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준의 말속에는 전부 한유라를 향한 질책으로 가득했다.그는 그녀의 쪼잔함을 질책하고 끝까지 견지하지 못한 그녀를 질책했다.민하준은 이런 작은 일로 싸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한유라가 화를 내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그는 자신이 이렇게 설명하면 그녀가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한유라는 민하준의 질책을 들으며 자신을 비웃었다.지금 이 순간에도 민하준은 한유라를 질책하고 있었다.그들의 관계는 시작부터 끝까지 민하준의 자그마한 사랑으로 한유라의 목숨을 건 사랑으로 변했다.도대체 누구의 잘못이라고 해야 할까?한유라는 눈을 내려 민하준의 소매에 달린 단추를 바라봤다, 이는 그녀가 그에게 준 선물이었다.하지만 민하준은 그 선물을 딱히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선물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만 좋아하는 감정을 보아낼 수는 없었다.사실 한유라는 민하준을 잘 알지 못했다.한유라는 고개를 들고 민하준의 눈을 바라봤다."민하준, 내가 용감할 수 있는 전제는 네가 영원히 내 쪽에 서있다는 거야, 네가 다른 사람 쪽에 서서 같이 나를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 떠도는 소문을 무시할 수 있지만 네가 그 사람들이랑 같이 나를 욕하는 건 나 용납 못해. 나 불여우도 아니고 네가 키우고 있는 세컨드도 아니야, 먹을 것만 주면 좋다고 달려가는 개도 아니고. 네 처제가 싸가지가 없다고 쳐, 그럼 너도 뭐 곱게 자라서 그런 거야? 네가 그날 밤 나한테 무슨 말을 하면서 나를 모욕했는지 잊은 거야?"민하준은 차가운 한유라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심장이 아팠다.한유라가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자신을 때린다면 민하준은 이렇게 당황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선 한유라는 차가운 얼굴로 차가운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민하준은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당황스러워졌다.그날 밤, 그녀와 심강열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을 때보다도 더 당황스러웠다.민하준은 결국 자신을 위해 화제
하지만 그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유라는 피곤해하는 민하준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그는 두 사람의 감정을 보살피는 것도 피곤해했다.그동안 쌓인 실망 때문이 아니었다면 한유라는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아이 때문에 그곳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그때 충동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제일 잘 한 일이었다.그때의 결정이 지금 한유라에게 퇴로를 만들어줬다.한유라는 고개를 들고 민하준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충동적으로 이러는 거 아니야, 민하준, 우리가 함께 하는 동안 너도 우리 사이가 달라졌다는 거 느꼈잖아. 감정 낭비, 시간 낭비하기보다 빨리 끝내는 게 좋아.""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응,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이혼을 했다고 하지만 당신 여전히 전처랑 만남을 가지고 있잖아. 그 집안에서 주는 도움이 필요해서 양쪽으로 불쌍한 척 연기를 하잖아. 나는 그거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어."민하준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빨개진 눈으로 한유라를 바라보는 그는 그녀가 미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는 자신을 향한 한유라의 뜨거운 사랑을 탐내며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이었다.그것도 이렇게 단호하게, 그는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었다.한유라는 말이 없는 민하준을 보며 그도 허락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드디어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이렇게 된 거 좋게 헤어지자, 너는 전처 찾아가서 다시 살고 이제 더 이상 나 찾아오지 마, 우리 그냥 모르는 척하자."한유라가 말을 하며 민하준의 손을 놓고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는 민하준이 이익을 위해서라도 전처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다. 두 사람이 이혼을 할 때에도 재산을 나누지 않았으니.그저 이혼서류에 사인만 했지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이익은 전혀 없어지지 않았다.이는 앞으로의 수십 년 동
