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최하연이 감탄하며 말했다.“아, 그 중에 주요 스트리머였던 채송화도 포함되어 있겠지. 탈세로 체포되어 몇 천억 원을 벌금으로 물었다고 들었어!”“한낱 스트리머가 이렇게 출중한 능력을 갖췄다면, 그 뒤에 있는 자본과 연관이 없을 수 없지. 이 사건이 꽤 크게 일어나서, 다들 들어봤잖아?”명석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이 사건은 명석의 가정에 큰 영향을 미쳤고, 회사는 거의 이 사건으로 인해 파산할 뻔했다. ‘근데 쟤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하연은 더 이상 명석을 상대하지 않고, 한지민을 바라보았다. “네 집안은 수산업을 하고 있지. 태풍의 영향으로 큰 손실을 보았다고 들었어.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돈을 이제 다 갚았나?”그러자 지민의 표정은 곧바로 어두워졌고 하연은 도경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집안은 작년에 금융 폭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고, 은행에 많은 돈을 빚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야?”이에 경서는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너, 너, 네가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어?”하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아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너희들의 이런 역겨운 속물적인 태도가 사람을 메스껍게 만든다는 거야.”그러고 나서 하연은 연희를 바라보았다.“미래 테크놀로지가 요즘 잘 나가고 있긴 해. 하지만 이노베이션 회사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어느 날, 미래 테크놀로지를 밟아버릴지도 몰라. 그러니 이번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회를 잡아야겠지. 그렇지 않으면 끝장일지도 모르니까.”하연의 말에 연희는 화가 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하지만 하연의 말을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는데 하연의 말은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다들 당황해 하는 기색에 하연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느낀 하연은 일어나 떠나려 했다.“그럼 먼저 가볼 게. 다음에 또 봐.”하연은 방을 떠나며,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하연의 정체가 뭐야? 어떻게
모두가 한숨을 쉬며 최하연을 바닥까지 깎아내렸고 심지어는 악담을 퍼부으며 떠들었다.“이런 사람은 우리와 동창일 자격이 없어.”“다시 만나면 제대로 혼내 줄 거야.”“남의 남자와 바람 피우는 여자, 그게 누구든 처벌받아야 해.”다음 날 아침.송연희는 탐정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연희 씨, 저희가 조사해 봤는데 최하연에 대해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요.”그러자 연희는 화를 내며 말했다. “쓸모없는 것들! F 국이 그렇게 큰 곳도 아닌데, 한 사람을 찾지도 못하고, 너희들 무슨 일을 한 거야!”그러자 탐정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군가 그분의 신분 정보를 숨겼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을 겁니다.”이에 연희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최하연한테 그런 능력이 있다고? 너희들이 일을 못 하는 건 둘째 치고, 변명하지 마. 앞으로는 너희한테 일을 맡기지 않을 거니까!”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 연희의 아버지인 송강석이 다가오며 온화한 얼굴로 물었다. “연희야, 아침부터 무슨 일로 화를 내니?”연희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빠! 오늘이 비즈니스 포럼이니까 우리 회사가 이 기회를 잘 살려서 더 많은 주문을 따내야 해요.”그러자 송강석은 기뻐하며 말했다. “연희야,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아빠는 만족한다. 서밋에 가서 잘해야 한다. 또, 올해는 최씨 집안에서도 포럼에 참석한다고 들었다.”최씨 집안이라는 말을 듣자 송연희의 눈이 반짝였다.“최하민도 참석하나요?”송강석은 연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딸 눈에는 최하민 밖에 없구나?”그러자 연희는 얼굴이 빨개졌다. F 국에서 하민은 비즈니스 신화로 알려져 있었고, 최씨 집안의 후원 아래 세계 최고 부자였다. 그랬기에 많은 이들이 하민과 결혼하여 재벌 가문에 들어가길 바랐고 연희도 예외는 아니었다.“아빠, 만약 우리가 최씨 집안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어느 기업이 우리를 무시하겠어요? 주문도 우리가 낮춰서 구걸
