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번호이기에 그녀는 가차 없이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상대는 끈질기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나예요, 우리 만난 적 있죠?"상대는 오만한 여자였다. 남유주는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렸지만 애써 모르는 척 대꾸했다."아, 누구세요? 난 지금 아무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도대체 누군데 이렇게 아는 척을 하는 거예요?"상대는 10초 동안 침묵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저 성미려예요. 우리 한 번 만나죠? 부탁할 일이 있거든요."남유주는 침대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갔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창 밖으로 보이는 짙푸른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수혁씨한테 얘기 들었어요. 미려씨 집안이 지금 위험한 상황이라고, 어떻게 변할지 모를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그러니까 미려씨랑 거리를 두라고 했거든요."성미려의 목소리가 약간 거칠어졌다."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애초에.... 걱정하지 마요, 유주 씨한테 손댈 정도로 위태롭지 않으니까, 성안그룹의 일은 유주씨와 상관없는 일인 거 알아요.""지금은 이렇게 말하겠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 줄 알고 내가 당신을 만나요?"남유주가 가볍게 대꾸했다."좋아요, 그럼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만나주겠어요? 시간과 장소는 유주씨 말에 따를게요."성미려는 말을 마친 뒤, 남유주가 어떤 대꾸도 하지 않자 이내 한 마디 덧붙였다."수혁씨가 유주씨를 진짜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 유주 씨가 그 집안에 며느리가 될 수 있는지 와도 연관되어 있어요."남유주의 눈빛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다. 두 사람은 암암리에 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만약 어제 성미려가 이렇게 짜증 섞인 도발을 했으면, 그녀는 당장 전화를 끊었겠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고 그녀의 마음도 달랐다.박수혁의 집안에 시집가는 것은 그녀의 관심 밖이었지만, 그녀는 따뜻한 아침이 이렇게 끝나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천천히 심호
심지어 박수혁과 결혼 얘기가 오갔던 파혼녀가 그녀의 앞에 앉아 둘의 관계를 자랑하고 있는 이 상황이 우스꽝스러웠다.그녀의 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녀의 가슴은 무척이나 빠르게 뛰었다. 이형욱에게 폭력을 당했을 때보다 더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감정과 고통이 그녀의 온몸에 더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성미려는 그녀에게 천국과 지옥을 맛보게 했다. 그녀의 격한 반응을 지켜보던 성미려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건 어제 녹음했어요.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 전부 다 들었어요. 인터넷에 공개할까 하려다가 괜히 무고한 사람한테 피해줄까 봐, 이렇게 유주 씨한테만 알리는 거예요."남유주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성미려를 바라보았다. 남유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성미려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다. 성미려는 친근하게 웃었다."유주씨가 수혁씨에 대한 감정이 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 남자를 안 좋아할 사람이 있겠어요? 처음에는 나도 수혁씨 집안 배경이 좋아 마음이 갔지만, 얼마 못 가 그 사람을 마음에 품게 되더라고요. 절대 놓칠 수 없었어요, 그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유주 씨도 알다시피 수혁 씨는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사람이에요. 유주 씨가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요.""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에요?"남유주는 입을 살짝 벌려 정신을 되찾았다. 그녀는 성미려가 좋은 마음으로 이런 사실을 알려줄 리 없다고 확신했다. 성미려는 원하는 게 분명했다. 남유주의 말에 성미려의 입꼬리가 더 짙어졌다."똑똑한 사람이니 잘 알 거라고 믿어요. 이미 결혼을 한번 실패한 입장이라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사람 감정이라는 건 부속품에 불과해요, 남자의 감정은 믿을 게 못 돼요. 수혁씨를 유주씨가 10 만큼 좋아한다면, 수혁씨는 유주씨에게 1만큼의 보상만 해줄 거예요. 수혁씨 마음속에는 전 처 한 명 뿐이에요. 은정 씨를 죽도록 사랑하는
