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곳을 떠났다.늙은이의 창백한 안색과 급박해진 호흡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자리에 있던 대부분 이들은 그저 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이었기에 정말 전동하의 사람과 맞설 수 없었다.대리 대표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전동하를 따라갔다.남은 이들은 모두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이 조사를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전동하가 모든 정력을 한국으로 전이해 하소그룹을 이미 포기했다고 했었기에 그들은 이렇게 할 생각을 했었다.하지만 이제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이제 어떻게 해요? 저희 그만둬야 하는 거예요?"남은 이들 중 한 명이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저는 식구 5명을 전부 먹여 살려야 해요, 그런데 정말 그만둔다면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지금 사직서를 다시 회수해도 될까요?""아니면 지금 전 대표님을 찾아가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건 어떨까요? 저희는 이 일을 모른다고, 저는 그저 상사의 말을 따랐을 뿐이라고…""제 손에 있던 프로젝트 이제 곧 상금이 나오게 생겼는데 모두 날아간 건가요?"......"조용!"늙은이가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그리고 화가 나서 사무실을 벗어났다.남은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전 대표님, 잠시만요."대리 대표가 전동하를 불러세웠다.전동하가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다.대리 대표가 커피 한 잔을 들고 오며 웃었다."오늘 다행히 제때에 오신 덕분에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었어요, 아니면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뻔했어요.""능력이 출중하신 분이신 거 잘 압니다, 업무 처리도 뛰어나시고요. 하지만 하소그룹은 내부가 복잡하고 연루된 이익도 광범위해서 일단 자신들의 이익에 문제가 생기면 복수를 당하게 될 거예요. 저 또한 이 사실을 이미 예상했고요."전동하가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전 대표님께서 그룹이 안정될 때까지 여기 남아계시는 건 어떨까요, 그럼 모든 게 좋아질 거 같은데..."대리 대표가
전동하는 침묵을 지키다 다시 말했다."떠나는 사람들이 분명 다른 이들을 데리고 떠날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남겨둘 필요가 없으니 남은 분들에게는 계속 월급을 주세요, 회사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한국과 미국의 전문인을 찾아 함께 장부를 조사할 예정이니 그때 수고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저도 그저 월급을 받을 순 없죠, 하지만 이 장부들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겁니다.""압니다. 그리고 아마 제대로 조사해 내긴 힘들거고요.""그럼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죠?""관리직들을 다시 뽑아야죠. 업체랑 사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거나 회사 이익을 팔아넘긴 이들을 전부 찾아내서 내치는 겁니다. 이 그룹은 뿌리부터 썩어서 다시 살리려면 그 뿌리들을 전부 없애야 해요. 시작이 많이 힘들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해야 하고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대리 대표가 아무 말도 없이 그를 보다 갑자기 웃었다."전에는 정말 대표님께서 여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가장 신경 쓰고 계셨던 분이셨네요.""저는 입만 움직이면 되니 이 기회를 빌어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려는 거죠, 다 자기 사심을 지녔다는 거 인정합니다."그 말을 들은 대리 대표가 웃었다."하지만 대표님 사심이 저랑 같아요."하소그룹을 이어받은 그날부터 그는 하소그룹 내부가 심각하게 썩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계속 그룹을 이어 나가려면 뿌리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하지만 그는 그룹의 사람들이 자신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오히려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릴까 봐 겁이 났다.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들은 서로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전동하만 자신의 입장을 유지한다면 대리 대표는 이곳에서 힘든 시간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은정 씨가 대표님을 여기까지 데려오기 위해서 힘 많이 들였죠?"그 말을 들은 대리 대표가 의외라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저는 전 대표님께서 모르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은정 씨가 처음부터 말해줬어요, 자기가 대표님
