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들을 잃은 아픔을 한 차례 겪은 조군해는 더는 딸의 앞날과 행복을 망칠 순 없었다. 나쁜 사람이 되더라도, 친형제와 등을 돌리더라도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역시 아빠는 큰일을 하실 분이에요!”조군해가 허락하자 조윤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우리 부녀가 손을 잡는다면 그 어떤 어려운 일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요.”아버지만 설득하면 무슨 일이든 다 쉬울 것이다.“윤지야, 네 방법을 허락하긴 했지만 이것만은 명심해. 절대 작은아버지의 목숨을 해쳐선 안 돼.”조군해가 엄숙한 얼굴로 경고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아빠. 보물 지도 때문에 이런 거니까 작은아버지가 바로 내놓는다면 절대 다치게 하지 않아요.”조윤지가 바로 장담했다. 물론 끝까지 내놓지 않는다면 무슨 짓이든 할 그녀였다.“그래. 그럼 됐어.”조군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하여 말했다.“그나저나 또 다른 문제가 있어. 네 작은아버지 옆에 고수가 지키고 있어서 우리 힘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워.”만약 시간이 충족하다면 밖에서 고수들을 불러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지금 생각난 사람이 있는데 우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조윤지가 불쑥 말했다.“그래? 누군데?”조군해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선우장훈요!”조윤지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선우장훈? 선우희재 동생이잖아. 우릴 뭘 도와줄 수 있는데?”조군해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선우장훈이 선우희재의 친동생이긴 하지만 개인 능력으로 보나 신분 지위로 보나 선우장훈보다 한참 뒤처졌다. 두 형제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아빠, 선우장훈을 무시하지 말아요.”조윤지가 고개를 내저었다.“선우장훈이 희재 오빠보단 부족하지만 그래도 인맥이 넓어요. 무도 고수도 많이 알고 밑에 따르는 세간의 고수들이 엄청 많아요. 선우장훈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조군수를 납치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에요.”“그래서 어떻게 하려고?”조군해가 떠보듯 물었다.“비밀이에요.”조윤지가 의미심장한
예쁜 여자를 많이 봤지만 조윤지처럼 매력이 끝이 없는 여우는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게다가 눈앞의 요물은 그의 형수였다.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라서 짜릿함과 욕망이 오히려 극에 달했고 참기 힘들었다.“휴...”따뜻한 말 몇 마디 건넨 후 조윤지는 갑자기 수심에 찬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왜 그래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선우장훈이 먼저 물었다.“아니에요. 별거 아니니까 계속 식사해요.”조윤지는 억지로 웃으면서 다시 한번 밀당했다. 먼저 도움을 청한다면 의심을 쉽게 사지만 상대가 먼저 물어본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다.“형수님, 우리 다 가족인데 어려운 일 있으면 말해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건 다 도와줄게요.”선우장훈은 가슴팍을 두드리면서 시원시원하게 말했다.“아니에요. 다친 곳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또 폐를 끼칠 순 없어요.”조윤지는 고개를 저으면서 가여운 척했다.“형수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선우장훈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일부러 불만이 있는 척했다.“폐를 끼치다니요? 날 무시하는 거예요? 아니면 내가 무능해서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인가요?”“아니에요.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에요.”조윤지는 연신 손을 내저었다.“형수님, 날 가족이라 생각한다면 말해봐요. 내가 깔끔하게 해결해 줄게요.”선우장훈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도련님, 정말 도와줄 거예요?”조윤지는 감동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럼요. 내 형수님인데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도와주겠어요?”선우장훈은 아주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도련님한테 말하지 못할 것도 없죠. 사실은 우리 작은아버지와 연관이 있어요.”조윤지는 속상한 척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아빠가 지금 조씨 가문의 족장이긴 하지만 진짜 실권은 아직 작은아버지인 조군수가 쥐고 있거든요. 작은아버지는 욕심도 많고 교활한 사람이라 계속 족장 자리를 되찾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어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비열한 수단도 썼고 가족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거든요. 우리 아빠는 너
