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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아무 의미도 없어

최하연은 눈을 내리깔고 말하지 않았고 서준은 계속해서 말했다.

“혜경이 너에게 많은 상처를 준 것은 알지만, 혜경은 마땅한 벌을 받을 거야.”

“그리고 내가 왜 걔를 감옥에서 빼내 왔는지 궁금할 거야. 하지만 내 목적은 오늘을 위한 것이었어.”

하연은 고개를 들어 서준을 바라보았다.

“서준아, 네가 나를 위해 한 일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이제 아무 의미도 없어.”

서준은 당황했다.

“왜, 하연아. 왜 의미가 없다는 거야?”

하연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은 분명했다. 비록 서준과 혜경이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자신에게 준 상처는 되돌릴 수 없었다. 그 항공기 사고는 서준의 진짜 모습을 알게 했고, 하연은 더 이상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곧이어 하연이 말했다.

“서준아, 억지로 맺어진 인연은 깊게 가지 못해. 그리고 감정의 상처는 몇 마디로 치유될 수 없어.”

“난 이미 그 감정을 놓아버렸어. 그러니 서준아, 이제 더 이상 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

하연은 말을 마치고 미련 없이 돌아서서 떠났다. 서준은 하연을 붙잡으려 했지만, 옷자락도 잡지 못한 채 결국, 하연이 떠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그 순간, 서준은 하연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고 서준이 몸이 굳어질 정도로 오래 기다릴 때쯤 보디가드가 들어왔다.

“밖에 있는 여자는 어떻게 할까요?”

생각을 정리한 서준이 차갑게 말했다.

“심영수 씨에게 넘겨. 그리고 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본인 운에 맡겨. 운이 좋으면 살고 나쁘면 죽겠지.”

“알겠습니다, 한 대표님.”

...

서준의 집을 떠난 후, 하연은 무거운 마음으로 차에 탔다. 그러고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전화벨 소리가 하연의 생각을 깨뜨렸다.

“오빠!”

최하민은 하연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감지하고 말했다.

“네가 곽대철을 비롯한 B시의 첫 번째 지하 조직을 복종시켰다고 하던데?”

그러자 하연이 말했다.

“오빠, 정보가 참 빠르네요!”

“네 일이라 내가 신경을 쓰는 게 아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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