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양수진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뻘겋게 달아올랐다.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앞에서 어린 놈에게 사과를 했으니 창피한 게 당연했다.양유진 여사는 소은정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은정아, 내 얼굴 봐서라도 남자친구 잘 달래주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자. 우리 가문 파티에 참석해 줘서 고마워. 기분 나빠하지 말고 즐겁게 놀다 가.”소은정은 잠시 양유진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전혀 불쾌한 기색이 없었다. 동생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양수진에게서 사과도 받았으니 소은정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전동하를 바라보며 물었다.“동하 씨는 이런 결과에 만족해요?”전동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대답했다.“그럭저럭요.”다른 사람의 사과는 사실 필요 없었다. 그가 기뻤던 건 소은정이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친한 친구의 가족 앞에서 그를 대신해서 화내주었다는 사실이었다.이는 그녀의 마음에 그의 자리가 점점 굳건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소은정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렇다면 오늘 일은 이쯤하죠. 하지만 사모님은 앞으로 눈치 좀 챙기셔야겠네요.”약간 무례한 그녀의 발언에 양수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하지만 티를 낼 수도 없고 싸워서 이길 수도 없으니 뭐라 할 수 없었다.저번에 소은정이 성 씨 가문을 도운 뒤로 어르신은 앞으로 소 씨 가문의 은혜를 평생 기억하고 무슨 일이 생겨도 그들에게는 양보하라고 지시했다.소은정은 양수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전동하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가요. 저랑 어르신 뵈러 가요.”전동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양수진은 씩씩거리며 그들을 쏘아보았다. 그 모습을 옆에서 김하늘이 넌지시 지켜보고 있었다.그녀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지어졌다.양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성강희를 흘겨보았다.“그렇게 구경하니까 좋아?”성강희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구경하는 것 외에 내가
양유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도 그만해. 내 말을 듣는 애였니? 아버님이 가장 아끼는 아이니까 쟤가 한 말이 아버님의 뜻이야.”“언니, 그게 무슨 뜻이야? 나랑 선이라도 긋겠다는 거야? 나 언니 동생이야!”조급해진 양수진이 다급히 말했다.“그냥 공개적인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것뿐이니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 없어.”말을 마친 양유진도 걸음을 돌렸다.양수진은 끝까지 뒤쫓아가며 매달렸다.“그럼 양수 취직은 어떻게 되는 거야? 걔 강희 도우려고 일부러 해외에서 귀국했다고.”양유진의 얼굴에도 짜증이 치밀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너도 봤겠지만 지금 아버님은 강희만 믿잖아. 내 말은 듣지도 않아.”“그럼 우리 양수는 어떡해?”“일단 다시 해외로 돌려보내. 거기서 잘 지냈잖아. 왜 돌아온 거야?”양수진은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언니를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추었다.한편, 소은정은 전동하의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들고 그의 표정을 살폈다.그러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그녀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렇게 좋아요?”전동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당연하죠. 너무 기분이 좋은걸요.”“욕을 먹고도 기분이 좋을 정도면 잘못 알아본 그 여자분이 꽤 마음에 들었나 봐요?”전동하는 눈을 깜빡이다가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그 여자는 잘 모르겠지만 은정 씨가 너무 사랑스러워서요.”그러자 소은정이 눈매를 치켜올렸다.“그래요?”“아까 은정 씨 화내는 모습 처음 봤어요. 너무 예쁘더라고요. 예뻐서 숨막힐 것 같았어요.”그의 부드러운 음성이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아닌 척하지만 어느새 소은정의 귓가가 빨갛게 상기되었다.“무슨 그런 말을 해요?”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걸음을 재촉했지만, 남자는 끈질기게 다가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전동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순간 소은정의 뇌리에 스치는 사람이 있었다.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
