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가 좋은 사람이라는 호칭을 얻은 이유는 그가 사람들에게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줬기 때문이었다.그는 자신의 입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기에 인정하지 않았다.그리고 안나도 결국 본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그래요, 그럼 저도 더 이상의 연기는 하지 않을게요. 전 대표님, 우리 거래 하나 하는 거 어때요?"전동하는 안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소은정의 집.한유라는 연이어 술을 마시며 욕을 해댔다. 그녀는 그동안의 모든 억울함을 토해내고 있었다.결국 술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한유라를 소은정과 김하늘이 화장실로 데리고 가 씻기곤 침대에 눕혔다.두 사람도 많이 마시긴 했지만 적어도 정신이 조금 있었다.김하늘이 시계를 보니 어느덧 10시가 다 되어갔다."나는 이제 가볼게.""늦었는데 자고 가."하지만 김하늘은 고개를 저었다."안돼, 내일 아침 일찍 밀라노로 가야 해, 중요한 쇼가 있어."말을 마친 김하늘이 테이블로 다가가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소은정에게 건넸다."이거 유라 휴대폰이니까 깨면 유라한테 줘."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하늘이 아무 소식도 없는 한유라의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그 남자 저녁 내내 정말 전화 한 통도 안 해줬네."김하늘이 다시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유라도 참, 그 남자 유라가 생각하는 것만큼 유라를 사랑하지도 않는 것 같아."김하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웃었다."정말 사랑했다면 유라를 따라나온 사람이 우리 둘이 아니라 그 남자였겠지."김하늘은 그 말에 도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저 한유라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 감정 속에서 얼른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잠깐만 기다려, 기사 아저씨한테 너 데려다주라고 할게, 너는 술 마셨으니까 운전하지 마."가방을 챙기는 김하늘을 본 소은정이 말했고 김하늘도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김하늘은 기사와 함께 떠났다.소은정은 한유라에게 물을 따라 옆에 놓아준 뒤, 씻고 잘 준비를 했다.하지만
전동하의 행동은 익숙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소은정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방문 앞에 도착했다."동하 씨, 이제 온 거예요?"소은정이 머리를 긁적이며 풀린 눈으로 전동하에게 물었다."네."전동하는 그런 소은정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역시나 소은정은 취했다.소은정이 다시 전동하의 품으로 안기며 무언가를 중얼거렸지만 그 목소리가 너무 작아 전동하는 알아듣지 못했다."방금 뭐라고 한 거예요?"전동하가 소은정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다시 물었다.그러자 소은정이 화사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안았다."동하 씨 허리 정말 가늘다고요, 강희보다도, 유준열보다도 가늘어요…"순간, 분위기가 얼어버렸다."그래요?"전동하가 소은정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러자 소은정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소은정이 여전히 웃으며 전동하를 칭찬했다."저 이 허리 좋아요, 저는 가는 허리 좋아하거든요."하지만 전동하의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다, 그의 눈 속에는 마치 거대한 파도를 일 것 같았다. 곧 모든 것을 집어삼킬 폭풍우가 들이닥칠 것 같았다.전동하는 소은정의 허리를 더욱 끌어안았지만 어두운 안색은 여전했다. 평소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소은정은 억센 전동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전동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소은정이 움직일수록 그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방으로 들어선 전동하는 그녀를 문과 자신의 사이에 가두어놓고 물었다."제 허리가 좋아요?"소은정이 정신없는 와중에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동하의 허리를 안으려고 했다.소은정은 확실히 그의 허리를 좋아했다, 전동하의 비례는 무척 완벽했는데 느끼한 근육남과는 거리가 멀었다.튼실한 몸을 지니기는 했지만 허리는 모델보다도 완벽했다.그랬기에 소은정은 그를 안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전동하는 소은정을 막아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훑어봤다."성강희랑 유준열 허리가 어떤지 어떻게 알아요? 혹시 안아본 거예요?"분위기는 조금씩 위험해졌다.소은정은