“하연아, 이 드레스 어때?” 최하성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지만 고급 맞춤 드레스를 들어 하연의 앞에서 흔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하경은 질 수 없다는 듯이 눈에 띄는 드레스를 골라 들었다. “하연아, 이 드레스 너한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형, 그 드레스는 너무 화려해요.”하지만 하경이 반박했다. “네가 고른 건 너무 어두워.”두 사람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었고 결국, 선택의 권한은 하연에게 넘어갔다. “하연이, 너는 어떻게 생각해?”하연은 두 드레스를 살펴보고 말했다. “오빠들 다 안목은 정말 좋아요. 고른 드레스는 모두 좋지만, 오늘은 조금 더 단아한 게 좋을 것 같아요.”말을 마치고, 하연은 옅은 보라색 고급 맞춤 드레스를 손에 들었다. 이에 하성과 하경은 서로를 바라보다 하성이 말했다. “평화롭게 끝내죠! 형, 이번 판은 무효로 해요.”하연은 두 경쟁자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한 명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오빠들! 고마워요!”“바보 같은 우리 동생님, 무슨 고맙다고 그래. 이 집에서 너는 우리 공주님이야.”하경은 애정 어린 말투로 말하고는 하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서 옷을 갈아입어. 큰 형이 기다리고 있으니까.”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드레스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서 옅은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그리고 나선형 계단을 천천히 내려올 때, 모든 사람의 눈은 반짝반짝해서 하연을 쳐다봤고 그저 예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연아, 너 오늘 정말 예뻐.” 하성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하경도 뒤따라 말했다. “이 드레스는 조용하면서도 우아해. 너를 위해 맞춘 것처럼 모든 디테일이 완벽해.”하연은 두 오빠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오늘 우리 오빠들 너무 스윗한데?”그러고는 웃으며 큰오빠 앞에 섰다.“오빠, 출발해요.”하연은 그녀의 드레스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함께 문을 나섰다. 한정판 롤스로이스 팬텀이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민과 하
송연희는 이미 회장에 도착해 있었고,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자리를 찾던 중, 문 입구에서 최하연을 발견했고 연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최하연이 여기 왜 왔지?” 연희의 말에 옆에 있던 한지민도 연희의 시선을 따라 하연을 바라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또한 어제 하연이 스포츠카를 타고 가는 것을 본 것이 기억나서, 질투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무료로 먹고 마시려고 온 게 아닐까?”연희는 입을 삐죽이며 하연이 여기에 있는 것이 자신의 수준을 낮추는 것처럼 느꼈다.“이런 자리에 아무나 다 끼어드는구나.”지민은 연희의 불만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연희야, 내가 가서 혼내 줄까? 걔한테 본때를 보여주자.”연희는 말이 없었지만, 침묵은 동의를 의미했고 친구는 연희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하연에게 다가갔다.“이게 누구야, 내 동창 아니야? 여기는 어떻게 왔어? 초대장이 있기는 해? 아니면 그냥 공짜로 먹고 마시려고 온 거야?”말투에서 조롱이 가득했고 하연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돌아보니, 오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경멸하는 지민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멀리서 연희가 이 광경을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에 하연은 천천히 대답했다. “너는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그 짧은 한마디에 지민의 얼굴이 변했다. 지민은 연희와 함께 들어온 게 사실이지만, 하연이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몰랐고 곧바로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이에 하연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내가 해야 할 말이 아닌가? 여기서 헛소리하지 마.”지민의 얼굴은 삽시간에 더욱 어두워졌고 하연이 이렇게 말 잘하는 사람일 줄 몰랐다.“최하연, 너 내가 헛소리하는지 아닌지 네가 더 잘 알잖아.”“남의 남자와 바람 피우는 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내가 사람들 앞에서 네 더러운 만행을 다 말해줘야겠어?”지민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주의를 끌 만했다. 그리고 하연의 눈은 어두워
모든 사람들 앞에서 송연희는 정의롭게 행동했고, 최하연은 연희를 무시하며 말했다. “비켜.”연희는 하연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몰랐기에 피식 비웃었다. “하연아, 잘못한 일은 인정하고, 매를 맞으려면 제대로 맞아야지.”“네가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린 건 잘못이야. 지금 사과하지 않으면, 주최 측을 불러 너를 쫓아내겠어.”연희의 이 말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 충분했고 특히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연희 편에 섰다.“여기는 난동 부리는 곳이 아니야. 사람을 때리다니, 너무 거만하잖아.”“사과하는 게 낫겠어. 일이 더 커지기 전에.”“맞아, 연희가 네게 기회를 주는 거야. 그 기회를 놓치지 마.”사람들의 말을 듣고, 연희는 속으로 매우 만족해 했다. 