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도 안 돼. 너... 너 대체 어떻게 했어?”뚱뚱한 여자는 놀란 나머지 입을 쩍 벌렸다.순식간에 휙 지나간 바람에 지금까지도 정신을 채 차리지 못했다.“왜? 또 내가 속임수를 썼다고 모함하려고?”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나...”뚱뚱한 여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첫 번째 라운드에서 힘을 테스트할 때는 내공을 썼다고 우길 수 있었지만 두 번째 라운드는 몸놀림 테스트라 내공을 금지하지 않았다. 매화장을 순리롭게 통과만 하면 성공이었다. 하여 유진우가 속임수를 썼다고 우기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다만 이런 통과 방식이 너무도 놀라워 사람들이 한순간에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다.“흥! 속도가 빠르면 뭐? 잔꾀로 통과했을 뿐인데!”둘째 제자는 인정하지 않는 눈치였다.“세 번째 내공 테스트도 통과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맞아! 무사의 실력이 강한지 약한지는 내공을 봐야지. 속도가 빨라도 내공이 형편없으면 여전히 실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겉만 번지르르해서 무슨 소용이겠어.”뚱뚱한 여자가 뻔뻔스럽게 몰아붙였다.“너 이 자식 우리 둘째 선배와 내공을 겨룰 자신 있어? 네가 이기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근육남은 또다시 도발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들은 모든 희망을 둘째 제자에게 걸었다.본투비 레벨 고수인 둘째 제자의 내공이 매우 깊었다. 아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하여 내공 테스트에서 잃었던 체면을 다시 찾아야 했다.“아직도 포기하지 않으니 데리고 노는 수밖에.”유진우는 웃을 듯 말 듯 했다. 어차피 테스트는 끝까지 해야 하니 재미 삼아 즐긴다고 생각했다.“그래! 어디 한번 붙어보자!”둘째 제자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세 번째 테스트 장소로 향했다.이번 세트장은 매우 간단했다. 가운데 돌 탁자가 놓여있었고 돌 탁자 위에 세숫대야만한 크기의 크리스털 볼이 놓여있었다.새하얀 크리스털 볼은 그 어떤 잡질도 섞여 있지 않아 아주 예뻤다.“시험관님,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입니까?”뚱뚱한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그 시각 크리스털 볼이 절반 가까이 금색으로 변했다. 조금만 더 버틴다면 완전한 금색이 될 수 있다.“으악!”둘째 제자는 이를 악물고 끊임없이 진기를 불어넣었다. 진기를 많이 소모한 탓에 얼굴은 이미 땀에 흠뻑 젖었고 안색마저 창백해졌다.몇 초가 더 지나자 크리스털 볼이 윙 소리를 내더니 드디어 전부 금색으로 변했다.둘째 제자는 마치 탈진한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너무 잘했어요! 성공이에요!”“하하... 역시 둘째 선배님은 대단하세요.”사람들은 기쁨에 겨워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역시 대단하십니다.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 걸 축하드려요.”무도 연맹 직원은 웃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크리스털 볼을 단숨에 금색으로 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무도 연맹의 젊은 세대 중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였다.“인마, 어때? 이젠 인정하겠어?”근육남의 시선이 유진우에게 향했고 또다시 도발했다.“봤어? 이게 바로 우리 둘째 선배님의 실력이야. 아주 손쉽게 기준을 초과하여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고. 넌 할 수 있어?”뚱뚱한 여자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흥! 속도가 빠른 게 뭔 대수야? 무사의 근본은 내공이지. 인제 너와 나의 차이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겠어?”둘째 제자는 뒷짐을 진 채 오만방자하게 말했다. 마스터의 풍채가 조금 풍기기도 했다.아주 힘든 건 사실이지만 허세도 부려야 했다.“차이?”유진우는 가소롭기만 했다.“내가 아직 나서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 건방을 떨어?”“왜? 너도 마지막 발악을 해보려고?”둘째 제자가 싸늘하게 웃었다.“금색이 됐다는 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이야. 설마 날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해보면 알게 되겠지.”유진우는 두말없이 크리스털 볼에 손을 올렸다.“흥! 자기 주제도 모르는 놈.”“감히 둘째 선배 앞에서 큰소리를 쳐? 정말 굴욕을 자초하는구나.”사람들은 유진우를 비웃으며 마치 하찮은 인간을 쳐다보듯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웃음이 사라
