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광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현장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조금 전까지 무림의 공공의 적이었던 유진우는 곧바로 무림 맹주로 추천받았고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지금 이 순간 그의 위엄을 뛰어넘을 자가 아무도 없었다.무대 아래에서 깍듯하게 인사 올리는 무인들을 내려다보는 유진우의 표정은 한없이 무뚝뚝했고 눈빛도 매우 싸늘했다. 흥분한 기색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었고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기만 했다.정의감이 넘치는 무인들 말고는 대부분 사람들은 줏대 없이 쉽게 흔들리는 사람들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이라고 난리였는데 지금은 친절하기 그지없었다. 180도 바뀐 태도에 유진우는 가소롭기만 했고 무림 맹주 자리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송만규에게 도전한 건 단순히 복수하기 위해서였다.“내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 강남의 무림 맹주 자리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다른 사람으로 바꿔요.”유진우는 단칼에 거절했다.“네?”그의 말에 사람들은 저마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유진우가 거절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지금 장난해?’무림 맹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명예였고 모든 무인들의 최고 목표였다. 무림 맹주 자리에 앉으면 신분과 지위가 상승하는 건 물론이고 엄청난 권력도 손에 쥘 수 있었다.무림 전체에 얼마나 많은 파벌의 오너와 강자들이 맹주 자리에 앉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지 모른다. 그런데 유진우는 굴러들어온 복이 귀한 줄 모르고 단칼에 거절했다. 머리가 잘못된 거 아닌가?“마스터님, 강남 전체에서 무림 맹주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마스터님밖에 없어요.”진원효의 얼굴에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송만규한테 공개적으로 도전한 게 명예와 권력 때문이 아니었어? 무림 맹주만 되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는데 왜 거절해?’“맞아요, 마스터님. 마스터님은 우리 젊은 세대의 리더예요. 마스터님이 무림 맹주가 된다면 모두 진심으로 굴복할 겁니다.”태소원도 나서서 설득했다. 유진우를 진심으로 숭배하기에 그가 최고의 자리에 앉기를 바랐다.맹주 자리에
“영감님, 가요. 술 마시러.”천영 구슬을 챙긴 후 유진우는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창공보검을 들고 링 아래로 내려왔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알아서 길을 터주었다.오늘 유진우가 보여준 실력은 모든 사람들을 굴복하게 했다. 유진우가 왜 무림 맹주 자리를 거절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으로선 적어도 좋은 일이었다.특히 각 파벌의 오너들은 맹주 자리를 빼앗으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무림에 새로운 바람이 곧 불어닥칠 것 같았다.“아 참...”그때 유진우는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송천수를 보았다.“화근이 하나 더 있다는 걸 깜빡할 뻔했네.”“뭐... 뭐 하려고?”송천수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두 눈에 당황함이 스쳤다.“내가 들어올 때부터 죽이겠다느니 어쩌겠다느니 난리 쳤잖아. 오늘 널 없애지 않으면 편히 못 잘 것 같아서 그래.”유진우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양측 모두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송천수의 목숨을 남겨두면 나중에 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너... 너... 함부로 하지 마. 난 무도 연맹의 장로야!”당황한 송천수는 연신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조금 전 찍소리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건 몰래 빠져나가기 위해서였는데 결국에는 들키고 말았다.“무림 맹주도 죽였는데 한낱 장로를 두려워하겠어?”유진우가 코웃음을 치며 손가락을 튕기자 은침 하나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러고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송천수의 미간을 찔렀다.“너...”송천수가 입을 벌리면서 뭐라 얘기하려던 그때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굳어버렸다. 곧이어 시뻘건 피 한 방울이 미간에서 흘러내렸다.송천수는 숨이 멎은 채 그대로 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얼굴에는 두려움과 경악이 가득했다.그 광경에 송천수의 몇몇 부하들은 혼비백산한 나머지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이야 발이야 빌었다.유진우는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선을 장수현 일행에게 돌렸다. 두 눈에 짙은 살기가 가득했다.“