성미려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남유주!"남유주는 미간을 살짝 피고 희미하게 웃었다."녹음본을 공개하려고 했다고요? 내가 상처받는 게 걱정되는 게 아니라, 수혁씨랑 은정씨한테 보복을 당하는 게 두려워서는 아니고요?"성미려의 얼굴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 성미려는 매서운 눈길로 남유주를 노려보았다.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남유주는 훨씬 똑똑했다."내가 그쪽을 왜 도와요? 그러면 수혁씨가 날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미려씨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도 아니고, 미려씨 말대로 난 실패한 결혼으로 다른 사람보다 더 이성적이어야 하는 건 맞지만, 수혁씨와 만나기로 약속한 이상, 돈보다는 감정이 더 중요해요. 그리고 그가 나한테 준 카드를 안 쓸 이유가 없는데..."남유주는 한숨을 길게 내쉰 뒤 자리에서 일어나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성미려를 바라보며 말했다."미려씨, 나도 미려씨 생각해서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게요, 얼른 수혁씨한테 가서 용서를 빌어요."성미려는 눈을 치켜뜨고 울먹이는듯한 눈으로 남유주를 째려보았다. 그녀는 굴복하지 않았다."얼른 가서 자수해요, 그럼 가문은 무사할 거예요. 수혁씨도 분명 봐줄 거예요, 그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니깐."성미려가 소리쳤다. "내가 왜!"말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뭐가 떠올랐는지 유주를 바라보았다."당신...."그녀가 알고 있는 거로 보아 박수혁도 알고 있으리라고 결정을 내렸다. 교통사고는 성미려가 한 짓이다.성미려는 등 뒤에서 갑자기 싸늘한 한기를 느꼈다. 몸이 자신도 모르게 움츠려 들었다.남유주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입구에 서 있는 남유주에게 햇살이 비춰졌다. 따스하게 그녀를 품에 감싸 안았다.하지만 그녀는 얼음창고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뼛속까지 차가웠다. 아무리 뜨거운 햇살도 그녀의 얼어붙은 몸을 녹일 순 없었다.맞은편에 태한그룹의 빌딩이 보였다. 고층 빌딩은 하늘을 찌를 기세로 높게 솟아 있었다. 그녀는 숨 막히는듯한 위화감이 들었다.와인바로 돌아가고
"내가 이따가 시간 맞춰서 사람 보낼 테니까 그거 타고 와요. 근데 차는 어쩌고, 혼자 갔어요?""네?" "차가 우리 회사 아래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데, 그래서 근처에 있는 줄 알았거든요. 차는 어쩌고, 거길 그냥 갔어요?"박수혁의 질문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남유주는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고요한 침묵이 몇초간 흘렀고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 누구 만나러 나갔다가 깜빡하고 그냥 돌아왔어요."박수혁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온화하게 말했다."누굴 만났기에 차 끌고 간 것도 까먹고 그냥 가요?""성미려 씨요."순간, 조용해졌다. 박수혁은 웃음기를 감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여자는 왜 만났어요?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죠?""물론이죠. 그냥 나더러 스파이가 되어달라고 하더라고요. 프로젝트 원본 계약서를 훔쳐와 달라고, 그렇게 해주면 성안그룹의 주식을 나한테 넘기겠다고 하던데... 게다가 카드까지 주겠다고 하더라고요."남유주는 성미려가 한 말을 그에게 거짓 없이 다 말했다.박수혁은 일분 간 침묵을 유지했다. 그의 숨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들려왔다. 그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대범하기도 해라, 당장 부도가 날 판에 주식을 준다고 했다고요?""그러니까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거절했어요.""당신 생각보다 그리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네요." 박수혁은 만족스러운 듯 그녀를 칭찬했다. "잘했어요."남유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어떻게 보상할 건데요?""아, 잘했으니까 선물을 달라고요?""네, 설마 안 줄 거예요?""저녁에 경매회가 있는데, 거기에 마음에 드는 물건 있으면 말해요, 선물할게요. 이러면 되겠죠?"박수혁의 목소리에 따뜻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남유주가 밝게 말했다. "통장 탈탈 털릴 준비 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박수혁은 끊겨버린 휴대폰을 쳐다보며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다. 오늘 밤에 있을 경매회가 기대되었다.전화를 끊은 남유주는 자리에
