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 소은정이 피식 웃었다.“강서진 씨, 옛말에 앞길은 개도 안 막는다는데. 참... 여전하네요?”소은정의 비아냥거림에 강서진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여전히 독설가 면모를 보여주는 소은정에게 화가 안 난다면 거짓말이지만 알몸 사진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평생 굽실거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할 따름인 강서진이었다.하지만 형을 위해서라면 이쯤이야...!강서진이 다시 용기를 냈다.“은정 씨, 그게 아니라... 그냥 좋은 마음에 충고 하나 하고 싶어서요. 전동하 그 사람 은정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사람 아니에요. 지금 속고 있는 거라고요.”강서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이 바닥에 그 정도 가면 하나 안 쓰는 사람 있나요? 그리고 설령 날 속이는 게 맞다 해도 내가 속고 싶어서 속아주는 거예요. 강서진 씨가 뭐라 할 건 아니라고 보는데요?”강서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아, 괜히 말했네...소은정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훤칠한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고 박수혁의 존재를 느낀 그녀 또한 미소를 감추었다.파티 내내 박수혁은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은정을 향한 그리움을 누르려 애썼다.하지만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향하는 시선은 박수혁도 막을 길이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와 미소 하나하나가 박수혁의 주의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강서진도 이미 넋이 반쯤 나간 박수혁이 안쓰러워 먼저 다가온 것인데 기꺼이 속아주겠다니...마침 그 말을 들은 박수혁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요즘 박수혁은 매일 소은정이 하루빨리 전동하의 진짜 모습을 눈치채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그리고 그 진짜 모습을 알아채게 되는 계기에 그의 그림자가 남아있지 않도록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행여나 소은정이 질투로 인한 그의 모함이라 의심할까 봐 두려워서였다.하지만...너무나 차가운 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은 영혼이 블랙홀로 끌려가는 기분이었다.성큼성큼 다가온 박수혁이 물었다.“너도 전동하에 대해
참 비굴하고 가련하기까지 한 한 마디.3년, 아니 2년 전에라도 이 말을 들었다면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테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저 웃고 싶을 뿐이었다.박수혁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던 소은정은 자신의 마음을 더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아, 나 이제 이 남자... 정말 사랑하지 않는구나.“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똑같은 남자한테 감정 낭비하는 건 아무 가치없는 일이니까.”소은정의 솔직한 대답에 박수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항상 무표정이던 얼굴이 넋을 잃은 듯 무너졌다.가슴을 마구 쑤시는 듯한 차가운 말에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져버리고 말았다.하지만... 다음 순간, 고개를 숙인 박수혁이 소은정에게 다가갔다.이제 네가 누굴 사랑하는지 관심없어. 넌 내 거야. 아니, 내 거여야만 해...불행인지 다행인지 소은정이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 박수혁의 차가운 입술은 그녀의 볼에 닿고 말았다.소은정은 온힘을 다해 반항했지만 남자의 힘 앞에서 그녀의 반항은 아이들 장난처럼 우스워보였다.두 손을 꽉 잡한 소은정은 두려우면서도 화가 치밀었다.이렇게 박수혁에게 잡히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웠고 왜 갑자기 이런 미친 짓을 할까 싶어 화가 났다...이때 차가운 바람이 소은정의 얼굴을 스치고 신음소리를 흘리던 박수혁이 중심을 잃고 기둥쪽으로 쓰러졌다.다행히 박수혁이 제때에 손을 놓아준 덕분에 소은정은 곧바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휘청이며 한발 물러선 박수혁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자신을 공격한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의 눈동자에 살기가 서렸다.전동하가 잔뜩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평소 보여주던 친절의 가면을 집어던진 전동하의 포스는 박수혁 못지 않게 날카로웠다.박수혁을 노려보던 전동하가 소은정에게 다가갔다.“괜찮아요?”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다시 고개를 돌린 전동하의 표정은 더 어두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지만 박수혁은 거만하게 코웃음을 쳤다.“왜? 겨우 이 정도로 못