펑!갑자기 폭발한 크리스털 볼을 본 둘째 제자는 넋이 나갔고 근육남과 뚱뚱한 여자뿐만 아니라 현무문의 모든 제자들이 꼼짝하지 않고 멍해졌다.조금 전까지 얼굴에 가득했던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고 그 대신 경악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둘째 제자가 금색을 가득 채웠기에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금색 다음으로 붉은색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리고 더 무서운 건 유진우가 붉은색을 가득 채운 후 크리스털 볼이 버티지 못하고 폭발했다는 것이다.대체 내공이 얼마나 깊으면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자신만만하던 둘째 제자의 안색이 잿빛이 되었고 충격을 여간 받은 게 아니었다. 그동안 늘 자랑스럽게 여겼던 진기가 유진우의 앞에서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을 줄은 몰랐다.“이래도 내가 수작을 부렸다고 생각해?”유진우는 웃을 듯 말 듯 했고 눈빛에 조롱이 담겨 있었다.“어...”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 말을 잇지 못했다.힘, 몸놀림, 내공 테스트 모두 유진우가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하면서 순조롭게 통과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바보라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한 가지만 잘하는 건 그렇다 쳐도 세 가지 모두 특출나게 잘한다는 건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바로 실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 그리고 그들보다도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그들은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현무문의 고수도 별거 아니네, 뭐. 허세만 잔뜩 부리더니 결과는? 아주 참패를 당했잖아.”공요가 불쑥 한마디 했다. 전에는 그들이 도발했으니 이젠 반대로 마음껏 비웃어줘야지.“너!”뚱뚱한 여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세 라운드의 테스트를 거친 결과 그들은 확실히 참패하고 말았다.“아직 기뻐하긴 일러. 우린 완전히 지지 않았어.”그때 둘째 제자가 뻔뻔스럽게 말했다.“응? 지지 않았다고? 그럼 어떻게 져야 제대로 진 건지 말해봐 봐.”공요는 그저
둘째 제자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녀석의 실력이 강하다는 건 인정해. 속도, 힘, 몸놀림, 그리고 내공까지 흠잡을 데 없어. 하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무사는 없어. 분명 약점이 있을 거야. 자세히 생각해봐, 속도가 왜 그렇게 빠르고 몸놀림도 왜 그렇게 빠르겠어? 원인은 간단해. 장점을 발양하고 단점을 피했기 때문이야. 만약 내 추측이 맞는다면 방어력이 바로 약점일 거야. 방어력이 부족하니까 속도라도 올려서 피하는 거지. 네 번째 압력 테스트는 마침 몸의 방어력을 시험하는 거야. 우리 중에서 방어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 넷째 후배잖아. 금강불괴 신공이 일곱 번째 레벨까지 도달했어. 칼과 총으로 뚫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에 닿아도 끄떡없어. 방어력이 장점인 넷째 후배가 이번 테스트에 나선다면 아주 쉽게 이길 수 있을 거야.”그의 말에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조금 전 얼굴에 드리워졌던 먹구름이 순식간에 가셨다.‘그래, 저 녀석의 속도가 빠르고 힘이 세다고 해서 몸의 방어력까지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약 금강불괴 신공을 이용하여 상대와 방어력을 겨룬다면 이길 가능성이 있다.“둘째 선배의 말이 일리가 있어요. 이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죠. 저 자식의 약점이 바로 방어력일 거예요.”뚱뚱한 여자는 두 눈이 번쩍 뜨였다.“맞아요! 넷째 선배는 금강불괴 몸이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요.”근육남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그들은 다시 새로운 희망을 본 듯했다. 절대 이대로 현무문의 명성이 바닥까지 떨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라운드는 이겨야 했다.“넷째 후배, 어떻게 생각해?”둘째 제자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힘과 속도, 그리고 몸놀림은 제가 부족하지만 방어력은 저를 따라올 자가 없죠.”넷째 제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십여 년 동안의 수련이 절대 빈 이름뿐인 아니었다.“우리 모두 너에게 희망을 걸었어.”둘째 제자가 진지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고 저에게 맡겨요.”넷째 제자는 가슴팍을
