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오직 해외에서 가져온 기기에 정신을 집중했으며 전동하가 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날씨는 맑고 촉촉하며 공기는 유난히 청신했다.눈 깜짝할 사이에,한시연은 산후조리가 끝나고 소지율도 백일이 되었다.소찬식의 성격에 따르면 소지율의 백일을 아주 성대하게 진행할 것이다. 더군다나 전동하도 돌아왔으니 그야말로 겹경사이다.다들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장소는 힐튼호텔로 정했다.그들은 많은 사회 명사와 사업 파트너를 초대했다.심강열까지 참석했다.이날, 각종 업계 사람의 축하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소찬식은 입이 귀에 걸릴 뻔했다. 연회장의 사람들 사이에는 왠지 모를 자본의 냄새가 풍겨 오기도 했다.출산 뒤 한시연은 빠른 시기에 몸매를 회복했고 컨디션도 아주 좋았다.그녀는 소은호 옆에 꼭 붙어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었고 소지율은 소은호 품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전동하도 기꺼이 소찬식과 함께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예전의 그 착한 사위가 다시 돌아왔다.소은정과 김하늘은 소파에 앉았고 소은해는 사람들에게 잡혀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모처럼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김하늘은 슬그머니 소은정을 힐끗 보았다.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에 다이아몬드 같은 불빛이 쏟아져 그녀의 흰 피부를 더 부각했다. 와인을 마셔서 그런지 찬찬히 보면 약간의 홍조가 보이기도 했다.소은정은 여전히 빛나고 아름답다. 전동하가 사라진 그 시간과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김하늘은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그녀 가까이 다가갔다.“요즘 얼굴색이 아주 보송보송하네. 얼굴에 손댔어? 아니다, 동하 씨가 돌아와서 밤낮없이 바쁜 거 아니야?”담담하던 소은정은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술잔을 뒤엎을 뻔했다.그녀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김하늘, 너 어쩜 말을 그렇게.”그녀는 취기를 머금은 눈빛으로 김하늘을 노려보더니 다급히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둘러보았다.마치 비밀을 들킨 고양이처럼.김하늘은 아무렇지 않은
박수혁은 가늘고 긴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냉담하고 쌀쌀한 기운은 왠지 우울하고 씁쓸한 느낌이었다.신호등을 하나만 더 건너면 힐튼 호텔에 도착한다.이한석은 초대장을 들고 우물쭈물하며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대표님…”이한석의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박수혁은 쌀쌀한 눈길로 이한석을 노려보았다.이한석은 이를 깨물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전동하 씨가 돌아왔어요. 이번 파티의 목적은 소은호 씨의 둘째 아드님의 백일보다도 전동하 씨의 컴백을 알리기 위한 거예요. 근데 왜 굳이 참석하시려는 거죠? 이런 자리에는 기자들도 많은데 만약 잘못 얽히게 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테니 차라리 선물만 전해주고 나오는 건 어떨까요?”아무리 생각해도 박수혁이 참석할 자리는 아닌 것 같았다.물론,처음에 이한석은 박수혁과 소은정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 전이나 후나, 불타는 사랑을 하지 못했다.한 사람의 일방적인 헌신이거나 혹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만약 전동하가 정말 죽었다고 가정했을 때, 몇 년 혹은 십여 년을 버틴다면 박수혁에게도 동기와 희망이 생길 수 있다.하지만 전동하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컴백했다. 이한석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박수혁은 더는 기회가 없다는 것을.비록 소씨 가문에서 초대장을 보내왔지만, 이것은 그저 예의일 뿐, 진심이 아니다.하지만 박수혁은 바쁜 일을 마치고 결국 힐튼 호텔로 향했다.이한석은 박수혁의 차가운 눈빛에 괜히 말을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박수혁은 눈에서 뭔가 솟구치듯이 이한석을 노려보았다.바로 이때,이한석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더니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대표님, 조심하세요…”박수혁은 저도 모르게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했다.그러나 그와 동시에 한 여자가 길을 건너고 있었다…“펑”하는 소리와 함께,순간적으로 브레이크 소리가 울렸다.박수혁은 차로 사람을 쳤다.박수혁은 안색이 서서히 변하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이한석도 얼굴이 하얗게 질
