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호는 그를 힐끗 보고는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렇긴 해. 걔 성격에 위급한 순간에 칼을 들고 있다고 해도 아마 급소는 피할 거야.”그런 사람이 살인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형님, 누군가가 배후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아요.”“나도 그렇게 생각해.”소은호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데 현장에 아무런 단서가 없어. 놈들은 깊숙이 숨어서 우리 숨통을 노리고 있어.”전동하는 그와 잠시 대화를 더 나누다가 소은정의 사무실로 갔다.언론들이 소은정을 저격하는 와중에도 네티즌들은 전동하와 소은정의 사생활에 더 관심을 보였다.이런 상황에 아내와 함께 출근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으니 모두가 부러워할만했다.소은정의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인지 거의 대부분 업무는 소은호가 가져갔다.그녀는 사무실에 앉아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노트북으로 개그 프로를 보고 있었다.우연준은 들어갔다가 자신이 사무실을 잘못 찾은 줄 알았다.소은정은 항상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사무실은 신성한 곳이고 부를 창조하는 곳이라고 하며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사무실에 출근할 때면 항상 비싼 구두를 신었다.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일까?소은정은 그를 힐끗 보고는 무심하게 말했다.“들어와요.”웃으며 안으로 들어선 우연준은 소파에 앉아 망치로 호두를 까고 있는 전동하를 발견했다.호두 껍질이 비싼 카펫에 지저분하게 떨어졌는데도 그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호두를 옆의 접시에 조금씩 모으고 있었다.우연준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대표님, 변호사가 그 서류 그대로 집행할 거냐고 물어보는데요?”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그러면 더 귀찮아질 것 같은데요? 그까짓 돈 때문에 살인혐의를 받는 것도 서러운데 그깟 돈 가질려고 싸울 필요가 있나요?”우연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그러면 변호사에게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전동하가 동작을 멈추더니 우연준을 보며 물었다.“우 비서님, 구태정이 죽었는데 그러면 회사는 누
소은정은 혀를 찼지만 결국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매번 이름을 부를 때마다 전동하는 인상을 쓰며 호칭을 정정하라고 요청했던 것 같다.그는 혼인관이 철저한 사람이었다.조금 웃기기는 하지만.다행히 그 대화를 끝으로 차 안 분위기가 다시 활기를 찾았다.소은정이 다시 뉴스를 확인했을 때 그녀의 기사는 많이 내려가 있었다.동시에 SC그룹에서도 입장 성명을 발표했다.대략적으로 손재은, 구태정 부부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며 소은정은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지만 너무 과도한 추측성 기사는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그 성명이 나가자 인터넷을 불같이 달구었던 기사들이 하나씩 자취를 감추었다.게다가 플랫폼에서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서 소은정에 대한 악의적인 추측이나 댓글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이 사건이 이렇게 크게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조금 이상했다.우연준의 조사에 따르면 이 기사의 시작은 해외 IP로 등록된 계정이었고 댓글부대도 대부분 해외IP를 사용하고 있었다.그게 좀 더 이상했다.상대는 일부러 IP를 바꿔가며 소은정을 저격하고 한 번 쓴 계정은 모두 탈퇴했다.그래서 구체적인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었다.다행히 SC에서 기사를 엄격히 통제한 뒤로 다른 기사는 올라오지 않았다.한참을 가서 그들은 문상아의 집 앞에 도착했다.예전에 소은정이 손재은과 함께 구태정을 추적하면서 와본 적 있는 곳이었다.그런데 이곳에 다시 올 줄은 몰랐다.그때와 달랐던 건,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형사들이 보였다.그리고 누군가는 구태정이 뛰어내린 위치를 수소문하고 다녔다.근처를 돌아다니는 일반인도 거의 없었다.임재준은 트렁크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꺼내 전동하와 소은정에게 하나씩 건넸다.소은정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우리 당당하게 들어가는 거 아니었나요?”전동하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당연히 우린 찔리는 게 없지만 그래도 귀찮은 일은 피하는 게 좋잖아요. 기자가 따라붙거나 하면 곤
