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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0화 남자들한테 꼬리치다

성강희는 이율의 체면을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성강희는 전동하를 발견하고 물었다.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

전동하는 어깨를 으쓱하고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율은 눈을 반짝거렸다.

"어머, 두 사람 서로 아는 사이야? 강희야, 나 소개해 줄래?"

성강희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이율을 흘겨보았다.

그제야 이율이 그에게 접근한 목적을 알 것 같았다.

그는 목적성이 있게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라 따라 온다는 걸 막지 않은 것뿐이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떠드는 이율을 당장이라도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다.

"소개? 너를 왜? 몸이라도 팔려고?"

수줍은 미소로 전동하를 바라보고 있던 이율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전동하는 표정이 굳어졌다.

"두 사람 얘기 나눠요."

성강희는 몸을 비스듬히 비켜주었다.

"네, 들어가요..."

전동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이율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성강희는 가볍게 웃어 보이고 말했다.

"너 꿈 깨. 저 남자 아내는 네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너 화장실에 남자 잡으려고 왔니? 내가 방해한 것 같으니 이만 갈게."

말을 마친 그는 이율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돌아섰다.

세 사람의 대화에 정신이 팔린 소은정은 자신이 지금 있는 자리가 전동하가 마침 지나가는 자리인 것도 깜빡했다.

"왔어요?"

전동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가 서있는 곳에 바람이 부는 것을 보고 창문을 닫았다.

"왜 여기 서 있어요?"

소은정은 잠시 멍하니 눈을 반짝거렸다.

"당신이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는 것 같길래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여기서 기다렸죠..."

듣기 좋은 거짓말을 했다.

엿듣고 있었다는 말보다 이 핑계가 훨씬 나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동하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외투를 고쳐 입히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침 잘 됐네요. 집에 갈까요? 아, 내가 보낸 메시지는 못 보고 놀음에만 빠진 건 아니죠?"

그의 말투에서도 소은정에 대한 애정이 뚝뚝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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