성태수가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은정이 너 안목이 좋구나. 전 대표님 잘생기고 능력도 출중하니 네 아버지께서 너무 좋아하겠는데."하지만 소은정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화제를 돌렸다. 소은정의 아버지께서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기뻐하기는커녕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뛸 것이 분명했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성태수는 전동하에게 관심이 많은 듯 그를 붙잡고 한참이나 얘기를 하고 나서야 두 사람을 보내줬다.소은정은 사람들을 상대하기 짜증이 났기에 사람을 만나면 인사만 몇 마디 나누곤 자리를 떴다.결국 혼자 남겨진 전동하가 어색한 얼굴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야만 했다.그때 갑자기 나타난 한유라가 웃으며 소은정에게 다가왔다."전 대표님 저렇게 둘 거야? 다들 대표님한테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어떻게든 엮여보려고 해도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분이잖아.""몰라, 혼자 알아서 하겠지. 나 따라다니는 게 전 대표님한테는 더 고역이야.""그런데 너 방금 내가 뭘 봤는지 알아?"소은정의 말을 들은 한유라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고 한유라는 그녀를 끌고 조심스럽게 위층으로 올라갔다."가자, 네가 상상도 못할 장면 보여줄게."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상상도 못할 장면이라니?오늘 그녀가 본 진기한 광경은 이미 충분했다.한유라에게 이끌려 2층으로 올라간 소은정은 2층 난간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은 거의 다 아래층에 있었기에 그곳의 대부분 자리는 비어있었다."저기 봐!"한유라의 손가락이 비교적 조용한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바로 방금 전, 소은정이 박수혁과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눴던 곳이었다.박수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연달아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하지만 맞은편의 이는 이미 바뀌었다.그이는 바로 임양수가 데리고 온 소은정을 빼다 박은 여자, 안나였다. 그녀는 몸매부터 분위기까지 소은정과
소은정은 안나의 신분이 가짜가 아니라고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민감한 신분을 지니지 않았다면 사소한 동작에 이렇게 빨리 눈치챌 수 있을 리 만무했다.안나와 눈이 마주친 소은정은 그 눈빛을 받아내다 담담하게 고개를 돌렸다.한유라는 휴대폰의 반대편에서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소은정은 손가락으로 의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위쪽의 상황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북적이는 소리는 음악소리를 압도할 정도였다.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다시 두 사람을 바라봤을 때, 안나의 눈이 다시 박수혁에게 향했다.박수혁은 여전히 술만 들이킬 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이에게 관심을 주지도 않았다.다른 여자들도 그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그의 반대편에 앉은 안나를 보곤 물러났다.하지만 한유라가 곧 놀란 얼굴로 말을 했다."세상에, 은정아. 저 여자 정말 무기상이었어, 오빠는 남아시아의 유명한 두목이고. 그런데 왜 여기까지 와서 너를 따라 하고 있는 거지?"한유라는 안나가 정말 무기상이라는 것이 무척 놀라운 듯했다."사진으로 보면 본인도 괜찮은 것 같은데 왜 굳이 너를 따라 하고 있는 거지? 가만, 이름도 안나가 아니라 안진이었어. 네 이름까지 훔친 걸 보니 너 때문에 여기에 왔다는 거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은데."곧이어 한유라가 간사하게 웃으며 말했다."기다려, 내가 좋은 구경시켜줄게."말을 마친 한유라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더니 소은정에게 아래쪽을 보라고 했다.그리고 머지않아, 임양수가 화가 난 얼굴로 박수혁이 앉아있던 테이블로 다가갔다. "안나, 왜 여기에 있는 거야?"임양수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하지만 안나는 상관없다는 듯 임양수를 흘끔 보더니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대답했다."그냥 잠깐 앉아있는 거야."임양수는 그제야 박수혁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는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임양수는 그런 박수혁에게 감
