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2화 불안감

작가: 손라떼
상혁은 조진숙의 뜻을 바로 이해했지만 하연이 자꾸만 저와 가까워지는 것 같다가도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분명 험난하고 긴 여정이 될 터였다.

“참, 하연아. 네가 디자인에 관심 있어 했었지? 민성시립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안형준이 내 동기거든. 며칠 뒤 B시에서 전시회를 연대. 내가 초대장 받았으니까 나중에 상혁이랑 같이 가 봐.”

하연은 관심 있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볼 양옆으로 보조개가 곱게 패였다.

“네. 이런 학습 기회가 있다니 너무 좋아요.”

그 말에 조진숙은 기분이 좋은 듯 상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서 상혁은 당연히 제 어머니가 저와 하연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네. 나중에 제가 같이 갈게요.”

그제야 조진숙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 둘이 같이 간다니 마음이 놓이네. 그런데 너 꼭 하연이 잘 챙겨야 한다.”

“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성운 오빠가 얼마나 자상한데요, 저 잘 챙겨줄 거예요.”

하연이 이내 성운을 대신 감싸주었다.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을 보자 조진숙은 만족한 듯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

안형준은 민성시립대학 디자인학과의 유명한 교수로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학생을 배양해 냈다.

심지어 그동안 발표한 작품마저 국내외 수많은 상을 휩쓸며 디자인 업계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대상으로 되었기에, 이번 전시회에는 국내외 수많은 사람을 끌어 모았다.

“서영아, 네 작품 안 교수님께 드린 거 맞지?”

문 앞에서 이수애가 서영을 끌어당기며 물었다.

“너 이제 2학년이야, 만약 안 교수님 제자로 대학원에 들어가려면 이 기회 꼭 잡아야 해. 절대 실수하면 안 돼, 알았지?”

서영은 이수애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귀찮은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작품은 진작 줬어. 걱정하지 마라니까. 난 내 작품 자신한다고. 대학원 들어가는 거 문제없어.”

이수애는 그제야 안심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이따가 안 교수님 앞에서 잘 보여야 해. 꼭 너 미리 내정할 수 있게 깊은 인상을 남겨 드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63화 HT그룹이 예전 같은 줄 알아?

    이수애는 하연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됐어. 쓸데없는 생각 그만해. 내가 한 말 꼭 기억하고, 교수님한테 잘 보여.”하연과 상혁은 함께 왔다.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함께 나타나자 수많은 사람의 눈길을 한꺼번에 사로잡았다.사람들에게 상혁은 조금 낯설었지만 하연에 관한 소문과 기사는 많이 접했기에 사적으로 적지 않게 얘기했었다.“최하연이 이혼했다더니 여전히 잘살고 있나 보네. 파트너도 어디서 저렇게 훌륭한 사람 구했는지, 한서준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그러게. 우리랑 다른 부류인 것 같아. 대체 어느 집 도련님이래?”“혹시 FL그룹 알아? 요즘 떠오르는 기업.”그때 누군가 상혁을 알아보고는 으쓱해 하며 설명했다.“저 사람 FL그룹 대표야.”사람들은 하나둘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쩐지. 둘이 저렇게 서 있으니 진짜 너무 잘 어울린다. 아주 천생연분이 따로 없네.”“너무 부럽다. 최하연은 운이 참 좋은가 봐.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 얼굴도 예쁘지, 능력도 뛰어나지. 요즘 DS그룹 실적도 최하연 덕에 점점 상승세라던데.”“어디 그뿐이야? 이혼했어도 또 저렇게 좋은 남자 얻었잖아. 한 대표님 지금 엄청 후회하겠네.”“...”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서영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버럭 서리쳤다.“웃기고 있네! 우리 오빠가 왜 후회해? 저렇게 가벼운 여자는 우리 집에서 안 반기거든.”사람들은 서영을 보자마자 감정도 숨기지 않은 채 비아냥거렸다.“아이고, 이게 누구야? 한서영 아니야? 안 교수님 제자로 대학원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라면서? 고생 좀 하겠어? 안 교수님 요구 엄청 높은데, 개나 소나 교수님 밑으로 들어가는 거 아니거든.”“내가 붙든 말든 너희랑 무슨 상관인데? 오히려 너희야말로 말 좀 가려서 해. 공적인 자리에서 헛소리하지 말고.”서영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경멸하듯 말했다.“우리가 뭐 틀린 말 했나?”“그러게. 애초에 최하연을 그렇게 무시하더니, 꼴 좋다. 상대가 이렇게 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64화 놀라운 작품