박수혁의 그런 극한의 차가움과 극한의 부드러움은 완벽하게 어우러져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주었다.정말 그의 말처럼 계속했더라면 박수혁은 죽을 수도 있다.간호사는 이런 남자가 왜 목숨을 걸고 수혈해 주려는 지 알 수 없었다.응급실의 불은 네다섯 시간 동안 켜져 있었다.이한석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그는 경찰서에서 당시 운전자가 본인이 아니었음을 CCTV를 통해 입증했다.비록 박수혁이 신호를 위반했지만 이한석은 본인이 박수혁의 주의를 분산시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CCTV를 확인한 결과, 비록 그들이 차로 여자를 치긴 했지만, 여자가 파란불이 켜지기도 전에 도로로 달려 나가면서 사고가 생기게 되었다.게다가 박수혁이 제때에 브레이크를 밟았기에 여자는 그저 쓰러졌을 뿐 날아가지 않았다.왜 여자가 그렇게 피를 흘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수혁을 깨끗하게 떼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남은 건 그들이 여자와 사적인 협상을 하는 것이다.드디어 이한석이 병원에 도착했고,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밖에서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어와 사람을 소름 돋게 했다.이한석의 술기운도 말끔히 사라졌다.응급실 앞에는 사람이 없었다.이한석은 박수혁에게 전화를 걸었고 벨 소리는 옆 병실에서 들려왔다.이한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갔다.부스스한 머리로 의자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속눈썹을 가볍게 떨고 있는 박수혁의 모습은 왠지 아련해 보였다.박수혁의 창백한 얼굴에는 혈관이 선명하게 보였다.바늘구멍을 제때 막지 않은 탓에 팔에는 피가 배어 나와 굳은 피가 가득했다.이한석은 왠지 섬뜩해졌다.그는 동공이 흔들리며 감히 박수혁을 깨울 엄두도 나지 않았다.하지만 발걸음 소리와 벨 소리에 박수혁은 이미 깨어났다.박수혁은 눈을 비스듬히 뜨더니 쌀쌀한 눈빛을 보냈다.이한석은 심장이 철렁해서 바로 보고했다.“대표님, 다 처리했어요. 여성분이 깨어나고 합의를 보면 될 것 같아요. 피곤하시면 먼저 들어가 쉬세요. 제가 병원에 있을게요.”박수혁은 어두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
이 시간에 기사는 아마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니까 하는 수 없이 대리기사를 불러야 한다.박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망설임 없이 걸어 나갔다.차 안의 피비린내에 박수혁은 속이 울렁거렸다. 사실 심하게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출혈도 많았고 갈비뼈도 부러졌다.어쨌든 모두 그의 잘못이니 인정해야 한다.대리기사는 15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박수혁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대리기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운전에만 집중했다. 그는 이런 고급 차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운전대도 처음 잡아본다.별장에 도착했다.거실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박수혁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아직도 방에 들어가지 않은 박시준을 무거운 경고의 눈길로 노려보았다.박시준은 입술을 오므리며 박수혁을 향해 다가와 조심스럽게 머리를 쳐들었다.“아빠, 소은정 아줌마 보셨어요? 지혁이가 그러는데 동생이 백일이래요. 저도 지혁이 동생한테 선물 주고 싶은데, 그래도 돼요?”박시준의 하얗고 보들보들한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혼날까 봐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꼭 이 말이 하고 싶었다.박시준은 드디어 메이드와 함께 그곳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박수혁과 함께 살게 되었다.비록 대부분 시간은 출장 중이거나 집에 없지만 가끔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박시준은 너무 즐거웠다. 박시준은 친한 친구가 소지혁뿐이다. 소지혁은 동생을 아주 예뻐하기에 박시준도 소지혁의 동생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하지만 박시준의 물음에 박수혁은 차가운 눈길로 한참을 침묵했다.박시준은 실망한 듯 고개를 떨구고 입술을 오므렸다. 박시준에게 용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선물하고픈 인형을 사기에는 돈이 조금 부족했다. 보아하니, 포기해야 한다.그런데 이때, 박수혁은 옷깃을 당기며 담담한 말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차에 준비해 뒀으니까 가져다줘.”