1분 후, 압력기의 금속 문이 열렸고 유진우가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어찌나 차분하고 느긋한지 100배 압력을 버틴 사람이 아니라 그저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은 듯했다.“시험관님, 이 정도면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겠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물... 물론이죠.”잠깐 넋을 잃고 멍하니 있던 무도 연맹 직원이 놀란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100배 압력을 1분이나 버티다니, 철로 만들어진 몸이란 말인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세상에나! 정말 괴물이야!”그때 공요도 저도 모르게 한마디 내뱉었다.힘, 속도, 내공, 방어 네 가지 테스트는 나름 전면적이고 철저한 테스트이다. 일반 사람이라면 한 가지 테스트조차 통과하기 어렵다.그런데 유진우는 네 가지 모두 뛰어날 뿐만 아니라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어떤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이게 괴물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역시 진우 오빠는 대단하다니까.”조홍연이 보기 드문 웃음을 지었고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유진우가 활약하니 그녀도 기분이 좋았다.“도규현이 진 게 그리 억울한 일도 아니네.”황보걸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유진우가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어떤 약점도 없을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다. 실로 놀라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과 적이 아니라 벗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난 통과했고 인제 너희들 차례야. 들어가.”유진우는 현무문의 사람들을 쳐다보며 안으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이게 대체...”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 말을 잇지 못했다.들어가자마자 압력을 100까지 끌어올렸으니 누가 감히 버틸 수 있겠는가?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주검이 되어 나올지도 모른다.“넷째 선배가 한번 들어가 볼래요?”뚱뚱한 여자가 떠보듯 물었다.넷째 제자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는데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부을 것만 같았다.‘X발, 왜 저렇게 눈치가 없어? 들어가자마자 압력을 최대치로 올렸는데 내가 들어가서 무슨 소용이야?’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기껏
두 시험관은 서로 쳐다보더니 동시에 고개를 내저었다.“당신은 테스트할 필요 없어요. 통과입니다.”“통과요?”유진우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조금 전 당신의 활약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어요. 우리는 당신의 상대가 아니에요. 그러니 바로 통과입니다.”한 시험관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될지 기대되네요. 이번 무도대회에서 당신 분명히 다크호스로 떠오를 겁니다.”다른 한 시험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앞서 네 가지 테스트에서 유진우는 매번 기록을 깼다. 그의 대단한 실력에 두 시험관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유진우는 웃으며 두 손을 다시 가슴 앞에 맞잡고 예를 표하고는 링 아래로 내려왔다.두 시험관이 그래도 나름 눈치는 있었다. 괜히 무리하여 나섰다가 된통 얻어맞을 게 분명했다.“젠장! 테스트도 하지 않고 바로 통과라니, 이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야?”“어쩔 수 없어. 실력이 너무 강하니까 시험관들도 두려워하잖아.”“나 같았어도 덤비지 못했어. 주먹 한 방에 십만 근의 괴력을 누가 버티겠어?”“그리고 무엇보다 힘, 속도, 방어력, 내공 모두 뛰어나다는 거야. 이런 강자라면 당연히 존중받을만 하지.”무사들은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유진우를 쳐다보는 눈빛에 경외감이 짙어졌다.세간에서는 실력을 가장 중요시 한다. 출신이 어떻든 실력만 강하면 존경을 받을 수 있다.“테스트 다 끝났어. 우리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먹자.”유진우는 조홍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행과 함께 여유롭게 떠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현무문의 제자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X발, 훌륭한 명예를 지닌 우리가 저런 놈에게 지다니. 분통이 터져서 원.”근육남이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첫째 선배가 있었더라면 저 녀석의 코를 아주 납작하게 만들었을 텐데.”뚱뚱한 여자도 내키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사부와의 관계 때문에 첫째 제자는 다섯 가지 테스트를 건너뛰고 바로 마지막 테스트에 참여하게 되었기에 오늘 모습을 드러