휴대폰을 켜보니 시간은 어느덧 10시가 다 되어갔다.문득 그녀는 오늘 아침에 중요한 화상회의가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그때, 전동하가 노크와 함께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죽도 들려있었다. 지금의 전동하는 다시 다정했던 평소대로 돌아갔다."깼어요? 죽 좀 만들었는데 먹을래요?"소은정의 옆으로 다가간 전동하는 그녀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미안함을 담아 죽을 떠 식힌 뒤, 소은정의 입가로 가져갔다."이럴 필요 있어요?"소은정이 새침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미안한 얼굴로 웃었다.어젯밤, 그는 그저 술을 몇 모금밖에 마시지 않았기에 취하지 않았다.하지만 소은정의 말을 듣고 나서 무엇에 홀린 듯 정신을 잃었다.특히 그녀가 자신을 가까이할수록 저도 모르게 더욱 가까이하고 싶었다.결국, 그는 그녀의 몸 위에서 완전히 정신을 놓고 말았다.전동하는 깨어나자마자 소은정이 화를 낼 것을 알고 죽을 끓여 그녀를 달래러 왔던 것이다."은정 씨가 원한다면 매일 이렇게 해줄 수 있어요."전동하가 진심이 담긴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소은정은 고개를 돌리고 여전히 불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제 휴대폰은 왜 꺼진 거예요?"전동하가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려던 찰나, 소은정이 미리 핑계를 차단했다."배터리가 없다는 말은 하지 마요, 유라 데리고 올 때, 휴대폰 배터리가 충분하다는 거 확인했으니까."그 말을 들은 전동하는 어쩔 수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껐어요, 어제 너무 힘들어 보이길래 푹 쉬라고."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눈을 부릅뜨고 전동하를 바라봤다."내가 잘 못 쉴 거라는 걸 알았다는 말이에요?""다 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어제 은정 씨가 연회에 끝까지 있어준 거 고맙다면서 상을 주겠다고 하고 내 허리를 안고 좋아한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참을 수 있었겠어요?"전동하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하지만 소은정은 얼어버리고 말았다.정말? 자신이 정말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소은정은 술을 마신 이튿날 기억을 잘 못했기에 전
한유라의 목소리를 들은 소은정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전동하에게 문을 열어주라고 했다."배고픈데 왜 여기로 온 거죠?"전동하가 일어서며 말했다."내가 여기 있잖아요."전동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문을 열었고 소은정은 씻으러 갔다."유라 씨.""전 대표님, 여기 계실 줄 알았어요. 은정이는 일어났어요?"한유라는 말을 하며 직접 안으로 들어섰다.전동하는 눈을 감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은정의 절친이었기 때문이었다.여자친구의 절친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 규칙에 대해서 그는 잘 알고 있었다."방금 일어나서 씻고 있어요, 무슨 일 있어요?""저 배고파요, 배달은 못 들어와서 여기 와서 밥 먹을 수밖에 없어요. 맛있는 냄새 다 맡았다고요."한유라가 킁킁거리며 말했다.그 모습을 본 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잠깐만 기다려요."머지않아 전동하가 죽과 반찬들을 챙겨왔다.하지만 한유라는 그 모습을 보곤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말했다."전 대표님, 저 전복죽 냄새 다 맡았어요, 그런데 저는 왜 그냥 죽만 주는 거예요?""유라 씨가 올 줄 모르고 전복죽은 다 은정 씨한테 줬어요, 이건 제가 먹으려고 했던 건데 유라 씨가 와서 지금 내온 거고요."말인즉슨 그는 이제 굶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그 말을 들은 한유라가 죽을 먹기 시작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거저 얻어먹지는 않을 테니까. 은정이 친구로서 나 두 사람이 만나는 거 완전 대찬성이에요."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웃었다."감사합니다, 유라 씨. 그럼 앞으로 제 좋은 얘기 많이 좀 해주세요.""당연하죠."한유라가 턱을 들고 대답했다. 그녀는 기분이 꽤 괜찮아 보였다.소은정이 씻고 나왔을 때, 한유라는 아침을 먹고 있었고 전동하는 거실에 앉아 메일을 보고 있었다.햇빛을 받으며 그 자리에 앉아있는 전동하는 마치 빛에 둘러싸인 듯 신성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소은정은 카메라만 있었다면 이 정경을 사진으로 남겨 기념으로 뒀을
