴로 그녀에게 안겼고 그녀의 손바닥에 볼을 비볐다. 너무 기뻐......소은정은 마이크를 데리고 다시 돌아갔다. 다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계속 노닐었다.소찬식은 이번 여행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전동하가 오후에 먼저 떠난 후 소은정은 다른 곳에 가고 싶어졌다.그녀는 하와이로 가자고 했다.당연히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날 하와이로 떠났다.하와이의 날씨는 서핑 하기 딱 적합했다. 하지만 박수혁과 오한진이 있으니 실로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았다.다음
소은정은 고개를 돌리더니 덤덤하게 다가가 두 사람의 손에서 스카프를 빼앗아냈다.그녀의 행동에 무겁던 분위기가 완화되었다."가요. 늦겠어요."그녀는 차에 앉아 먼저 입을 열었다.전동하는 일어선 후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박 대표, 잘 있어요."그는 박수혁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를 무시한 채 그를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박수혁은 제자리에 앉아 날카롭고도 위험한 눈빛으로 주시했다.누군가가 그의 물건을 노리고 있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밑에 내려온 오한진은 이 장면을 목격하고 재빨리 달려왔다."박 대표님, 은정 아가씨를 봤나요?"박수혁은 답하지 않았다.오랜 시간이 흐른 후 박수혁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우리 서클에 무슨 모임이 있는지 알아내."전동하와 소은정이 함께 참석하니 절대 일반 파티가 아닐 것이다.그는 모를 리가 없었다.오한진은 멍하니 있다가 휴대폰으로 이한석이 보내준 스케줄 사진을 보여주었다.몇 초 후 오한진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오늘은 강서진 도련님의 생일입니다. 대표님께서 요청을 거절하셨잖아요."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리자 오한진은 계속 말을 이었다."강서진 도련님이 유명인사를 많이 불러 규모가 상당하다고 들었어요. 참석하실래요?"오한진은 별로 희망을 갖지 않았다. 그는 박 대표가 이렇게 가치 없는 파티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박수혁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그래, 가서 안배하거라."오한진은 1초간 멍하니 있다가 지체하지 않고 즉시 기사에게 차를 보내라고 했다.가는 도중 오한진은 은정 아가씨가 도대체 어디에 갔냐고 묻고 싶었지만 감히 입을 열 수 없었다.그들은 바닷가 호화로운 별장에 도착했다.먼 곳에서부터 별장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강서진은 박수혁이 온 걸 알고 흥분된 얼굴로 문 앞에서 맞이해주었다.그를 발견한 강서진은 감동되어 박수혁을 와락 끌어안았다."수혁이 형, 꼭 올 줄 알았어. 다리가 채 완치되지도 않
박수혁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웃기만 할 뿐이었다.“오랜만이야 소은정. 홍 회장님한테 가서 인사하게 휠체어나 좀 밀어줄래?”박수혁의 부탁을 거절하려던 소은정은 망설임 끝에 동의했다.“그래.”홍경 그룹은 다른 기업들과 계약하지 않기로 유명한 회사다. 홍해일 회장님도 옛 친구들과의 합작만 진행하는 서쪽 지역에서 알아주는 재벌이다. 국외에서는 이름이 없지만 국내에서는 두 개의 광산과 서부 시장을 책임지는 세력이 강대한 아주 유명한 재벌이다.홍해일 회장님과 계약한다면 SC 그룹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박수혁은 피식 웃었다. 눈치빠른 오한진은 밖으로 나가며 역시 박 대표님 이라며 감탄을 했다.강서진이 화나가서 투정부리듯 말했다.“날보러 온거 아니잖아!”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 갔다.오한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했다. 깃털보다 가벼운 형제애란...소은정이 있는 자리에서 그 누구도 박혁의 관심을 받을수 없었다.소은정은 박수혁의 휠체어르 밀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이 자리에 온 사람 그 누구도 박수혁과 소은정의 관계를 물어보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다들 그들의 사이를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박수혁은 연회장을 한번 둘러보더니 멀지 않은 곳에서 전동하가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곤란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전동하도 박수혁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표정이 얼마 가지 못했다.박수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태한 그룹도 홍해일 회장님의 오랜 파트너였다. 박수혁이 연회장에 들어설 때 홍해일 회장이 다가오더니 박수혁의 어깨를 툭툭 쳤다.“박수혁 동생 오랜만일세. 사고 났다는 소식은 들었네. 내가 가봤어야 했는데 시간이 나지를 않았어!”소은정은 홍해일 회장님의 나이가 박수혁의 아버지와 비슷해 보였는데 박수혁을 동생이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신기한 나머지 웃음이 났다.박수혁은 태연하게 웃었다.“별일 아니에요.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감사는 무슨. 이분은...”박수혁의 등 뒤에 있는 소은정을 눈여겨보던 홍
홍해일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박수혁 동생, 여긴 내 작은 딸일세. 그동안 외국에 있느라 보여줄 기회가 없었어. 애가 숫기가 없어 그렇지 나쁜 아이는 아닐세.”박수혁은 표정에 아무런 변화 없이 입꼬리만 올렸다.홍하얀의 행동을 관찰하던 소은정은 그녀의 어색한 행동이 외국에서 자란 것 같지 않았다. 소은정의 시선을 느낀 홍하얀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이 부녀의 의도를 알아차린 소은정은 더는 이 자리에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박수혁의 어깨를 툭툭 친 소은정은 웃으며 말했다.“박 대표님, 얘기 나누세요. 전 저쪽으로 갈게요.”박수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홍해일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소은정 씨 조심히 가세요.”그의 말에 소은정은 웃으며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소은정이 홀로 자리를 떠난 것을 본 주위의 사람들은 소은정을 동정하기 시작했다.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을 쟁반에 담은 소은정이 빈자리를 찾아 앉자 누군가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전동하.목에 꽉 쪼인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같이 왔는데 혼자 있게 내버려 둬서 미안해요.”소은정은 그런 전동하를 이해한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전 대표님께서 이제 막 귀국하셨으니 많은 사람들이 전 대표님을 찾으시는 거죠. 당연한 도리...”술을 많이 마신 전동하가 사이다를 천천히 마셨다.“박 대표님도 오셨어요?”그의 눈길이 연회장을 재빨리 훑고는 박수혁의 있는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홍경 그룹?”국내 활동을 하지 않는 전동하가 홍해일을 단번에 알아차린 것을 본 소은정은 그런 그를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전동하는 그런 소은정을 보며 웃으며 대답했다.“국내 서부지역 투자 현황을 알아봤어요. 홍해일 저 자가 지극히 보수적인 사람이더군요. 광산만 지키려고 할 뿐이지 큰일을 도맡아 할 능력은 없어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거렸다.“딸이 한 명 있다고 들었어요. 홍경영?”소은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홍해일 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