“인마, 어때? 나 타이밍 딱 맞게 왔지?”돌아가는 차 안, 술광은 술병을 들고 다리를 꼰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영감님이 오지 않았더라도 날 어쩌지 못해요.”유진우가 어깨를 들먹였다.“됐어. 내 앞에서까지 허세 부릴 필요 없어.”술광은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너 유씨 가문의 술법을 써서 강제적으로 레벨을 돌파했어. 시간이 다 됐으니 곧 엄청난 고통이 밀려올 거야.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오늘 아마 여기서 죽었을걸?”유씨 가문의 술법으로 다음 레벨로 돌파할 수는 있지만 그 대신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생명력을 어느 정도 잃는 건 물론이고 몸이 무척이나 허약해진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런 순간에 적에게 기회를 준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영감님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유진우는 피식 웃더니 더는 숨기지 않고 뒤통수에 꽂았던 은침을 뽑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바람 빠진 공처럼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엄청났던 기운도 전부 사라져 허약하기 그지없었다.“후... 후...”유진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커다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조금 전까지 윤기 나던 얼굴은 어느덧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두 눈에도 핏발이 가득했으며 팔다리에도 힘이 하나도 없는 게 완전히 탈진한 모습이었다.술광의 말대로 유씨 가문의 술법은 실력을 강제적으로 늘릴 수는 있지만 부작용이 심했다. 송만규를 죽이는 게 아니었더라면 절대 쉽게 쓰지 않았을 것이다.“자, 술로 기력 좀 보충해.”술광이 들고 있던 술병을 건네자 유진우도 거절하지 않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독한 술이 목구멍을 타고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허약했던 몸이 어느 정도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술에 뭔가를 섞은 게 분명했다.“인마, 너한테 할 얘기 있어.”술광은 하품하면서 의자에 기댄 채 느긋하게 말했다.“내 오랜 친구한테 일이 생겨서 잠깐 어디 좀 가야 할 것 같아.”“간다고요? 어디로요?”유진우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연경에 가려
“영감님,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약하긴 누가 약해요? 나 아주 엄청나요!”유진우가 펄쩍 뛰었다. 너무 흥분한 탓에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고 게다가 안색까지 창백해서 정력이 더욱 부족한 것 같았다.“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진정해.”술광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치 바보를 달래듯 했다.“아무튼 아주 좋은 약이니까 가지고 있어.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잖아.”그러고는 약병을 유진우의 주머니에 넣었다.“젠장...”유진우는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발끈하려다가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됐어, 됐어. 아무 말도 하지 마. 나 다 알아.”술광은 유진우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이따가 비행기 타야 해서 가볼게. 약 제때 먹는 거 명심해. 떡두꺼비 같은 아들 얼른 낳아야지.”말을 마친 술광은 마치 유령처럼 눈앞에서 바로 사라졌다.“영감님, 잘 지내요.”유진우는 먼 곳으로 점점 멀어지는 술광의 뒷모습을 보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끝이 있기 마련이라고 술광의 천인오쇠를 치료한 다음부터 유진우는 언젠가는 헤어질 날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그의 목표가 있었고 술광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인생이 다르면 가야 할 길도 다른 법이었다. 유진우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술광이 무사하고 모든 일이 잘되길 바라는 것뿐이었다...잠깐 휴식을 취한 후 유진우는 장 어르신과 함께 풍우 산장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대문 앞으로 도착하자마자 분주히 움직이는 강린파 제자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풍우 산장을 예쁘게 꾸미느라 정신이 없었다.조선미와 조홍연은 이것저것 지휘하면서 최대한 정교하고 완벽하게 꾸며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두 사람이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죽이 척척 잘 맞았다.“선미 씨, 홍연아, 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유진우는 안으로 들어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오빠, 왔어요?”조홍연은 유진우를 보자마자 냉큼 달려와 반갑게 맞이했다.“내일 오빠
