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준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그곳에 서 있었다. 그가 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아직도 그 일로 나를 원망하는 거야? 그땐 정말 어쩔 수 없었어. 어르신이 당장 있을 계약까지 넘겨주면서 나더러 무조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고. 그 늙은이가 우리 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한유라가 피식 냉소를 지었다. 그리고 애써 태연한 척하는 민하준을 조롱하며 말했다.“이간질? 그게 무슨 이간질이야? 그냥 당신이 선택한 거잖아.세상 모든 일이 당신 뜻대로 움직일 줄 알았어? 여자 하나 보내면 사업을 따낼 수 있으니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싶었지? 민하준, 너한테 대체 난 뭐야?네가 스스로 성공했다고 생각될때 쯤에 나를 옆에 세워두면, 네 성공을 증명할 수 있겠다 싶었어? 아니면 진짜 어르신 뒤에 있는 사람과 협력하지 못해서, 나를 이용해 더 많은 정보라도 얻고 싶었던 거야?”한유라의 말에 민하준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그는 속으로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한유라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꽂혔다. 그의 이기심, 추악함, 목적까지 전부 낱낱이 까 밝혀졌다.진심인 척 사실을 포장한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그렇다고 해도 지금껏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베푼 관용과 사랑이 전부 위선처럼 보였나?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과, 그녀가 다시 자신을 받아들였던 게 전부 거짓이었다고?아니.분명 연회에서 어르신을 만나고, 자신이 그녀를 버려두고 간 것 때문에 이토록 화를 내는 것이 분명했다.거기까지 생각하자 민하준의 표정이 조금 온화해졌다.“네가 아직도 어르신 일로 화가 났다는 걸 알아. 비록 말로는 한 달이라고 했지만, 정말로 너를 한 달 동안이나 어르신 곁에 두지는 않을 거야.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너부터 데려올 생각이었어.”그가 인내심 있게 상황을 설명했다.한유라는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엄격한 교육을 받았고, 큰일 앞에
민하준의 손에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져, 또 다른 누군가의 노리개로 전락할 바에는, 자기 손으로 직접 이 개자식을 죽이는 게 더 나았다. 그러면 적어도 마음만큼은 훨씬 편해질 게 분명했다.민하준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하지만 좀처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한유라는 한 가지만큼은 확신했다. 그와 같은 심리 변태들은 후회란 것을 몰랐다.그들은 항상 현재보다 더한 자극과 미친 짓을 반복했다. 그는 그녀를 더욱 괴롭히며 끝없이 그녀의 한계를 검증해 보려 할 것이다.잠시 후.민하준이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그가 천천히 칼에 베인 자신의 팔을 들어보았다.팔에서는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 모습이 너무 흉측하여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그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이걸로 되겠어? 화 가 좀 풀려? 안 풀리면 한 번 더 찔러 볼래?”얼음처럼 차가운 음성에 저도 모르게 몸이 흠칫 떨려났다.그 순간 그가 정말로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그곳에 있던 사람들 중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모두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민하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유라에 대한 경계심을 놓치지 않았다.만약 그녀가 다시 달려든다면,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바지춤에 차고 있던 각자의 무기를 꺼낼 것이다.겉으로는 하나같이 평범한 얼굴들이었다. 이대로 거리에 나가도 그저 일반 행인처럼 보일게 분명한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흉악하고 살기등등한 살인자의 모습들이었다.한유라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났다.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가 결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민하준, 넌 내 손에 죽게 될 거야.”무조건.현재 그녀가 느끼고 있는 증오는, 그들 사이의 지난 과거를 잊어버릴 만큼 강렬했다.그녀는 그를 망가뜨릴 것이다.주위 사람들이 비아냥거리거나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물론 민하준도 예외는 아니었다.그가 피식 웃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리
