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시간 되면 식사 한번 해요. 아, 그리고 휴업은 너무 길게 하면 안 돼요!”남유주가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바닥이 망가져서 리모델링 중이에요. 한 달 안으로 다시 열 수 있을 거예요.”“다행이네요!”통화를 마치고 남유주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몸을 짓누르고 있던 커다란 돌덩이를 드디어 옮긴것만 같았다. 이제야 숨이 잘 쉬어진다.몇분도 지나지 않아 기사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짧은 시간에 기사들은 몽땅 자취를 감췄다.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여자인 것 같다.Girls help girls남유주는 김하늘이 영화의 계정으로 업로드한 영상을 보았다. 거기에는 작은 공고문도 붙어있었다.[우리 영화에 특별출현해 주신 남유주 씨에게 고마움을 전해요. 공인이 아니니 그녀에게 지나친 관심은 멈춰주셨음 합니다.]기사가 내려지는 속도에 어안이 벙벙하던 네티즌들은 김하늘이 올린 영상을 끝으로 잠잠해졌다.그것은 남유주를 물어뜯어 인기를 얻으려던 못 된 주둥이를 막았다.남유주가 입장을 추가했다.[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안 본다.]네티즌들의 화제가 방향을 바꿨다.[김하늘과 소은정이 친구 사이고, 모두 남유주를 도와주는 걸 보니 그리 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이 언니도 떳떳해 보여요. 분명 억울할 거예요.][감정을 중요시한다던 박수혁이 변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왜 한마디도 하지 않을까요?][사진이 왜곡되었어. 그리고 그 언니는 와인바 사장이니 중요한 고객과 인사하는 건 아주 정상적인 거잖아요.][이제는 퇴근하고 와인바에 가서 여유를 가지는 것 갖고도 뭐라고 하네? 전에 저 부근에서 출근했었는데 사장 언니가 성격도 좋고 시원시원해서 손님들이 모두 즐겨 찾았어.][이 말 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그 와인바는 엄청 깔끔하고 흔한 광고도 하나 없어. 아니면 애초에 단속을 받아 문을 닫았겠지.][그 언니는 사진을 부탁하면 항상 거절한 적이 없어. 그리고 실물이 화면보다 더 예뻐.
남유주의 표정은 온화했다. 보는 이가 불안할 정도였다. 너무 낯설고 차가웠다.박수혁이 별장에 도착했다.가정부들은 초조하게 그를 바라봤다.“오셨어요?”“그 사람은?”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박수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가정부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아까 술을 너무 많이 드신 것 같다면서 주위를 한 바퀴 산책해야겠다고 하셨어요.”박수혁의 말투는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내가 절대 밖에 내보내지 말라고 했잖아.”도우미들은 순간 긴장했다.“근처만 돌고 오신다고 했어서...”그들도 입장이 난처했다. 남유주는 미래의 안주인이 될텐데.. 가정부따위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그리고 두 발이 달린 사람인데 묶어놓지 않은 이상 말린다고 막히는 것도 아니었다.박수혁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그는 휴대폰을 들어 그녀에게 전화하려 했다.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도로 휴대폰을 내려놨다.가볍게 실소를 터뜨린 그는 자신의 행동이 너무 웃겼다.인터넷으로 그 일을 접한 후에 그도 따라 동요하고 있었다.분명 사소한 일이어서 그가 책임지고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서서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그런데, 왜 이렇게 남유주의 생각이 궁금한 것인지 모르겠다.그들이 함께한 그 순간부터 다가올 미래에 이미 마음의 준비했을 것이 아닌가?박수혁은 손을 들어 기사들을 먼저 퇴근하라고 했다.가정부들은 거기에 서서 그저 어쩔 줄 몰라 했다.그들은 박수혁이 서재로 사라진 후에야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아무도 남유주를 찾아 나서지 않았고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하지도 않았다.하여 밤이 늦어서야 돌아온 남유주가 느릿느릿 귀가했다.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있었다.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가정부는 급히 그녀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어요. 드시고 싶거라도 있어요?”멈칫하던 남유주는 자신의 배를 만졌다.“밖에서 먹고 오는 길이에요.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편하게 드세요.”그녀가 주위를 살피며 물었다.“작은 도련님은요?”“
