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강열이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갓난아이 같은 부드러운 살결이 발그스름한 취기를 띠고 있었다.그는 그녀의 자는 모습을 보고 화난 것도 잊었다.심강열은 자기가 한 여자를 이토록 마음 다 해 사랑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예전에 그는 결혼은 비즈니스고, 서로 존중하기만 하면 감정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여겼었다.심지어 그는 아내와의 사랑을 기대하지도 않았었다.하지만 한유라가 나타난 뒤부터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그녀는 그의 삶에서 통제를 잃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됐다.그는 차가운 삶을 뜨겁게 달궈준 그녀를 잃을 뻔했다.다행히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다.그는 한참 동안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아주머니가 해장국을 들고 오는 것을 보고서야 눈을 돌렸다.아주머니는 심강열이 한유라한테 참 다정하다고 생각하면서 하시율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심강열이 해장국을 들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깨웠지만 한유라는 깊은 잠에 빠져들어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는 할 수 없이 해장국을 옆에 놓고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시도했다.한유라는 누군가 자신이 자는 걸 방해했다는 생각에 화가 났는지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심강열의 뺨을 때렸다.심강열은 한숨을 쉬다가 그녀의 얼굴을 정성스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정신 차려. 해장국 먹고 다시 자. 입 벌려. 아……”그는 한유라의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를 전혀 개의치 않고 건장한 팔을 드러내며 그녀에게 어떻게든 해장국을 먹이려 했다.한유라는 짜증이 난 듯 눈을 찌푸렸고,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심강열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더니 해장국을 그녀의 입가로 가져가서는 아이 달래듯 다정히 말했다.“몇 입만 먹고 자자. 아주머니가 해준 해장국 평소에 잘 먹던데. 입 벌려……”한유라는 잠에서 깼는지 그를 몇 초 동안 응시했다.심강열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마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더니 말했다.“착하지, 우리 유라, 좀만
욕실에서는 여전히 물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심강열의 말투는 어느때보다 진지했으나 한유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한유라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봤다.이런 일쯤은 쉽게 넘어갈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듯싶었다.물소리가 멈추고 그녀는 욕조에 몸을 담갔다.평소에도 한유라는 목욕하러 들어가면 마시지며 피부 관리며 두 시간이 걸렸다.그녀는 가끔 심강열과 함께 목욕하곤 했다.한유라의 달콤한 유혹을 참기 힘들었기에 심강열도 가끔 협조했었다.그녀 때문에 여러 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도 생겼는데 그때마다 그녀를 혼내기도 했다.그는 그랬던 그녀가 지금 문을 걸어 잠그고 그를 무시하는 행동을 보며 머리가 새하얘졌다.오날따라 유독 길게만 느껴지는 두 시간이 지나고 문이 열렸다.그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침대 옆에 앉아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가가 수건으로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려고 한다.목욕을 한 탓인지 그녀의 얼굴은 발그레했고 취기도 거의 가신듯했다.그녀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했다.“아직 안 잤어?”심강열은 그녀를 몇 초 동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나서 평소처럼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려 했다.한유라는 거절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스킨 케어를 하기 시작했다.심강열은 잠깐 느껴지는 그 어색한 기류를 캐치해냈다.그녀가 아직도 그 일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가 그를 멀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그는 한숨을 쉬며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유라야, 오늘 화 많이 난 거 알아. 은진이가 회사에 출근하는 거 알고 있었지?”한유라는 그의 말에도 고개를 숙인 채 에센스를 바르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고 가볍게 얼굴을 두드렸다.그녀는 머리를 들지도 않고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은진이가 누군데?”심강열은 흠칫 놀라서 거울로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고 긴장감에 입술을 오므렸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심강열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꽤 오랜 정적이 방 안을 감쌌다.심강열은 마른침을 삼켰고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야. 난 그냥 해명하고 싶었어. 낮에 들은 건……”한유라가 가볍게 웃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들은 게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다 내 오해고 은진 씨 존재도 몰랐다고 변명하고 싶은 거냐고. 아니다. 오늘만 은진 씨 만났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건가……”한유라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심강열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그녀가 하는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고 그는 자기 입으로 말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심강열은 다시 힘없는 목소리로 해명을 시도했다.“믿을 진 모르겠지만……”한유라가 아무런 표정도 없는 차가운 얼굴로 심강열의 말을 끊었다.“무슨 말을 하든 다 안 믿어.”두 사람의 사이는 뒤틀리고 말았다.한유라는 그를 믿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유은진이 모임에 나타난 것도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기 위해서가 아닌가?심강열이 유은진을 회사에 들인 것도 다시 옛날처럼 지내고 싶어서가 아닌가?그녀는 조금 무디긴 했지만, 바보가 아니었다.