이한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대표님, 오래만..."남유주는 디저트 몇 조각을 먹은 뒤 샴페인 한잔을 손에 들고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 한 모금 마셨다. 마실수록 정신이 또렷해졌다.창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진 등불은 평범했지만 아름다웠다. 애석하게도 어느 하나, 그녀의 것은 없었다.그녀의 감정은 정식적으로 카운트다운 되기 시작했다. 그녀보다 더 빠른 사람은 없을 것이다.옆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낯선 여자였고 매우 아름다웠다. 한눈에 봐도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고, 우아함이 뿜어져 나왔다."안녕하세요, 박 대표님 여자친구세요?"남유주는 순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었다."네, 무슨 일이세요?""전 CK 그룹의 천유희라고 합니다. 박 대표님께 프로젝트 협업에 대해 문의를 드리고 싶은데, 혹시 만나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여자의 말에는 어떤 조롱이나 비아냥도 없었다. 그녀는 남유주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남유주는 이 낯선 사람이 박수혁과 너무 닮은 느낌이 들었다.남유주는 여자와 박수혁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저희가 아는 사이도 아닌데, 소개는 못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수혁씨는 돈이 되는 사업에 언제나 진심이니 수혁씨를 직접 찾아가 제안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결코 거절할 사람이 아니에요."여자는 남유주의 직설적인 말에 잠시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저도 대표님을 처음 보는지라, 어떤 것을 선호하실지 몰라 이렇게 찾아왔어요. 조언대로 제가 직접 찾아가볼게요."여자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몸을 돌려 박수혁에게 다가갔다. 남유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같이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생각보다 두 사람은 잘 어울렸다.여자는 다른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박수혁 같은 사람만이 그녀와 어울렸다.남유주는 손에 든 샴페인을 훌쩍 들
남유주에 대한 신비감이 더 증폭되었고, 사람들은 남유주의 존재에 대해 더욱 궁금해했다.경매가 끝났다.박수혁은 이한석에게 차에 낙찰받은 물품들을 옮기게 했다. 그리고 남유주와 함께 밖에서 대기했다.그는 남유주의 손을 잡고 깍지까지 낀 채 내내 놓지 않았다.이런 동작은 팔짱을 끼는 것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하지만 박수혁은 다른 사람의 시선은 조금도 의식하지 않은 채 완강했다."먼저 탈까?"그는 남유주가 혹시나 찬바람에 감기가 들까 걱정되어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또 누가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기다리는 게 어때요?"박수혁이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연 그 순간, 그의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대표님..."남유주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던 박수혁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질투하는 거였네."그의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몇 갈래로 갈라진 것처럼 심장이 쿵쿵 뛰었다.그저 기분이 좋았다.천유희가 그를 쫓아오든 말든, 박수혁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그는 단지 CK 그룹과 협력할 의사가 확실히 있었고, 그래서 굳이 매몰차게 굴지 않은 것이었다. 천유희는 박수혁과 그의 옆에 있는 남유주를 번갈아 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직 안 가셨네요. 대표님, 연락처가 필요해서요, 앞으로 회사 협력 건에 대한 연락은 전부 제가 주관할 거예요."박수혁은 천유희를 덤덤하게 쳐다보았다."이 비서한테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그의 말에 천유희는 박수혁의 거절을 단번에 알아들었다. 그녀는 남유주를 향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제 직급으로 대표님과 직접적으로 협력에 대해 상의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네요, 제가 나중에 저희 아버님께 말씀해서 직접 연락하게 할게요."박수혁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천유희를 쳐다보았다.CK 그룹 같은 재벌가에서 직접 비즈니스를 위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아주 의외였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회사의