모두 괜찮은 업적을 쌓은 덕분에 인사팀의 추천을 받아 SC그룹으로 들어온 이들이었지만 자리에 앉은지 일 년 만에 이런 기회를 만났다. 예전에도 남몰래 이런 짓을 많이 벌이기도 한 사람들이였으니.하지만 이번에 재수 없게도 업체에서 일 푼도 더 주려 하지 않아 그들은 합작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튿날, 바로 지금 소은정에게 불려 와 이곳에 앉게 되었다.그리고 한 통의 영상통화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차가운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웃으며 전화를 받아들었다."여보세요?"과장님들은 유해진 소은정의 안색을 보며 한시름 놓았다.소은정은 몰래 식은땀을 훔치는 과장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전동하의 잘생긴 얼굴이 휴대폰에 나타났다."제가 방해한 거 아니죠?""당연하죠, 말해요."소은정이 웃으며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옆에 있던 대리 대표를 한 눈 바라보자 그가 소은정에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은정 씨."대리 대표를 본 소은정이 그를 보며 웃었다."아직도 일하고 있었어요?""은정 씨랑 상의할 일이 있어서요.""동하 씨 뜻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소은정은 사람들 앞에서 전동하의 체면을 충분히 세워줬다."그럼 은정 씨 의견을 듣는 걸로 할게요."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그게 뭔데요.""하소그룹 이름을 바꿀까 하는데 은정 씨 생각은 어때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소그룹은 가족 관리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배경이 강대했지만 가족 친척들의 이익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름을 바꾸려면 적지 않은 반응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동하 씨 생각이에요?"소은정이 진지하게 그를 보며 물었다.그러자 전동하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전동하가 하소그룹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아니라 전동준의 심혈과 마이크의 미래가 그곳에 있었기에 그는 하소그룹이 무너지는 모습을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물론 무너져 가는 그 곳을 살리기
"은정 씨가 지어준 그 이름으로 할게요, 나도 마음에 들어요."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미국의 골칫덩이는 동하 씨한테 맡길게요,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말고 쉬어가면서 일해요."소은정이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네, 하지만 빨리 돌아가는 건 힘들 것 같아요. 여기가 안정될 때까지 며칠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약간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그래요, 동하 씨가 알아서 해요."소은정이 농담을 던지곤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눈앞의 네 명의 과장을 보더니 다시 안색을 바꾸었다."이 일 누가 책임질 거예요?"그 앞에 앉아있던 이들은 소은정이 이렇게 빨리 태도를 바꿀 줄 몰랐다.방금까지만 해도 살갑게 통화를 하던 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리에 있던 이들은 다시 안색이 새하얘졌다.소은정 남매들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소은호가 한 방에 해결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소은정 남매 앞에서 까불 수 없었다."소 대표님, 제가 이 일을 조사해 보고 문제를 일으킨 이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하지만 소은정은 그저 차갑게 웃었다. 자신을 대신해 일을 뒤집어쓸 이를 모색하려는 과장의 뜻을 금방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차가운 눈길로 그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다시 말했다."만약 그게 당신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겁니까?"담담한 그 한마디에 과장은 새하얘진 안색으로 굳은 몸을 어찌할 바 몰라 했다. 그리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은 그런 그를 보며 의자에 기대어 앉더니 서류를 그의 앞에 던져줬다."조사는 이미 끝났습니다, 회사가 큰 손해를 입게 했으니 회사에서는 더 이상 당신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소 대표님, 저 회사에 정말 충성했습니다. 회사를 위해 얼마나 큰 이윤을 가져다줬는데요, 이렇게 이유도 없이…"과장이 즉시 일어서며 말했다."돈 좀 가진 거 가지고, 회사에서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저뿐이라고 생각합니까?"과장이 다급