    “내가 방금 주위를 돌아봤는데 네 작품 없던데? 정말 안 교수님께 작품 바친 거 맞아?”서영은 번뜩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어, 바쳤어. 아마 다른 쪽에 있을 거야. 따라와 봐.”두 모녀는 이내 전시장 반대편으로 걸어갔다.한편,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하연은 오히려 매우 덤덤해 보였다.여유롭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하연은 인사를 나눈 뒤 그들과 헤어지고 구석에 있는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그때 상혁이 샴페인 한 잔을 하연에게 건네주었다.“왜? 힘들어?”하연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아까 봤는데, 오늘 전시회에 교수님 작품은 별로 없더라고, 대부분 제자들 작품인 것 같았어. 안 교수님도 이제 곧 정년퇴직 하며 마지막 제자를 받으신다더니, 오늘 이 기회에 제자들 실력 보려고 하시나 봐.”“그래요? 그럼 우리도 가서 구경해요.”두 사람은 작품이 걸려 있는 복도를 빙 돌며 작품을 감상했다. 작품을 보는 내내 하연의 눈에는 온통 찬사뿐이었다.“이 작품 진짜 좋네요. 아이디어도 독특하고, 공 많이 들인 것 같아요.”하연이 마음에 드는 듯 칭찬하자 상혁은 하연의 시선을 따라 작품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진짜 괜찮네. 이 학생 1학년이거든.”“1학년인데 이런 작품을 디자인했다고요? 재능이 남다른가 봐요.”“하지만 오늘 전시회에 아주 대단한 작품이 있거든.”상혁의 말에 하연은 이내 관심이 생긴 듯 눈을 반짝였다.“그래요? 어디 있는데요?”상혁은 손가락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한 곳을 가리켰다.“저기, 앞에 사람들 엄청 모였잖아. 다들 그 작품 보려고 모인 거야.”그 말에 하연의 궁금증은 고조에 달했다.“사람들이 저렇게 빛나는 눈으로 감상하는 걸 보니 엄청 대단한 작품인가 봐요.”이윽고 상혁을 끌어 그림 쪽으로 다가갔다.“정말 의외네요. 한서영 씨가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디자인하다니.”“색감도 대답하게 활용했고, 디자인 아이디어도 독특해. 만약 기성품이 나오면 엄청 놀라울 것 같은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65화 저 작품 한서영이 그린 거 아니에요

    “한서영 씨,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디자인한 걸 보니, 영감을 받은 계기도 아주 기특별할 것 같은데,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누군가 갑자기 묻자 서영은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고 당당하게 얘기했다.“사실 이 작품은 제가 F국의 패션쇼에서 영감을 받은 겁니다. 그때 여성의 독립과 지성미를 주제로 다뤘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담하고 여성성을 나타낼 수 있는 컬러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재봉에도 신경 썼거든요, 소매와 넥라인을 보면...”서영의 설명이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 찬사의 눈길을 보냈다.“와, 한서영 씨가 디자인에 이렇게 조예가 남다를 줄 몰랐네요, 아이디어도 참 독특하고요. 어쩐지 작품이 훌륭하다 했네요. 혹시 앞으로 계약할 스튜디오는 결정해 두셨나요? 우리 스튜디오에 마침 한서영 씨 같은 훌륭한 인재가 필요하거든요.”“저희도 패션 사업을 하고 있거든요. 한서영 씨 같은 인재라면 졸업하고 나서 언제든 우리 회사에 오셔도 좋습니다.”사람들은 말하면서 서영에게 앞다투어 명함을 건넸다.서영은 싱긋 웃으며 명함을 받더니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고마워요.”사람들이 저를 이렇게 떠받들어 주니 서영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으쓱해서 도도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던 서영은 마침 하연과 눈이 마주쳤다.하연의 비아냥 섞인 눈을 본 순간 서영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 안절부절못하며 이내 눈을 피했다.“왜 그래? 기분 안 좋은 것 같은데?”하연의 이상함을 느낀 상혁이 관심 섞인 질문을 건넸다.“아니에요. 그냥 도둑질한 주제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워서요.”상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서영의 작품을 보더니 공정한 관점으로 말했다.“이 작품 확실히 훌륭해. 사람들이 이렇게 칭찬하는 것도 이해되고. 한서영 씨도 소문처럼 무능한 건 아닌가 봐.”하연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저 작품 한서영이 그린 거 아니에요.”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안형준이 사람들의 눈빛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 옆에는 익숙한 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66화 증거는?