“조씨 가문의 족장이 바꾼 후로 완전히 선우 가문의 꼭두각시나 다름이 없어요. 조씨 가문의 산업도 지금 점점 빼앗기고 있다고요. 약혼식만 끝나면 선우희재 아마 본색을 드러낼 거예요.”조선미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조씨 가문의 내란으로 형제들끼리 등을 돌렸고 친척들도 전부 적이 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조씨 가문 전체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다행히 조선미가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연경으로 옮긴 덕에 마지막 불씨는 남겼다.“선미 씨, 조씨 가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저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래요?”유진우가 물었다. 조군수의 인맥과 위신에 자리를 되찾으려 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꽤 컸다.“아빠는 되돌리려고 큰아버지랑 얘기도 했다던데 효과가 딱히 없대요.”조선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다른 건 다 좋은데 정을 너무 중요시해서 문제였다. 가족들과 등을 돌리기 싫어 계속 일방적으로 양보하기만 했다. 그러다 결국 조씨 가문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아저씨는 아직도 망설이나 봐요. 하지만 이런 일은 결사의 각오로 끝까지 임해야 하는데...”유진우가 귀띔했다. 형제의 정 때문에 망설이는 건 이해가 되지만 계속 물러서기만 한다면 상황이 더 나빠질 뿐이었다.“아빠가 하루빨리 깨닫길 바랄 뿐이에요.”조선미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조선미는 조군수를 도와 형세를 뒤바꿀 수 있었지만 문제는 조군수가 싸울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었다.“아 참...”그때 조선미는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가방에서 정교한 비단 주머니를 꺼내 유진우에게 건넸다.“내일 당신 생일이라고 아빠가 준비하신 선물이에요.”“아저씨께 고맙다고 전해줘요.”유진우가 웃었다.“열어봐요.”조선미가 그에게 눈치를 줬다.“지금요?”유진우가 비단 주머니를 열어보자 안에 잘 보관된 양피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꺼내 열어보니 양피지에 미스터리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부족한 부분이 조금 있었다.“선미 씨, 이게 뭐예요?”유진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조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온 보물
조군해와 조윤지는 쩔쩔매면서 옆에 서 있었는데 숨소리조차 감히 내질 못했다. 정말 비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지난번 범표사에 잡혀간 후 그들은 이틀 동안 갇혀있다가 풀려났다. 그들은 선우희재가 직접 나서서 홍연 전쟁 여제를 설득했기에 풀려났다고 생각했다. 이로써 그들이 선우희재를 따르길 잘했다는 걸 더욱 증명해주었다.“내일이 약혼식인데 물건 준비됐어요?”선우희재는 바둑 한판을 다 두고 나서야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게...”조군해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옆에 서 있는 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오빠, 원래 거의 성공했는데 빌어먹을 유진우가 우리 계획을 싹 다 망친 바람에 잡히고 말았어요.”조윤지는 설명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됐어. 그런 쓸데없는 변명 듣고 싶지 않아.”선우희재는 두 사람을 싸늘하게 흘겨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결과지, 과정이 아니야. 전에 우리가 했던 약속대로 당신들은 보물 지도를 나한테 주고 난 당신들을 높은 자리에 앉힌 다음 두 가문이 사돈을 맺어서 함께 발전해야지. 난 약속대로 다 했는데 당신들은?”“도련님, 우리도 최선을 다했어요. 며칠만 시간을 더 주면 안 될까요? 이번에는 반드시 보물 지도를 손에 넣겠습니다.”조군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네, 오빠. 시간 조금만 더 주면 무조건 약속 지킬 수 있어요.”조윤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난 약속 어기는 사람 가장 싫어해. 약속대로 약혼식 전에 보물 지도를 내놓지 않으면 내일 약혼식 취소할 거야. 우리 두 가문 앞으로 더는 왕래할 일도 없어.”선우희재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네?”그의 말에 조군해와 조윤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급변했다. 현재 조씨 가문에 원성이 자자했고 각 세력들도 꿈틀거리고 있었다. 만약 선우 가문이 없다면 두 사람이 금방 얻은 권력을 그대로 다시 잃게 될 것이다.“오빠, 취소하면 안 돼요!”당황한 조윤지가 연신 장담했다.“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번에는 꼭 보물 지도를 찾아낼게요.”재벌가에 시집가 장군 부인이