밤이 점점 깊어졌고 밤하늘의 초승달이 어둠을 조금이나마 밝게 비춰주었다.그 시각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선우 저택의 문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선우장훈이 먼저 내렸다. 그의 명령과 함께 부하들은 커다란 마대 자루를 들고 저택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모두들 비밀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움직였고 결국 한 밀실로 들어갔다. 이곳은 선우 가문의 승낭 호위들이 고문하면서 자백을 강요하는 곳이었다.“열어.”밀실에 들어온 선우장훈은 의자에 털썩 앉더니 술잔에 술을 따랐다.찌지직!누군가 마대 자루를 열자 산발에 만신창이인 한 남자가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조군수였다.“영감탱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선우장훈은 술잔을 들고 좌우로 흔들면서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선우장훈?”조군수는 주변을 자세히 살피다가 바로 이상함을 감지했다.“어? 보는 눈은 있네? 날 한눈에 알아봤어.”선우장훈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누군지 안다면 일이 많이 쉬워지겠어. 보물 지도를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줄게.”“보물 지도? 허...”조군수가 코웃음을 쳤다.“드디어 더는 못 참겠어? 난 또 선우 가문이 끝까지 나서지 않는 줄 알았네.”선우희재는 매사에 신중했고 후방에서 전략을 세웠다. 지금까지 직접 나서지 않은 건 꺼리는 게 있어서였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칼을 숨긴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움직인 걸 보면 더는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보물 지도 내놔. 안 그러면 가만 안 둬!”선우장훈이 호통쳤다.“보물 지도는 조씨 가문의 보물인데 너 같은 놈한테 줄 리가 없지.”조군수는 대놓고 비아냥거렸다.“영감탱이가 곧 죽게 생겼는데도 큰소리를 쳐? 칼로 베어버리는 수가 있어.”선우장훈이 두 눈을 부릅떴다.“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인데 몇 년 일찍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조군수가 피식 웃었다. 목숨을 포기한 듯 무척이나 태연한 모습이었다.“X발, 배짱은 있
조군수의 얼굴 근육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고 땀도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눈빛만큼은 여전히 확고했다.“X발, 매운맛 좀 보여주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겠구나.”화가 치밀어 오른 선우장훈은 칼을 버리고 다른 도구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고문 도구들이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였다.“이거 봤어? 이 도구들을 전부 너한테 쓸 거야. 너무 빨리 죽지는 마.”선우장훈은 흉악스러운 웃음과 함께 고문 도구를 들고 또 다른 고문을 가하기 시작했다.시간이 점점 흘러 밀실 안은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밀실 밖은 달이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조윤지는 밀실 문 앞에 서서 초조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했다.조군수가 잡혀들어간 지 벌써 세 시간이 거의 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결과도 없었다. 해가 뜰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만약 보물 지도를 손에 넣지 못한다면 그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모든 기대가 무너지게 된다.끼익!그때 밀실의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온몸에 피범벅인 선우장훈이 욕설을 퍼부으면서 걸어 나왔다.“도련님, 어떻게 됐어요? 보물 지도 얻어냈어요?”조윤지가 다급하게 물었다.“형수님, 조군수 정말 질긴 놈이에요. 고문을 계속 가했는데도 입도 열지 않아요. 솔직히 말해서 이런 미친놈은 살다 살다 처음 봐요.”선우장훈은 한편으로는 화가 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탄복했다. 일반인이었더라면 3분 안에 알아서 자백하고 바지에 지릴 텐데 조군수는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세 시간을 버텼다. 의지력이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입을 열지 않는다고요?”조윤지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상태는 어때요? 죽었어요?”“숨이 겨우 붙어있는 상태로 쓰러졌어요. 만약 계속 고문을 가한다면 아마 곧 죽을 겁니다.”선우장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일단 들어가 볼게요.”조윤지는 다른 말 없이 어두운 얼굴로 들어갔다.그 시각 밀실 안.조군수는 기둥에 묶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숨이 간들간들 붙어있었