문을 열자 바깥의 총격이 더 심해졌다.총소리가 하늘을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이렇게 큰 소란이 일었는데 문밖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노경우가 빠르게 걸어가 문을 닫고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가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노려보았다.“다짜고짜 문을 열면 어쩝니까? 그렇게 빨리 죽고 싶어요?”그의 호통에 그녀가 억울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한유라를 꼭 끌어안고 있던 민하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말렸다.“됐어, 경우야.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야.”그때 언제 나갔다 왔는지 모를 곽현이 룸 안에 있는 창문 밖에서 불쑥 나타나더니, 다시 룸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착지했다. 그가 살짝 흥분하며 말했다.“형님, 이쪽 창문에서 맞은편 집 베란다까지만 뛰면 안전합니다. 제가 방금 가서 살펴봤는데 그쪽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순간 다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민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유라의 손을 잡고 그쪽으로 향했다.노경우가 총을 바지춤에 넣으며 앞으로 나섰다.“형님, 제가 앞장서겠습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이 가장 위험한 법이었다.민하준이 거절하지 않고 곽현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자 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제가 뒤를 맡겠습니다.”곧이어 문을 지키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모두 창문 앞에 몰려섰다.노경우가 날렵하게 창문 위로 뛰어올라 벽을 밟고 맞은편 베란다로 쉽게 넘어갔다.민하준이 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 문밖의 총격이 점점 더 세졌다. 이대로라면 저 문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더 이상 망설이다가 최적의 타이밍을 놓지 게 된다.노경우가 맞은편 집을 살펴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베란다로 돌아와 손을 흔들어 보였다.“형님, 아무도 없습니다!”민하준이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 곧바로 그가 한유라를 앞으로 떠밀었다.“너부터 가!”한유라는 이미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그녀는 창문에 엎드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길에 다니는 차가 개미만큼 작게 보였다.그녀는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
그녀가 황망한 표정으로 아래로 추락하려던 그때, 귀 옆으로 찬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 뒤에 있던 곽현이 그녀를 붙잡은 것이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다시 난간을 꼭 잡았다.곽현이 건장한 몸으로 가볍게 뛰어올라 난간 안으로 들어갔다.곧바로 그가 한유라를 향해 손을 내민 후 그녀를 베란다 안으로 끌어올렸다.한유라는 놀란 가슴이 진정되질 않아 제대로 서 있지조차 못했다. 순간 맥이 탁 풀리며 간신이 벽만 붙잡고 서 있는 게 전부였다.만약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이 눈앞에 있지 않았다면 당장 바닥에 주저앉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방금 자신이 죽을뻔했던 걸 잊지 않았다.그녀는 진작 노경우가 자신에 대한 적의와 경멸을 눈치챘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그에게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그래도 이곳에서 그녀는 민하준의 여자였다. 그가 감히 자신을 함부로 어떻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그녀가 눈을 부릅뜨고 노경우를 노려보았다.하지만 상대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곽현을 쏘아보며 말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저런 여자를 왜 구해?”곽현이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옷을 정리하며 말했다.“형님의 여자야. 당연히 구해야지.”노경우가 어이없어는 표정으로 웃었다. 웃는 모습이 웃지 않는 것보다 한층 더 못생겨 보였다. 얼굴에 있는 흉터가 더욱 인상이 험악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멍청한 놈. 이 여자가 없어지면 다음 여자가 또 나타날 거야. 다음 여자는 분명 더 좋을 거라고. 갑자기 웬 착한 사람 흉내를 내고 있어?”곽현이 입술을 깨물고 아래의 상황을 살폈다. 차량 한 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았다.“아까 형님이 한유라 씨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너도 봤을 거 아니야. 만약 방금 네가 차서 한유라 씨가 정말 죽기라도 했다면……”“했다면 뭐? 설마 형님이 이런 여자 하나 때문에 우리 형제들한테 등이라도 돌린다는 거야?”노경우가 반문했다.곽현이 담담하게 눈을 내려뜨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장민이 어떻게