강서진이 부랴부랴 달려왔다.“두 사람 다 그만해. 전동하 대표, 경고하는데 수혁이 형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태한그룹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감당할 수 있겠어요?”소은정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강서진을 노려보았다.“왜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나나 보죠? 말끝마다 돈돈... 돈이라면 나도 있어요. 품위없게... ”소은정의 말에 강서진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하, 이 상황에서 전동하 편을 든다고?소은정의 말에 화가 더 치민 박수혁은 더 거센 공격을 이어나갔다.박수혁은 군인 출신, 진짜 전쟁과 테러를 겪은 그에게 이런 싸움쯤은 아무것도 아니어야 마땅했다.하지만 얌생이처럼 생긴 전동하의 생각밖의 실력에 박수혁도 조금 당황하기 시작했다.뭐야, 아예 영혼이 바뀐 것 같잖아?승부를 알 수 없는 개싸움이 이어지고 방금 전 강서진이 소란을 피운 덕분에 구경꾼들이 슬슬 몰려들기 시작했다.한숨을 내쉰 소은정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그만!”그녀의 목소리에 한덩이로 엉켜있던 두 사람이 바로 떨어졌지만 시선만은 여전히 맹수처럼 사나웠다.박수혁도, 전동하도 광대에 멍이 들고 입가에서도 피가 맺혀있었다.전동하가 소은정을 향해 다가가고 그의 상태를 살짝 살핀 소은정이 자연스레 그의 팔짱을 끼며 돌아섰다.그녀의 선택에는 그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박수혁은 왠지 모를 허탈감에 사로잡혀야 했다.“은정아...”박수혁이 속삭이듯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소은정이 발걸음을 멈추었다.순간 어두운 박수혁의 눈동자에 살짝 빛났다.“아까 당신이 나한테 한 짓... 충분히 맞을만 했던 거 알지? 동하 씨가 안 했으면 내가 때렸을 거야.”차가운 눈동자로 그를 노려보던 소은정이 다시 돌아섰다.잠깐 빛이 돌았던 박수혁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지고 왠지 무거워 보이던 전동하의 뒷모습은 갑자기 홀가분해졌다.박수혁에게 얻어맞은 곳이 전혀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한편, 싸움 구경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박수혁과 전동하가 싸운 것
소은정과 만나기 시작한 뒤로 차에 항상 그녀를 위한 플랫슈즈를 준비해 두고 있는 전동하였지만 소은정은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했다.“싫어요. 이 드레스에는 하이힐이 어울린다도고요.”하하, 우리 은정 씨... 이 와중에도 패션을 신경 쓰다니.병원에 들어가니 온기가 확 느껴지며 소은정은 몸에 힘이 쫙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제야 소은정은 자신이 전동하의 재킷을 걸치고 있는 걸 발견했다.다친 주제에 얇은 셔츠 하나만 있고 있는 전동하를 바라보니 왠지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왜 그래요?”소은정이 말없이 재킷을 벗으려던 그때 전동하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냥 입고 있어요. 오랜만에 운동했더니 온몸에 열이 넘치네요.”잠시 후, VIP 병동.간호사가 전에 이곳에 입원했었던 소은정의 얼굴을 바라보고 바로 다가왔다.“이쪽 환자분한테 전체적으로 점검 좀 부탁드려요.”순간 간호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이쪽이 환자였어?고개를 끄덕인 간호사가 바로 휠체어를 끌고 오고 소은정이 고갯짓을 했다.누가 보면 다리라도 부러진 줄 알겠네.어이가 없었지만 이런 과잉보호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전동하도 휠체어에 앉았다.2시간 뒤, 전동하가 의료진들에게 잔뜩 둘러싸여 검사실에서 나오고 소은정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일어섰다.“얼굴에 생긴 외상과 팔에 생긴 타박상을 제외하고 다른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연고 바르면 3일 안에 다 나을 거예요.”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휴, 크게 다친 건 아니라 다행이야.잠시 후, 오피스텔.평소와 달리 오늘은 소은정이 전동하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얼른 들어가요. 들어가는 거 보고 나도 갈 테니까.”“큭, 왠지 우리 두 사람 대사가 바뀐 것 같은데요?”평소에는 내가 하는 말이었는데.“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지금 동하 씨는 환자예요. 내가 보살펴 주는 게 당연하죠! 그러니까 얼른 들어가 쉬어요.”고개를 든 전동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은정 씨. 내가 어떤 상태든 내가 먼저 은정 씨를
