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설아도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지난번에 너희 회사 커피숍에 커피 마시러 갔는데 너 휴가 냈다고 하더라?”소은정은 담담하게 대꾸했다.“맞아.”굳이 남의 회사 건물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고?“임신이야?”문설아가 다가와서 귓가에 대고 물었다.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다행히 음악소리가 커서 아무도 이쪽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어차피 굳이 숨겨야 할 이유도 없기에 그녀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문설아가 혀를 차며 말끝을 흐렸다.“어쩐지….”소은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뭐?”문설아는 그들을 힐끗 보고는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희 셋은 눈치가 너무 없어!”소은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썼다.그러자 문설아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나 그거 들었어. 업체 대표들이 전 대표 투자 받으려고 여자를 그렇게 많이 보낸다면서? 지금 자기가 좀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다고! 너 조심해. 여자가 임신했을 때 남자가 바람 피울 확률이 높으니까!”소은정은 인상을 쓰며 자세를 바로잡았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그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김하늘, 한유라 역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성질 급한 한유라가 말했다.“넌 네 걱정이나 해. 네 남편은 그런 사람일지 몰라도 전동하 씨는 그런 사람 아니야.”김하늘도 고개를 끄덕였다.문설아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안 믿을 줄 알았어.”말을 마친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이게 증거야!”소은정은 무심하게 사진을 힐끗 보았다.사진 속 사람은 전동하가 맞았다.그의 옆에는 볼륨감 있는 몸매를 가진 혼혈 느낌 나는 여자가 서 있었다.그 여자는 뜨거운 시선으로 전동하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전동하의 손에는 작은 여행용 캐리어가 들려 있었는데 여자의 캐리어를 대신 들어준 것 같았다.소은정은 한 번도 전동하의 주변에서 이런 여자를 본 적 없었다.캐리어
"그래서? 네가 창업에 실패한 원인이 나한테 있다고 말하려는 거야?"김하늘의 말에 문설아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애처로운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맞아. 전동하 씨 아주 능력 있는 투자자라는 말을 들었어. 투자하는 항목마다 성공한다고 해서 안목이 좋은 천재라는 소문이 있어. 나한테 소개해 줘."소은정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문설아를 쳐다보았다.겨우...한유라는 콧방귀를 뀌었다."얼마 없는 돈으로 무슨 투자를 하겠다는 거야. 그 돈으로 가방이나 사."문설아는 얼굴이 빨개져 소리를 질렀다."나 돈 많아!""네가 어떻게 돈이 많아? 너희 엄마 아빠도 너 창업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하지 않았어?"문설아는 턱을 쳐들고 말했다."우리 남편한테 돈이 많아. 일 년에 400억씩 주겠다고 했어. 그러면 돈이 얼마나 많이 모일지..."김하늘과 한유라는 서로를 마주 보며 씩 웃었다."창업이란 말이 언제부터 이렇게 부정적이었어?"소은정의 말에 문설아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그러니까, 전동하 씨, 소개해 줘."소은정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문설아는 하는 수없이 숨겨놓은 패를 꺼내 들었다. 그녀는 사진을 소은정에게 전송했다."됐어?"사진을 확인 한 소은정이 씩 웃었다."그래. 경고하는데 투자는 모험이 따르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돼. 꼭 돈을 많이 번다는 보장은 없어."문설아는 소은정의 말이 이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래, 알았으니까 빨리."전동하가 투자한 항목에만 투자를 하면 무조건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생각했다.소은정은 그녀에게 전동하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건네자 문설아는 품에 소중히 안았다."어머, 나 이제 부자가 되려나 봐. 너희들도 봤어?"한유라와 김하늘은 고개를 저었다.소은정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지었다.그때, 이율이 술잔을 손에 쥐고 나타났다. 눈가가 빨개진 것을 보니 울었던 흔적이 있었다."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요? 투자? 저도 하고 싶어요."문설아는 씩 웃으
소은정은 뱃속에 있는 아이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아이야, 너도 지금 화를 내고 있는 거 맞지?'얼굴이 하얗게 질린 소은정은 심호흡을 하며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아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김하늘은 하얗게 질린 소은정의 얼굴을 보고 언성을 높였다."문설아,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됐잖아? 넌 왜 신혼여행도 안 가고 여기서 이러고 있어?"문설아는 바로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출장 갔어... 1년이 지나야 돌아오려나 봐."한유라는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혹시, 바람피우러 간 건 아니고?"문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꽉 쥐었다."아니야!""정략결혼이잖아, 니네. 감정도 없는데 바람피우는 것도 정상 아니야? 만약 네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우면 너는 이혼할거야?"한유라는 똑같은 물음을 문설아에게 물었다.문설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기 일 아니라고 함부로 내뱉기는.’한유라는 소은정에게 눈짓을 하며 통쾌한 복수를 해줬다는 사인을 보냈다.소은정도 그녀의 말에 싱긋 웃어 보였다.마음이 한결 편해졌다.하지만 그 사진만 떠올리면 기분이 울적해지는 것은 방법이 없다.사진을 그에게 보내주고 싶었지만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전동하는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그러나 사진을 보면 자꾸 불안한 마음이 떠올랐다.그때, 성강희와 이율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려와도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는 아주 잘 들렸다."네 친구들은 날 조금도 사람 취급하지 않아! 나를 비웃고, 나를 무시하고 그러는데도 너는 내 편에 서지도 않잖아!"성강희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뭐래는거야!""사실이야! 네 제일 친한 친구들이 나를 무시하고 나랑은 말도 섞으려고 하지 않는다고!"성강희는 이율의 팔을 쳐내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했다."친구끼리 존중하고 안하고가 어딨어? 그리고 널 무시했다는데, 그럴 애들 아니라는 거 너보다는 내가 더 잘 알아. 그러니까 제발 허튼 생각 하지 마.
