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의식을 잃었고 머리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얼음같이 차가운 손길이 느껴졌지만, 뿌리칠 힘조차 없었다. 그저 이곳에는 전동하 말고는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뿐이었다. 전동하의 손길이 언제부터 이리도 자상하지 않았던가?고요하다.그녀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녀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몸이 부르르 떨었고, 불현듯 정신이 들었다. 온몸이 시큰거리고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아무 상처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숙였고, 누가 갈아입혔는지 잠옷 차림인 자기 모습을 보고 의아해 났다. 악몽을 꾸는 바람에 약간 식은땀이 났을 뿐 잠옷은 쾌적하고 깨끗한 편이었다.그녀는 천천히 심호흡하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여전히 온몸이 시큰 해났지만,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술 마신 후유증은 아닐 텐데……’그녀는 이렇게까지 힘겨운 적이 없었다. 문을 열고 나가니 온통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 따뜻한 조명이 공기를 가득 메우고 있고 아이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정겨웠다. 거실에는 새봄이의 장난감이 잔뜩 널브러져 있었고 긴 장난감 기차가 온 거실을 휘젓고 있었다……전동하는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새봄이의 소꿉놀이에 동참하고 있었고 부엌에서는 하인이 준비한음식의 기분 좋은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바깥은 아직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어 있었지만, 한없이 아름다웠다. 그녀가 불편한 몸을 감추며 새봄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는데 마구 운행하던 장난감 기차가 결국 소은정의 정강이를 들이닫았다. 그 광경을 본 새봄이는 장난감 구급상자를 들고 뛰어오며 말했다.“엄마, 나 의사야! 내가 호 해줄게.”소은정은 그런 새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껴안으며 말했다.“우리 새봄이 꿈이 진짜 많네? 어쩜 어느 직업이나 다 관심이 있지? 하하하.”그런 모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전동하가 옷소매를 걷어붙이더니 말했다.“아직 밥 안 먹었죠? 너무 깊게 자길래 아줌마가 해장국 끓였는
소은정은 꽤 오랜 시간 업무를 처리하느라 마음속에 의심이 사라져가는 듯했고, 여느 날과 다름이 없이 평범하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목이 뻐근한지 스트레칭했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전동하는 어깨를 눌러주더니 이마에 입을 맞췄다. “방금 무슨 할 말이 있어 보이던데. 할 말 있어요?”그의 말에 소은정은 흠칫했다. 하루의 피로감이 싹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는 전동하를 의심 해서는 안 되며 그가 자기를 해칠 리 없다는 생각이 점점 짙어졌다. 그뿐인가? 그토록 금실 좋은 그들 감정이 갑자기 변할 계기도 없었다. 그녀는 말을 하려다 가슴이 두근거려 입을 하려던 말을 삼켰다. 전동하의 검은 그림자가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고,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해요. 우리 사이에 숨길 게 뭐가 있어요?”소은정은 크게 심호흡하고는 마음속에 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술 마시고 돌아올 때는 멀쩡했는데 눈 떠보니까 몸이 이상했어요. 누가 약을 탄 것처럼 온몸이 시큰거리고 아픈데 상처는 하나도 없고 그래서……”그녀는 전동하가 자신을 해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를 의심했다. “미안해요……”그녀가 그를 의심해서는 안 됐었다고 말하려 했는데 전동하가 근엄한 표정으로 그녀의 두 손을 꼭 잡고 맞은편에 앉았다. 잠시 고요한 침묵이 흐르더니 마침내 전동하가 입을 열었다.“전에는 이런 느낌 느껴본 적 없어요?”소은정이 고개를 젓더니 대답했다.“전에도 하늘이랑 유라랑 술 많이 마셨는데 오늘은 많이 마시지도 않았어요. 이럴 리가 없는데……”전동하가 진지한 말투로 물었다.“어디서 마셨어요?”소은정은 걱정스러운 듯한 그의 눈빛을 보며 마음이 놓였다. 아니라고 변명하지 않고 그녀를 위로하는 그를 보며 모든 의심이 다 풀리는 듯했다. “자주 가던 식당에서 전에 킵해둔 술을 마셨어요.”전동하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말했다.“주소 찍어줘요. 어떤 사람 만났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도 말해줘요. 사람 시켜서 알아볼게요.”“내가 너무 예민한 걸 수도 있어