민하준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귀 옆에 삐쭉 튀어나온 잔머리를 정리해 주었다.“곧 도착하니까 너무 겁내지 마. 여기만 벗어나면 우린 자유로워질 수 있어.”민하준이 두 손을 펼쳐 보이며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한유라는 고개만 푹 수그리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도 더 이상 깊게 신경 쓰지 않았다.곽현이 와인 한 병을 따더니 잔까지 챙겨서 다가왔다. 흥분한 민하준의 눈이 살짝 붉어졌다.한유라에게 잔을 건넸지만 한유라는 받지 않았다.민하준이 그녀의 옆에 잔을 놓아주었다.남은 세 사람이 잔을 부딪혔다. 와인잔이 부딪히는 청명한 소리가 헬기 소리에 묻혀 사라지고 있었다.민하준이 도착한 곳은 동남아였다.한유라는 이곳이 싫었다.공기조차 탁한 이곳은 마약 하는 사람들의 천국이었다.어쩐지 민하준의 모습이 들떠 보였다. 그는 마치 오랫동안 이곳을 동경해온 사람처럼 느껴졌다.외국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가 한유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는 그녀가 외국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걸 알고 그녀를 심하게 구속하지 않았다.그녀를 위한 거처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자신이 진작 준비해 두었던 본거지로 데리고 갔다.그곳은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있는 곳이었다. 중무기가 아니라 평범한 총알로는 절대 유리 하나 깨트리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거기다 주위를 지키는 사람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아마 이곳이 민하준의 핵심 구역인 것 같았다.그들과 함께 온 여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문밖만 주시하고 있었다.다음날 점심이 되어서야 노경우가 나타났다. 그는 아주 살짝 긁힌 상처가 전부였다.그를 본 여자가 주저하지 않고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에 곁에 서있던 형제들이 그들을 놀려주며 비웃었다.이층 발코니에 서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한유라의 눈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속으로 살짝 탄식했다.순간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아주 낮은 소리였지만 그녀는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그녀처럼 밑
문은 밖에서 잠겨 있지 않았다. 어차피 문을 열어도 멀리 도망 못갈 것을 알아서 그런 것 같았다.겉으로 보기에는 민하준이 한유라를 믿어서 그런 것처럼 보여도 한유라에게는 오히려 수치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입구에 서서 조용히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역시 형님은 대단하십니다. 첫 거래에서 영감님의 고객들을 형님 사람으로 만드셨네요. 영감님 나중에 알면 뒷목 잡고 쓰러지겠는데요?”“그러니까요. 이 지역이 대마 주요 생산 기지이니까 여기서 자리를 잘 잡으면 돈이 그냥 굴러들어오겠는데요? 우리 세력도 커지면 영감님도 섣불리 우리에게 칼을 겨누지 못할 거고요! 굳이 싸우지 않고도 힘으로 영감님을 압도할 수 있겠어요.”“맞아요. 이 일대만 잘 장악하고 있으면 어차피 형님 손에 영감님의 다른 세력도 쥐고 있으니까 진짜 킹은 형님이 되는 거죠!”한유라는 그 말을 듣고 있자니 구역질이 올라왔다. 도대체 범죄 행위를 왜 저렇게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걸까?만약 바깥과 연락을 취할 수만 있다면….순간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한유라는 조심스럽게 귓불을 어루만졌다.다이아 귀걸이가 만져졌다.그녀는 다시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그녀가 귀걸이에 숨겨진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다급히 손을 내리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노크소리가 들리고 곽현이 안으로 들어왔다.민하준의 부하들 중에 그나마 그녀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는 사람이 곽현이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범죄자였기에 호감이 가지는 않았다.한유라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곽현은 가지고 온 반찬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유라 씨, 뭐라도 좀 드세요. 형님이 보내서 가져온 거예요. 저녁에 배고플 것 같아서요.”한유라는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안 먹으니까 가져가.”입맛이 있을 리 만무했다.곽현은 그 자리에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한유라 씨, 어떻게든 살아야 여길