소은정은 조금 놀란 것 같은 모습이었다."나는... 왜 처음 듣는 말 같지?"한유라는 성강희를 쳐다보며 말했다."쟤가 찾아갈 가봐. 주연화 그 여자 일은 그럭저럭 잘 하나 봐. 우리 깡도 칭찬하더라.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만 않으면 꽤 잘 한다고 했어."문설아는 그들이 무슨 말을 속삭이는지 몰라 자신이 왕따가 된 기분이 들어 신경이 쓰였다."너희들 지금 누굴 말하는 거야? 왜 또 그 여자가 찾아왔어?"문설아는 이율이 울고 있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재밌는 구경을 하고 싶을 뿐이다.평범한 여자들이 부리는 재주는 문설아의 경멸이 가득한 눈빛만 받을 뿐이다.능력 없는 여자만이 눈물로 남자를 잡아둔다고 생각한다.이율이 이곳에 나타는 순간부터, 그녀들은 이율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아무 능력도 없는 여자들이 남자 하나만 믿고 이곳에 들어오려는 것은 모두가 익숙하게 알고 있었다.이곳 모임에 참석하고 싶다면 남자 하나만 믿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성강희 말고도 다른 남자들도 여자친구들을 자주 바꾸며 파티에 참석한다.다들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잠시 후, 성강희가 화를 내며 다가오자 문설아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그러나 입이 근질거렸던 문설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성강희, 여자친구 화났어? 얼른 가서 달래야지."그녀의 말을 들은 성강희는 짜증이 났다."여자친구? 여기에 내 여자친구가 어디 있어?"성강희가 하는 말은 마침 그의 뒤를 쫓아오는 이율의 귀에 들어갔다.많은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구긴 그녀는 이곳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아 바로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갔다.성강희는 그 모습을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이율의 애틋한 모습은 어느 정도의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을까?성강희는 소파에 앉아 독한 술을 연거 푸어 마셨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그는 소은정을 보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나 담배 좀 피고 올게..."소은정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성강희, 여기 이상한 사람많아. 아가씨가 혼자 집에 가는 길에 위험하지 않
소은정은 휴대폰을 손에 쥐고 화장실로 향했다. 바깥바람이라도 마시고 싶어 가방을 손에 쥐고 나왔다.옆방을 지날 때,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전동하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화장실을 다녀온 그녀는 모퉁이를 돌아 베란다로 향했다.밖은 어두컴컴했고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조용한 밤공기가 어우러졌다.그녀는 다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전동하에게서는 아직 새로운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리려는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죄송해요! 화장실을 착각했어요! 저는 남자화장실인 것도 모르고..."소은정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율이... 화장실을 착각했다고?"성강희가 이율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간 줄 알고 있었다.그러나 성강희는 아직 이율을 찾지 못한 것 같다.혹시라도 나쁜 일을 당할 가봐 소은정은 성강희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그러나 곧이어 들리는 남자 목소리에 소은정은 깜짝 놀랐다."괜찮아요. 여자 화장실은 밖에 있어요."전동하의 목소리다.'전동하가 왜 저기에 있지?'그의 목소리에 소은정은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발걸음을 멈추고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율이 곧 떠난 줄 알았는데 그녀는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저... 길을 잃었어요, 혹시 저 좀 데리고 나가주시겠어요?"조심스러우면서도 기대 가득한 말투, 소은정은 이율이 지금 어떤 표정으로 전동하에게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그리고 곧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전동하의 자상함에 익숙해져 그의 주위에는 다른 여자가 있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은 다른 여자 때문에 싸운 적도 없었다.전동하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좋은 여자를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신랑감이기도 했다.자신이 전동하에게 다가오는 많은 여자들을 막은 것 같다는 생각에 전동하의 행동이 궁금하기도 했다.곧이어 전동하의 차가우면서도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 제 아내를 데리러 가야 해서요. "이율의 목소리가 처량하게 들렸다."결혼.
