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은 그녀가 카드를 받아 들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른 건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이런 식으로 보상해 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다행히 그녀는 돈을 무척 사랑했다.남유주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정말 내 스폰서가 되어줄 생각인가 봐요. 왜 이렇게 통이 커요?”박수혁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스폰서 아니거든요. 이상한 프레임 씌우지 말아요. 나랑 함께하면 고생할 일은 없을 거예요.”그는 그녀가 이런 식으로 자신과의 관계를 정의하는 게 싫었다.몰래 비밀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들키면 솔직히 인정할 의향도 있었다. 다만 먼저 공개해서 혼란을 일으킬 필요를 못 느낄 뿐이었다.그녀가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말했다.“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난 우리 관계를 아는 사람이 적었으면 좋겠어요.”박수혁은 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사실 그도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남유주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당신 옆에 새로운 여자가 생기면 우리 관계는 거기서 끝나는 거예요. 의논할 여지도 없어요.”박수혁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나만 그런 거예요? 그럼 유주 씨는요?”“나도 똑같죠, 뭐!”남유주가 웃으며 말했다.“난 양다리는 안 걸쳐요.”박수혁은 갑자기 아까 어린 남자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줄곧 자신감 넘쳤지만 어쩐지 기가 죽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남유주도 예전에 자기가 아깝다는 얘기를 한 적 있었다.그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나도 양다리 걸치는 사람 아닙니다.”남유주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다른 조건은요?”그가 물었다.“만날 때 사전에 약속을 잡았으면 좋겠어요.”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람들에게 들키는 곤란한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주변에 박수혁을 주시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그녀는 화제의 중심에 휘말리기 싫었다.박수혁은 인상을 확 찌푸렸지만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니까 미리 얘기만 하면 된다는 거잖아?’그는 고개를
박수혁도 한수근을 발견했다. 전에 조사한 데 의하면 그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였다.그래서 경계심을 느끼지 않았다. 박수혁은 그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툭 건드렸다.“금방 잠들었으니, 그녀의 휴식을 방해하지 말아요. 그리고 그녀가 깨면 식사를 잊지 말고 챙겨주세요.”“네. 그렇게 할게요”한수근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술집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보아하니 한창 달콤한 연애에 빠져있는 모양이군!사장님도 연애하는군요?진심?한수근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걸음걸이는 무척 가벼워 보였다.휴식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이건 사장님의 지시다!그렇게 남유주는 점심이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심지어 스스로 깬 것이 아니고 한수근의 노크 소리에 부득이하게 깰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무슨 일이세요?”한수근이 허둥거리며 그녀를 바라봤다.“아래층이 물에 다 잠길 때까지 자고 있었던 거예요? 혹시 아침에 화장실을 쓰고 물을 잠구지 않은 거에요?”그는 급히 달려가 물을 잠갔다.넘쳐나던 물이 멈췄다.그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정신이 번쩍 든 남유주가 축축한 바닥상태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욕실에서 물이 넘쳐흘러 바닥까지 뒤덮었다. 비록 그것이 넓은 범위를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점점 바닥으로 스며들어 아래층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하여 이상한 낌새를 느낀 한수근이 문을 두드렸다.그녀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아래층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한수근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방 두 개는 이미 쓰지 못할 정도가 되었어요. 벽이 다 망가졌으니 아무래도 2일 정도 수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부주의한 그녀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였지만 면전에 대고 뭐라 할 수 없었다.그러나 남유주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침에 화장실을 쓴 사람은 박수혁뿐이었다.설마 고의로 그런 건 아니겠지?표정이 급격하게 어둬워진 그녀는 깊게 심호흡했다.“이참에 수리하죠. 뭐. 방수도 잘 되어 있지 않아서 고치려던 참이었는데