    이수애는 말하면서 서영을 앞으로 밀었다.그러자 서영도 다급히 그 기회에 자기를 어필했다.“저 대학 졸업하면 교수님이 계신 대학원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교수님 밑에서 함께 디자인에 관해 공부하고 배우고 싶습니다.”안형준은 알았다는 듯 격려했다.“힘내요.”말을 마치고 떠나려는 안형준을 보자 이수애는 격동된 나머지 서영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서영아, 네가 뽑히는 건 문제없을 거야! 앞으로 꼭 노력해서 엄마 실망하게 하면 안 된다.”‘보아하니 안 교수님의 제자가 되는 건 이제 문제없겠어.’서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하연이 어두운 얼굴로 서영에게 다가왔다.그리고 서영이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려던 그때.“우리 예기해.”짤막한 한마디에 서영은 못이라도 박힌 듯 그대로 멈췄다.서영은 그 말을 무시하고 도망치려 했지만 발을 내딛기도 전에 하연이 그녀의 팔목을 낚아챘다.“왜? 찔려?”옆에 있던 이수애는 하연이 서영을 붙잡은 걸 보자 다급히 달려왔다.“최하연! 너 뭐 하는 거야? 당장 서영이 놓지 못해?”하연은 이수애를 무시하고 서영을 바라봤다.“마지막으로 기회 주는 거야. 얘기해.”주위 사람들은 두 사람의 모습에 모두 의아한 눈빛을 보내왔다.그걸 보자 서영은 깊은숨을 들이켜면서 한발 물러섰다.“엄마, 나 괜찮아. 우리 얘기하고 올게.”“그런데...”서영은 얼른 이수애를 안심시켰다.“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설마 나한테 무슨 짓이라고 하겠어?”그 말에 하연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하지만 서영은 겉보기와 달리 불안한 가슴을 달래기 위해 옷깃을 꽉 그러쥐었다.홀을 나와 복도에 도착하자 하연은 발걸음을 멈췄다.“한서영, 방금 그 디자인 왜 너한테 있어?”그 말을 듣는 순간 서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올 게 왔구나.’‘하지만 원고도 내 손에 있는데 뭐 어쩔 건데? 이 디자인이 최하연 거라 해도 증명할 수는 없잖아.’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던 서영은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무슨 말 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67화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네.’“한서영, 기회 줄게. 네가 직접 저 작품 전시회에서 내려달라고 해. 안 그러면 후회하게 할 테니까.”서영은 하연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하연에게 원고도 없고 그렇다 할 증거도 없으니 쫄릴 것도 없었기에 오히려 당당하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하던가.”이 말을 끝으로 등을 곧게 펴고 도도하게 돌아선 서영은 문을 연 순간, 태현과 딱 맞닥뜨렸다.“태현 오빠! 여긴 어쩐 일이에요?”태현은 서영의 말을 무시한 채 멀리 떨어져 있는 하연에게 눈길을 주더니 무심코 물었다.“너 하연 씨랑 언제부터 이렇게 친했어?”서영은 우습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태현 오빠, 그게 무슨 소리예요. 친하긴요. 최하연은 최씨 가문 아가씨인데, 저 같은 사람이 쳐다나 볼 수 있겠어요?”분명 겸손한 내용이었지만 들을수록 괴상야릇했다.“아하.”태현은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서영도 곧바로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태현을 지나쳤다.서영이 떠나자 태현은 고개를 숙여 제 핸드폰을 바라봤다. 액정에는 약 5분 정도 녹음된 녹음 파일이 있었다.태현은 어두운 눈빛으로 저장 버튼을 눌러 녹음 파일을 저장하고는 먼저 하연에게 인사했다.“하연 씨, 오랜만이네요.”태현은 오늘 여느 때처럼 하연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하연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약간 치켜 올리며 물었다.“안 교수님과는 무슨 사이예요?”태현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싱긋 미소 지었다.“성이 똑같다는 건 깊은 관계를 뜻하지 않겠어요? 왜요? 하연 씨도 우리 영감탱이 제자로 들어오게요? 하연 씨 이력이면 충분히 더 좋은 기회가 많을 텐데요.”하연은 이내 태현의 뜻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안형준과 안태현이 부자 사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렇군요.”“참, 하연 씨.”태현은 다시 하연을 불러 세웠다. 물론 지난날 자기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 걸 인정하지만, 진심이 장황한 말보다 더 효과가 있다는 것쯤은 태현도 알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68화 방금 날 의심했었지?