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서더니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안나는 그런 박수혁을 보더니 그보다 먼저 앞장서서 그의 팔을 잡고 부축하려고 했다.하지만 박수혁은 안나의 손을 뿌리쳤다.안나도 물러서지 않고 다시 한번 박수혁의 팔을 잡았지만 박수혁은 다시 그녀를 뿌리쳤다.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니 박수혁은 짜증이 났다. 곧이어 고개를 돌린 그가 안나에게 무언가를 말했고 안나는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한편 2층에 있던 한유라와 소은정은 그 광경을 모두 목격하게 되었다.소은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긴 듯했다.결국 한유라가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떼었다."둘이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박수혁이 저 여자를 너로 본 것 같지는 않은데 잘 아는 사이도 아닌 것 같고, 아무튼 두 사람 아는 사이인 것 같아."한유라는 한참을 기다렸지만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는 이는 없었다. 의아해진 그녀가 다시 소은정을 바라봤다."내가 그걸 알 것 같아?"소은정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하긴, 박수혁 결혼도 몰래 한 사람이었지. 그런 걸 너한테 알려줄 리 없지."그 결혼식은 모두가 아는 허황한 일이었다.소은정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갔다.다시 이 일을 꺼낸다고 해도 소은정은 그때처럼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지 않았다."방 잡을래?"문 앞의 박수혁이 차에 오르려던 순간, 안나가 그를 막아섰다."꺼져."박수혁은 다시 그녀를 밀어내고 차에 올라탔다.안나는 박수혁을 따라 차에 오르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이한석이 그녀를 막더니 그녀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안나의 얼굴이 새파래졌고 굳은 얼굴로 이한석을 쏘아봤다.이한석은 두려웠지만 박수혁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곧이어 차 문이 닫혔고 안나는 그곳에 덩그러니 남겨졌다.안나는 다른 이들의 눈길도 상관하지 않은 채 멀어지는 박수혁의 차를 바라보다 금방 걱정으로 물든 표정을 지웠다.안나의 모습을 본 한유라가 혀를 찼
"싸웠다고?"소은정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응, 누구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어. 민하준이 욕을 해서 한유라가 민하준을 때리기까지 했어, 지금 하늘이가 차 끌고 한유라를 쫓아간 상태고."소은정이 전동하에게서 떨어지더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민하준은?""민하준은 아직 거기 있어."그리고 성강희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소은정이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곧이어 전동하도 그 뒤를 따라갔다.연회장 내에서 일어난 소란은 적지 않은 이들의 주의를 불러일으킨 듯했다.민하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여전히 문 어귀에 서있었지만 시선은 칠흑같이 어두운 바깥을 바라보며 화가 나기도 했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그의 옆에 서있던 스물이 채 안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두려운 얼굴로 망설이다 입을 떼었다."오빠, 내가 말 잘못한 거야?"......민하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소은정이 차가운 얼굴을 한 채 나타났다.하지만 소은정은 복잡한 얼굴로 민하준을 바라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지나쳐 한유라를 따라나서려고 했다.오히려 민하준이 먼저 소은정을 불러 세웠다."은정 씨, 유라 꼭 좀 찾아주세요. 걱정이 되어서."민하준의 말을 들은 소은정은 콧방귀를 뀌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전동하도 그녀와 함께 가려고 했지만 소은정은 이미 차 문을 잠갔다."은정 씨…"그 모습을 본 전동하의 안색이 변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소은정을 불렀다.소은정은 차 창을 통해 그를 보며 대답했다."연회가 끝나면 동하 씨는 먼저 돌아가요, 유라 찾으면 제가 다시 전화할게요. 걱정하지 마요, 아무 일도 없을 거에요. 동하 씨가 같이 가면 유라가 불편해할 거예요."전동하는 홀로 한유라를 찾아 나서겠다는 소은정이 걱정되었지만 그녀의 마지막 말 한마디를 듣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그 한 마디만으로 전동하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네, 그럼 조심해요."소은정은 전동하를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한유라의 생각이 지금은 더 중요했다.소은