한참을 가만히 있던 전동하가 말했다.“괜찮아요, 은정 씨. 난 괜찮아요...”어렸을 때부터 사생애아라는 오명 때문에 전동하는 기 한번 못 펴고 살았다.비록 재벌가의 자제였지만 그저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사는 사생아였을 뿐.왜 태어난 걸까?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된 순간부터 전동하의 머릿속을 꽉 채운 의문이었다.허영만 가득 찬 엄마, 책임감 없는 아빠, 그리고 무력한 자신...아무런 걱정 없이 밝기만 한 또래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느껴졌다.그가 전씨 일가에서 배운 건 침묵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감추는 것뿐이었다.하지만 그렇게 굽히고 들어가도 그를 향한 전기섭의 적대감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전인그룹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처음 두각을 드러내자 전인국은 바로 함정을 파 그를 회사에서 쫓아냈다.어디서 더러운 사생아 주제에 기어오르려고. 평생 지옥에서 살아...그를 바라보는 전기섭의 시선은 항상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그래서 모든 걸 버리고 집을 나왔고 말 그대로 혈혈단신으로 월가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다졌다.내가 비참하게 살길 바라? 그럴 수록 더 떡하니 잘 살아주겠어.자기 힘을 키워야 아들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죽기 살기로 일했고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이나 싶을 때 소은정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좋다... 이런 게 행복인 걸까?잠시 후, 한참을 훌쩍이던 소은정이 고개를 들었다.눈물에 셔츠가 흠뻑 젖은 걸 발견한 소은정이 멋쩍은 얼굴로 셔츠를 어루만졌다.“어쨌든 앞으로 그 누구도 동하 씨 괴롭히지 못하게 내가 지켜줄게요. 얼른 들어가요.”소은정의 말에 전동하의 가슴이 살랑거렸다.이렇게 예쁜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한편, 파티장 앞.오늘 밤은 밤바람이 유난히 차가웠다.차에 기댄 박수혁이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셔츠에 달렸던 다이아몬드 커프스 단추가 어느새 사라져버렸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허했다.차가운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문 박수혁이 주머니에서 라이터
"동하가 너무 막 나가는 건 맞습니다. 한국에 있다고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거겠죠.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해도 아직 혈기왕성할 때라 그런가 귓등으로 흘리더군요."전인국의 말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박수혁은 피식 웃더니 짙은 담배 연기를 뱉어내고 무감정한 눈빛으로 앞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아예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그의 모습에 전인국도 짜증이 치밀었지만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렸다."박 대표님, 분명 동하가 우리 기섭이를 어딘가에 숨겨둔 걸 겁니다. 이 대한민국에서 태한그룹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은 없죠. 저희 형제를 좀 도와줄 순 없을까요?"그제야 박수혁이 고개를 돌렸다."도와달라라... 당신을 도우면 난 뭘 얻을 수 있죠?"무덤덤한 말투와 달리 박수혁의 머리는 빠르게 굴러가고 있었다.전인그룹이라는 큰 고깃덩이가 눈앞까지 굴러온 이상 맛 한 번 보지 않고 버릴 수는 없었다.생각보다 훨씬 더 박수혁의 솔직한 질문에 전인국도 꽤 당황스러웠다..어차피 돈이라면 차고 넘치게 있을 테니 흔들리지 않을 테고...잠깐 고민하던 전인국이 말했다."전인그룹 한국지사의 지분 중 절반을 태한그룹에 양도하겠습니다.""하..."박수혁의 헛웃음에 당황하던 전인국이 다급하게 말을 바꾸었다."전인그룹은 지금 글로벌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님만 원하신다면 태한그룹이 전인그룹 한국지사의 유일한 클라이언트이자 대주주가 될 것입니다."다시 담배연기를 깊게 빨아들인 박수혁이 저 멀리서 달려오는 강서진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좋습니다."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전인그룹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중 일부를 태한그룹이 거의 독점할 수 있을 것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박수혁의 동의에 그제야 전인국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내일 저희 쪽 직원이 연락드릴 겁니다."이때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던 강서진이 말했다."형, 휴대폰을 이렇게 버려두고 오면 어떡해. 내가 한참 찾았네. 가자."이때 고개를 돌린 강서진이 멀어져