말을 끝낸 박수혁은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박시준은 놀랍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전동하는 소은정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으며 그녀가 아픈 건 더 싫었다.하여 조그마한 위험도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 소은정은 전동하와 함께 있을 때 모든 게 정상이고 예전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하지만 전동하가 두려운 것은 소은정의 옆에 없을 때, 그녀에게 위험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특히 매번 팔에 상처를 볼 때마다 전동하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졌다. 그는 늘 가슴을 졸이며 자기 자신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전동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고 두 사람은 모두 우울증이 불러오는 위험성을 최대한 무시하는 척했다.전동하는 정말 무시하는 게 아니다.소은정은 고집을 부리지 않고 온수를 가져왔다. 전동하는 약을 찾아 소은정에게 주었고 그녀가 먹는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되었다.마지막으로 전동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착해요.”전동하는 몸을 돌려 컵을 내갔다.전동하가 돌아왔을 때, 그는 소은정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윤이한이 알려준 사실을 말했다.소은정은 아주 놀라웠다.“인터뷰요? 어떤 인터뷰? 만약 엔터 쪽이면 됐어요.”전동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아마도 경제 뉴스 인터뷰일 거에요. 하지만 자극성을 위해 우리 사생활도 묻겠죠. 그래서 일단은 미뤘어요.”“그걸 왜 미뤄요? 컴백하고 아직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인터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성강희가 촬영한 사진뿐이잖아요. 직접 나서지 않으면 사람들 마음속의 동하 씨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소은정은 인터뷰에 꽤 관심을 보였다. 전동하는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그래요, 그러면 같이할까요?”“그때 다시 얘기해요.”소은정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SC그룹의 이번 시즌 신상이 곧 출시하니 같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다음 날 오후,병원.이한석은 병상에 누워있는 남유주를 지키고 있었다. 드디어 그녀가 깨어났다.의사는 환자가 깨어나기만 하면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도리가 없는 이한석이 스스로 말을 걸었다.“남유주 씨, 오후부터는 메이드가 돌봐 드릴 거예요. 이건 제 연락처니까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남유주는 이한석의 명함을 빤히 쳐다보더니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비서님한테 얘기해도 소용없을 테니 박수혁 씨 연락처 주세요.”이한석은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죄송하지만 대표님의 연락처는 함부로 드릴 수 없어요.”“좋아요, 그렇다면 경찰서에 연락해서 어떻게 양형할지 여쭤볼게요.”남유주의 한 마디는 이한석의 정곡을 찔렀다.이한석은 소름이 돋았다.그는 이제야 남유주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도대체 얼마를 원하려고 저러는 거지?’이한석은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대표님은 왜 하필이면 이 여자를…’다행히 남유주는 이미 가정을 이루었다. 아니면 혹시라도 박수혁에게 빠지면 큰일이다.이한석은 박수혁이 한동안 실패한 사랑의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어쩌면 이한석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이한석은 결국 박수혁의 명함을 건네주었다.“여기 우리 대표님 명함이에요. 평소에 많이 바쁘시다 보니 전화를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이한석은 그녀에게 예방주사를 놓았다.남유주는 피식 웃더니 두 사람의 명함을 함께 두었다.이한석은 점점 남유주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메이드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메이드가 도착하니 이한석은 더는 이곳에 머무를 필요가 없게 되었다.‘이 기회에 대표님한테서 크게 받아내려는 게 분명해. 그러니까 여러 번 생각해 봐야겠지.’이한석은 메이드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병실을 떠났다.태한그룹.병원에서 나온 이한석은 집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바로 회사로 나왔다.이한석은 SC그룹의 우연준이 휴게실에 있을 줄 생각도 못 했다.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급히 우연준에게 다가갔다.“우 비서님?”우연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입니다, 이 사장님.”이한석은 쑥스러운