그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다.둘은 침실로 돌아왔다. 박수혁은 급한 전화 때문에 하려던 걸 멈춰야 했다.그가 전화를 끊고 돌아와 보니 남유주가 배를 끌어안고 몸을 움츠리고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박수혁의 낯빛이 어두워졌다.남유주가 손을 뻗으며 그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살, 살려줘요. 가만히 있지만 말고요….”박수혁은 재빨리 병원에 전화를 걸고는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고 달렸다.밖을 나서니 마침 기사가 박시준을 픽업해 집으로 돌아왔다. 놀란 박시준이 급히 차에 오르는 두 사람을 보면서 물었다.“아줌마, 왜 그래요?”그렇게 다급한 와중에도 박시준은 아들을 훈육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이게 바로 불량 식품을 먹은 결과야.”남유주: “...”저놈의 입을 싸매고 싶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그를 꾸짖을 힘이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부실한 음식을 먹어서 배탈이 난 거라 짐작했다.그는 질주해서 드디어 병원에 도착했다.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의료진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남유주는 그길로 위를 세척 하러 갔다.그 모습은 초췌하기 그지 없었다.간호사도 두 사람이 그 이슈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직업 도덕에 어긋나는 놀란 표정은 숨겼다.남자는 쭉 자리를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시로 응급실 시계를 확인하는 그의 눈빛에선 초조함을 볼 수 있었다.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부러움과 질투 어린 눈빛을 보냈다.한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는 모습을 드러냈다. 창백한 얼굴에 아무런 핏기도 없었다.그녀는 VIP룸으로 이동했다.주치의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신선하지 않은 것들이 초래한 경한 식중독이에요. 책임을 묻고 싶다면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게 제가 병리 보소서를 작성해 드릴게요.”박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는 뿔이 났다.어느 가계인지는 당장 알 수 없지만 결코 문을 닫게 하리라 다짐했다.“조금 더 지켜보다가 이상 없으면 돌아가시면 돼요. 하지만 꼭 환자분이 스스로 깨셔야 해요. 만약 억지로 깨운다면 환자분의 기
이번 달 말, 김하늘이 먼저 남유주에게 연락을 했다.”영화 시사회에 유주 씨를 초대하고 싶어요. 유주 씨가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제공했잖아요, 다들 유주 씨를 궁금해하거든요, 어떤 사람인지 기대하고 있어요. 물론, 전적으로 참석 여부는 유주 씨 의견에 따를 거예요."남유주는 잠시 망설였다. 영화 시사회에 처음 참석하는지라, 어딘가 어색할 것 같았다.초대를 거절하려던 그때, 김하늘이 즐겁게 말했다."참, 시사회에 주연 배우들도 참석할 거예요, 유주 씨가 제일 좋아하는 손호영 배우도 시사회에 참석하거든요. 손호영 씨는 이글 엔터 소속 배우라 제가 단둘이 셀카 찍을 기회 만들어 드릴게요. 유주 씨가 레드카펫 걷는 게 부담스러우면 시사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뒤풀이 장소로 이동해도 되고요, 셰프님 요리 솜씨가 일품이에요."김하늘의 설명을 들은 남유주가 웃으며 대답해싿."알겠어요, 저도 참석할게요. 손호영 배우를 볼 기회인데 놓칠 수 없죠."남유주는 한가하기도 했지만, 소은정과 김하늘도 있었기에 안심하고 갈 수 있었다.전화를 끊은 남유주는 기쁜 마음으로 시사회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시사회인 만큼 옷차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한수근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남유주를 쳐다보았다.박수혁이 그녀를 좋아할 때도 그녀는 이렇게 기뻐하지 않았다.고작 손호영이라는 연예인 때문에 남유주가 흥에 겨워하자 한수근은 어이가 없었다.얼마 뒤, 김하늘은 그녀에게 운전기사를 보냈다.남유주는 심플한 네이비 드레스를 입었다. 그녀의 섹시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지난 번의 드레스와 느낌이 달랐고 그녀의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드레스였다.김하늘은 그녀에게 연신 칭찬을 했다. "예뻐요! 드레스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기분이 좋아진 남유주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손호영 배우님이 온다고 해서 한 번 꾸며봤어요."남유주는 불현듯 물었다."혹시 은정 씨도 참석하나요? 지난번에 도와줘서 고맙다고