소은정이 대답을 하기도 전, 옆에 있던 남자가 기침을 하며 불만을 드러냈다.그는 사무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표정에서 그 어떠한 기쁜 기색도 찾아볼 수 없었다."은정 씨 이미 저랑 저녁 약속 잡았는데, 유라 씨 혼자 놀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연하남을 찾으러 가겠다고 하다니,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 전동하는 방금 전의 죽을 한유라에게 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전동하의 말을 들은 한유라가 아쉬운 얼굴로 소은정을 바라봤고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이번에 내가 먼저 가보고 좋으면 다음에 너도 부를게."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어색하게 웃었고 전동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유라 씨, 안 가요? 은정 씨 중요한 회의도 있는데, 이제 곧 지각할 것 같은데…"전동하가 값비싼 자신의 시계를 가리키며 한유라를 재촉했다."전 대표님은 은정이 비서로 일해야 해요, 우비서 일이 전 대표님한테 딱이에요.""우 비서 언제 그만둬요? 저는 언제든지 상관없는데."전동하의 말을 들은 한유라가 고개를 홱 돌리고 소은정을 바라봤다."저 사람 저렇게 엄격하게 굴다가는 너 이제 자유를 잃게 될 거야, 그러니까 교육 좀 시켜, 나 간다…"한유라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웃었다."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한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든든한 배를 안고 기분 좋게 떠났다.하지만 소은정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전동하가 그런 그녀를 한 눈 보더니 입을 떼었다."유라 씨 꽤 괜찮아 보이는데요.""원래 저래요, 아무리 속상해도 두 번은 꺼내지 않아요. 어제 이미 충분히 드러냈으니 오늘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웃었다."그럼 민 대표님께서 또 힘들어지겠네요. 유라 씨처럼 똑똑한 분이 다시 실수를 반복하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한유라와 민하준이 다시 만나기까지 한유라는 많은 스트레스를 감당해야만 했다.배경, 실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심강열을 포기한다는
소은호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소은정을 힐끔 바라봤다. 그의 눈 속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방금 임 대표님이랑 만나고 오는 길이야, 너 대신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난 또 뭐 중요한 일인가 했는데 고작 그런 일이었어?"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헛기침을 하며 불편함을 드러냈다.소은호의 바쁜 하루를 생각해 볼 때, 소은정은 확실히 그의 스케줄을 물을 자격이 없었다."오빠, 유라한테 일이 좀 있어서 술 좀 같이 마셔주느라 늦잠 잤어, 오빠 나 이해해 줄 거라고…"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은호가 그녀를 째려보다 다시 전동하를 바라보며 소은정에게 말했다."집에 기사님은 두고 전 대표님한테 이런 부탁을 해서야 되겠어, 이렇게 철이 없어서야. 전 대표님은 너처럼 한가한 분이 아니잖아."소은정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전동하가 웃으며 서글서글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아무리 바빠도 은정 씨랑 같이 있어줘야죠. 오히려 소 대표님께서 자꾸 이렇게 가르쳐 주셔서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그 말을 들은 소은호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표정도 조금 밝아졌다."전 대표님께 능력을 하나라도 따라배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소은정, 연애만 하지 말고 공부를 해."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지금 바로 올라갈게, 바로 올라가서 일할 게."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동하를 한 눈 보곤 알아서 하라는 눈빛을 보내곤 도망갔다.전동하는 그런 소은정을 보며 웃었다.소은호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전동하를 보더니 웃음기를 거두었다."전 대표님, 제 방으로 가서 얘기 좀 나눌까요?"하지만 전동하는 감히 그럴 용기가 없었다."아니요,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이따 은정 씨가 퇴근하면 데리러 올게요."전동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곳을 떠나갔다.소은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전동하를 바라보다 말없이 사무실로 올라갔다.사무실 앞에 도착한 그에게 비서가 눈짓을 했고 소은호는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의자에 앉아 빙