전동하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평소 친절하던 분위기는 지운 채 입술을 꾹 다문 그의 모습은 보는 이를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그의 영역을 침범한 적의 도발에 대한 그의 대응은 오직 더 잔인한 복수, 그뿐이었다.결과를 확인한 전동하와 소은정은 바로 병원을 나섰다.하지만 전동하가 향한 곳은 오피스텔이 아닌 호텔이었다.의아한 그녀의 표정에 전동하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오피스텔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당분간 이 호텔에서 지내는 게 좋겠어요. 보안성 하나만큼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인 호텔이니까.”“그럼 동하 씨는요?”“나도 당연히 은정 씨랑 같이 있어야죠.”소은정을 에스코트한 전동하가 그녀의 손바닥을 만지작거리며 위로를 건넸다.“걱정하지 말아요. 이 호텔 경호원을 다 부르는 한이 있더라도 은정 씨 지켜낼 테니까.”윤재수가 잡혔다는 소식에 경계를 늦추기도 전에 그보다 더 독한 자가 나타나다니.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전동하의 마음은 긴장감으로 이미 차갑게 얼어붙은 상태였다.그날 밤, 긴장이 풀린 건지 소은정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고 샤워를 마친 전동하는 깊게 잠든 소은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바로 그때, 뭔가를 발견한 전동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바로 소은정의 목에 생긴 멍 때문이었다.형태를 보아하니 누군가가 목을 졸라 남은 손가락 자국.‘감히 누가...’소은정이 깰 까봐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전동하는 응급상자를 챙겨와 상처에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라주었다.그의 손길에도 그저 살짝 미간만 찌푸릴 뿐, 세상없이 자고 있는 소은정...너무나 평화롭게 자고 있는 모습에도 전동하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다음 날 아침.아직 깨지 않은 소은정과 달리 기나긴 밤 뜬눈으로 지새운 전동하는 거실 베란다에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안진 그 여자의 행방을 잘 살펴봐주세요. 정말 여기 있는 거 맞습니까? 절대 실수하면 안 돼요...”...잠시 후,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살에 소은정은 드디어 부스스 눈을 떴다.잠이
주춤거리며 다가간 소은정이 물었다.“두 사람이 어떻게...”엄지환이 대답하려던 그때, 손재은이 먼저 선수를 쳤다.“은정 씨도 알다시피 내가 요즘 남는 게 시간이잖아요? 우연히 전시회 입장권을 구하게 돼서 한 번 와봤는데 이 앞에서 마침 엄 대표님을 만났지 뭐예요. 오늘 제 파트너 해주기로 했어요.”한편, 엄지환은 지금 당장이라도 팔을 내팽개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는 중이었다.오늘 전시회에 참석하는 클라이언트 중 손재은과 친분이 있는 이가 있을 수도 있는 법, 괜히 손재은과 얼굴을 붉혔다가 투자를 그르치게 될까 걱정이 되어서였다.한편, 소은정은 그녀의 뒤를 지키는 임재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재준 씨, 소개할게요. 이쪽은 정일테크 엄지환 대표님이고, 이쪽은... 구태정 대표 와이프 손재은 씨예요.”소은정의 소개에 엄지환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물론 손재은의 환한 미소는 어색하게 굳어버렸지만 말이다.원망 섞인 눈으로 소은정을 흘겨보던 손재은이 슬그머니 엄지환의 팔짱을 풀고...곧 다시 흥미롭다는 눈으로 임재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임재준 씨, 신인 배우 아니었나요? 은정 씨는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동하 씨는 참 불안하겠어요. 아, 그러고 보니까 동하 씨는 왜 안 왔어요?”“남편은 열심히 일하는 중이죠. 그 사람이 열심히 일해야 제가 더 마음 놓고 쓸 수 있지 않겠어요?”임재준과 엄지환을 힐끗 바라보던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두 사람은 먼저 들어가죠?”그녀의 경호원인 임재준이야 소은정의 명령에 따르는 게 당연했고 엄지환 역시 누구보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길 바랐으므로 군말없이 자리를 떴다.잠시 후, 두 여자만 남게 되자 손재은이 불쾌하다는 얼굴로 따져물었다.“은정 씨,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왜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려요? 내가 언제 은정 씨 누구 만나는 데 방해한 적 있어요?”“엄지환 대표는 SC그룹 계열사 대표입니다. 괜히 불륜이네 뭐네 이상한 일로 엮이면 SC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가겠죠. 충분