남유주는 주변 사람들에 자신의 와인바를 소개했고 얼마 뒤 조용히 손호영에게 속삭였다."호영 씨가 오면 전부 반값으로 할인해 드릴게요!"손호영은 호탕하게 웃더니 남유주에게 명함을 달라고 말했다. "그럼 꼭 가야겠네요."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입구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박수혁이 나타난 것이다. 주최 측과 스태프들은 박수혁에게 달려가 인사를 건넸다.김하늘은 소은해와 통화를 하던 중 힐끗 시선을 돌려 남유주를 바라보았다.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던 김하늘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알았어, 끝나면 바로 갈게. 지금 재밌는 구경해야 하니까 나중에 통화해!"안으로 들어선 박수혁은 웃고 떠들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몹시 차가웠다.박수혁을 발견한 손호영은 인사를 하러 가기 위해 망설이던 찰나, 남유주와 그에 관한 스캔들이 떠올랐다. 그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대표님이 갑자기 여긴 무슨 일로... 누굴 찾으러 온 것 같지 않아요?"남유주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왔다. "누군들 알겠어요?"그녀는 박수혁을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려버렸다. 이곳에 나타난 박수혁이 이상하지 않았지만, 이미 스캔들이 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사진이라도 찍히면 곤란해질 것이기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버렸다.마땅한 이유를 찾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 순간, 박수혁이 그녀가 있는 테이블로 걸어왔다. 손호영이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하자 박수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하지만 박수혁의 시선은 남유주를 향하고 있었다.입꼬리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손호영은 둘 사이에 뭔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눈치 있게 자리를 피했다.남유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여긴 왜 온 거예요?""내가 오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 건가?""나랑 말 섞지 마요! 우리 둘이 아는 사이인 걸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요!"남유주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박수혁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렇게
성근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여론을 이용해 박수혁이 발을 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작정이었다. 박수혁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그의 얼굴은 싸늘했다.하지만 박수혁은 망설임없이 회사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입구의 경호원은 이한석의 지시에 따라 박수혁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박수혁이 오자마자 경호원들은 두 팀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그의 오른쪽과 왼쪽을 둘러쌌다.그들은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 구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성근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란을 피웠다."박 대표 왔는가? 박 대표 왔구려. 박 대표, 내 이리 부탁하세, 제발 날 좀 살려주시게. 내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날 좀 살려주시게. 이런 비겁한 수단으로 우리 성안그룹을 옭아매면 어쩌나, 우리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나라를 위해 그냥 이바지를 하는 것뿐인데… 어떻게 우리한테..."성근석은 아직 퇴원할 수 없었기에 고성방가를 지르며 들것에 누워있었다. 그 모습은 가관이었다.그는 지금 자기 이미지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동정심을 이용해서라도, 박수혁이 이 프로젝트를 손에 넣는 것을 막아야 했다.성안그룹은 그러면 순조롭게 회생할 수 있을 것이다. 성근석은 숨을 헐떡이며 가쁜 호흡을 쉬더니 들 곳에서 기어나와 울먹였다."박 대표, 부탁하네, 이 일에 얼마나 많은 우리 회사 사람들의 밥줄이 달려 있는지 아나?"순간, 기자들의 카메라 플러시는 박수혁을 향해 터졌다."박 대표님, 성 대표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사실입니까? 프로젝트를 위해 성안그룹을 사지로 내몬 것입니까? 대표님, 정당한 경쟁을 하겠다던 룰을 어긴 것은 아닙니까? 업계에서 이런 모습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성안그룹의 성미려 씨와 이전에 사귀신 걸로 아는데, 성안그룹을 손에 넣으려고 일부러 접근하신 겁니까? 시사회에서 어떤 여성분의 핸드백을 들고 계셨는데, 그 가방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성미려 씨인가요?"박수혁의 얼굴이 차갑고