    상혁의 말에 하연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아니에요, 제 건 제가 직접 돌려받을게요.”하연은 사람들 속에 서 있는 서영을 빤히 바라봤다.이 시각, 서영은 환한 표정으로 업계 거물 인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심지어 멀찍이 서 있는 하연을 보더니 도발하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더 빳빳이 쳐들었다.“한서영 씨, 안 교수님이 잠시 오라고 하십니다.”그때, 직원 한 명이 서영한테 걸어와 깍듯하게 말했다.“그래요, 바로 갈게요.”서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곧장 직원을 따라 전시장을 떠났다.그 시각, 친구들과 서영의 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안형준은 서영을 보자 얼른 소개했다.“내 친구 주 대표가 서영 양의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디자인 컨셉과 계기에 대해 얘기 나누고 싶다더군.”“네, 안 교수님.”서영은 이내 옆에 있는 주태식을 바라보며 술술 설명하기 시작했다.“이 작품 주요하게 현시대 여성들의 독립을 컨셉으로 잡았고, 독립적인 여성을 표현하는 옷을 디자인하기 위해 이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완성했고요.”서영의 설명을 듣고 있던 주태식은 감탄하듯 고개를 끄덕였다.“디자인 컨셉이 아주 독특하고 새롭네요. 작품도 사람의 이목을 끌고. 하지만...”주태식은 하던 말을 잠깐 멈췄다.그 모습에 서영이 다급하게 물었다.“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주태식은 깊은 고민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디자인은 별문제가 없지만 디자인 컨셉이 작품과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아서요. 제 이해가 틀렸는지는 모르겠지만.”그 말에 서영은 당황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주 대표님, 무슨 의도로 그런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그 말씀은 제가 작품을 베끼기라도 했다는 겁니까?”주태식은 안형준의 체면을 봐서 고개를 젓더니 끝내 뜻을 굽혔다.“미안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하지만 서영은 여전히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저를 의심한 사람 주 대표님이 처음은 아니에요.”이윽고 서영은 주위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69화 증거를 내놔

    “이게 내가 디자인한 게 아니라면 증거를 내놔! 증거도 내놓지 못하면서 사람 비방하지 말고.”서영은 하연이 증거를 내놓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때문에 오히려 더 당당한 태도로 몰아붙였다. 그때 하연이 솔직하게 말했다.“확실히 실질적인 증거는 내놓을 수 없어.”“뭐야! 증거도 내놓지 못할 거면서 표절했다고 남을 모함한 거야?”“그러니까. 이건 그냥 모함이잖아.”“대단하신 최씨 가문 아가씨가 이런 사람일 줄이야.”“그건 너희들이 몰라서 그래. 한서영이 예전에 최하연 시누이였잖아. 한서영한테 쌓인 게 많아 복수한 걸지도 모르지.”“헐, 진짜 무서운 사람이네.”서영은 여론이 제 쪽으로 기울자 배짱이 더 두둑해졌다.‘대중들 눈이 얼마나 밝은데. 최하연 내가 오늘 너 웃으면서 왔다가 울면서 돌아가게 해줄게.’“하, 증거가 없으면 나한테 사과해. 그러면 너 용서해 줄 테니까.”하연은 입가에 경멸 섞인 미소를 지었다.“사과? 너한테 그럴 자격은 있고?”그 말을 들은 서영은 한순간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최하연,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날 탓하지 마.”“내가 직접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하는 건 맞아. 이 작품의 원고도 없고. 네가 원고마저 훔쳐 갔으니까.”그 말에 서영은 낯빛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하연에게 삿대질했다.“헛소리 지껄이지 마!”“헛소리인지 아닌지는 사실이 증명해 주겠지.”하연의 확신에 찬 말투에 사람들의 마음은 갈팡질팡했다.“설마 한서영이 정말 최하연 디자인 훔친 건 아닐까?”“그건 모르는 일이지.”“그런데 한서영이 저렇게 당당한 걸 봐서는 아닐 것 같은데.”하지만 사람들이 당당하다고 생각한 서영은 이미 당황하기 시작했다.“최하연, 헛소리 지껄이지 마. 내가 언제 네 디자인 훔쳤다고 그래?”“네가 디자인한 거라면 왜 디자인 컨셉도 제대로 설명 못 해? 이건 너무 이상하지 않아?”“누가 그래? 내가 설명하지 못했다고? 아까 분명 말했는데!”그때 옆에 있던 주태식이 고개를 저으며 끼어들었다.“제가 볼 때, 이 작품의 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70화 소란 그만 피워