구태정은 손재은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예상 밖에도 손재은은 이혼 얘기를 꺼내며 히스테리를 부리지 않았다. 아마 손재은은 이미 사실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구태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여보, 걱정 마. 나는 당신밖에 없어, 앞으로 그 여자가 당신 눈앞에 나타날 일은 절대 없어.”손재은의 표정은 한결 평온해졌다. 우주 전시관은 빌딩 13층이다. 이들은 우주 전시관에 초청받아 온 것이 아니라 다른 볼 일 때문에 온 것이다. 구태정은 손재은과 소은정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자기야, 어디야?”손재은의 표정을 한순간 일그러졌다.또한 눈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소은정과 엄지환은 한 바퀴를 돌아본 후 휴게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 손재은에게 갔다. 엄지환은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 있는 듯한 손재은을 보고 말했다. “손 대표님, 제가 도저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수가 없네요. 제가 진 박사님한테 여쭤볼까요?”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 대표님, 정말 그러실 수 있어요? 재은 씨는 이혼을 해도 집안이 무너지지 않아요. 게다가 재은 씨는 연예급으로 예쁜데 정말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까?”엄지환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소은정에게 말했다. “소 대표님, 저도 돈 많은 여자를 찾을 때 이것저것 따집니다. 더욱이 저는 능력 있는 여자를 더 좋아합니다.”소은정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안녕히 가세요.”엄지환은 그대로 가버렸다. 잠시 후, 임재준은 소은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소은정은 손재은 앞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신경 끈 거 아니었어요? 왜 이렇게 넋이 나갔어요?”손재은은 창백한 안색으로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저 두 사람이 너무 쓰레기 같다고 생각해서요.”소은정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재은 씨 변호사가 일 처리 끝내면 문제없을 거예요.”손재은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지그시 소은정을 쳐다보고 말했다. “은정 씨, 제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소은정은 눈썹을
구태정과 문상아는 병원으로 향했다. 현장에는 세 사람의 관계를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손재은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구태정과 손재은 부부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남편이 사람들 앞에서 내연녀를 감싼다는 것은 아내 입장에서는 이 결혼은 충분히 비극이라는 것이다. 임재준은 손재은을 신경 쓸 겨를 없이 무의식적으로 소은정을 쳐다봤다. 문상아가 떠나버리면 임재준의 임무는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손재은은 그 자리에 서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구태정과 문상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문정아는 마음속에 있던 승부욕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남은 것은 오직 좌절감 뿐이다. 손재은은 구태정이 여자에게 관심 없이 오직 본인의 욕심 때문에 연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구태정이 여자에게 사심을 가지고 연기하지 않는다면 손재은도 즐기며 볼 수 있다. 하지만 손재은은 구태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본인을 보호하던 구태정이 지금은 문상아를 보호하고 있다. 이 연기는 그야말로 눈꼴 사납기 짝이 없다.손재은은 마치 본인이 했던 경고에 본인의 뺨을 맞은 듯했다.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내연녀에게 구태정을 뺏겼다. 손재은은 깊은 한숨을 내쉰 후 문 쪽으로 향했다. 이때, 계단을 내려오던 소은정은 임재준 혼자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임재준은 재빨리 소은정에게 달려가 말했다. “대표님...”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했다. “아주 잘 했어요.”연기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뛰어는 연기 실력을 바라며 까다롭게 굴어서는 안 된다. 행사가 끝나자 소은정은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 문 앞에서 못 나가게 막았다. “소은정 씨, 엄 대표님께서 연회가 하나 더 남았으니 참석하시라고 하셨습니다.”“엄 대표님이요?”소은정은 피식 웃었다. 엄지환이 감히 이렇게 사람을 통해 말을 전하다니?소은정은 말을 하려다가 앞에 있는 낯선 종업원을 보고 갑자기 이상함을 눈치챘다. “알겠습니다.” 소은정은 웃으