과장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그를 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당신 전에 있던 선배가 얘기해줬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업체는 다릅니다. 공평이고 불공평이고 그런 얘기는 집어치우고 대외로 공개한 가격은 모두 업계 비밀입니다. 한 글자라도 밖으로 얘기했다가는 이 바닥에 발도 못 들이고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할 수도 있습니다."소은정의 사나운 눈빛을 확인한 과장이 그녀의 눈을 피하며 입을 다물었다."돌아가서 결과를 기다리세요, 결과가 나오기 전, 공적을 쌓아 자신의 죄를 씻을 수도 있습니다."네 사람은 그 말을 듣고도 감히 서로를 바라보지 못했다.결국 그들은 난감한 안색으로 사무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머지않아, 소은해가 노크와 함께 들어섰다."밖에서 들으니까 화 엄청 내던데, 너 그러다가 주름 생긴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그를 흘겨봤다."나름 괜찮은 거야, 큰오빠가 처리했다면 경찰까지 끌어들여서 가차 없이 굴었을 거야."하지만 소은정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디저트야, 먹어."소은해가 디저트를 그녀의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나 매수하려고?"소은정이 그를 보며 물었다."그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내가 네 오빠로 안 보이지? 내가 돈 낭비해 가면서 너를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소은정이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디저트를 집어 들었다."그럼 잘 먹겠습니다, 오빠."소은해는 한심하다는 듯 그런 소은정을 바라보다 시험하듯 물었다."하늘이 너한테 연락 안 했어?"소은정은 한 입 베어 물었던 디저트를 다시 뱉으려고 했다.하지만 소은해가 그녀의 입을 막고 경고했다."뱉지 마, 먹고 얼른 말해."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었다."아니."소은정의 대답을 들은 소은해가 코를 만졌다."그럼 네가 먼저 연락을 해야지, 요즘 위도 안 좋은데 밥은 제대로 챙겨먹었는지 걱정이야. 우리 하늘이 해외 음식 정말 못 먹는데, 자기 입맛에 맞는 식당은 찾았으려나…"소은정은 웃으며 김하늘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는 소은해를 바라봤다.
소은해가 코를 먹으며 고개를 45도로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그 디저트도 하늘이 디저트였는데, 습관적으로 준비했는데 줄 사람이 없어서 너한테 준 거야."그러니까 소은정이 김하늘에게 고맙다고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일까?"내가 하늘이였다면 진작에 오빠랑 헤어졌을 거야!"소은정이 말을 하며 휴대폰을 바라봤다.통화는 이미 3분 동안 지속되었다.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는 듯했다."너랑 우리 하늘이가 어떻게 같아?!"소은해의 말을 들은 소은정은 즉시 그를 쫓아냈다."나가!"소은해는 소은정의 미움을 샀다가는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얼른 그녀의 사무실을 벗어났다.소은정은 화를 다스리고서야 휴대폰을 들었다."하늘아, 들었지? 우리 오빠 미친 것 같아, 심리 상담의사라도 찾아가 볼까 봐."그 말을 들은 김하늘이 조용하게 웃었다."은정이 네 앞이니까 그런 말 하는 거지, 내 앞에서는 엄청 진지해.""네 앞에서 저런 모습을 보였다가는 네가 참지 못했을 거야!""그건 모르지, 내 앞에서도 저렇게 솔직하게 굴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서로의 생각을 추측할 일도 없을 테고.""두 사람이 만나든 말든 나는 늘 네 편이야, 하지만 네가 결정을 했다면 망설이지 말았으면 좋겠어. 소은해가 우리 오빠인 거 봐서라도 차라리 그냥 한 방에 끝내 줘."머지않아, 김하늘이 홀가분해진 말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 헤어질 생각한 적 없어, 그냥 내가 참아낼 수 있는 데가 어디까지인지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말이 달라지는 거지만. 그런데 방금 들어보니까 이번에 그냥 말도 없이 떠난 거 너무했다는 생각이 드네."김하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한숨을 쉬며 턱을 괴었다."그건 그래, 나도 우리 오빠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구는 거 처음 봐.""나 내일 비행기로 돌아가는데 데리러 와달라고 하면 안 돼?"김하늘이 웃으며 물었다."당연히 가능하지, 엄청 기뻐할 거야."......소은정이 전화를 끊자마자 소은