    그때, 얼굴이 흙빛이 되어버린 서영이 인정하지 못한다는 듯 끼어들었다.“최하연,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증거 있어? 말만 하지 말고 증거를 내놔! 증거도 없으면서 사람 모함하지 말고!”서영은 찔리는 구석이 있었지만 여전히 당당한 태도로 밀어붙이며 주변에서 의지할 사람을 찾았다.그러다 사람들 속에 있는 서준을 발견하고는 지푸라기라도 발견한 것처럼 서준한테 달려갔다.“오빠! 오빠 전처가 글쎄 나를 모함하는 거 있지! 분명 지난 일에 앙심을 품고 나한테 복수하려는 걸 거야. 사람들 앞에서 내 앞길 망치려고.”서준은 서영에게 끌려 하연의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연의 표정은 무덤덤하기만 했다.그 순간 서준은 왠지 모르게 하연이 분명 앞에 서 있지만 저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런 상황에서 서영이 정말 디자인을 훔친 것이 밝혀지면 앞으로 영영 디자이너로서 이 바닥에 발을 붙이지 못할 거다. 그러면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것도 모두 물 건너갈 거고, 앞길도 한순간에 망치게 된다.서영의 오빠로서 서준은 사실이 무엇이든 하연이 서영을 망치게 둘 수 없었다.“최하연, 소란 그만 피워. 아직도 모자라?”하연은 일순 잘못 들은 줄 알고 멍해 있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전달되지 않았다.“소란? 한 대표님 눈에 제가 소란 피우는 거로 보이나 보죠? 아니면 표절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건가?”그 말을 듣는 순간 서준의 표정은 차가워졌다.“서영이 디자인 표절했다는 건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역시 예상했던 대로 서준은 서영을 감쌌다. ‘역시 가족이라는 건가?’“한 대표님, 이 세상에 오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저...”“최하연! 너 꼭 서영의 앞날을 망쳐야겠어?”“그렇다면 어떡할 건데? 내가 부처님도 아니고 왜 계속 내가 봐줘야 하지?”서준은 이런 상황에서 하연과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이내 어조를 누그러뜨렸다.“이 일은 그냥 넘어가자. 응?”하연은 이 상황이 웃음만 나왔다.‘진짜 웃기네.’

최신 챕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62화 어디 갔다 왔어?

    하연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이현의 말이 그동안 떠돌던 소문을 확인해 주는 듯했다.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내렸어요?” 이현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머금고, 감회가 어린 듯 말했다. “예전엔 내가 사업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과대평가했던 거죠.” 그는 눈을 들어 하연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말하는 게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겠지.’ 그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듯한 이 말들 속에는,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체면을 지키면서도 이별의 뜻이 담겨 있는 방식이었다. 이현은 한때 상혁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하연을 자신의 곁으로 다시 두고 싶었다. 하지만 운명은 이현과 하연을 번번이 엇갈리게 만들었고, 끝없이 스쳐 지나가게 했다. 이현의 모든 집착과 미련은, 하연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게 하연이 선택한 행복이라면, 이현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조용히 축복해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애초에 이 길을 선택하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몰라요. 차라리 계속 가게 운영하는 게 더 어울렸을 텐데...” “그래도 다행이죠. 너무 늦기 전에 깨달았으니까. 이제라도 진짜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겠어요.” 하연은 조용히 남자의 말을 들으며, 친구로서 진심을 담아 말했다. “어쩌면 새로운 곳에서 당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도 있을 거예요.” 이현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아요.” 그 순간, 오랫동안 이현의 마음속에 얹혀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스르르 사라지는 기분이들었다. 심지어 그 한때의 집착과 미련도 함께 흩어져 갔다. 그는 가볍게 몸을 돌려 준비해 온 선물 상자를 꺼내며 말했다. “새해가 지나면 하연 씨 약혼식이 있을 테니, 나는 참석하지 않겠지만, 이 약혼 선물만큼은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약혼 선물’이라는 말이 하연의 귀에 맴돌았다. 이것이 하연이 이현과 함께 들려온 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61화 연말쯤이면 모든 정리가 끝날 거예요