그리고는 하연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어때? 사과해.”하연도 화가 났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사과는 못 해. 모든 사람은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하연의 말에 넘어졌던 한지민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비웃었다. 그러나 곧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됐어, 연희야. 하연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지민은 말하면서 눈물이 흘러내렸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큰 억울함이라도 당한 줄 알았다. 하지만 연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더 강하게 나왔다.“네게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당장 여기서 너를 쫓아낼 거야.”연희의 말에 개의치 않다는 듯 하연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한 번 해보든가.”연희는 하연의 고집에 당황했지만, 이미 말했으니 물러설 수 없어 즉시 전화를 걸었다.“경호원, 여기 누군가 소란을 피우고 있네요. 처리해 주세요.”전화를 끊고, 연희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하연아,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주변 사람들이 하연을 알아보고, 나운석과 친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사람은 하연을 말렸다. “연희 씨,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요. 저 사람 건들지 말고요.”그러나 연희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냥 넘어가다니, 어떻게 그럴
“저 여자 말을 듣지 마세요. 모두 거짓말입니다.”한지민이 서둘러 변명했다.그런데 그때 나운석이 다가와서, 최하연 앞에 서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사장님, 괜찮으세요?”그러자 하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운석은 녹음기를 들었고, 곧바로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 “이 분은 제가 초대한 손님입니다. 그런데 감히 제 앞에서 모욕하려는 건가요?”이 말에 주변 사람들이 침묵하며 자리를 떠났고 이 상황에 송연희는 어안이 벙벙했다. 운석이 하연에게 이렇게 친절하고 보호하는 태도를 보이자, 굉장히 당황했다. 이내 눈을 깜빡이며 상황을 파악했다가 즉시 태도를 바꾸어 웃으며 운석에게 다가갔다.“운석 도련님, 저는 미래 테크놀로지의 송연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연희는 아첨하는 태도로 친절을 보였지만, 운석은 연희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한지민을 바라보았다.“방금 하연 씨를 모욕한 사람이 당신입니까?”지민은 당황했고,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어리어리해 있었고 운석은 곧바로 보안 요원을 불렀다. “쫓아내세요.”이에 보안 요원은 즉시 다가와서 지민을 주저 없이 쫓아냈다. 이 모든 일을 마친 후, 운석은 직접 하연을 데리고 회장으로 들어갔고, 연희는 어리둥절한 채로 자리에 남았다.그랬기에 연희는 하연의 신분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하연이 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고, 주변 사람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하연은 예의 바르게 일일이 응대했다.연희는 이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했다. 바로 그때, 최하민이 입장했다. 연희의 시선은 바로 하민에게로 향했고, 옷과 화장을 체크한 후 하민에게 다가갔다.“하민 대표님, 저는 미래 테크놀로지의 송연희입니다. 여기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연희는 웃으며 하민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하민은 미소를 보이지 않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악수를 청했지만 응하지 않아 허전한 손에 연희는 조금 민망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대표님, 오늘 파트너
“최하연 씨, 저는 외국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협력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우리 회사는 주로 물류를 다룹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사람들의 호의를 받으며, 하연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응대했고, 많은 이들의 호감을 얻었다. 심지어 많은 사업가가 하연과 협력을 제안했고, 하연은 이 기회를 이용해 DS그룹에 여러 대형 계약을 따냈다.송연희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복잡했다. 최하민이 하연의 신분을 공개하면서부터 연희는 눈앞이 아찔해 났다. 학창 시절에 하연을 무시하고 모욕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후회가 밀려왔다. 이렇게 좋은 인적 자원을 스스로 망쳐버린 것이다.“연희야, 여기서 뭐 하고 있니?”“내가 너한테 최하연이랑 친하게 지내서 더 많은 계약을 따내라고 했잖아? 