이미 아들을 잃은 아픔을 한 차례 겪은 조군해는 더는 딸의 앞날과 행복을 망칠 순 없었다. 나쁜 사람이 되더라도, 친형제와 등을 돌리더라도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역시 아빠는 큰일을 하실 분이에요!”조군해가 허락하자 조윤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우리 부녀가 손을 잡는다면 그 어떤 어려운 일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요.”아버지만 설득하면 무슨 일이든 다 쉬울 것이다.“윤지야, 네 방법을 허락하긴 했지만 이것만은 명심해. 절대 작은아버지의 목숨을 해쳐선 안 돼.”조군해가 엄숙한 얼굴로 경고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아빠. 보물 지도 때문에 이런 거니까 작은아버지가 바로 내놓는다면 절대 다치게 하지 않아요.”조윤지가 바로 장담했다. 물론 끝까지 내놓지 않는다면 무슨 짓이든 할 그녀였다.“그래. 그럼 됐어.”조군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하여 말했다.“그나저나 또 다른 문제가 있어. 네 작은아버지 옆에 고수가 지키고 있어서 우리 힘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워.”만약 시간이 충족하다면 밖에서 고수들을 불러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지금 생각난 사람이 있는데 우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조윤지가 불쑥 말했다.“그래? 누군데?”조군해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선우장훈요!”조윤지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선우장훈? 선우희재 동생이잖아. 우릴 뭘 도와줄 수 있는데?”조군해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선우장훈이 선우희재의 친동생이긴 하지만 개인 능력으로 보나 신분 지위로 보나 선우장훈보다 한참 뒤처졌다. 두 형제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아빠, 선우장훈을 무시하지 말아요.”조윤지가 고개를 내저었다.“선우장훈이 희재 오빠보단 부족하지만 그래도 인맥이 넓어요. 무도 고수도 많이 알고 밑에 따르는 세간의 고수들이 엄청 많아요. 선우장훈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조군수를 납치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에요.”“그래서 어떻게 하려고?”조군해가 떠보듯 물었다.“비밀이에요.”조윤지가 의미심장한
예쁜 여자를 많이 봤지만 조윤지처럼 매력이 끝이 없는 여우는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게다가 눈앞의 요물은 그의 형수였다.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라서 짜릿함과 욕망이 오히려 극에 달했고 참기 힘들었다.“휴...”따뜻한 말 몇 마디 건넨 후 조윤지는 갑자기 수심에 찬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왜 그래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선우장훈이 먼저 물었다.“아니에요. 별거 아니니까 계속 식사해요.”조윤지는 억지로 웃으면서 다시 한번 밀당했다. 먼저 도움을 청한다면 의심을 쉽게 사지만 상대가 먼저 물어본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다.“형수님, 우리 다 가족인데 어려운 일 있으면 말해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건 다 도와줄게요.”선우장훈은 가슴팍을 두드리면서 시원시원하게 말했다.“아니에요. 다친 곳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또 폐를 끼칠 순 없어요.”조윤지는 고개를 저으면서 가여운 척했다.“형수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선우장훈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일부러 불만이 있는 척했다.“폐를 끼치다니요? 날 무시하는 거예요? 아니면 내가 무능해서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인가요?”“아니에요.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에요.”조윤지는 연신 손을 내저었다.“형수님, 날 가족이라 생각한다면 말해봐요. 내가 깔끔하게 해결해 줄게요.”선우장훈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도련님, 정말 도와줄 거예요?”조윤지는 감동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럼요. 내 형수님인데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도와주겠어요?”선우장훈은 아주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도련님한테 말하지 못할 것도 없죠. 사실은 우리 작은아버지와 연관이 있어요.”조윤지는 속상한 척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아빠가 지금 조씨 가문의 족장이긴 하지만 진짜 실권은 아직 작은아버지인 조군수가 쥐고 있거든요. 작은아버지는 욕심도 많고 교활한 사람이라 계속 족장 자리를 되찾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어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비열한 수단도 썼고 가족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거든요. 우리 아빠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