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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기다리잖아

어차피 전동하에게 전씨 일가는 가족도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남보다 더 못한 존재였다.

눈엣가시 같은 전인그룹을 지금까지 내버려 둔 건 그저 귀찮았기 때문, 그뿐이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소찬식이 살짝 풀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 봐. 은정이 그 자식 지금쯤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말없이 일어선 전동하는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서재를 나섰다.

내 과거를 인정해 주시는 건가?

나랑 은정 씨... 이제 정정당당하게 만날 수 있는 건가?

잔뜩 경직되어 있던 얼굴 근육에 힘이 풀리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전동하였다.

가장 큰 고비는 넘겼네.

한편, 소은정은 마이크와 함께 2층 방으로 올라왔다.

자가 업데이트 실패가 꽤 충격적이었는지 한동안 시무룩하던 소호랑도 마이크의 등장에 다시 기운을 차리고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소호랑의 부드러운 털을 만지던 마이크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한참 동안 웃고 떠들던 그때...

집사가 문을 두드렸다.

“식사 준비 다 끝났습니다. 회장님께서 내려오시라네요.”

“동하 씨는... 갔어요?”

“아니요. 1층에서 회장님과 함께 바둑을 두시는 중입니다.”

오호, 얘기가 생각보다 잘 풀렸나 보네... 역시 아빠라면 이해해 주실 줄 알았어.

흐뭇한 미소를 지은 소은정이 마이크의 손을 꼭 잡고 1층으로 내려갔다.

마이크의 애교와 재롱 덕분에 식사도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식사 후.

“아, 저는 일 때문에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동하가 소파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마이크는 아빠 말고 소은정과 함께 있겠다며 그녀의 곁에 꼭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아, 오늘은 누나랑 자고 갈래요. 네네?”

마이크의 성화에 전동하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 물고기들 통통하게 자랐어요? 우리 연못으로 가보면 안 돼요?”

그렇게 두 사람은 낚시대를 들고 연못으로 향하고 긴장이 풀리며 피곤함이 밀려온 소은정은 2층 방으로 올라가 낮잠을 청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저녁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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