그런데 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송강석이 연희를 조용히 나무랐지만 연희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있었다. 연희는 주먹을 꽉 쥔 나머지 손가락이 살을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아픔도 느끼지 못하는 듯싶었다. 연희는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에게 하연을 모욕한 사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기에 대신에 다른 말투로 대답했다.“알겠어요, 아버지. 제가 열심히 할게요.”말을 마친 연희는 하연에게 다가갔다. 연희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스스로에게 자세를 낮추라고 다짐했다. 이윽고 연희가 하연의 앞에 섰을 때, 이미 활짝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연아, 우리 학창 시절 친구였잖아. 이 잔은 널 위해 건배할게.”연희는 친절하게 와인 잔을 건넸으나 하연은 연희를 바라보며 잔을 받지 않았다. 그러자 분위기가 잠시 어색 해졌고 연희는 가볍게 기침하며 어색함을 감추었다.“술은 안 마시는구나? 그럼 내가 이 잔을 마실게!”말을 마치고 연희는 잔을 비웠다. 하지만 하연은 냉정하게 연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학창 시절 친구였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아?”그러자 연희는 하연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서둘러 사과했다. “하연아, 이전에 내가 잘못했어. 여기서
최하연은 송연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자 연희는 갑자기 불안한 기분이 들어 목을 움츠렸다. 상대를 치려고 할 때는 약점을 노려야 한다. 그리고 하연은 송연희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미래 테크놀로지는 개혁이 필요하니 이번 비즈니스 회의에서 빠지는 게 좋겠어.”이 말을 듣자마자 연희는 당황했다.“안 돼!”연희는 무의식적으로 외쳤다. 미래 테크놀로지는 연희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었기에 이번 포럼에서 빠지면 회사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었다.“하연아, 무엇이든 다 들어 줄게. 하지만 이건 안 돼.”하연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자진해서 물러나면 회복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고집을 부리다 강제로 물러나게 되면 미래 테크놀로지가 온전하게 남을지 장담할 수 없어.”그 말에 연희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하연이 이렇게 교묘하고 치밀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연희는 후회로 가득 찼지만, 계속해서 간청했다. “하연아, 미래 테크놀로지는 우리 가족의 모든 희망이야. 제발 망치지 말아줘.”“내가 사과할게, 제발.”“내가 사과할게.”그러나 연희가 무엇을 말하든 하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희를 지나쳐갔다. 순간 연희는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와 연희의 등이 서늘해졌는데, 등은 이미 완전히 젖어 있었다.‘최하연, 너 정말 잔인하구나!’“최하연 씨는 참 운도 좋네요. 태어날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능력도 출중하잖아요.”“최하연 씨가 DS그룹을 맡은 지 반년 만에 수익이 10%나 증가했어요.”“그건 국제 대기업인데, 10%의 성장은 대단한 거죠.”“정말 부럽네요, 최하연 씨. 그렇게 뛰어난 사업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주변 사람들이 하연을 칭찬하는 말을 들으며 연희는 굉장히 마음이 불편했다. 사람들 속에서 중심이 되는 하연을 보며 연희는 질투를 금할 수 없었다. 그러자 연희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결국 가족의 배경 덕분에 얻은 자원이잖
“그러고 보니, 연지 씨가 부상혁 대표 곁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사실상 부 대표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던데... 그런데 지금은 부남준 상무를 위해 일하고 있네.”“내가 좀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떻게 그렇게 부씨 가문의 두 형제 사이를 능숙하게 오갈 수 있는 거지?” 세븐이 입을 열자, 연지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좁혔다. 그 말투와 어조가 거슬려 저도 모르게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 “부상혁 대표는 원래 이런 말투로 말하지 않아.” “그리고 쓸데없는 일에는 관심 끄시지.” 그리고 이어서 단호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일이나 제대로 신경 쓰는 게 좋을 거야. 괜히 약점 보였다가 후회하지 말고.”그러나 세븐은 개의치 않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연지 씨, 정말 부상혁 대표에 대해 꽤 잘 아는 것 같단 말이야?” “그건 당신이 궁금해할 필요 없고.” 연지는 냉랭하게 받아쳤다. 오늘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면, 세븐은커녕 이 공간에 발 들이는 것조차 끔찍했을 것이다.“그리고 부남준 상무님이 하신 말씀 잊지 마. 본인이 할 일이나 제대로 해.” 