눈살을 찌푸리던 박수혁이 한껏 여유로운 말투로 말했다.“됐어, 솔로들과 뭔 얘기를 해!”그는 귀찮다는 듯 한명 한명 흘기고는 몸을 돌려 유유히 사라졌다.그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그러다 모두의 시선이 강서진에게 집중되었다.“줄곧 너랑 함께 있었잖아. 도대체 언제부터였던 거야?”강서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나도 몰라. 요즘 아이 돌보느라 나 나름대로 바빠.”그도 이 상황이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그때 참지 못한 다른 이가 입을 열었다.“솔로 탈출했다고 바로 거만해지네? 그냥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나도 여자친구가 있어. 감히 우리 앞에서 자랑질이네?”“맞아. 난 벌써 서너 번 바꿨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숨기지 않을 걸 그랬어.”“너무하네. 근데 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야?”...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리저리 추측했다.그중에 강서진만 아무 말이 없다.그것은 어딘가에서 분명 들었던 목소리다. 굉장히 낯익다.만난 적 있었나?강서진은 요 근래 참석했던 자리들을 떠올렸다. 박수혁의 옆자리는 그 흔한 파트너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맞다.박시준의 생일파티.강서진의 표정이 바뀌었다.뭔가 떠오른 듯하다.소은정과 꼭 닮은 그 여자가 박수혁의 시선을 끈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강서진도 농담삼아 몇 번 찔러 보았었다.그녀라고?단지 소은정과 꼭 닮은 외모 때문에?”그는 이미 감을 잡았다. 강서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지만, 다른 이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이 알았더라면 그는 실토하지 않곤 못 배겼을 것이다.그리고 이 일이 알려지면 박수혁이 난처해질 것이다.잠시 생각에 잠기던 강서진은 비밀을 지키기로 했다.태한그룹.박수혁이 돌아오자, 이한석이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그는 박수혁을 따라 사무실에 들어갔다.그리고 방문을 닫았다.“성안 그룹이 그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하는데 그건 언제 보낼까요?”박수혁이 그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이 성안 그룹을 동정해서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그를 해 한 이가
성미려는 마치 구원자를 만난 듯이 그에게 달려갔다.“수혁 씨...”이한석은 그녀를 막지 못했다. 다행히 박수혁은 화를 내지 않았다. 표정을 보니 기분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주름 진 그녀의 옷은 여기저기 구겨져 있었고 메이크업은 심하게 무너져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너무 초라해 보였다.박수혁이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어쩐 일이세요?”성미려는 애써 침착하려 했다.“그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어요. 밑 빠진 항아리에 물 붓는 그 자체에요. 그 일 때문에 아버지가 병원에 실려 갔고 지금 응급실에 계세요.”박수혁은 담담하게 그녀를 힐끔 보고는 이해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병원에서 간호하시지 않고 왜 여기로 오신 거예요?”고개를 든 성미려는 그의 차가운 반응에 어리둥절했다.“그건 태한그룹이 저희에게 판 거잖아요. 왜 이런 문제들이 있다고 미리 알려주지 않았나요? 아니면 일부러 숨기고 우리가 함정에 걸려들 길 바란 거예요?”그녀는 후자일까 봐 두려웠다.비바람이 세게 불며 허접하게 지은 성안 그룹은 순식간에 무너졌다.그녀의 물음에 박수혁은 아주 덤덤하게 반응했다. 귀찮아 보이기도 했고 굳이 솔직한 감정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썹사이에 주름이 잡혔다. 성미려는 애써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밖에서와는 완전 다르게 냉담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눈을 가늘게 뜬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있지만 비아냥거리진 않았다.“제가 권한 건 아니잖아요? 한창 상승세를 달리고 있을 때 사과하는 의미로 그 프로젝트를 양보했어요. 이렇게 될거라곤 누구도 예상 못 했죠. 사업은 모험과 운이 따라야 한다는 걸 당신도 아시잖아요? 저도 그 험난한 길을 걸었었고요. 사장님이 몸져누운 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요. 비서를 보내 한번 찾아뵐게요.”그는 이한석에게 눈짓하며 말했다.“돌아가는 길을 잘 모시도록 해.”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길을 안내하려 하자 그녀는 참아왔던 울분을 토