잠시 후, 박수혁은 휠채어에 앉은 채 병실에서 나왔다. 이마에는 붕대를 하고 팔에도 깁스를 한 그의 뒤를 병원의 의사들이 줄줄이 따랐다.‘뭐야? 멀쩡히 걸어들어가더니 휠체어를 타고 나온다고?’강서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니 판을 이렇게 크게 키워야 해? 하여간 적당히를 몰라... 누가 보면 시한부 환자인 줄 알겠네!’강서진이 핀잔을 주려던 그때, 간호사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소은정 대표님이시잖아? 옆에 남자는 남자친구신가?""그런가 봐. 두 분 진짜 잘 어울리시더라. 남자친구가 조금 다치셨는데 소은정 대표님은 거의 울것 같은 표정이시던데?""남자친구도 잘생겼더라. 완전 그사세라니까. 부럽다...""제발 그 입들 좀 다물어요!"강서진이 무언의 아우성을 치려던 그때, 역시 대화내용을 들은 박수혁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휠체어에서 벌떡 일어선 박수혁이 깁스와 붕대를 거칠게 풀어 바닥에 던져버린 뒤 성큼성큼 병원문을 나섰다.한편,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의료진들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팔꿈치가 약간 까진 걸로 깁스를 해달라 하고 반창고 정도만 붙이면 되는 상처에 붕대를 감아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부자들은 다 이렇게 변덕쟁이인 건가?’"형!"다급하게 안마의자에서 일어난 강서진의 고개를 살짝 돌리고 의사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타박상을 제외하고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이 연고를 하루 세 번씩 발라주세요."고개를 끄덕인 강서진이 연고를 받아들고 부랴부랴 달려나갔다."형...""지금 형이 직접 운전하면 바로 사고야! 안 돼!"겨우 그를 따라잡은 강서진이 이미 운전석에 앉은 박수혁을 끌어낸 뒤 그 자리에 대신 앉았다."형, 어차피 앞으로 기회도, 시간도 많아. 전동하 저 자식이 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것 같아? 안 그래?"안정적으로 시동을 건 강서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뒷좌석에 앉은 박수혁은 스쳐지나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물었다."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 안 해봤어?"그의 질문에 강서진도 말문이 막혀
다음 날, SC그룹, 9시 경.회의를 마친 소은정이 사무실로 들어오고 그 뒤를 따른 우연준이 평소답지 않게 우물쭈물거리기 시작했다."할말 있으면 그냥 해요."소은정이 피식 웃었다."전인권 회장이 한국의 모든 인맥을 동원해 전기섭 대표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한테도 전기섭 대표의 행방을 알고 있냐며 묻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잠깐 침묵하던 소은정이 미소를 지었다."전인권 회장...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꽤 잘 통하는 인물인가 봐요? 다들 나서서 찾을 정도면 말이죠.""태한그룹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잠깐 고민하던 우연준이 말했다."태한그룹과 전인그룹이 손을 잡는다면 저희도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적의 적은 친구라 이건가?’최근 태한그룹의 주요 프로젝트는 모두 하이테크 쪽에 집중되어 있고 전인그룹은 요즘 가상화폐 쪽에 투자를 해 꽤 재미를 본 상황이다.‘톡톡…’사인펜 끝으로 가볍게 책상을 두드리며 소은정은 깊은 고민에 잠겼다."우 비서님, 전인국 회장, 전인그룹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줘요. 사소한 것도 빠짐없이 전부요."비록 전체적인 정보는 알고 있었지만 왠지 진실에 뿌연 안개가 드리운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겠어.’소은정의 분부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우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소은정이 경계하는 건 태한그룹과 전인그룹의 협력이 아니었다. 전인그룹이라는 새로운 존재가 이 시장에 끼어든다면 이 바닥의 아슬아슬한 밸런스가 무너지게 될 터. 이것이 바로 소은정이 가장 걱정하는 일이었다.한편, 전기섭을 찾기 위해 경찰 인력까지 동원되었지만 결국 아무 성과도 얻지 못했다.시간이 흐를수록 전인국의 마음은 점점 타들어갔다.이와 달리 전동하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고 소은정과의 데이트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전기섭이나, 전인국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소은정도 굳이 묻지 않았다."언젠가 때가 되면 말해 주겠지."며칠 뒤, 기분전환을 위해 한유라와 쇼핑을 하던 소은정이 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