김하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속도를 올렸다."너는 천천히 와, 내가 얼른 갈게. 유라 마음만 달래주면 돼."김하늘은 대충 몇 마디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운전에 집중해야 했다.소은정은 얼른 핸들을 돌려 지름길로 들어서 한유라의 집으로 향했고 15분도 되지 않아 그녀의 집 아래에 도착했다.그곳은 지금 한유라가 민하준과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였다.소은정이 그녀의 집을 올려다보니 아직 한유라가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시간을 확인한 그녀가 전동하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던 찰나, 두 대의 차량이 동시에 도착했다.아파트는 조용하고 고급스러웠고 거의 모두가 단독주택의 형식으로 되어있었기에 다른 이는 쉽게 알아챌 수 없었다.머지않아 차에서 내린 한유라가 화가 난 얼굴로 아파트로 들어가려고 했고 소은정이 얼른 차에서 내려 그녀를 막았다."한유라!"소은정의 목소리를 들은 한유라가 놀라서 그녀를 바라봤다."네가 왜 여기 있어?"그때 김하늘이 뒤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나도 있어!"그 목소리를 들은 한유라의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그녀는 울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문을 열었다."일단 들어가자."한유라의 말을 들은 소은정과 김하늘이 서로를 한 눈 보더니 집안으로 들어섰다.김하늘은 조심스럽게 한유라를 바라보다 말을 걸려고 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기에 소은정에게 눈짓을 했다. 결국 소은정이 입을 뗐다."한유라 씨, 왜 갑자기 화가 난 거야? 나 나올 때 너네 민하준이 너 좀 잘 봐달라고, 걱정된다고 하던데…"민하준의 이름을 들은 한유라는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 눈을 부릅떴다."내 앞에서 그 인간 얘기 꺼내지 마. 걔는 그냥 쓰레기야, 나 민하준이랑 헤어질 거야, 내가 정신이 나갔었지, 그런 남자를 만났다니…"말을 하던 한유라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소은정이 김하늘을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방금 전까지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잖아, 일부러 우리 앞으로 불러와서 인사까지 하게 해놓고, 마음이
민하준이 이혼을 하고 다시 한유라를 찾아와 매달린 끝에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한유라는 결혼을 허락하지는 않았다.민하준의 지나간 결혼생활은 그녀에게 있어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역린과도 같았다.한유라는 결혼을 하지 않고 민하준의 가족과 친구, 비즈니스에 대해 그 어떠한 것도 묻지 않았다. 마치 연애만 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처럼 말이다.그녀는 이렇게 하면 쭉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오늘 전까지는…한유라는 자신이 묻지 않는다고 그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민하준의 존재는 좋아질 수 없는 불화와도 같았다.......머지않아 세 사람은 짐 정리를 끝냈다. 한유라는 자신의 화장품과 가방들까지 전부 챙겨 그 어떠한 것도 남겨두지 않았다.소은정은 그런 한유라를 보며 그녀가 정말 민하준과 헤어지려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했다."어머니한테 갈 거야? 아니면 네가 산 다른 집으로 갈 거야?"차에 오른 소은정이 물었다."우리 엄마한테 가서 욕이나 먹으라는 거야? 내 집도 안돼, 민하준이 다 알고 있으니까. 너희 집으로 갈 거야."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우리 집?""너랑 같이 있으면 민하준이 막무가내로 하지 못할 테니까 네가 지금 살고 있는 데로 가."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럼.""걱정하지 마, 민하준이랑 완전히 끝내고 우리 집으로 들어갈 테니까, 너무 오래 방해하지 않을게.""그냥 네가 지내고 싶을 때까지 있어, 정말 아예 끝내고 싶은 거면 틈 보여주지 마. 하지만 그냥 화가 난 거라면 여지 좀 남겨줘, 나중에 상황 어색하게 만들지 말고."소은정의 말을 들은 한유라가 입을 앙 다물더니 다시 말했다."이번에는 진짜야, 민하준 그 사람이 뭐라고."소은정은 흥분한 한유라를 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은정의 집에 도착한 뒤, 김하늘은 두 사람을 도와 한유라의 짐을 옮겨줬다. 소은정의 집은 2층으로 나누어져 넓고 아늑했다.한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