심강열은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도 한유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서는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듯했다.한유라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기에 꽤 당당했던 그는 일이 더 커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는 가볍게 웃고는 답답함을 숨기며 말했다.“그래서? 내 해명은 듣지도 않고, 나한테 사형 선고 내리는 거랑 뭐가 달라?”그를 노려보는 한유라의 눈동자에는 허탈함과 가소로움이 가득 배어있었다.“낮에 내 귀로 똑똑히 들어서 어디서부터 진짜고 어디서부터 가짠지 모르겠어.”심강열이 한층 어두워진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은진이 내보낼 테니까 신경 쓰지 마.”한유라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차갑고도 낯선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까지 억지로 보낼 필요 없어. 은진 씨가 안 간대도 난 상관없어.”심강열은 귀를 의심하며 그 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하시율 여사가 전화기 너머 말했다.“내일 유라 데리고 집에 와서 밥 먹어.”심강열은 당황해서 머리가 하얘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둘러댔다.“시간 없어요.”그의 말투가 심상치 않음을 하시율은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왜? 그딴 년이 한 거짓말 가지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꼴 하고는. 내가 너희 사이 갈라놓은 것처럼 뭐 하는 거야?”심강열은 당황한 듯 대답했다.“어머니, 그게 아니라……”하시율은 화가 난 듯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내일 유라 데리고 안 올 거면 나 볼 생각하지 마! 아예 유강열이라고 성도 바꾸지 그러니?”하시율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전화를 끊었다.손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상황을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회사까지 찾아가 이 일에 대해 알아보진 않았을 것이다.심강열과 유은진이 계단에서 한 대화 탓에 회사에는 온갖 소문이 돌고 있었다.하시율은 아들이 바람을 피우는 더러운 짓 따위 할 리가 없다고 믿었다.유은진 그 나쁜 년이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 위해서 일부러 한 말이라면 모를까.그때 당시 일어난 일은 하시율만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단순한 부부싸움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은진 그년이 끼어있다니…… 결코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심강열은 그대로 거실 소파에 누웠지만 두통이 느껴져 잠이 오질 않았다.동이 튼 무렵에야 잠시 눈을 붙였지만 금세 깨버렸다.아주머니는 아침 일찍 식사를 준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유라도 일어나서 세수하러 갔다.심강열이 드레스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마침 한유라와 마주쳤다.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한유라가 웃으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좋은 아침이야.”심강열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유로운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영문 모를 울화가 치밀었다.한유라는 개의치 않고 아침을 먹으면서 손 아주머니의 솜씨가 좋다고 칭찬까지 했다.신선한 해산물을 곁들인 죽이 오늘따라 더 맛있다고 칭찬하자 손 아주머니는 흐뭇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출근
한유라를 바라보는 심강열의 눈에는 그녀를 향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가득했다.그는 밤새워 고민한 끝에 정확하고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어젯밤 오갔던 짜증 섞인 말투와 오해로 인해 그는 이성적이지 못했다.한유라 또한 술에 취한 상태라 제정신이 아니었다.하지만 오늘은 서로가 마음을 어느 정도 가라앉힌 상태였다.아무 말 없는 한유라를 보며 그는 잠시 망설이다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말했다.“허튼 생각 마. 우린 영원히 오래오래 같이 있을 테니까.”그는 그녀의 손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 순간, 한유라의 얼굴은 조금 편안해진 듯했고 차가웠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가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그의 표정이 어젯밤과 달라서인지 한유라는 계속 심강열을 응시하고 있었다.영원히, 오래오래 같이 있을 거라는 말.유치하지만 설레는 그 말에 그녀는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쌓아두었던 마음의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그녀는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려는 것일까?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미소 짓는 심강열을 바라보다가 차에서 내리려 했다.심강열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조수석 차 문을 열고 한유라의 손을 잡고는 그녀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둘은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탔고 누가 보든 말든 개의치 않았다.심강열은 동료들이 함부로 수군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평소에 부부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티 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이 장면을 봤으면 했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꼭대기 층 사무실로 향했다.심강열은 기분 좋게 한유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저녁에 어머니가 밥 먹으러 오래. 당신 좋아하는 갈비 준비하신데.”한유라는 마침내 인색한 눈빛을 거두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두 사람은 멈칫했다.비서와 동료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비서가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은진 씨가 아침부터 기다리