세븐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살짝 올렸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지는 손목시계를 올려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곧 예식이 시작돼. 모든 건 계획대로 진행하면 돼.” “걱정 마. 발목 잡을 일은 없을 테니까.” 그 대답은 나쁘지 않았다. “차 안에서 얌전히 있어. 내 연락 기다려.” 마지막으로 단단히 일러둔 후, 연지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호텔 안. 비록 약혼식이지만, 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 이들 모두 이를 굉장히 중시했다. 사소한 부분까지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로비의 장식만 봐도, 백 명이 넘는 직원들이 작년부터 준비해 온 결과물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홀 중앙에는 은하수처럼 쏟아지는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고 있었고, 대리석 바닥에 비친 금빛 패턴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관을 이루었다. 하객들은 이미 자리를
“네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네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어.” 다영은 원래 조금 망설였지만, 그 말을 듣자 마음속에서 은근히 결심이 섰다. ‘반드시 아버지를 구해야 해.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어.’ “어머님, 걱정 마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습니다.” 송혜선은 다영의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면 충분해. 나를 실망시키지 않길 바랄게.” ...대기실 밖. 상혁은 잘 맞춘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훤칠한 체격에 비율까지 완벽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하성은 장난스럽게 상혁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 한번 말해 봐. 지금 기분이 어때?” 상혁은 거울을 가볍게 흘깃 쳐다보았다. 비록 자신은 전날 밤 한숨도 못 잤지만, 지금은 이상할 정도로 들떠 있었다. 오히려 얼굴엔 생기가 돌았고, 눈빛도 반짝였다. 그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음, 좋아.”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렸는데, 고작 ‘좋아’ 한마디?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야?” 하성은 못마땅한 듯 고개를 저었지만, 이내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 “어쨌든, 우리 하연이한테 잘해. 만약 조금이라도 속상하게 하면, 우리 집안에서 널 가만 안 둘 거야.” 상혁은 가볍게 주먹을 쥐어 친구의 가슴팍을 툭 쳤다. “그 말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몰라. 이제 외울 지경이라고.” 그러다 갑자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걱정 마. 그런 일은 없을 거니까.” 하성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그럼 됐다.” ...대기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서여은과 정예나는 상혁을 보자마자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물러나, 둘만의 시간을 남겨 주었다. 하연은 거울 앞에 앉아 조심스럽게 눈썹을 그리며 메이크업을 손보고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진숙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니? 이제 아무나 이런 자리에 낄 수 있는 거야?”서해정은 앞을 손으로 휘저으며,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누군가 했더니. 요즘은 첩들도 이런 곳을 이렇게 당당하게 오나 보네?”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소리 없이 속삭이는 중에도, 누구나 비웃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했다.송혜선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그러나 기어코 분노를 삼켰다.‘이 여자, 서해정...’조진숙의 절친이자, 상류층 사모 모임에서도 영향력이 큰 인물.그리고 서해정의 시댁을 건드렸다간 큰일 나는 상대였다.송혜선은 감히 덤빌 수 없었다.서해정은 코웃음을 치며, 조진숙의 손에 들린 붉은 봉투를 단숨에 낚아챈 후, 아무렇지도 않게 송혜선의 품에 던져버렸다.“우리도 선물을 받을 때, 가리는 건 가려야지. 네 손에서 나온 건, 왠지 더러워서 받기가 싫네?”“당신...!”송혜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더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손으로 배를 감싸며 한 걸음 물러났다.그러자 서해정은 일부러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의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머, 뭐야. 설마 지금 나한테 시비 걸려고? 이런 짓 나한테는 안 통해.”송혜선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분노를 삼켰다.“서 여사님, 아무리 그래도 제게 어느 정도 예의는 좀 지켜 주시죠.”그러나 서해정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진숙의 팔짱을 끼고 돌아섰다.“진숙아, 우리 가자. 오늘은 상혁이의 중요한 날인데, 괜히 재수 없게 만들 필요 없잖아.”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조진숙의 눈에는 어딘가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이렇게까지 망신을 줘도 괜찮을까...?’‘만약 이대로 가버린다면, 송혜선이 부동건에게 이를 고하면 오히려 내가 나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은데...’친구의 망설임을 읽은 듯, 서해정이 조용히 속삭였다.“그 인간도 네 체면은 안중에도 없이 저 여자를 여기에 데리고