시간이 꽤 많이 흘렀지만 소은정은 조금의 조급함도 느껴지지 않았다.‘어쨌든 서로 사랑했던 시간이 있으니까 끝내는데도 시간이 걸리는 거겠지. 유라야 오래전부터 이별을 준비해 왔겠지만 민하준 그 사람한테는 갑작스러울 수도 있으니까...’이때 한유라가 걸어나오고 소은정이 차창을 열어 손을 흔들었다.곧바로 차에 탄 한유라는 뒤를 힐끗 바라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 따라나오네. 다행이다... 이젠 더 이상 이 감정에 엮이고 싶지 않아.”한유라가 소은정에게 방금전 상황을 쏟아내려던 그때 운전석에 앉은 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동하 씨? 은정 씨 운전기사 해주려고 오신 거예요?”“제 영광이죠.”싱긋 웃은 전동하가 차 시동을 걸었다.이때 소은정이 한유라 옆으로 찰싹 다가갔다.‘안 울었네. 다행이다. 이젠 정말 내려놨나 봐.’그럼에도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한 번 더 물어보는 소은정이었다.“얘기는 다 끝났어?”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준비했던 말은 다 했어.”앞좌석에서 눈치를 살피던 전동하도 한 마디 거들었다.“아, 유라 씨. 결혼 축하드립니다.”이에 눈썹을 치켜세운 한유라가 옆에 앉은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았다.“하, 소은정. 은근 입 싸다 너?”“동하 씨가 입 무거우니까. 아무데나 가서 막 떠벌릴 사람 아니야.”소은정의 미소에 한유라도 피식 웃었다.“말로만 축하요? 아직 은정이랑 결혼한 건 아니니까 축의금은 따로 하셔야 해요.”“하하. 그럼요.”한유라의 농담에 소은정이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흘겨보았다.“그 와중에 축의금? 은근 속물이라니까.”입으로는 핀잔을 주면서도 빨리 기운을 차린 한유라의 모습에 소은정도 흐뭇했다.‘갑자기 한 결혼이라 죽을 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하잖아. 아니지. 왠지 모를 기대감까지?”휴대폰을 꺼낸 한유라는 심강열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밥 먹었어요? 내가 데리러갈까요?”“짐은 어디에 둘까요? 옷방은 어디로 쓸래요?”“하, 지금 무시하는 거예
소은정은 눈치없이 비아냥대는 성강희의 팔뚝을 살짝 꼬집으며 복화술로 말했다.“좀 닥쳐. 우리 유라님 하실 말씀 있으시다잖아.”평소답지 않게 한유라를 띄워주는 소은정의 모습에 김하늘의 눈빛도 묘하게 변했다.하지만 두 사람의 의심스러운 눈길을 애써 무시하며 소은정은 두 손으로 한유라를 가리켰다.“자, 유라님. 현장 정리됐으니까 계속하세요.”“큼큼.”목소리를 가다듬은 한유라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나 결혼했다?”...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소은정을 제외하고 성강희, 김하늘 두 사람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눈 하나 깜박이지 않은 채 한유라를 바라보고 있었다.이에 미간을 찌푸리던 한유라는 백에서 혼인관계증명서까지 꺼내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아, 진짜라고. 나 이제 유부녀야.”겨우 정신을 차린 김하늘이 증명서를 낚아채 자세히 훑어보았다.‘가짜 같진 않은데... 엥? 민하준 그 사람이 아니라 심강열?’“야, 나도 봐봐.”역시 머리를 들이민 성강희의 눈도 휘둥그레졌다.두 사람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고...김하늘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유라야, 너...”하지만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의 김하늘과 달리 성강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 민하준 그 자식만 아니면 됐다. 난 네가 진짜 사고라도 친 줄 알았잖아.”손을 내저은 한유라가 환하게 웃었다.“그 사람이랑 이제 완전히 끝냈어. 이제부터는 심해그룹 사모님 한유라라고.”하지만 김하늘의 표정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했다.한유라, 소은정 두 사람의 눈치만 살피는 그녀의 모습에 소은정이 웃으며 해명했다.“걱정하지 마. 억지로 한 결혼 아니고. 유라랑 민하준 완전히 끝낸 거 맞으니까.”“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유라가 우리 중에 가장 먼저 유부가 되다니. 나 지금 꿈 꾸는 거 아니지?”쪼르르 무대에서 내려온 한유라가 샴페인을 오픈했다.“꿈인지 아닌지 헷갈리면 볼이라도 꼬집어 보든지. 자, 다들 잔 들어. 나 브라이덜 샤워도 못했잖아.
