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곳을 떠났다.늙은이의 창백한 안색과 급박해진 호흡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자리에 있던 대부분 이들은 그저 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이었기에 정말 전동하의 사람과 맞설 수 없었다.대리 대표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전동하를 따라갔다.남은 이들은 모두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이 조사를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전동하가 모든 정력을 한국으로 전이해 하소그룹을 이미 포기했다고 했었기에 그들은 이렇게 할 생각을 했었다.하지만 이제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이제 어떻게 해요? 저희 그만둬야 하는 거예요?"남은 이들 중 한 명이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저는 식구 5명을 전부 먹여 살려야 해요, 그런데 정말 그만둔다면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지금 사직서를 다시 회수해도 될까요?""아니면 지금 전 대표님을 찾아가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건 어떨까요? 저희는 이 일을 모른다고, 저는 그저 상사의 말을 따랐을 뿐이라고…""제 손에 있던 프로젝트 이제 곧 상금이 나오게 생겼는데 모두 날아간 건가요?"......"조용!"늙은이가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그리고 화가 나서 사무실을 벗어났다.남은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전 대표님, 잠시만요."대리 대표가 전동하를 불러세웠다.전동하가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다.대리 대표가 커피 한 잔을 들고 오며 웃었다."오늘 다행히 제때에 오신 덕분에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었어요, 아니면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뻔했어요.""능력이 출중하신 분이신 거 잘 압니다, 업무 처리도 뛰어나시고요. 하지만 하소그룹은 내부가 복잡하고 연루된 이익도 광범위해서 일단 자신들의 이익에 문제가 생기면 복수를 당하게 될 거예요. 저 또한 이 사실을 이미 예상했고요."전동하가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전 대표님께서 그룹이 안정될 때까지 여기 남아계시는 건 어떨까요, 그럼 모든 게 좋아질 거 같은데..."대리 대표가
전동하는 침묵을 지키다 다시 말했다."떠나는 사람들이 분명 다른 이들을 데리고 떠날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남겨둘 필요가 없으니 남은 분들에게는 계속 월급을 주세요, 회사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한국과 미국의 전문인을 찾아 함께 장부를 조사할 예정이니 그때 수고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저도 그저 월급을 받을 순 없죠, 하지만 이 장부들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겁니다.""압니다. 그리고 아마 제대로 조사해 내긴 힘들거고요.""그럼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죠?""관리직들을 다시 뽑아야죠. 업체랑 사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거나 회사 이익을 팔아넘긴 이들을 전부 찾아내서 내치는 겁니다. 이 그룹은 뿌리부터 썩어서 다시 살리려면 그 뿌리들을 전부 없애야 해요. 시작이 많이 힘들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해야 하고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대리 대표가 아무 말도 없이 그를 보다 갑자기 웃었다."전에는 정말 대표님께서 여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가장 신경 쓰고 계셨던 분이셨네요.""저는 입만 움직이면 되니 이 기회를 빌어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려는 거죠, 다 자기 사심을 지녔다는 거 인정합니다."그 말을 들은 대리 대표가 웃었다."하지만 대표님 사심이 저랑 같아요."하소그룹을 이어받은 그날부터 그는 하소그룹 내부가 심각하게 썩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계속 그룹을 이어 나가려면 뿌리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하지만 그는 그룹의 사람들이 자신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오히려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릴까 봐 겁이 났다.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들은 서로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전동하만 자신의 입장을 유지한다면 대리 대표는 이곳에서 힘든 시간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은정 씨가 대표님을 여기까지 데려오기 위해서 힘 많이 들였죠?"그 말을 들은 대리 대표가 의외라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저는 전 대표님께서 모르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은정 씨가 처음부터 말해줬어요, 자기가 대표님