호텔 로비에는 이미 많은 하객들이 모여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그러나 그때, 송혜선이 부동건의 팔짱을 끼고 등장하자, 순간적으로 홀 전체가 술렁였다.“저거... 부 회장의 정부 아니야? 어떻게 저 여자가 여기가 어디라고 저렇게 당당히 나타난 거지?”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자, 그 말이 그대로 서해정의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서해정은 코웃음을 치며 가시 돋힌 말을 내뱉었다.“이런 자리에까지 기어들어올 정도로 정말 뻔뻔하네. 부동건도 정말 갈수록 가관이야.”조진숙과 오랜 친분을 쌓아온 찬구인 서해정은 부동건의 이런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몰랐어?”옆에 있던 하객 하나가 서해정의 소매를 살짝 잡으며 조용히 속삭였다.“부 회장이 이번에 송혜선을 정식 부인으로 올릴 생각이라던데?”서해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 진심이야?”“처음엔 그냥 뜬소문인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까 꽤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해정은 입술을 삐죽이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우리 진숙이 불쌍해서 어쩌나...’이어서 송혜선을 향한 시선이 더욱 싸늘해졌다.“결국 첩은 첩일 뿐이야. 설령 정식 부인이 된다고 해도, 그 꼬리표는 절대 떼지 못할걸?”...사실, 부동건은 애초에 송혜선을 이 자리에 데려올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출발 직전, 그녀가 다가와 어리광을 부렸다.그 순간부터, 부동건의 얼굴에는 미묘한 불쾌감이 감돌았다.“오늘은 상혁이의 약혼식이야. 네가 따라올 이유가 없잖아.”그러나 송혜선은 환하게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상혁이의 경사스러운 날인데, 당연히 축하하러 가야죠. 저도 기분 좋은 일에 함께하고 싶어요.”부동건은 눈살을 찌푸렸다.“네 상태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어. 집에서 푹 쉬어야 할 때야. 괜히 사람들 많은 곳에서 불편하게 굴지 마.”하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걱정 마세요, 회장님. 다영이가 저랑 같이 있을 거예요. 문제될 거 없어
‘정말... 부 대표님을 대신할 수 있을까?’연지는 눈에 의심과 불안이 섞인 채 남준을 바라봤다.“상무님,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계신 겁니까?”여자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남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 웃음은 마치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불길한 유성처럼 섬뜩했다.그 순간, 연지의 등줄기를 싸늘한 한기가 훑고 지나갔다.조명이 비친 남자의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 속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듯했다.남준은 천천히 몸을 돌려,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었다. 유려한 손길로 술을 술잔에 가득 따라낸 후, 한 잔을 연지 앞으로 내밀었다.“내일이 무슨 날인지는 알지?”‘내일?’연지는 본능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곧 깨달았다.“내일은 약혼식... 부 대표님과 하연 씨의 약혼식 날입니다.”남준은 손목을 살짝 돌리며, 술잔 속 액체를 천천히 흔들었다.술이 잔 속에서 부드럽게 회전했다.그는 반쯤 눈을 가늘게 뜨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모든 것이 남준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듯이.“오래 기다렸지. 드디어 그날이 왔군.”연지는 흐름을 감지하며 조심스레 물었다.“설마... 상무님, 약혼식을 망치시려는 건가요?”남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잔을 비웠다.남자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너무도 명확했다.연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만약 이 약혼식이 깨진다면... 나도 손해 볼 건 없지.’남준은 조용히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의 결합은 단순한 약혼이 아니다. 이 약혼식에는 양가의 주요 인물들이 총출동해. 사람이 많다는 건, 우리에게 기회가 많다는 뜻이겠지.”연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입을 열었다.“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남준은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가볍게 던졌다. 