문자를 보고 있던 박수혁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남유주가 보다 큰 숫자를 긁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문자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그렇게 지속되던 문자는 알림은 멈춰졌다.박수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무제한 블랙카드로 2만 원도 긁지 않았다고?정확히 말하면 만 사천오백 원이었다.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한석이 귀 기울여 들어보니 카카오톡 알림음은 아니었다. 그의 휴대폰 화면은 문자 메시지에 머물러 있었다. “사장님, 혹시 카드를 도용당했나요? 제가 은행에 연락해서 알아보게 할까요?”입술을 살짝 깨문 박수혁은 차라리 도용당했다고 믿고 싶었다.남유주가 몇억, 심지어 몇십억을 긁어도 이렇게 울적하진 않을 것이다.이 만 사천오백 원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데 몹시 성공했다.카드가 가짜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박수혁은 손을 들어 이한석을 이만 떠나보내고 남유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끊지 않고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말해요.”“뭐해요?”그는 억지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쇼핑하고 있죠.”박수혁은 한참 말이 없다가 그녀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뭘 사길래 몇천 원을 카드로 긁어요?”그 블랙카드도 3백 원짜리를 결제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남유주가 멈칫했다.“네일아트, 커피, 군고구마, 젤리요. 치사하게 이런 것까지 따져요? 몇천 원은 카드로 못 긁어요? 어쩜 그리 밴댕이 소갈딱지에요? 돈 돌려줄 테니 기다려요.”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안 되어 카카오톡에 만 오천 원이 입금되었다.[이자는 5백 원이면 되죠!]가시가 잔뜩 돋은 말투였다.박수혁은 어이없어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또 화났네?그는 또다시 대화창을 빌어 해명하기 시작했다.[따지려는 게 아니고 너무 적은 금액에 당황해서 그랬어요. 그 카드로 와인바를 리모델링해도 좋고 새로 와인바를 차려도 상관없어요.][됐고! 꺼지세요.]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박수혁, “...”가만히 아무 말이 없던 그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동하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좋아요, 내가 해 줄까요? 아니면 외식 할까요?”소은정이 잠깐 망설였다.“나가면 애들 때문에 힘들고.. 집에서는 당신이 힘들 것 같아요.”전동하의 입꼬리가 귀에 걸려 내려올 줄 몰랐다. 그는 아이들에게 차에 오르라고 손짓하고는 그녀에에 달콤한 위로를 했다.“괜찮아요. 그리고 우리에겐 새봄이와 준서가 있잖아요? 한 명이 술을 따르고 한 명이 음식을 나르면 금방 할 수 있어요.”새봄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문준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일꾼일뿐 밥 먹을 자격도 없나?소은정이 호탕하게 웃었다.“하긴 살길을 알아서 개척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그럼 얼른 와서 요리해 줘요. 나 배가 너무 고파요...”“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전동하는 웃으며 휴태폰을 내려놓았다.그는 기사더러 먼저 소지혁을 회사에 있는 소은호에게 데려다주라고 했다.그리고 나머지 두 “일꾼”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오늘 잘하면, 내가 엄마한테 아이스크림을 상으로 주라고 해볼게.”전동하는 능수능란하게 아이들을 달랬다.그러자 문준서가 급히 따져 물었다.“아빠 말이 힘이 있어요?”전동하가 그를 보며 발끈했다.“너희보단 내가 나아.”...박씨네 저택.집사가 남유주의 물건을 박수혁의 방으로 옮겼다.거실에서 박시준과 놀아주려던 남유주가 순간 자신이 가져온 캐리어를 떠올리고 방으로 올라갔다.손님방을 찾아 한참 헤맸지만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찾지 못했다.그러다 옷방에서 그녀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가정부를 발견했다.박수혁의 옷과 악세서리는 적지 않았지만, 그녀를 위해 절반의 텅 빈 공간을 내주었다.그리고 한켠에는 이한석이 그녀 대신 사 놓은 옷들이 있었다.순간 멈칫한 남유주가 헛기침하며 말했다.“손님방에 놓으면 제가 정리하면 돼요.”가정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천만에요. 사장님께서 안 쓰는 물건을 처분하고 절반의 공간을 내어 드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사장님 방과도 이어져 있는