모두 괜찮은 업적을 쌓은 덕분에 인사팀의 추천을 받아 SC그룹으로 들어온 이들이었지만 자리에 앉은지 일 년 만에 이런 기회를 만났다. 예전에도 남몰래 이런 짓을 많이 벌이기도 한 사람들이였으니.하지만 이번에 재수 없게도 업체에서 일 푼도 더 주려 하지 않아 그들은 합작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튿날, 바로 지금 소은정에게 불려 와 이곳에 앉게 되었다.그리고 한 통의 영상통화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차가운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웃으며 전화를 받아들었다."여보세요?"과장님들은 유해진 소은정의 안색을 보며 한시름 놓았다.소은정은 몰래 식은땀을 훔치는 과장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전동하의 잘생긴 얼굴이 휴대폰에 나타났다."제가 방해한 거 아니죠?""당연하죠, 말해요."소은정이 웃으며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옆에 있던 대리 대표를 한 눈 바라보자 그가 소은정에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은정 씨."대리 대표를 본 소은정이 그를 보며 웃었다."아직도 일하고 있었어요?""은정 씨랑 상의할 일이 있어서요.""동하 씨 뜻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소은정은 사람들 앞에서 전동하의 체면을 충분히 세워줬다."그럼 은정 씨 의견을 듣는 걸로 할게요."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그게 뭔데요.""하소그룹 이름을 바꿀까 하는데 은정 씨 생각은 어때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소그룹은 가족 관리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배경이 강대했지만 가족 친척들의 이익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름을 바꾸려면 적지 않은 반응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동하 씨 생각이에요?"소은정이 진지하게 그를 보며 물었다.그러자 전동하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전동하가 하소그룹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아니라 전동준의 심혈과 마이크의 미래가 그곳에 있었기에 그는 하소그룹이 무너지는 모습을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물론 무너져 가는 그 곳을 살리기
"은정 씨가 지어준 그 이름으로 할게요, 나도 마음에 들어요."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미국의 골칫덩이는 동하 씨한테 맡길게요,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말고 쉬어가면서 일해요."소은정이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네, 하지만 빨리 돌아가는 건 힘들 것 같아요. 여기가 안정될 때까지 며칠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약간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그래요, 동하 씨가 알아서 해요."소은정이 농담을 던지곤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눈앞의 네 명의 과장을 보더니 다시 안색을 바꾸었다."이 일 누가 책임질 거예요?"그 앞에 앉아있던 이들은 소은정이 이렇게 빨리 태도를 바꿀 줄 몰랐다.방금까지만 해도 살갑게 통화를 하던 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리에 있던 이들은 다시 안색이 새하얘졌다.소은정 남매들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소은호가 한 방에 해결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소은정 남매 앞에서 까불 수 없었다."소 대표님, 제가 이 일을 조사해 보고 문제를 일으킨 이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하지만 소은정은 그저 차갑게 웃었다. 자신을 대신해 일을 뒤집어쓸 이를 모색하려는 과장의 뜻을 금방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차가운 눈길로 그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다시 말했다."만약 그게 당신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겁니까?"담담한 그 한마디에 과장은 새하얘진 안색으로 굳은 몸을 어찌할 바 몰라 했다. 그리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은 그런 그를 보며 의자에 기대어 앉더니 서류를 그의 앞에 던져줬다."조사는 이미 끝났습니다, 회사가 큰 손해를 입게 했으니 회사에서는 더 이상 당신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소 대표님, 저 회사에 정말 충성했습니다. 회사를 위해 얼마나 큰 이윤을 가져다줬는데요, 이렇게 이유도 없이…"과장이 즉시 일어서며 말했다."돈 좀 가진 거 가지고, 회사에서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저뿐이라고 생각합니까?"과장이 다급