발걸음을 멈춘 지채영이 고개를 돌렸다.“아, 지금 상간녀인 거 인정하는 건가요?”한유라는 술기운으로 비틀거리는 몸을 바로잡기 위해 세면대를 꽉 부여잡았다.“인정? 난 민하준 그 사람이 유부남인 거 모르고 만났고 알고 나선 바로 정리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이 이혼하고 나서 그 자식이 죽자살자 매달려서 다시 받아준 거고요. 그런데 내가 왜 상간녀예요? 그쪽도 그렇고 그쪽 여동생도 그렇고... 그렇게 나오면 내가 죄책감이라도 느낄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요. 난 피해자였어요. 그런데 왜 내가 그딴 걸 느껴야 하는 건데요?”지채영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지만 이미 취한 한유라의 눈에 그게 보일 리가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차가워진 것만은 확연히 느껴졌다.“당신만 아니었으면 내 결혼생활... 그렇게 허망하게 끝나지 않았어요. 한유라 씨, 그쪽이 고의로 민하준 그 자식 만난 거 아니라고 쳐요. 그렇다고 당신이 아무 잘못도 없다고 자신할 수 있나요? 민하준 그 자식...반년 전부터 묘하게 우리 가문과의 관계를 끊어내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리 집안 인맥으로 얻은 고객들, 인맥들 다 버려가면서까지요.”한유라에게 한발 다가선 지채영이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한유라 씨, 도대체 민하준 그 자식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무슨 짓을 했길래 당신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막 나가는 거냐고요.”한편, 한유라는 넘어지기 않기 위해 세면대를 더 꽉 잡았다.눈앞에 서 있는 여자가 지채영이라는 건 어렴풋이 인지되는 상황이었지만 머리가 웅웅 울려대는 통에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술을 조금이라도 깨기 위해 한유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았지만 지채영의 그림자는 여전히 두 개로 겹쳐보였다.‘시끄러워... 머리가 터질 것 같아...’참다 못한 한유라가 발걸음을 옮겼다.“됐고. 난 이제 그 사람이랑 헤어졌으니까 더 이상 나한테 이러지 마요. 그쪽이 원하는대로 됐잖아요? 버림받은 비참한 조강지처 코스프레... 언제까지 할 건데요? 내가 왜 민하준 그
겨우 다시 중심을 잡은 한유라는 그저 길 가는 사람에게 도움이라도 받은 듯 무심하게 밀어냈다.“고맙습니다...”하지만 아무리 발걸음을 옮겨봐도 같은 자리만 빙빙 도는 기분에 한유라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누가 봐도 인사불성으로 취한 그녀의 모습에 심강열이 피식 웃었다.“몇 번 룸이에요?”주머니를 뒤적거리던 한유라가 한숨을 내쉬었다.“은정이한테 전화 좀 해줄래요? 나 좀 데리러 와달라고. 내가 폰을 룸에 두고 와서어...”한유라는 웅얼대며 말끝을 흐렸다.하지만 진상으로 느껴질 법한 이 상황이 심강열은 딱히 싫지 않았다.오히려 평소 진중하다 못해 무뚝뚝한 그의 얼굴은 부드러운 미소로 가득했다.“업무용 휴대폰 번호 밖에 없는데요? 지금 제 전화를 받을까요?”심강열과 소은정은 그저 오며가며 회의나 파티에서 만난 것뿐, 사적으로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소은정 대표 비서 번호는 있는데... 이런 사적인 자리에 비서를 대동할 일은 없을 테고...’한편 한유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그럼 왜 왔어요?”“휴...”심강열은 깊은 한숨과 함께 한유라의 가는 손목을 잡았다.반대쪽으로 움직이던 그가 말했다.“어느 방인지 기억 안 나면... 바람이라도 좀 쐬죠? 술 좀 깨면 생각날지도 모르잖아요.”복도 끝 창문 앞에 도착한 심강열은 한 번도 걸지 않은 번호를 눌렀다.“아, 우 비서님 되시죠? 심해그룹 심강열입니다. 늦은 시간 죄송합니다만... 소은정 대표님한테 잠깐 복도로 나와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 한유라 씨가 많이 취했는지 룸이 어딘지를 못 찾고 있네요? 저랑 같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통화를 마친 심강열이 다시 고개를 돌리니 한유라는 창문 앞에 선 채 바람을 맞고 있었다.아직 찬 밤바람에 정신이 반쯤 돌아온 한유라는 심강열의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심강열...? 그래. 결혼까지 한