동이 틀 무렵 어느 한 고급 별장 안.한참 단잠에 빠졌던 조선미는 인기척을 듣고 두 눈을 번쩍 떴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걸어간 그녀는 커튼을 살짝 열어보았다.흐릿한 달빛 아래 문 앞을 지키던 경호원 몇 명이 언제 공격당했는지 전부 바닥에 쓰러져있었다.“뭐야?”조선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침대 서랍을 열어 총 한 자루를 꺼냈다. 그러고는 방문을 살짝 열고 상황을 살핀 후 옆방으로 달려갔다.“아영아...”조선미는 곤히 잠든 조아영을 깨웠다. 조아영이 깨어나자마자 입을 막고 소리 내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소리 내지 마. 누가 집에 쳐들어왔어.”“누가 쳐들어왔다고?”조아영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언니, 꿈꾼 거 아니야? 이 별장 주변에 열 명이 넘는 고수들이 밤낮으로 지키고 있는데 죽고 싶지 않은 이상 누가 쳐들어오겠어?”“우리 경호원들 전부 다 당했어. 지금 상황이 위험하니까 얼른 나랑 나가자.”조선미가 진지하게 말했다.“뭐?”조아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언니, 대체 누구야? 형부한테 전화할까?”“시간 없어. 일단 여길 나가고 보자.”조선미는 바로 창문을 열어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동생과 함께 뛰어내리려 했다.“아영아, 내가 셋 세면 같이 뛰어내리자.”“뛰어내리자고?”조아영이 침을 꿀꺽 삼켰다.“언니, 여기 너무 높아. 나 무서워.”“고작 2층이고 바닥도 다 잔디라서 안 죽어.”조선미가 위로했다.“언니, 다른 선택은 없어?”조아영이 부들부들 떨었다.“있어. 뛰어내리거나 죽거나.”조선미가 싸늘하게 말했다.“뭐?”조아영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이젠 정말 시간 없어. 3, 2, 1. 뛰어!”조선미는 다짜고짜 동생의 손을 잡고 2층에서 뛰어내렸다.쿵!두 사람은 잔디밭에 떨어져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잔디가 푹신하고 층이 높지 않아 발을 삐끗하진 않았다.“가자!”조선미는 한 손에는 조아영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뒷문으로 달려갔다.
더는 기다릴 수 없었던 조윤지는 당장 마대 자루를 열라고 했다. 곧이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조선미와 조아영이 모습을 드러냈다.“아주 좋아. 두 사람 다 잡았으니까 이젠 아무 문제 없을 거야.”조윤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약점을 두 개나 잡았으니 조군수가 입을 꼭 열 거라 확신했다.“응? 이 여자였어?”조선미의 얼굴을 본 선우장훈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왜요? 선미 알아요?”조윤지가 눈살을 찌푸렸다.‘둘이 만약 아는 사이라면 큰일인데.’“한 번 만난 적 있어요.”선우장훈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어제 술집에서 어떤 기생오라비가 글쎄 날 때렸는데 이 여자가 바로 그 기생오라비의 여자였어요.”얻어맞은 후로 유진우를 계속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유진우의 여자를 납치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하늘도 그의 편인가?“도련님, 어제 도련님을 때린 사람 혹시 유진우라는 사람인가요?”조윤지가 바로 물었다.“그런 것 같아요.”선우장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맞네요!”조윤지가 싸늘하게 말했다.“두 연놈이 평소에도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다니면서 나쁜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흥,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날 때린 것도 모자라 형수님까지 건드렸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의 적이니까 이참에 제대로 복수하자고요!”선우장훈은 차갑게 웃으면서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조선미를 훑었다. 이런 절세미인을 데리고 놀지 않는다는 건 너무도 낭비였다.“도련님, 일단 중요한 일부터. 보물 지도만 손에 넣는다면 얘네 둘 마음대로 데리고 놀아도 돼요.”조윤지는 선우장훈의 탐욕을 바로 눈치챘다.“헤헤. 고맙습니다, 형수님.”선우장훈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었다.‘예쁜 여자가 둘이나 있다니. 제대로 복 터졌네.’촤락!그들은 조군수에게 차가운 물을 뿌렸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조군수는 몸을 파르르 떨면서 두 눈을 떴다.“작은아버지, 또 만났네요?”조윤지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시간이 하도 긴박하여