    “하연이, 집에서 지내는 게 더 편할 거예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너는 항상 우리 하연이만 생각하는구나.” 최동신은 농담 섞인 말투였지만, 어딘가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 “그래.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긴 하지. 집안 가정부들은 어릴 때부터 하연이를 봐왔으니, 생활 습관을 잘 알고 있고 이곳이 하연이가 편하긴 할 거야.” “아침부터 나갔다던데, 너랑 같이 있던 게 아니었어? 그럼 얘가 어디 간 거지?” 최동신은 가정부를 불러 말했다. “하연 아가씨한테 전화 좀 걸어보게.” “어르신, 이미 전화드렸는데 받지 않으십니다.” 최동신은 미간을 좁혔다. “무음으로 해놔서 못 들었나...” 하지만 최동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혁의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였다. 상혁은 화면을 열어 확인하는 순간, 눈빛이 짙어졌다. 최동신은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다. “상혁아,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야?” 상혁은 잠시 멈칫했지만, 다시금 평정을 찾고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업무 관련한 일이라서요.” 최동신은 배려 깊게 말했다. “일이 우선이지. 얼른 가봐라.” 최씨 가문의 본가를 나서며, 상혁은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봤다. 문자 메시지 하단에 찍힌 ‘TW카페’ 네 글자가 유독 선명했다. ...평일 오전의 TW 카페는 한산했다. 한 시간 전. 다시 ‘한명준’이 된 손이현은 급히 카페로 향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창가 소파에 앉아 있는 하연이 눈에 들어왔다.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여자에게 내려앉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자아냈다. 이현의 발걸음도 순간 멈췄다. 그는 한동안 하연을 바라보며 흐트러진 숨을 고르던 중, 직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손님, 몇 분이세요?” 이현은 가볍게 손짓했다. “약속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하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다리게 했나요?” 하연은 시선을 들어 평온한 표정으로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60화 과정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어

    “이게 뭐야?” 송혜선은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선만큼은 솔직했다. 하지만 사진 속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확연히 달라지면서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사진을 낚아채고 하나하나 넘겨봤다. 사진마다 담긴 장면이 송혜선을 점점 흥분하게 만들었다. ‘흥, 최씨 가문의 귀한 딸이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나고 있다니, 이거 재미있어지겠는데?’ 사진 속 남자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고고한 분위기, 남다른 기품까지...비록 사진에는 전부 뒷모습만 담겨 있었지만, 남자가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송혜선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모든 사진을 훑어본 뒤 나지막이 말했다. “이 정도는 그냥 친한 남녀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일 아닐까? 선을 넘은 정황은 없잖아. 겉보기엔 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하지만 정다영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그녀는 오래전부터 하연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설 탐정을 통해 추적해왔다. 그리고 사진 속 ‘한명준’이라는 남자와 하연 이 둘 사이에는 단순한 친분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어머님, 이 남자가 누군지 아세요?” 다영의 목소리는 은근한 흥분을 담고 있었다. “바로 B시 한씨 가문의 사람이란다.” “B시 한씨 가문?” 송혜선은 순간적으로 하연의 전 남편이 한씨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이 분명 들은 바에 따르면 한씨 가문은 이미 몰락한 상태였다. “최하연의 전남편은 감옥에 간 걸로 아는데, 또 다른 한씨 가문 사람이 나타났다는 거예요?” “하여튼 복잡한 사연이 많았어.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단다.” 다영은 하연과 ‘한명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몰랐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건, 이 일을 이용하는 것이었으니까.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죠. 중요한 건, 우리가 부상혁에게 무엇을 보여주느냐는 겁니다.” ‘남자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9화 기회