오 분 후.한껏 인상을 찌푸린 박수혁이 거실로 내려왔다.남유주는 소파와 몰아일체가 되어 시선을 TV에 고정하고 있었다.움직임을 멈춘 그가 그녀의 시선을 가리키며 물었다.“고작 TV보는 거면서 이것 하나 가져다주지 못해요?”그는 서류를 보려는 게 아니었다. 핑계를 만들어 그녀를 방으로 올라오게 하고 싶었다.거실에 함께 있어도 충분히 그녀를 볼 수 있었다.남유주는 그저 그를 흘기고는 입을 열었다.“회사 내부 기밀인데 내 손을 탔다가 뭐라도 잘못되면 화살이 나한테 날아올 게 뻔하잖아요?”박수혁은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유를 댈 수 있는지 신기했다.“올라가요. 보여 줄 게 있어요.”그는 말을 마치고 허리를 굽혀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먼저 계단을 올랐다.남유주는 품에 안은 쿠션을 마지못해 내려놓고 그의 뒤를 따랐다.박수혁은 침실 안에 있는 서재로 갔다.그녀도 말없이 걸음을 따라 옮겼다.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를 보았다.얼마 전에 있었던 사진들은 보이지 않았고 책상 위에는 그 어떤 사진도 없었다. 그가 무심결에 정리한 것 같았다. 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녀가 여기에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버젓이 내놓지 않으니 그도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닌가 보다.의자에 앉은 박수혁은 서류를 꺼냈다. 서로 내용이 다른 서류들을 그가 남유주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최근에 찍은 것들이에요. 위치도 좋고 넓어서 와인바를 옮기려면 한번 고려해 봐요. 분명 전 가게보다 더 잘될 거예요. 이 중에서 한번 골라 봐요.”그의 씀씀이가 크기도 했고 특히 만 사천오백 원으로 그녀의 기억 속에 쪼잔한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남유주는 모두 괜찮은 곳들이긴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당 어마어마한 가격에 손이 떨렸다.그녀는 도로 건네주며 거절했다.“이사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인테리어를 하려는 거예요.”“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와인바는 너무 낡았어요. 내부 시설도 좋지 않아서 거기에 더 돈을 들일
아마 집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방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준비를 마치고 거실로 내려갔을 때 가정부가 벌써 아침 식사를 차려놓았었다.“식사하셔도 돼요.”남유주는 쓱 보더니, 모두 가벼운 것들이어서 그녀의 입맛에 맞을 것 같다 생각했다.“사장님께서 밖은 위험하다면서 집에서 쉬고 있으라고 하셨어요. 너무 지루하면 붙여 준 사람과 함께 이동하라고 하셨어요...”가정부가 웃으며 말했다.남유주는 성안 그룹이 떠올랐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필요 없어요. 아무 데도 안 나갈 거예요. 내가 그 사람보다 목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빵 한 조각으로 이미 배가 불렀다.이렇게 온종일 집에만 있자니 지루할 것 같기도 했다.그녀가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보려는데 한수근에게서 전화가 왔다.“사장님이 검색어에 올랐어요. 사장님은 끝났어요...”남유주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수근 씨야말로 끝났어요!”횡설수설하고 있는 한수근은 많이 급해 보였다.“사장님과 박수혁이 기사 일 면에 올라왔어요. 모두 왈가왈부하며 두 분을 평가하고 있어요, 듣기에 거북한 말들까지...”표정이 일그러진 남유주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그녀의 심장이 빨리 뛰고 있었다.인터넷엔 온통 둘의 이야기였다.그날 저녁, 박수혁이 그녀를 찾으러 왔을 때 그녀가 가려는 걸 그가 잡고 있는 것 같은 사진도 있었다. 파파라치 컷이어서 배경이 흐릿했다.하지만 인물들은 또렷하게 찍혀 있었다.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담은 그 사진.쩍 벌어진 어깨에 긴 다리를 늘어뜨리고 자리에 앉아있는 그는 차가운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큰 손이 남유주의 가녀린 팔목을 꽉 잡고 있어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살짝 고개 돌린 남유주의 옆모습은 정교하게 찍혀있었다. 백옥같이 흰 피부에 오똑한 코, 새빨간 입술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사진 속 그녀는 한창 잘나갔을 때의 그녀보다 더 매혹적인 모습이었다.아래에 달린 댓글들도 각양각색이었다.[세상에, 순수한 관계 같아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