“선미?”조군수는 조선미를 보자마자 바로 흥분하기 시작했다.“조윤지!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선미는 네 사촌 동생이야!”“사촌 동생은 무슨. 쟤는 그냥 X년이죠!”조윤지가 소리를 질렀다.“얘는 어릴 적부터 나랑 경쟁하길 좋아하더니 커서도 똑같아요. 가문에 좋은 자원이 있으면 당신들은 다 선미한테만 줬고 나한테는 항상 나머지만 줬어요. 대체 왜? 내가 선미보다 뭐가 부족해서?”“윤지야, 난 그 누구도 편애한 적이 없어. 선미는 자신의 피나는 노력으로 오늘까지 왔어. 너희들의 출발점은 같았다고.”조군수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자기 딸에게 준 자원보다 조윤지에게 준 게 더 많았다.“헛소리 집어치워요! 내가 그런 소리를 믿을 것 같아요? 당신이 뒤에서 몰래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선미가 어떻게 나보다 더 뛰어나겠어요!”조윤지가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조군수가 예전에 족장의 신분을 이용하여 조선미에게 좋은 것만 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여 어릴 적부터 항상 조선미의 그늘에서 살았다고 여겼다.“윤지야, 우리 다 가족인데 내가 그럴 이유가 없잖아.”조군수의 표정이 복잡해졌다.“흥! 내 앞에서 착한 척 좀 그만 해요!”조윤지가 냉랭하게 말했다.“지금 당신이랑 쓸데없는 얘기 할 시간 없어요. 한마디만 물을게요. 보물 지도 내놓을 거예요, 말 거예요?”그러더니 들고 있던 칼을 위로 들었다. 조선미의 목에 난 상처나 점점 깊어지면서 시뻘건 피가 칼을 따라 흘러내렸다.그 모습에 조군수는 바로 움찔했다.“그만해, 윤지야. 더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마.”“왜요? 당신한테는 딸의 목숨보다 보물 지도가 더 중요해요?”조윤지는 표정이 더 어두워지더니 이번에는 칼로 조아영의 목도 겨누었다.“목숨 하나로 부족하다면 두 개로 바꾸면 되죠. 보물 지도만 내놓는다면 두 사람 풀어줄게요. 안 그러면 얘네들이 죽는 걸 지켜봐야 할 겁니다.”“윤지야, 피를 나눈 가족끼리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조군수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안 내놓겠다 이거죠? 그래요. 그
조윤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군수의 목덜미를 칼로 찔렀다. 조군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형수님, 보물 지도가 유진우의 손에 있는 걸 알았으니 이참에 복수해버리죠, 뭐. 지금 당장 사람 보내서 잡아 오라고 할게요.”선우장훈의 두 눈에 흉악함이 스쳤다.“그럴 필요 없어요. 우리가 찾아다니는 것보다 유진우가 직접 찾아오게 하는 게 나아요.”조윤지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그래요? 형수님한테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요?”선우장훈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어떻게 하는지 봐요.”조윤지는 두말없이 조선미 앞으로 다가가더니 잠옷을 확 찢어버렸다. 그러자 하얀 피부와 섹시한 속옷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보일 듯 말듯 하는 완벽한 몸매에 선우장훈의 두 눈이 반짝였고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정말 매혹적인 여자란 말이야.’“도련님, 선미를 기둥에 묶어줘요. 영상을 찍어야겠어요.”조윤지는 휴대 전화를 꺼내 카메라를 켰다.“아 참, 도련님도 옆에 서 있어요. 더 자극적이게.”“알았어요!”선우장훈은 히죽 웃으며 조선미를 기둥에 묶으라고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고는 그녀의 머리를 넘기더니 가까이 다가가 그녀에게 흠뻑 빠진 듯 냄새를 맡으면서 탐욕스럽게 숨을 쉬었다.“좋아요.”조윤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영상을 찍으면서 말 몇 마디를 보탠 뒤 보냈다.“됐어요. 유진우 아마 30분 내로 보물 지도까지 들고 선우 저택으로 와서 사죄할 겁니다. 안 그러면 이년을 아주 치욕스럽게 죽일 거예요.”“형수님, 이 정도로 될까요? 그 자식 만약 무서워서 안 오면 어떡해요?”선우장훈이 물었다.“안 올 리가 없어요. 내가 아는 유진우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서 무조건 올 거예요.”조윤지가 갑자기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자기 여자가 몹쓸 짓을 당하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을 남자가 어디 있어요.”“하긴.”선우장훈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싸늘하게 웃었다.“만약 그 자식이 정말로 온다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게 할 겁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