테스트 통과 후 유진우 일행은 무맹분타를 떠났다.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한 통 받은 조홍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그래, 알았어. 최대한 빨리 들어갈게.”간단히 두어 마디만 한 후 조홍연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녀석아, 왜 그래?”유진우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연경에서 걸려온 전화인데 누군가 내가 군대를 거느리고 지위를 강화하여 반역을 일으키려 했다고 신고했대요. 아무래도 돌아가서 설명 좀 해야겠어요.”조홍연이 덤덤하게 말했다.“반역요? 누가 그런 헛소리를 지껄여요?”그녀의 말에 공요가 순간 노발대발했다.“장군님께서 변방에서 나라를 지키면서 피 흘리며 싸우느라 얼마나 고생이신데. 연경의 그 쓸모없는 자식들은 할 일도 없대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로 장군님을 모함하다니, 정말 너무하네요.”“확 죽여버려도 시원치 않은 놈들!”줄곧 침묵하던 유란이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반역죄는 참수를 당할만한 큰 죄이다. 그들이 아무리 한 점 부끄럼없이 떳떳하다고 해도 명성에 누가 될 것이고 사람들이 이런저런 추측을 늘려놓게 된다.“너의 신분이라면 사소한 일이라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또 계속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생기면 크게 떠들어 대거든.”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진작 예상했었다. 공로를 많이 세운 사람은 늘 이러했다.용국의 전쟁 여제인 조홍연은 삼십만의 범표사를 거느리고 있고 지위가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았다. 이젠 왕이 될 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렇게 엄청난 병권을 손에 쥔 데다가 출신까지 평범하지 않아 사람들이 질투하고 적대시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진우 오빠, 아무래도 돌아가 봐야겠어요. 이런 일이 터졌으니 개미 새끼 몇 마리를 죽이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요.”조홍연이 말했다.“그래. 급한 일부터 해결해야지.”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일을 절대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온몸에 똥물이 튈지도
“강린파에 마침 인재도 부족한데 그 사람들이 남겠다고 하면 남으라고 해. 그리고 악당파를 하나 새로 만들어서 영감님이 이끌게 하도록 해.”유진우가 결책을 내렸다.“알겠습니다.”홍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아 참, 강린파를 너무 빠르게 확장하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야. 속도를 좀 늦춰야겠어. 차라리 부족한 대로 놓아둘망정 아무 사람이나 마구 들일 수는 없어. 그리고 지금 사람이 많아서 본부를 더 큰 곳으로 옮겨야겠어. 이 일도 너에게 맡길게.”유진우가 분부했다.“보스, 본부 문제는 저도 생각해봤어요. 미리 괜찮은 곳을 물색해봤는데 보스가 마음에 들어 하실지 모르겠어요.”홍길수가 대답했다.“그래? 어디인데?”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교외의 풍우 산장입니다.”유진우가 어리둥절해 하자 홍길수가 재빨리 이어서 설명했다.“그곳이 예전에는 백작의 저택이었다고 해요. 면적이 클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어요. 옆에 산과 물이 흐르고 있어서 풍경도 아름답고 교통도 아주 편리해요. 제가 서울 전체를 다 뒤져봤는데 여기가 가장 적합하더라고요.”“좋아. 신경 꽤 많이 썼구나. 그럼 그렇게 진행해. 강린파 본부를 풍우 산장으로 한다.”유진우가 결정을 내렸다.“역시 보스는 현명하십니다.”홍길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유진우가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허락한 건 물론이고 권력까지 그에게 다 줄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믿음이었다. 홍길수는 저도 모르게 감동하여 가슴이 먹먹해졌다.“아저씨, 강린파를 관리하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요즘 친구를 새로 사귀었거든요. 아주 똑똑하고 재주도 있어요. 아저씨에게 도움이 될만한 사람인 것 같아요.”황은아가 불쑥 한마디 했다.“그래? 어떤 친구인데?”유진우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히히... 지금 마침 염룡 무관에서 훈련을 도와주고 있어요. 저 따라와요.”황은아는 유진우를 잡고 무관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무관의 링 위.십여 명의 염룡파 에이스들이 한 젊은 여자를 둘러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