소은정의 질문은 꽤나 직설적이었다.안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과하게 힘들어하는 문상아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했다.남편이 죽은 것도 아니고 둘은 어디까지나 불륜 관계였을 뿐이다.콧대 높은 문상아가 구태정과 진짜 사랑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았다.만약 비통하고 힘들어하는 표정이 모두 연기라면? 그러기에는 너무 진실되어 보였다.문상아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길게 심호흡했다.그녀는 어떤 감정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문상아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저를 안 좋아하시는 거 알아요. 언니와 사이가 무척 좋았으니 제가 싫으셨겠죠! 그래서 절 이렇게 괴롭히는 거 아닌가요?”소은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문상아는 냉소를 지으며 눈물을 닦더니 말했다.“맞아요. 저는 비겁한 내연녀예요. 게다가 이제 곧 성공한 내연녀가 되겠죠. 손재은이 죽었을 때 기뻐서 잠도 오지 않았어요! 은정 씨는 손재은과 친분이 있으니 제가 더 싫으셨겠죠? 그 계약서가 모든 걸 말해주잖아요. 손재은이랑 짜고 저에게 복수하려고 일부러 그런 계약서를 작성한 거잖아요! 아닌가요?”악에 받친 그녀의 말에 전동하의 얼굴도 무섭게 굳었다.하지만 아직은 화낼 타이밍이 아니었다.사람은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오히려 공략하기 쉬웠다.“원래 구태정의 재산은 저에게 오게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계약서가 공개되면서 저는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었죠! 정말 다행인 건 그 여자가 정말 알맞은 타이밍에 죽었다는 거예요!”소은정은 약간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문상아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계약서 있는 거 몰랐어요?”문상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약서 얘기만 하고 있었지만 사실 사건의 중점은 계약서가 아니었다.문상아는 힘없이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은정 씨가 가장 잘 알잖아요. 손재은과 구태정이 어떻게 죽었는지.”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소은정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더 이상 저를 찾지 말아주세요. 이 일에
베란다에서 갑자기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문상아는 화들짝 놀라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구태정이 그곳에서 목숨을 끊어서 그런지 그녀도 많이 예민한 상태였다.문상아는 맹수 같은 전동하의 눈빛을 겁먹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녀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전동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소은정의 손을 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가요.”소은정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전동하는 그녀의 손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문상아는 그들이 이대로 돌아갈 줄 몰랐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은정 씨,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을게요. 경찰 쪽에는 입도 벙긋하지 않을 게요. 저는 살고 싶어요.”많이 차분해 보였지만 사실 문상아도 속으로 떨고 있었다.소은정은 왜 이 시점에 갑자기 방문했을까?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의도인가?아니면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유일한 증인을 제거하려고 온 걸까?문상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너무 쉽게 털어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착잡한 표정으로 문상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내가 보기에 신변에 경호원을 고용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안 그러면….”그녀는 더 이상의 말을 생략했다.구태정까지 사지로 내몬 자가 문상아를 살려 둘 거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문상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소은정과 전동하는 말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전동하는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소은정은 문상아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했다.하지만 그건 아닐 것이다.출발하기 전, 전동하는 임재준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동남아에 한번 갔다와야겠어. 가서 안진 좀 찾아봐. 그 여자 윤재수가 진행하던 사업을 이어받고 싶어했잖아? 서류에 사인만 하면 일단 독사가 관리하던 클럽을 그 여자한테 넘긴다고 해. 명심해. 꼭 본인을 만나고 진행해야 해.”임재준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이 물었다.“안진을 의심하는 거예요?”“당신도 같은 생각이잖아