SC그룹.오후가 되어서야 소은정은 골치 아픈 일을 하나 해결했다. 그때, 우연준이 난감한 얼굴을 한 채 들어왔다."소 대표님.""말해요."소은정이 우연준을 보며 말했다."소 대표님을 찾아온 분이 계신데 대표님이랑 너무 많이 닮았어요, 그리고 이름도 안나라고 합니다."얼굴만 닮은 것이 아니라 이름까지 똑같다니, 우연준은 하마터면 잘못 알아볼 뻔했다.그랬기에 얼른 사무실로 들어와 소은정을 찾았던 것이었다.소은정은 안나가 여기까지 찾아올 줄 몰랐다. 그녀는 조금 놀랍기도 했다."완전히 닮은 건 아닌데 어디가 닮았다고 말하기도 애매합니다."우연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누군지 알지만 친하지 않아서요, 바쁘다고 전해주세요."소은정의 말을 들은 우연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나섰다.하지만 머지않아 그가 다시 돌아왔다."대표님, 그 여자가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면서 대표님께서 자기를 만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내가 뭐 다른 협박만 받으면서 자라온 줄 아는 겁니까?"우연준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우연준은 얼른 다시 사무실을 나섰다.안나는 자신의 등장이 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젯밤의 성대한 만남은 예상보다도 훨씬 좋은 효과를 일으켰다.그래서 그녀는 오늘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모든 이들은 그녀의 등장에 의문을 품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 자신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이 조사를 한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고 다른 이의 호기심도 두렵지 않았다.하지만 예상외로 소은정은 안나를 만나 주지 않았다.안나는 제일 궁금해야 할 사람은 소은정이라고 생각했다."안나 씨, 저희 소 대표님께서 바쁘신 관계로 다음에는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서로의 시간만 낭비하게 되니까요."우연준이 차가운 얼굴로 예의를 차려 말했다.안나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던 오만함이 드디어 조금 깨졌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감정이 자리 잡았다.소은정은 정말 안나에게
그런데 지금 박봉원이 안나의 손에 있다니? 어떻게 된 것일까?이는 명백한 협박? 아니면 납치? 아니면…이한석은 더 이상 끌 수 없었다. 안나의 말이 진짜든 가짜든 그는 이 일을 박수혁에게 알려야 했다.머지않아, 이한석이 회의실의 문을 두드렸다.회의실의 분위기는 엄동설한처럼 차가웠다.사람들은 이한석을 보자마자 동아줄이라도 본 것처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박수혁은 이한석의 말을 듣자마자 더욱 차가워진 안색으로 문 어귀를 쏘아봤다.그리고 갑자기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결국 회의실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게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때, 이한석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여러분, 박 대표님께 일이 생겨서 회의를 잠깐 중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이 다 해결되면 다시 알려드릴게요."말을 마친 이한석은 다시 다급하게 박수혁의 뒤를 따라갔다.안나는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문 앞에 서있었다.그녀는 여전히 소은정의 스타일대로 화장을 한 상태였다.하지만 소은정은 도도한 분위기에 유려한 얼굴을 지닌 덕분에 다른 이에게 무섭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지만 안나는 감히 바라볼 수 없는 그런 무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박수혁은 그곳에 선 안나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떠올랐지만 곧이어 무언가가 생각난 사람처럼 표정이 다시 차가워졌다."저분입니다, 자기를 안나라고 했습니다."이한석이 박수혁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박수혁은 옷깃을 정리하더니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사무실로 향하며 한마디 뱉었다."들어오라고 해."그 말을 들은 이한석은 지체할 수 없었기에 얼른 안나에게 다가가 말했다."안나 씨, 박 대표님께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안나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이한석을 무시하곤 직접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박수혁은 사무실에 앉아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안나를 뚫어져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나도 웃으며 그를 바라봤지만 그녀의 눈빛 속에는 뜨거운 그 무언가가 담겨있었다."박 대표님, 나 기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