과장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그를 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당신 전에 있던 선배가 얘기해줬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업체는 다릅니다. 공평이고 불공평이고 그런 얘기는 집어치우고 대외로 공개한 가격은 모두 업계 비밀입니다. 한 글자라도 밖으로 얘기했다가는 이 바닥에 발도 못 들이고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할 수도 있습니다."소은정의 사나운 눈빛을 확인한 과장이 그녀의 눈을 피하며 입을 다물었다."돌아가서 결과를 기다리세요, 결과가 나오기 전, 공적을 쌓아 자신의 죄를 씻을 수도 있습니다."네 사람은 그 말을 듣고도 감히 서로를 바라보지 못했다.결국 그들은 난감한 안색으로 사무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머지않아, 소은해가 노크와 함께 들어섰다."밖에서 들으니까 화 엄청 내던데, 너 그러다가 주름 생긴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그를 흘겨봤다."나름 괜찮은 거야, 큰오빠가 처리했다면 경찰까지 끌어들여서 가차 없이 굴었을 거야."하지만 소은정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디저트야, 먹어."소은해가 디저트를 그녀의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나 매수하려고?"소은정이 그를 보며 물었다."그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내가 네 오빠로 안 보이지? 내가 돈 낭비해 가면서 너를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소은정이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디저트를 집어 들었다."그럼 잘 먹겠습니다, 오빠."소은해는 한심하다는 듯 그런 소은정을 바라보다 시험하듯 물었다."하늘이 너한테 연락 안 했어?"소은정은 한 입 베어 물었던 디저트를 다시 뱉으려고 했다.하지만 소은해가 그녀의 입을 막고 경고했다."뱉지 마, 먹고 얼른 말해."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었다."아니."소은정의 대답을 들은 소은해가 코를 만졌다."그럼 네가 먼저 연락을 해야지, 요즘 위도 안 좋은데 밥은 제대로 챙겨먹었는지 걱정이야. 우리 하늘이 해외 음식 정말 못 먹는데, 자기 입맛에 맞는 식당은 찾았으려나…"소은정은 웃으며 김하늘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는 소은해를 바라봤다.
소은해가 코를 먹으며 고개를 45도로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그 디저트도 하늘이 디저트였는데, 습관적으로 준비했는데 줄 사람이 없어서 너한테 준 거야."그러니까 소은정이 김하늘에게 고맙다고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일까?"내가 하늘이였다면 진작에 오빠랑 헤어졌을 거야!"소은정이 말을 하며 휴대폰을 바라봤다.통화는 이미 3분 동안 지속되었다.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는 듯했다."너랑 우리 하늘이가 어떻게 같아?!"소은해의 말을 들은 소은정은 즉시 그를 쫓아냈다."나가!"소은해는 소은정의 미움을 샀다가는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얼른 그녀의 사무실을 벗어났다.소은정은 화를 다스리고서야 휴대폰을 들었다."하늘아, 들었지? 우리 오빠 미친 것 같아, 심리 상담의사라도 찾아가 볼까 봐."그 말을 들은 김하늘이 조용하게 웃었다."은정이 네 앞이니까 그런 말 하는 거지, 내 앞에서는 엄청 진지해.""네 앞에서 저런 모습을 보였다가는 네가 참지 못했을 거야!""그건 모르지, 내 앞에서도 저렇게 솔직하게 굴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서로의 생각을 추측할 일도 없을 테고.""두 사람이 만나든 말든 나는 늘 네 편이야, 하지만 네가 결정을 했다면 망설이지 말았으면 좋겠어. 소은해가 우리 오빠인 거 봐서라도 차라리 그냥 한 방에 끝내 줘."머지않아, 김하늘이 홀가분해진 말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 헤어질 생각한 적 없어, 그냥 내가 참아낼 수 있는 데가 어디까지인지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말이 달라지는 거지만. 그런데 방금 들어보니까 이번에 그냥 말도 없이 떠난 거 너무했다는 생각이 드네."김하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한숨을 쉬며 턱을 괴었다."그건 그래, 나도 우리 오빠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구는 거 처음 봐.""나 내일 비행기로 돌아가는데 데리러 와달라고 하면 안 돼?"김하늘이 웃으며 물었다."당연히 가능하지, 엄청 기뻐할 거야."......소은정이 전화를 끊자마자 소은