성강희는 이율의 체면을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성강희는 전동하를 발견하고 물었다."어떻게 여기에 있어요?"전동하는 어깨를 으쓱하고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이율은 눈을 반짝거렸다."어머, 두 사람 서로 아는 사이야? 강희야, 나 소개해 줄래?"성강희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이율을 흘겨보았다.그제야 이율이 그에게 접근한 목적을 알 것 같았다.그는 목적성이 있게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라 따라 온다는 걸 막지 않은 것뿐이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떠드는 이율을 당장이라도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다."소개? 너를 왜? 몸이라도 팔려고?"수줍은 미소로 전동하를 바라보고 있던 이율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전동하는 표정이 굳어졌다."두 사람 얘기 나눠요."성강희는 몸을 비스듬히 비켜주었다."네, 들어가요..."전동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이율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성강희는 가볍게 웃어 보이고 말했다."너 꿈 깨. 저 남자 아내는 네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너 화장실에 남자 잡으려고 왔니? 내가 방해한 것 같으니 이만 갈게."말을 마친 그는 이율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돌아섰다.세 사람의 대화에 정신이 팔린 소은정은 자신이 지금 있는 자리가 전동하가 마침 지나가는 자리인 것도 깜빡했다."왔어요?"전동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가 서있는 곳에 바람이 부는 것을 보고 창문을 닫았다."왜 여기 서 있어요?"소은정은 잠시 멍하니 눈을 반짝거렸다."당신이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는 것 같길래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여기서 기다렸죠..."듣기 좋은 거짓말을 했다.엿듣고 있었다는 말보다 이 핑계가 훨씬 나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전동하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외투를 고쳐 입히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마침 잘 됐네요. 집에 갈까요? 아, 내가 보낸 메시지는 못 보고 놀음에만 빠진 건 아니죠?"그의 말투에서도 소은정에 대한 애정이 뚝뚝 흘러넘쳤다.
소은정은 눈을 굴리며 부드럽게 웃었다.“그래요. 어차피 가려고 했으니까요.”하지만 여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도 전에 소은정의 옆에 있던 남자가 그녀를 말렸다.“안 돼요.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오지랖 부리지 말아요.”그 말에 여자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었다.소은정도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어차피 가는 길도 같은데….”전동하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고는 소은정의 어깨를 껴안고 앞으로 몇 걸음 더 가서 작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저 여자 남자 화장실에서 남자 꼬시는 여자예요. 별로 질 좋은 여자가 아니라고요. 성강희 씨가 한 말도 있으니까 저 여자 믿지 말아요. 저런 애들을 인터넷에서 뭐라고 했더라? 여우? 다른 사람 가정을 파탄 내는 여우니까 저 여자랑 가까이 하지 말아요!”소은정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전동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말은 보통 여자가 남자한테 하는 얘기 아닌가?‘왜 나한테 저런 말을 하지?’전동하는 멍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됐어요. 어차피 은정 씨는 순진해서 그런 거 잘 모르니까 내 말 들어요. 어쨌든 귀찮게 들러붙기 전에 어서 가요.”한편, 이율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제 더 다가갈 명분도 없었다.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경악한 얼굴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저기서 말하면 이쪽에 안 들릴 줄 알았을까?‘일부러 나 들으라고 말한 건가?’혼신의 연기를 다했지만 그의 한마디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버렸다.소은정이 다가왔을 때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남자가 단 한마디로 그녀의 계획을 까발릴 줄이야.‘믿을 수 없어… 세상에 어떻게 저런 남자가 다 있지?’이율은 자신을 경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얼른 자리를 뜨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정말 자존심이 상했다.소은정은 웃음을 참으며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운전기사가 도착했다.소은정은 차에 오른 뒤에도 계속해서 그의 표정을 주시했다.전동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차에 올랐다.“난 정말 모르는 여자예요. 전혀 기억이 없어요. 이 여자 누구예요? 이 여자가 사진 줬어요? 우리 사이가 너무 좋아서 질투해서 일부러 우리 이간질하는 것 같네요. 절대 속으면 안 돼요! 이런 사람은 멀리 피하는 게 좋아요.”소은정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어쩐지 기분이 좋았다.그녀는 처음부터 그를 의심하지는 않았다.그냥 그의 반응이 궁금했을 뿐이다.역시 전동하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잔뜩 짜증이 난 그의 모습을 보자 소은정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됐어요. 장난이었어요.”전동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못 말린다는 듯이 웃고는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물었다.“나 가지고 장난친 거예요? 우리 아기는 얌전히 있었어요?”소은정은 흐뭇한 표정으로 아랫배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오늘은 정말 얌전했어요. 아까 음악소리가 그렇게 컸는데 잘 자는 것 같더라고요.”전동하는 따뜻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질투 때문에 이상한 사진 가져와서 나 놀려먹으러 한 거죠?”소은정은 아니꼽게 그를 흘겨보았다.“아니거든요? 그러기에 평소에 행동거지를 조심했어야죠. 그 사진 진짜예요. 난 또 동하 씨가 투자건 때문에 거래라도 한 줄 알았잖아요!”전동하의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무슨 거래요?”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아까 문설아와 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잠시 침묵이 감돌았다.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물었다.“그 투자건… 잘 되면 꽤 많은 돈을 벌겠죠?”전동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돈 안 돼요. 여보, 그거 그냥 연막작전이에요. 겉으로 보기에 전망이 좋아 보이지만 사실 실속이 별로 없어요. 아마 일년 뒤에 파산할지도 몰라요.”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졌다.소은정은 갑자기 문설아가 불쌍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