    배가 항구에 서서히 가까워질 때, 허징인은 저 멀리 보이는 부두를 응시하면서 머릿속에서 끔찍했던 기억들이 마치 영화처럼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날의 비명, 피 냄새, 그리고 민찬의 얼굴...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참았던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숨을 깊게 들이쉬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난간을 꽉 잡은 여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하얀 손등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허징인의 떨리는 손끝은 마음속 분노와 슬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 상혁이 조용히 허징인 곁에 다가왔다. 남자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바닷바람에 섞여 들려왔다. “배에서 내리면, 제 부하들이 안전한 곳으로 허징인 씨를 모실 겁니다.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마세요.” 허징인은 거센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차가운 눈빛과 함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 대표님, 하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한겨울의 서리처럼 차가웠다. “제 남편이 부남준 밑에서 오랜 시간 일을 했어요. 물론, 제 남편도 깨끗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저와 민찬이를 지키기 위해 부남준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 적도 많았어요.” 잠시 말을 멈춘 허징인은 숨을 고르며 상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제 남편은 민찬이의 죽음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동안 자신과 부남준 사이에 있었던 모든 부정한 거래를 실토할 겁니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부 대표님께서 제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할 방법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허징인의 목적은 단순했다. ‘정규인을 이용해 부남준을 무너뜨릴 단서를 만들어야 해. 민찬이의 억울한 죽음을, 그리고 수많은 희생자들의 한을 풀기 위해!’ 상혁은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이윽고,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8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상혁의 원래 무심하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그가 감정적으로 흔들렸다는 건 분명했다. 상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담배 한 갑을 꺼내 들었다. 남자의 길고 날렵한 손가락이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들고는 정확히 입술 끝에 물었다. 그다음엔 상혁은 침착하게 라이터를 켜고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는 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뒤, 한순간 숨을 멈췄다가 연기를 천천히 내뱉었다. 연기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눈빛은 이전보다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이 판이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어.’ 그러나 허징인은 자신의 분노에 사로잡혀, 상혁의 변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부남준은 제가 가진 증거를 빼앗으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겠죠. 그래서 절 죽이고 모든 걸 덮으려 했던 거고요. 정말 어리석은 꿈을 꾼 거죠.” 허징인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었다. 감정이 폭발하면서 그녀는 마치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듯 말을 쏟아냈다. “부남준도 설마 이런 상황까지는 생각 못 했겠죠. 제가 이런 처지에 놓일 거라고는 꿈에도 예상 못 했을 거예요. 하지만 증거를 손에 넣는 순간부터 전 모든 걸 철저히 준비해 뒀어요. 단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말이에요.” 상혁은 담배를 쥔 손을 잠시 멈추고, 허징인을 바라봤다. 남자의 눈빛엔 전에 없던 흥미와 약간의 감탄이 섞여 있었다. “허징인 씨, 오늘 정말 날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허징인은 상혁의 반응에 반응하지 않았고, 대신 스스로를 비웃듯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처음엔 그저 제 아들과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 그 사람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둔다면, 제가 가진 증거는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그녀는 한순간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음 순간, 허징인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며,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폭발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그놈이 제 아들을... 민찬이를 죽였어요! 제 손으로 지켜야 했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7화 진짜 범인

    금발 남자의 얼굴엔 잔인한 기색이 스쳤다. 허징인과 민찬에게 단 한 줌의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 “저년의 입과 코를 꽁꽁 막아. 빈틈 하나도 남기지 말고.” 허징인은 절망에 빠진 눈으로 민찬을 바라보았다. ‘내 아들... 우리 민찬이...!’ 울부짖는 어린 민찬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가운데, 그녀는 거대한 배의 20미터 높이의 갑판에서 차갑고 무자비하게 바다로 내던져졌다. 얼음처럼 차가운 바닷물이 온몸을 감싸고, 숨을 쉴 수 없는 답답함이 허징인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의식은 멀어지고, 그녀의 몸은 깊고 어두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 건가...?’ 그러나 의식이 다시 돌아왔을 때, 허징인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무겁게 아파왔다. ‘아... 여긴 어디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머리를 눌러본 뒤에야,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나는 바다에 던져졌는데... 대체 여긴 어디지?’ 그리고 그녀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 민찬. ‘민찬? 설마... 설마 내 아들...!’ 그 순간, 절망감이 몰려오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문이 거칠게 열렸다. 허징인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쳤다. ‘누구야? 또다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부상혁 대표님...?”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허징인 씨, 오랜만이네요.” 상혁 곁에 있던 원신민은 눈치를 보며 조용히 방을 나가고, 문을 닫았다. 허징인은 불신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부 대표님, 어떻게... 어떻게 여기에...?” 여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대답을 기다리며 불안감이 가득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허징인은 곧 머리를 굴렸다. ‘설마... 나를 구한 사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6화 바다로 던져버려