전동하는 월 스트리트 투자은행 출신이었고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들은 죄다 꾀고 있었다. 다만 문지웅 회장이 모습을 감춘 지 오래라 적지 않은 신예들은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야말로 진정한 실세인데 말이다. 전동하는 문지웅 회장이 돌아가신 장모님과 이런 관계가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문지웅 회장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소찬식보다 열 살 넘게 많지만 건강했고, 말하는 것도 굉장히 활발했다. 양미간에 은근한 위세를 띠고 있는 것이, 기세가 참 당당하다. 그러나 지금 그의 표정은 매우 흥분된 듯했고 냉혹함이나 거리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소은정이 다가가 공손하게 안부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셨어요? 건강하시죠?”소은정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십여 년 전 문지웅의 모습은 한없이 강해 보이고 뭐든 다 하는 호랑이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할아버지는 당시의 기세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늙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얼굴의 주름은 이미 숨길 수 없이 자글자글했지만 그나마 골격이 받쳐주고 있어 생기가 있어 보였다.문지웅은 소찬식과 담소를 나누다가 소은정을 보며 말했다.“이제 어른이 다 됐네? 크면서 엄마 판박이야.”소은정은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소찬식 쪽을 바라봤다. 소찬식이 아무런 동요도 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소찬식은 소은정 옆에 있는 전동하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사위예요. 동하.”전동하는 문지웅이 입을 열기도 전에 부드럽고 겸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르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문지웅은 전동하의 말을 듣고 일부러 난처하게 하려는 듯 말했다.“무슨 말을 들었나?”‘왜 내 남편을 곤란하게 하는 거지?’그녀가 눈빛으로 도움을 청했지만 소찬식은 예상했던 일인 것처럼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전동하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월 스트리트에서 처음 투자에 뛰어들었을 때 회장님의 사례를 보고 결정했었어요. 항상 존경해왔고 만나
소은정은 전동하가 이렇게까지 어른들한테 좋은 인상을 남기는 재주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문지웅의 말 편하게 하란 말은 전동하를 완전히 인정한 거나 다름없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꽤 엄격했던 문지웅의 마음을 이리도 수월하게 사로잡았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전동하는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네!”그런 전동하를 바라보던 문지웅은 빙그레 웃다가 갑자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나한테 너 같은 사위가 있다면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텐데. 아깝군……”문지웅은 한숨을 쉬더니 이내 말을 돌렸다.“은정아, 너희 아빠 계속 혼자시니?”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아빠는 본인을 생각하시기보다 우리 남매를 위해 바쁘게 사셨어요.” 문지웅의 눈동자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래도 네 엄마가 남자 보는 눈이 있구나!”소은정은 과거의 일을 명백히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고, 웃으면서 집사 아저씨를 불렀다.“아저씨, 오빠 좀 불러주세요. 오랫동안 뵙지 못한 것도 있고, 이제 올 때도 됐어요.” 집사는 소은정의 분부대로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문지웅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역시 네가 철이 들었구나.”문지웅은 한숨을 쉬더니 일어서며 말했다.“난 객실로 가서 좀 쉴 테니까 준서 좀 돌봐 줘. 나이가 들어서인지 좀 힘드네?”“알겠어요.”문지웅이 걸어가려다 잠시 걸음을 멈췄고,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두 장의 블랙카드를 꺼내며 말했다.“선물이야.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 얼른 받아.”소은정은 얼른 카드를 받아 들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저희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죄송해서 어떡해요? 감사해요.”전동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은정의 눈짓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감사합니다.”문지웅은 온화한 미소를 짓더니 전동하를 가리키며 말했다.“우리 은정이한테 잘해야 해. 아니면 가만 안 둘 거야!”농담처럼 들렸지만, 조금의 협박도 담겨있는 듯했다.그러나 전동하는 문지웅의 의미심장한 말을 알아듣고 공손히