성미려는 오랫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 없다 생각했다. 박수혁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성미려가 입을 열었다."수혁씨, 우리가 사귄 사실을 이렇게 부정하는 이유가 설마, 마음속에 아직도 소은정이 있기 때문이에요?"박수혁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한석은 불안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성미려는 회사 일에서 기삿거리를 사적인 감정으로 전환했다. 기자들에게 새로운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다.몇 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박수혁은 이 한마디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한석은 박수혁이 한 말에 얼굴을 살짝 굳히더니 이내 그의 뒤를 따라갔다.박수혁이 한 말은 다름 아닌 ‘당연하다’는 말이었다.당연히 수혁의 마음속엔 소은정이 있지만, 다른 사람이 듣기에 좋은 말은 아니었다. 이한석만 박수혁의 곁에 남유주가 있고, 박수혁이 그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박수혁은 아직도 자기의 진짜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만약 박수혁이 한 대답을 남유주가 듣게 되었더라면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생각을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성미려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은 곧장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박수혁의 눈빛은 차갑고 어두웠다. 이한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마지막 질문 굳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됐습니다."박수혁은 마음 한편이 계속 불안했다. 코를 문지르던 박수혁의 얼굴에 피로감이 쌓여 있었다. 그도 자기가 왜 그 질문에 대답했는지 알 수 없었다.어쩌면 스스로 자기에게 말한 것일 수도 있었다. 스스로 소은정에게 마음을 굳히라고 일깨워주기 위함일 수도 있다.그는 소은정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흔들렸고, 이 사실은 그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남유주라는 이름은 그의 귓가에 자주 들렸다. 그의 마음속에 남유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졌고 그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소은정을 대체할 사람이 생긴다는 게 스스로 믿기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변화를 모른척했다, 하지만 독이 든 성배처럼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이끌리듯 다
남유주는 서스럼없이 꽃다발을 받았다."고마워요, 오늘 밸런타인데이라 특별히 사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어서 다행이네요."박수혁은 몸을 돌려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두웠다."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에요?"남유주는 눈을 깜빡이더니 당당하게 말했다."우린 사귀는 사이도 아니잖아요."밸런타인데이는 연인들끼리 보내는 기념일이었고 그들은 연인이 아니었기에 굳이 밸런타인데이를 축하한다는것은 무척이나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싸구려 장미꽃은 받아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박수혁의 심장이 조이는 기분이 들었다, 호흡이 어려워졌고 가슴이 아팠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입술을 움직였다.하지만 남유주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녀는 꽃과 박수혁을 와락 껴안았다."그래도 고마워요, 내가 가장 외로울 때 날 받아줘서, 우린 커플이 아니지만 커플보다 더 끈끈한 사이잖아요."그녀는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풀었다. 그러더니 박시준에게 꽃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시준아, 이리 와서 나랑 같이 꽃잎 좀 따자, 이따 샤워할 때 쓸 거야."박시준은 흥미를 느끼고 달려왔다.박수혁은 방금 그녀의 포옹 때문에 아직도 가슴이 떨렸다. 뛰어대는 심장은 마치 롤러코스를 탄 것처럼 빠르게 요동쳤다. 박수혁은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의 얼굴에 따스함이 배여 있었다.어쩌면 그녀가 한 말 때문에 설레는 것 같았다. 커플보다 훨씬 나은 사이라는 말은 그에게 둘이 더 친밀한 사이라는 것이라고 들렸다. 박수혁은 미처 준비를 못 했던 탓에, 간단하게 꽃다발을 준비한 것이었다. 다음 발렌타이데이에는 더욱 잘 준비할 생각이다. 그는 미소를 짓더니 미간을 문지르며 샤워하기 위해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적어도 이 순간에 그는 둘 사이가 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고 느꼈다. 남유주와 박시준은 꽃잎을 전부 떼어냈다. 그녀는 꽃잎의 절반을 박시준에게 건넸다. 반신욕을 할 때 추가하라고 하자 박시준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꽃잎을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