    “조사가 끝났습니다.” 원신민은 망설임 없이 지도를 꺼내 상혁의 앞에 펼쳐 놓았다. “이 배는 F국 항구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항해한 후, 이 항로를 통해 태평양을 건너 L국의 T시 항구에 도착...” 원신민의 손가락이 지도 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항로를 또렷하게 그려냈다. “대표님, 우리가 이 사람을 빼돌릴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오늘 밤입니다. 배가 F국 영해를 벗어나면 일이 훨씬 까다로워질 겁니다.” 상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긴 손가락 끝으로 지도 위 특정 지점을 톡 건드렸다. ‘역시 냉철해.’ 원신민은 눈치를 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굵직한 뱃고동 소리가 항구를 울렸다. 거대한 배는 서서히 항구를 떠나 물결을 헤치며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이 배는 15층짜리 대형 크루즈로, 가장 아래층은 화물칸으로 쓰이고, 그 위로는 승객의 숙소, 식당, 그리고 각종 오락 시설이 층층이 자리 잡고 있었다. 허징인과 아들 민찬은 가장 아래층의 음침하고 습한 방에 배치되었다. 방에는 좁은 창문 하나만 달려 있어 바깥의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것이 전부였다. “엄마, 무서워요!” 민찬은 허징인의 품에 파고들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허징인은 아들을 꼭 끌어안으며 본능적으로 달랬다. “괜찮아, 민찬아. 엄마가 있잖아.”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낯선 남자들이 순식간에 방으로 들이닥치며 좁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허징인은 경악하며 외쳤다. “당신들 누구야? 뭐 하려는 거야?” 이 사람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이었다. 그는 거대한 체구와 빽빽이 자란 턱수염을 가졌고, 강렬한 눈빛으로 허징인을 꿰뚫듯 쳐다보았다. 이어서 다소 서툴지만 알아듣기 쉬운 F국말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바로 남준이 말한 여자인가?” 그는 허징인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5화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을 겁니다

    “그저 여자일 뿐인데, 너무 똑똑하면 손해만 볼 뿐이에요.” 남준이 허징인에게 다가가며, 몸을 숙여 그녀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내가 원하는 걸 이제 줘야 하지 않겠어요?” 허징인은 차갑게 비웃으며 얼굴을 굳혔다. “뭐가 그렇게 겁나십니까, 상무님? 제가 약속을 어길까 봐요? 아니면... 그 물건들이 엉뚱한 사람 손에 들어갈까 봐요?” “그건 사모님이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때의 이야기죠.” 남준의 목소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허징인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고, 속으로는 분이 차올랐지만, 상황을 감안해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어. 지금은 일단 물러서는 게 최선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상무님. 이미 약속한 이상, 전 제 말을 반드시 지킬 겁니다.” 허징인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남준과 눈을 맞췄다. “상무님도 본인의 약속을 지키길 바랍니다.” 남준은 가볍게 손을 펼치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허징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작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제가 반은 먼저 드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드릴게요.” “안 돼요!” 남준이 단호히 그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 사모님한테는 조건을 제시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안 그래요?” 허징인은 눈을 감고 결연한 태도로 말했다. “그럼 차라리 지금 절 죽이세요. 하지만 제가 죽으면 그 물건들이 공개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알아두세요.” “엄마!” 곁에 있던 민찬이 울먹이며 그녀의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무서워요!” 허징인은 민찬을 꼭 안으며 남준을 노려보았다. ‘이 상황에서 물러서면 끝장이야. 적어도 내 아이는 지켜야 해.’ “상무님, 선택은 당신 몫입니다.” 남준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침묵했다. 남자의 눈빛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어금니를 악물더니 잠시 후 말했다. “죽음도 불사하다니, 사모님의 배짱은 보통이 아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4화 참 행복해

    집에 돌아온 하연은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침실 안. 은은한 조명이 켜진 방에서, 하연은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대표님...” 가정부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레 부르며 방으로 들어왔다. 상혁은 문틈 사이로 방 안의 하연을 흘깃 바라보며 손으로 가정부를 막았다. “내가 할게요.” 가정부가 물러난 뒤, 상혁은 바로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벽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상혁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는데, 원신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그 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상혁은 짧은 문장을 확인한 뒤, 입가에 가볍게 조소를 띄우며 휴대폰 화면을 껐다. 마치 모든 걸 손아귀에 쥐고 있는 사람의 태도였다. 그는 이내 천천히 방의 문을 열었다. “하연아.”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에 하연은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상혁을 바라보며 조금 의아한 듯 물었다. “언제 들어왔어요?” 상혁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우유를 하연의 손에 쥐어주었다. “따뜻할 때 마셔.” 남자의 부드러운 말에 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곧 우유를 들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잠시 후, 컵이 바닥을 드러냈다. “잠깐 회사에 좀 다녀올게.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상혁은 하연이가 들고 있던 유리잔을 받아들며 말했다. “이 밤중에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하연은 살짝 의아해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아마 늦을 거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남자는 고개를 숙여 하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지금 이 순간이 난 참 행복해.” 상혁의 눈에는 하연이가 자신의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이 행복이 오래가길, 조금이라도 더 오래가길...’ 하연은 상혁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의 품에 안기며 살짝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도요. 정말 행복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