문상아는 얼굴빛이 변하더니 차가 있는 쪽을 향해 소리쳤다. “은정 씨——”차 안에 있던 ‘소은정’의 얼굴빛도 몇 번이나 달라졌다. 문상아가 몇 발짝 앞으로 걸어와서는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여긴 왜 왔어요? 내가 우스운 꼴을 보러 온 거예요? 똑똑히 들어요. 손재은이랑 구태정 다 죽었으니까 나머지 재산은 모두 나랑 내 아이 거예요.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고요!”차 안의 ‘소은정’은 음침한 눈빛으로 문상아를 응시 하고 있었다.어두운 불빛 아래, 차 안에 있는 이의 얼굴 반쪽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매섭게 밖을 내다보는 눈초리가 한기를 뿜을 뿐이었다. 그녀는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래요. 그들 모두 죽었죠. 다음은 당신이에요.”문상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왜 나를 협박하는 거예요? 내가 첩이긴 했지만 은정 씨 가정을 파탄 낸 것도 아니잖아요!”차 안의 ‘소은정’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협박? 난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에요. 구태정이 어떻게 죽었는지 잊었어요?”문상아는 멍한 얼굴로 그녀의 입술을 응시하더니 소리쳤다.“자살했다고 들었어요. 그 남자가 어떻게 죽었든 나랑 상관없는 일 아니에요?”차 안의 ‘소은정’이 생각이 복잡한 듯 눈썹을 찡그리며 문상아를 쳐다보았고, ‘소은정’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스치는 것 같았다.“무섭지 않아요? 직접 본 거 아니에요?”문상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무슨 헛소리예요. 본 적 없는데요.”차에 탄 사람은 조용히 그녀를 한 번 보았고, 문상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방금 무슨 소리가 났는데, 대체 뭐예요? 은정 씨, 내려서 똑바로 말해줘요.”그녀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차에 탄 사람도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차창을 올리고 운전대를 잡은 이에게 분부했다.“갑시다.”차는 즉시 문상아를 뒤로 하고 시동이 걸렸고, 차에 탄 사람은 약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동하 씨가 의심하기 시작한 건 아니겠지? 안 돼. 여기 계속
전동하가 담담하고 가볍게 말하자, 소은정은 놀라서 눈이 똥그래지며 더듬거렸다.“그게…… 그게 가능해요?”전동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최면술로 소은정에게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다.전동하는 피식 웃었고, 그 웃음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당연히 가능하죠. 다 잊어버리면 누군가 아무리 윽박질러도 은정 씨를 지목하진 못할 거예요. 그 둘의 죽음이 은정 씨랑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게 밝혀지면 우리는 작전에 성공한 거예요.” 소은정은 전동하의 일 처리에 감탄했고, 그녀의 눈빛에는 그를 향한 존경이 가득했다.“여보,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고, 얼굴을 사랑스럽게 비볐다. 전동하는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오늘 한 일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했다.그 순간, 위층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은 마지못해 서로한테서 떨어졌다.문지웅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그 둘을 쳐다보더니 말했다.“둘이 껴안고 무슨 난리야!”전동하는 조금 당황했고 문지웅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소은정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내 남편을 내가 껴안겠다는데, 봉건시대도 아니고 뭘 그래요?”문지웅이 눈을 크게 치켜뜨고 소은정을 바라보고 있는데 소찬식이 뒤에서 웃으면서 내려왔다.“어른이 말하는데 뭐라고 하는 거야?”문지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은정을 가리키더니 말했다.“너 혼날 줄 알아. 감히 나한테 대드는 거야?”소은정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제가 잘못했어요.”문지웅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말했다.“넌 정말 10여 년 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소찬식도 한마디 거들었다.“성질머리 하고는!”전동하가 웃으며 일어나더니 입을 열었다.“혹시 어디서 주무실 예정입니까? 가까운데 인터내셔널 호텔이 있는데 로열 스위트 룸을 예약해 뒀어요. 거기서 주무시는 게 어때요?”문지웅은 미소를 지었고, 소찬식은 전동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