소은해는 너무 기뻐서 순간 자리에서 뛰어오를 뻔했다.소은정은 그런 그를 보며 김하늘이 정말 그에게 중요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소은해가 자신의 오빠가 아니었다면 절대 이런 귀찮은 일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소은해는 뒤에서 소은정의 어깨를 문지르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나 퇴근한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 씻고 옷도 좀 갈아 입어야지!""내일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하지만 소은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일초라도 빨리 만나고싶어. 공항 근처 호텔에 가서 기다릴 거야."말을 마친 소은해는 들뜬 모습으로 사무실을 나섰다.소은정은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사랑에 빠진 이는 역시 맹목적이었다.그녀는 자신과 전동하가 진정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은해는 너무 미친놈 같았다.......한편 전동하는 소은정이 지어준 회사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대리 대표는 전화를 끊은 뒤로도 입꼬리를 내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전동하를 보며 웃었다."역시 은정 씨는 신기한 여자네요, 동하 씨를 이렇게 처음 연애하는 사람처럼 만들어 버린 걸 보면."전동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웃음을 거두었다.그는 확실히 이런 진지한 연애가 처음이었다.예전의 그는 주동적으로 다가오는 여자에게도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심지어 증오하기까지 했다.부귀영화를 위하여 자신의 자아마저 버릴 수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증오하듯이 말이다.전동하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대리 대표는 그런 그를 만류하며 물었다."전 대표님, 연애하러 가려는 건 아니죠? 여기 일이 조금 안정되면 떠나야죠. 은정 씨랑 앞으로 많은 시간을 같이 할 수 있으니 여기의 일부터 해결하시죠."그러자 전동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돌아갈 생각 없습니다, 그저 은정 씨가 사달라고 한 물건이 있는데 직접 골라야 해서. 이따 보여줘야 하거든요, 늦으면 쇼핑몰이 문을 닫을 것 같아서 그럽니다."그 말을 들은 대리 대표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지금 그것보다 더욱
두 사람은 쇼핑몰이 문을 닫기 전에야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그곳을 나섰다.윤이한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도 이렇게까지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그는 갑자기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미안해졌다.하지만 그 감정은 머지않아 사라졌다.그는 두 번 다시 이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전동하는 만족스럽게 소은정에게 동영상을 찍어 보냈다."은정 씨가 원하는 거 다 샀어요, 그런데 한정판 립스틱은 아직이에요, 내일 물량이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내일 다시 올게요."소은정이 발 빠르게 엄지를 세운 이모티콘을 그에게 보냈다.전동하는 그 답장을 보곤 웃었다.모든 수고스러움이 값지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저녁이 되어 전동하는 서류를 보다 소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떠나기 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소은정이 먼저 전화를 걸어 전동하는 좋지 않은 감정들을 깨끗하게 지웠다.결혼하지 않고 평생 연애를 해도 좋을 것 같았다.소은정이 원한다면 그렇게 따라주면 그만이었다.그녀가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그만큼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그는 자신에게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영상통화는 바로 연결되었고 소은정은 팩을 한 채 전동하를 바라봤다."그쪽은 괜찮아요?"그러자 전동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를 걱정해 줘야죠.""그럼 동하 씨는 괜찮아요?""아니요.""왜요?""은정 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요, 여기에서 20여 년을 살았는데 오늘 와보니 공기도 별로고…"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웃음을 터뜨리며 팩을 떼어냈다."전 대표님, 그건 이유가 안된다는거 알고계시죠?."전동하도 웃으며 휴대폰 속의 그녀를 바라봤다."은정 씨, 내가 오후 내내 쇼핑몰에 돌아다닌 거 봐서 자그마한 요구 하나만 들어주면 안 돼요?"소은정이 통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말해요.""반신욕 한 번 해줄래요?"그 말을 들은 소은정은 순간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이따…"하지만 그녀는 금방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순식간에 얼굴을 붉힌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