민하준은 그녀의 표정은 보지 못한 듯, 집요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유라야, 나 오늘 기분이 정말 좋아.”그가 더 이상 다가오지 않자 한유라는 천천히 경계를 풀었다.“기분 좋아? 범죄를 저질러 놓고 기분이 좋아?”민하준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거든. 예전에는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했어.”한유라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를 노려보며 대꾸했다.“그 핑계로 범죄의 길을 선택해 놓고 이제 되돌릴 수도 없을 텐데 그렇게 좋아?”민하준은 그녀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난 지금이 너무 행복해. 자기 사업이 있고 너도 돌아왔고. 한유라, 원하는 건 내가 다 줄 수 있어. 이 세상에 나보다 널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갑작스러운 사랑고백에 한유라는 침묵했다.그녀는 착잡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사랑?사랑하는 사람을 거래 매물로 이용한다고?민하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과거의 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여도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가 사랑한 건 그 자신뿐이었다.한유라는 그가 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많이 고독해 보였다.그는 다른 부하들처럼 욕구를 잠재우기 위해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그는 점점 심연으로 빠져들어가면서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했다.정말 아이러니한 사람이었다.과거의 그는 지금과 다른 사람이었다.과거에는 광명을 좇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나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실패의 충격 때문에 모든 걸 놓아버린 걸까?어쨌든 민하준은 되돌릴 길이 없어 보였다.한유라는 잠든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결국 그날 자신의 집에 무단 침입했던 그 모습만 떠올랐다. 그는 그대로 그녀의 인생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인간.그런 인간에게 연민을 느낀다면 심강열에게 미안했다.숨통이 조여왔지만 그녀는 곽현을 생각하고 얕은 한숨을 토해냈다.아무도 모르는 비밀.다음 날 아침, 햇살이 창밖을 통해 들
한유라가 욕실로 들어가서 세수를 하는데 민하준도 기어코 비집고 들어왔다.그는 자상하게도 치약까지 짜서 대령했다.한유라는 당연한 듯이 그가 해주는 것을 받아들였다.민하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 볼, 코에 입을 맞추었다.다시 사랑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곽현이 와서 문을 두드려서야 민하준은 아쉬운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한유라도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이 손잡고 아래층에 나타나자 다른 사람들은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들과 오래 함께한 곽현만 덤덤한 표정으로 주방으로 갔다.한유라의 등장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부하도 있었다.노경우는 대놓고 한유라를 노려보다가 옆에 앉은 여자가 눈치를 줘서야 표정을 풀었다.“밥 먹자.”민하준은 냉정한 표정으로 부하들을 둘러보며 짧게 말했다.아침 일찍 와서 식사를 준비한 주방장은 초췌해 보였다.그는 특별히 한유라를 위해 전복죽까지 준비했다.노경우가 그를 째려보았지만 주방장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만 긁적일 뿐이었다.“다른 여성분들도 계신 줄 알았으면 좀 넉넉하게 준비하는 건데, 제가 소홀했네요. 다음에는 조심할게요!”민하준은 전복죽을 한유라의 앞에 가져다주었다.“이거 좀 먹어.”한유라는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노경우를 보자 전복죽을 옆으로 밀었다.“저 사람한테 줘. 죽일 것처럼 노려보고 있잖아.”민하준은 냉랭한 시선으로 노경우를 쏘아보았다.“경우야.”노경우가 이를 부드득 소리 나게 갈자 옆에 있던 여자가 다급히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저 전복 안 좋아해요.”노경우는 콧방귀를 뀌며 민하준에게 말했다.“형님,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이 여자 때문에 우리와 생사를 함께하기로 한 장민을 버렸잖아요!”노경우는 장민을 그렇게 보낸 게 억울한 모양이었다.식탁에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민하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티슈를 집어 입을 닦으며 차갑게 말했다.“장민이 날 먼저 배신했어. 그래서 죽였어. 이의 있어? 내 여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