유리가 바닥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눈앞의 남자는 상혁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거의 판박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닮은 눈매, 흡사한 이목구비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얼굴에 자리하고 있었다.순간적으로 하연은 착각할 뻔했다.‘세상에 이렇게까지 닮은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그때, 남자의 시선이 하연에게 닿았다. 그리고 눈빛에는 짧은 순간 놀라움과 흥미가 스쳤고, 곧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예쁜 분이 밤에 혼자 노시는 건가요? 연락처라도 하나 주고 가는 게 어때요?”이 남자는 상혁과 외모만 닮았을 뿐, 막상 입을 여는 순간 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단순한 생김새를 넘어,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그 차이는 너무도 확연했다.“죄송하지만, 관심 없어요.”하연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단 한 치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남자는 눈썹을 살짝 올렸지만, 전혀 불쾌한 기색 없이 태연하게 지갑에서 금빛 명함을 꺼내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그럼 그냥 친구로라도. 이 정도도 안되나요?”고급스러운 금박이 감도는 종이 위에 큼직하게 적힌 영문 이름.[세븐]하연은 그 명함을 받지 않았다. 그 대신 자연스럽게 머리를 쓸어 넘겼고, 그 순간 그녀의 약지에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미안하지만, 안 돼요.”남자의 반응을 기다릴 것도 없이, 하연은 가볍게 몸을 틀어 걸음을 옮겼다.남자는 하연이 멀어지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여유롭게 입꼬리를 올렸다....VIP룸 안.남준은 가죽 소파에 느긋하게 몸을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연기가 폐 깊숙이 들어갔다가 천천히 뿜어져 나오는 동안,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공허했다.그때, 문이 열리며 황연지가 들어왔다.그녀는 성큼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했다.“오셨습니까?”남준은 담배를 비벼 끄고, 재떨이에 던졌다.“왔군.”연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상무님, 절 찾으셨다면서요.”남준은 얕게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새해를 맞아 너한테 특별한 선물을 하나 주
하연은 파티 장소를 한 고급 프라이빗 클럽으로 정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라,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재력가나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밤이 깊어지자, 화려한 조명이 반짝이는 공간에서 단순한 싱글파티라기보다는 절친들끼리의 조촐한 모임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급스러운 좌석에 앉아 몇 잔 가볍게 마시던 중, 하연은 임신 중이라 과일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그때, 예나가 다가와 감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너도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됐구나. 네 상혁 오빠랑 드디어 정식으로 부부가 되다니, 정말 부럽다.”그녀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덧붙였다.“반면에 나는 아직도 싱글이야.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혼자라니, 가끔은 나도 좀 서글프다.”여은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받아쳤다.“네가 서글픈 게 아니라, 애초에 연애할 마음이 없는 거겠지.”“내가 들었는데, 요즘 너네 가게에 어떤 남자가 매일같이 찾아온다며? 혹시 마음이 좀 움직인 거 아냐?”예나는 당황하며 급히 말을 잘랐다.“그럴 리가! 그냥 친한 친구일 뿐이야.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절대 아니야.”여은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키득거렸다.“진짜? 근데 왜 이렇게 부정하는데?”예나는 반박하려다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애 나보다 어리잖아. 그리고... 나 연하남이 별로야.”절친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하연은 흥미가 동했다.‘뭔가 재미있는 얘기가 나올 것 같은데?’“연하남? 이거 뭔가 숨겨진 이야기 있는 거 아니야?”여은은 재빠르게 하연에게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너 F국에 있어서 몰랐지? 이 둘, B시에서 꽤 핫했어.”그리고는 짧게 요점을 정리해서 들려주었다.“03년생 남자야. 올해 딱 스물두 살! 나이에 비해 성숙하더라구. 우리 예나, 아주 귀여운 연하남한테 꽂혔나 봐.”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예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헛소리하지 마!”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눈빛에