직접 코디한 주얼리 세트도 그녀가 신중하게 고른 것이다.전동하도 같은 시리즈의 손목시계로 포인트를 강조했다. 두 사람은 언뜻 보기에도 티키타카가 잘 맞아 보였다.전동하의 정장은 한 치의 구김도 없었지만 상태는 아주 평온했다. 그는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전동하의 고급스러운 외모에서는 차가움이 풍겼지만 눈빛은 온화했다.옆에 놓인 지팡이가 아니었다면 그는 예전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다.전동하는 손목시계를 힐끗 보며 만지작거리더니 소은정의 귓가에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귓속말했다.“왜 인터뷰하겠다고 했는지 알겠어요. 그 투철한 직업정신은 아무도 못 따라올걸요!”소은정은 입꼬리를 올리고 살며시 웃었다. 그녀의 모습은 아주 생기발랄해 보였다. 검은색의 긴 생머리를 찰랑이며 환하게 웃는 그녀는 너무나도 눈부셨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면 됐어요. 이번 시즌 주얼리는 반드시 대박 날 거라 모델도 따로 필요 없어요. 집에 가면 맛있는 거 해 줄게요.”전동하는 눈썹을 치켜뜨더니 눈빛이 사악하게 변하며 손가락을 비볐다. 그는 이 순간 마이크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미소를 지으며 봄비같이 촉촉한 목소리로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거?”전동하의 말은 백스테이지의 모든 사람에게 이어폰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다들 순식간에 어리둥절해졌다.어디 그것뿐일까? 모두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시선을 소은정에게 돌렸다.소은정은 손을 뻗어 가만히 전동하의 허리를 꼬집었다. 전동하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옆구리에 힘을 가득 주었다.소은정과 전동하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두 사람의 꽁냥거리는 모습에 사람들은 갑자기 부러움을 느꼈다.그것은 가식이 아니고 연기가 아닌 정말로 아무도 끼어들 자리가 없는 진짜 사랑이다.전동하는 문뜩 마이크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소은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소은정은 이내 안색이 변하며 미소를 거두었다.진행자도 뻘쭘한 표
이한석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폭행이요?”‘예리하고 날카로운 말투로 봐서는 전혀 맞으면서 살 것 같지 않았는데!’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몸도 성치 않은 그녀가 맞서 싸울 힘이 어디 있겠는가?이한석은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했다.“그래요, 알겠어요.”이한석은 바로 차를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박수혁에게 전화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중에 마침 박수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우리 엄마가 아프시대. 나 가봐야 하니까 큰일 없으면 전화하지 마.”사실 박수혁은 핑계를 대고 도망가고 싶었다.하지만 이민혜가 아프다는 말도 사실이다.박수혁은 사람을 보내 이민혜를 단속했다. 처음에는 소란을 피웠지만 박수혁이 전혀 물러서지 않으니 이민혜는 소란을 피울 힘도 사라졌다.박대한은 사망하고 박예리도 어디에 던져졌는지 알 수 없다.그녀는 박봉원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고, 게다가 지금은 박봉원이 침대에 누워 움직일 수도 없으니 굳이 보모가 되어 시중을 들려고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민혜는 너무 외롭다. 또 전처럼 멋대로인 삶을 살지 못하니 괴롭기도 했다.메이드들은 박수혁이 직접 갈 줄 몰랐다.이한석은 가볍게 대답하고 남유주에 관해 말하려고 했다.“대표님, 병원에 계시는 남유주 씨……”하지만 이한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남유주는 박수혁에게 아무것도 아니다.하여 굳이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이한석은 다시 전화하지 않았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만약 남유주에게 큰일이 생기면 박수혁도 연루될 수밖에 없기에 이한석은 진심으로 남유주가 빨리 회복하길 바랐다.그런데 남편에게 폭행을?‘이형욱, 쯧……’이한석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남유주는 이미 응급실에서 나왔다.VIP 관찰 병실 입구, 메이드는 손에 땀을 쥐고 병실 안을 힐끔힐끔 들여다보았다.이한석을 발견하자 그제야 메이드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급히 말했다.“비서님, 오셨어요.”이한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어떻게 된 일이죠?”메이드는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