남유주는 몸을 돌려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나른하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좋아요. 진짜 당신은 볼수록 예쁜 짓만 하는 것 같네요."박수혁이 웃음을 터트리자, 남유주는 허리에서 손을 풀고 고개를 들었다."근데, 이 집 수혁씨 명의예요?"박수혁이 말했다. "직원한테 시킨 거라 잘 모르겠네, 당신 명의로 하고 싶으면 내일 가서 말해둘게."그는 이런 것까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누구의 명의이든 그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아니에요, 공짜로 이런 집을 제가 어떻게 받아요. 그냥 앞으로 이런 부동산 투자는 하지 말라고요, 현금화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선물하고 싶으면 현금으로 줘요."박수혁은 잠시 당황하더니 고개를 숙여 웃었다."그러니까... 내가 준 돈이 부족했던 거네? 카드는 어쩌고?" 남유주는 아무렇지 않게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당신이 준 카드를 마음대로 쓰기 불편해요. 그냥 내 카드로 정기적으로 입금해 줘요, 그럼 쓰기도 편하고 불편한 관계도 되지 않을 것 같아요."박수혁은 서서히 웃음을 멈추었다.방안에는 침묵이 몇초 간 흘렀다.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다시 웃었다."아직도 기분이 안 좋아? 천유희 그 여자는 단지 협력사의 관계자일 뿐이야. 일 얘기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질투하는 거야?"남유주는 박수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박수혁의 눈빛은 차분했다."와인바 며칠 뒤면 인테리어가 끝나요, 그럼 다시 거기로 돌아갈게요."박수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거기서 편하게 쉴 순 없잖아."아주 잘 쉬었어요. 거기서 자는 게 내 마음이 더 편해요."박수혁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 내일 이 집 명의는 당신 이름으로 돌려놓을 거야. 여기도 이제 당신 집이야."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남유주를 달랬다.남유주에게 다가가 그녀의 옆에 털썩 앉은 박수혁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우리 관계를 간단한 관계처럼 말 하지 마."그는 그들
한 사람의 일방적인 사랑은 욕구불만을 더욱 상승 시켰다.그녀는 박수혁에게 맞지 않는 여자라는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생겨난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칼로 물을 베는 격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머릿속에서 이 생각을 지우고 싶었다.자기의 마음을 평생 남에게 알리지 않고 숨길 자신이 없었다.박수혁을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 채 그의 곁에 머무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녀는 살아 숨 쉬었고 자기를 보호해야 했다.남유주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박수혁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자신이 방금 한 말이 그녀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는지 알고 있었다.눈동자로 후회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여기서 그만 멈춰주길 바랐다.남유주는 그의 몸에서 억압적인 기운을 느꼈다.그녀가 내린 사형 선고에 맞서는 것 같았다남유주는 피식 웃더니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진짜 결혼할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에요. 다만 나 혼자 감정을 쏟는 게 달갑지 않았어요, 당신은 고고하게 날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싫었어요. 한 번만 말할게요, 우리 진짜 끝내요. 다시는 날 찾으러 오거나 하지 말아요. 날 그런 식으로 협박한다면 난 언론에, 당신이 내 스폰서였다고 폭로할 거예요."박수혁의 얼굴이 심하게 굳었다. 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남유주의 예쁜 입에서 이런 험한 말이 나올 줄 몰랐다.남유주는 오히려 당당하게 듣기 싫은 말을 내뱉었다."난 두려울 게 없어요. 솔직하지 못하다고 비난받아도 돼요.하지만 이 소문이 당신 회사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지 모르겠네요. 재혼보다 더한 스킨들이 될 텐데, 어차피 난 상관없는 몸이라."그녀는 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버렸다.박수혁은 멍하니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의 눈빛이 음침하게 변했다. 마음속에서 분노가 차올랐다.남유주는 그의 감정을 요동치게 했다. 남유주는 영원히 통제되지 않을 것 같았다그의 곁에 남는 그녀를 보면서 자신의 수완이라 여긴 것은 박수혁의 착각이었다. 전부 남유주가 원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