다영은 온몸이 떨렸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간절하게 답했다.“정말 아무것도 듣지 않았어요...”“정말이요?”남준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다영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했지만, 입술을 꽉 악물고 끝까지 버텼다.“정말이에요.”남준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아까의 위압적인 분위기가 사라지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리고는 큰 손으로 여자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마치 겁에 질린 새끼 고양이를 달래듯 말했다.“긴장할 필요 없어요. 그냥 가볍게 물어본 거예요.”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영은 몸은 여전히 뻣뻣하게 긴장한 채로 있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남준을 살폈다.남자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자, 그녀는 간신히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큰일 날 뻔했어...’“그리고 남준 씨, 원래라면 설날연휴에는 나랑 같이 어머님께 인사드리러 가야 하는데...”그러자 남준은 흔쾌히 수락했다.“네... 당연히 그래야죠. 우리는 곧 부부가 될 사이잖아요. 원래 부부는 한몸이잖아요.”남준은 자연스럽게 말하며 그녀를 바라봤다.다영이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남준의 대답에 다영은 순간 놀란 듯 그를 다시 바라봤다.“남준 씨... 아직도 저랑 결혼할 생각이세요?”남준은 그녀를 당연하다는 듯 품에 끌어안았다.그리고는 여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나지막이 말했다.“당연하죠. 제가 당신을 두고 다른 사람을 선택할 것 같아요?”그 확고한 대답에 정다영은 가슴이 벅차올랐다.“난 그냥...”“그냥 뭐요?”남준이 여자의 말을 끊었다.“혹시 파혼이라도 할까 봐요?”“네.”다영은 작게 하고 끄덕였다.그러자 남준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럴 일 없어요.”그 말에 다영의 눈가가 붉어졌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남자의 품에 파고들었다.그리고 남준을 꼭 끌어안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역시... 남준 씨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아요.”남준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웃었다.남자의 손이 다영의 귀 옆
허징인이 상혁을 찾았다는 소식은 남준에게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두 사람이 만나지는 않은 것 같아. 물론 앞으로도 절대 마주할 일이 없을 테니까 별문제는 생기지 않을 거야.’남준은 마음을 다잡았지만, 속내에서는 의문이 피어올랐다.‘내가 오래 지켜본 부상혁이라면, 이유 없이 움직일 리가 없는데...’하지만 상혁이 허징인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심상치 않았다.남준은 조용히 시선을 들어 상혁을 바라보았다. 상혁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을 뿐인데, 그 자체로 압도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왕좌에 앉은 자처럼, 이 남자의 존재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한 위압감이 느껴졌다.‘혹시... 무언가 알고 있는 건가?’의심이 한 번 피어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그러나 남준이가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급히 뛰어 들어온 부하가 숨을 헐떡이며 보고했다.“상무님, 교도소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남준은 정다영의 집에 인사를 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 옷깃을 정리하던 손이 멈춰 섰고, 표정이 굳어졌다.“무슨 일인데 그래?”부하는 다급한 얼굴로 모든 걸 털어놓았다.“정규인이 교도소에서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변호사를 불러서 항소재판을 열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남준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순식간에 부하의 멱살을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윽박질렀다.“잘 갇혀 있던 놈이 왜 갑자기 그러는 건데?”부하는 당황하여 중얼거렸다.“혹시... 어쩌면 허징인과 그 아들...”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준이 단칼에 잘라버렸다.“말도 안 돼. 이 일은 우리 쪽만 알고 있어. 교도소 안에 있는 정규인이 대체 어떻게 알겠어?”부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맞습니다. 우리 쪽에서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가 외부와 접촉할 방법은 없습니다.”그러나 의구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정규인,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남준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멱살을 놓았다.‘이상한 일이 벌어지면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