한유라에게 심강열은 나이보다 더 진중하고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을 것 같으며 세상만사에 아무 관심도 없는 것 같은 이미지였다.‘그런데... 내가 보고 있는 이 모습이 진짜 저 사람 모습이 맞을까?’갑작스럽지만 한유라는 눈앞의 이 남자에게 참지 못할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사귀던 여자가 돈 받고 떠났다는데... 그 말을 할 때도 전혀 슬퍼보이지 않았어. 꼭 남 일 말하는 것처럼... 화는커녕 실망한 기색도 전혀 없던데... 왜지? 저 사람도 당황하거나 화를 낼 때가 있을까?’진심으로 묻고 싶었지만 지금 두 사람의 애매한 관계를 생각해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한편, 한유라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심강열은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숙련된 손놀림으로 담뱃재를 털어낸 한유라가 자연스럽게 담배를 건네려던 그때, 넓은 등이 휙 다가오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을 막아버렸다.한유라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심강열이 허리를 숙이고 조금 차가운 입술과 한유라의 말랑한 입술이 맞닿는다. 그리고 한유라는 마법에라도 걸린 듯 자연스럽게 입을 벌려 심강열을 받아들였다.심강열의 숨결에 입안에 조금 남은 담배향이 사라지고 심강열은 그렇게 천천히 한유라의 입술을 음미했다.키스의 달달함에 담배 연기향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때쯤에야 심강열은 다시 그녀를 놓아주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한유라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찬바람에 겨우 되찾은 정신이 다시 몽롱해지고 시끌벅적한 복도가 그 순간만큼은 두 사람뿐인 듯 조용하게만 느껴졌다.어색한 침묵을 먼저 깬 건 심강열이었다.“쓰네요.”“아, 네.”한유라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엄마가 피우던 건 이런 향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심강열의 표정과 목소리는 마치 담배 전문가처럼 진지했다.방금 전 그 뜨거운 키스가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과 오일의 비율에 대해 연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어느새 끝까지 타버리는 담배가 뜨겁게 느껴질 때에야 다시 정신을
적극적인 한유라의 모습에 심강열은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그의 어깨를 감싸안은 한유라의 따뜻한 손마저 치명적이게 느껴졌다.스킨십의 주동권을 완전히 빼앗긴 상황에서도 심강열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달콤하다...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달콤해.’담배의 달콤한 향을 느끼게 된 건지. 그저 이 순간이 달콤한 건지 헷갈렸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잡고 있던 이성의 줄을 놓칠 것만 같을 정도로 치명적으로 달콤했다.본능적인 욕망에 심강열이 더 다가가려던 그때, 한유라가 그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윽...”마법 같은 시간이 끝나고 한유라는 심강열의 가슴팍에 기댄 채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하지만 심강열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방금 전 스킨십에서 한유라의 경험이 그보다 훨씬 더 풍부하다는 걸 느꼈음에도 여기서 더 나가면 한유라가 놀랄까 조심스러웠다. 주제 맞게도 그의 품에 안긴 이 발칙한 여자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심강열 씨.”“네.”밤하늘처럼 어두운 그의 목소리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이번에는 느꼈어요? 달콤함?”한유라의 나른한 목소리에 심강열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네.”“큭큭...”만족스러운 답을 얻었는지 한유라는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낮은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그리고 다음 순간,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에 어두운 복도의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두 사람과 10m 쯤 떨어진 곳에서 발걸음을 멈춘 소은정이 물었다.“유라야? 심 대표님? 두 사람 맞아요?”익숙한 목소리에 한유라는 본능적으로 일어서려 했지만 이미 풀려버린 다리는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그런 그녀의 허리를 잡은 심강열이 대답했다.“네, 저 맞습니다.”서로를 꼭 안은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투샷에 살짝 흠칫하던 소은정이 이내 자연스럽게 웃었다.“아, 이제 집에 가야 할 것 같아서요. 유라는 심 대표님이 맡으시겠어요? 아니면 저랑 같이 가는 게 나을까요?”“아, 유라 씨는 제가 집까지 데려다주겠습니다.”어깨를 으쓱하며 돌아선 소은정이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