심강열이 단호하게 말했다.어제처럼 우유부단하지도,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거머리 같은 유은진을 말끔히 잘라내야 했다. 유은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말했다."우리의 과거가 그렇게 비참했다고? 분명히 나와 결혼할 거라 했잖아... 결혼하든 말든 상관없다며..."심강열은 횡설수설하는 유은진의 말을 끊어버렸다."우리 사이가 각별한 사이가 아니었다는 건 너도 알잖아. 만약 그때 곁에 있던 사람이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똑같았을 거야."유은진의 몸이 휘청거렸다. 눈동자에는 선명한 핏줄이 졌다. 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으면서 말했다."나랑 제일 힘든 시간을 버틴 거, 기억 안 나?"심강열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그 시간은 내 힘으로 버텼고 내 힘으로 다시 일어선 거야. 너 덕분이라는 생각하지마."유은진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심강열이 변했다고 생각했다.아닌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건가?심강열은 여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시시콜콜 따지지는 않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 따끔하게 말한다. 전에 심강열은 유은진이 뭐라고 하든 웃고 넘겼지만, 지금은 확실히 그녀를 끊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전에 둘이 사귀었을 때도 항상 유은진이 적극적이었다. 심강열의 말처럼 옆에 있던 사람이 누구든지 상관없었을 것이다.사랑을 할 줄도,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고 사랑에는 관심이 없던 심강열이였다.유은진이 그를 떠난 이유는 심강열의 사업이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났어도 결혼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아서였다. 그와 결혼하고 싶었던 유은진은 마침 심강열의 부모님이 기회를 준 틈을 타 전략적 후퇴를 한거다. 유은진이 그의 곁을 떠났을 때 소중함을 알고 애정이 더 깊어질 것이라 생각했으나 유은진이 가자마자 결혼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국내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그의 과거가 되어버렸다. 유은진은 오기 전에 심강열의 결혼녀에 대해 이미 조사했었다.한유라에 대해서는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잘된 일이라 생
구경을 끝마친 사람들은 한숨을 돌렸다. 다행히 심강열의 태도는 그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심강열이 유은진에게 하는 말은 사이다 그 자체였다. 세상 남자들이 다 그처럼 전 여친을 대한다면 혼인율이 올라갈 것이다. 모두 한유라 편에 서 있던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제는 분명히 오해가 있었을 거야! 대표님이 그럴 리가 없어! 심강열은 한유라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똑-똑- 노크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귀를 기울이니 안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심강열은 문을 열고 한유라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한유라는 편안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한유라는 고개를 들어 잠깐 그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고 담담한 말투로 통화를 이어갔다. "알아, 충동적이면 안 된다는거. 나는 걱정 안 해, 솔직히 너도 있잖아?"심강열은 소파에 앉아 한유라를 기다렸다. 유은진이 아침에 휘젓고 다닌 것에 대해 한유라가 화났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통화는 끊을 줄을 모르고 계속하여 화제를 바꾸며 이어갔다. 비서가 몇 번이고 찾아와 회의 참가를 재촉했지만 들은 체 만체 하였다. 비서가 다시 들어오고 불쌍한 눈빛으로 심강열을 바라보았다. 심강열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더니 테이블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회의 하러 갈 테니 통화 계속해."한유라와 대화를 하려 해도 한유라가 기회를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심강열이 나가고 사무실의 차가운 공기가 가셨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물었다. "강열 씨야?"한유라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응, 쫄렸나 보지..."소은정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너무 그러지 마, 내가 알아봤는데 그 여자랑 그렇게 깊은 사이도 아니였대. 전에 그 여자가 강열 씨 비서였는데 그여자가 옆에서 강열 씨를 살뜰히 챙겨줬나 봐. 한번은 술자리에서 흑장미를 자처해 엄청 마셨다가 위출혈까지 걸렸었고. 강열 씨가 그것 때문에 감동하고 사귀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마침 강열 씨
“그 여자가 먼저 연락하기 전엔 가만히 있어. 강열 씨 일이니까 알아서 해결하게 냅두라고.”소은정의 말에 한유라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굳이 내 손 더럽힐 필요 없잖아?”그렇게 한동안 대화를 나눈 소은정은 한유라의 말투가 훨씬 가벼워진 뒤에야 안심하고 통화를 마쳤다.그러자 다가온 전동하가 그녀를 꼭 안았다.“은정 씨도 은근히 오지랖 넓은 스타일인 거 알아요? 회사 일도 바쁘면서.”이에 소은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어쩌겠어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정도로 걱정하진 않았을걸요? 그런데 유라는... 달라요. 한번 사랑에 빠지면 뭐랄까? 이성적인 사고가 거의 불가능한 사람이라서 막 나가지 않게 곁에서 잘 지켜봐줘야 한다고요.”전동하의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스쳤다.“심강열 대표도 참... 어쩌다 그런 여자랑 사귄 걸까요?”고개를 돌린 소은정이 전동하의 옷깃을 정리해 주며 말했다.“우리 동하 씨는 나 만나기 전에 모솔이었으니까 이런 일로 속 끓일 일은 없겠다. 맞죠?”그러자 전동하의 눈이 미소로 예쁘게 휘어지더니 그녀의 허리를 안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그럼요. 어,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겠는데요? 상 줘요.”유혹하 듯 속삭이는 목소리가 소은정의 마음을 간질거리고 두 사람은 뜨거운 키스를 시작했다.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전동하의 손이 못된 장난을 시작하려 할 때,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이에 그를 확 밀어낸 소은정이 부랴부랴 아기를 향해 달려가고 혼자 남겨진 전동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휴, 우리 딸. 타이밍 한번 죽여주네.’한편 통화를 마친 한유라는 여유롭게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문을 여니 상석에 앉은 심강열과 어딘가 긴장한 듯한 임원들의 모습이 보였다.그녀의 등장에 방금 전까지 차갑던 심강열의 눈동자가 순간 부드러워졌다.한유라가 손을 젓는 심강열의 옆자리에 앉고 살짝 풀어진 분위기에 임원진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 실장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C시 프로젝트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