박우혁은 말과 다르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소은정은 실연에서 벗어난 박우혁을 보니 덩달아 기뻐 웃음이 났다. 추하나에게 박우혁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박우혁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어디서 만났어? 다른 지역 사람 같은데?”“주워왔어요.” 박우혁은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진짜 주워왔어요. 버스 정류장에서 한 무리가 이영이한테 손찌검을 하는 것을 봤어요. 그리고 그 후에 이영이가 오빠를 찾으러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영이 오빠는 대학 입학을 한 후부터 연락이 끊겼어요. 그래서 이영이도 일자리를 알아보려다가 그 무리들에게 팔려갈 뻔 한 거죠.”박우혁은 소은정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말했다. 소은정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윤이영은 이런 아픈 사연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소은정이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윤이영이 화장실에 돌아왔다. 박우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윤이영에게 의자를 빼줬다. “음식들이 입맛에 맞아? 다른 음식 시킬까?”윤이영은 놀란 토끼 눈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윤이영은 박우혁의 사랑을 듬뿍 받는 듯했다. 소은정은 웃으며 말했다. “이영 씨 오빠 어디 대학교 다녀요? 제가 송화시 몇몇 대학 총장님들과 아주 친해요. 제가 이영 씨 도와드릴 수 있어요!”얼굴이 빨개진 윤이영은 멍하니 박우혁을 쳐다봤다. 본인의 사생활을 소은정에게 얘기한 박우혁을 원망하는 듯했다!“이영아, 은영 누나는 마음씨가 정말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야. 게다가 인맥도 넓어서 너를 도와줄 수 있어!” 박우혁은 황급히 윤이영을 위로하며 말했다. 잠시 후, 박우혁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 맞다! 은정 누나, 아니면 이영이 일자리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요? 아, 누나 비서로 일하면 되겠네요. 식당에서 설거지하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요!”“그건...” 당황한 소은정은 확답을 주지 못했다. 박우혁은 역시 어려운 제안을 잘 한다. 정체불명의 윤이영을 비서로 두라니?난간함
전동하에게 무시당한 박우혁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전동하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 도련님은 이영 씨랑 나가서 재미있게 노세요!” 소은정은 금방이라도 싸움이 터질 것 같아 황급히 말하고 전동하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나왔다. “다음에 봐요.” 전동하는 미소를 지으며 박우혁에게 손을 흔들었다. “볼일 없습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박우혁은 전동하를 째려보며 말했다. 전동하의 대답이 어떻든 간에 박우혁은 열받아 죽을 것 같았다. “우혁아, 방금 저 사람 누군지 알아? 은정 언니랑은 무슨 사이야?” 소은정과 전동하가 나가자 윤이영은 박우혁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마, 제 분수도 모르는 사람이야! 내가 너는 꼭 지켜줄 테니 걱정하지 마!” 화를 씩씩거리던 박우혁은 이내 웃으며 윤이영을 바라봤다. “나는 일자리가 없으니까 그냥 가야겠어...” 윤이영은 쭈뼛거리며 말했다. “아니야, 내가 삼촌에 회사에 데려갈...”박우혁은 말하던 중 고개를 돌려 테이블 위에 있는 핸드폰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디가 의자에 소은정의 가방을 보았다. “전동하 씨 때문에 은정 누나가 가방을 놓고 갔어, 내가 갖다주고 와야겠네...”“내가 갈게. 우혁아, 너 그 사람이랑 또 마주치면 싸울 수도 있어.” 윤이영은 관심 어린 말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 나 그 사람 보기 싫어.” 윤이영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 박우혁은 윤이영에게 가방을 건네주며 말했다. 윤이영은 웃으며 가방을 가지고 소은정에게 향했다.그 시각, 소은정과 전동하는 다정하고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특히 두 사람의 비주얼은 항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은정이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마치 폭풍우가 몰려들 것만 같았다. 잠시 후, 갑자기 통곡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길바닥에 넘어져 있는 윤이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동하는 재빨리 윤이영을 부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