소은해는 너무 기뻐서 순간 자리에서 뛰어오를 뻔했다.소은정은 그런 그를 보며 김하늘이 정말 그에게 중요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소은해가 자신의 오빠가 아니었다면 절대 이런 귀찮은 일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소은해는 뒤에서 소은정의 어깨를 문지르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나 퇴근한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 씻고 옷도 좀 갈아 입어야지!""내일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하지만 소은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일초라도 빨리 만나고싶어. 공항 근처 호텔에 가서 기다릴 거야."말을 마친 소은해는 들뜬 모습으로 사무실을 나섰다.소은정은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사랑에 빠진 이는 역시 맹목적이었다.그녀는 자신과 전동하가 진정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은해는 너무 미친놈 같았다.......한편 전동하는 소은정이 지어준 회사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대리 대표는 전화를 끊은 뒤로도 입꼬리를 내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전동하를 보며 웃었다."역시 은정 씨는 신기한 여자네요, 동하 씨를 이렇게 처음 연애하는 사람처럼 만들어 버린 걸 보면."전동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웃음을 거두었다.그는 확실히 이런 진지한 연애가 처음이었다.예전의 그는 주동적으로 다가오는 여자에게도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심지어 증오하기까지 했다.부귀영화를 위하여 자신의 자아마저 버릴 수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증오하듯이 말이다.전동하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대리 대표는 그런 그를 만류하며 물었다."전 대표님, 연애하러 가려는 건 아니죠? 여기 일이 조금 안정되면 떠나야죠. 은정 씨랑 앞으로 많은 시간을 같이 할 수 있으니 여기의 일부터 해결하시죠."그러자 전동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돌아갈 생각 없습니다, 그저 은정 씨가 사달라고 한 물건이 있는데 직접 골라야 해서. 이따 보여줘야 하거든요, 늦으면 쇼핑몰이 문을 닫을 것 같아서 그럽니다."그 말을 들은 대리 대표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지금 그것보다 더욱
두 사람은 쇼핑몰이 문을 닫기 전에야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그곳을 나섰다.윤이한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도 이렇게까지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그는 갑자기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미안해졌다.하지만 그 감정은 머지않아 사라졌다.그는 두 번 다시 이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전동하는 만족스럽게 소은정에게 동영상을 찍어 보냈다."은정 씨가 원하는 거 다 샀어요, 그런데 한정판 립스틱은 아직이에요, 내일 물량이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내일 다시 올게요."소은정이 발 빠르게 엄지를 세운 이모티콘을 그에게 보냈다.전동하는 그 답장을 보곤 웃었다.모든 수고스러움이 값지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저녁이 되어 전동하는 서류를 보다 소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떠나기 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소은정이 먼저 전화를 걸어 전동하는 좋지 않은 감정들을 깨끗하게 지웠다.결혼하지 않고 평생 연애를 해도 좋을 것 같았다.소은정이 원한다면 그렇게 따라주면 그만이었다.그녀가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그만큼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그는 자신에게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영상통화는 바로 연결되었고 소은정은 팩을 한 채 전동하를 바라봤다."그쪽은 괜찮아요?"그러자 전동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를 걱정해 줘야죠.""그럼 동하 씨는 괜찮아요?""아니요.""왜요?""은정 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요, 여기에서 20여 년을 살았는데 오늘 와보니 공기도 별로고…"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웃음을 터뜨리며 팩을 떼어냈다."전 대표님, 그건 이유가 안된다는거 알고계시죠?."전동하도 웃으며 휴대폰 속의 그녀를 바라봤다."은정 씨, 내가 오후 내내 쇼핑몰에 돌아다닌 거 봐서 자그마한 요구 하나만 들어주면 안 돼요?"소은정이 통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말해요.""반신욕 한 번 해줄래요?"그 말을 들은 소은정은 순간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이따…"하지만 그녀는 금방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순식간에 얼굴을 붉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