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약하긴 누가 약해요? 나 아주 엄청나요!”유진우가 펄쩍 뛰었다. 너무 흥분한 탓에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고 게다가 안색까지 창백해서 정력이 더욱 부족한 것 같았다.“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진정해.”술광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치 바보를 달래듯 했다.“아무튼 아주 좋은 약이니까 가지고 있어.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잖아.”그러고는 약병을 유진우의 주머니에 넣었다.“젠장...”유진우는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발끈하려다가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됐어, 됐어. 아무 말도 하지 마. 나 다 알아.”술광은 유진우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이따가 비행기 타야 해서 가볼게. 약 제때 먹는 거 명심해. 떡두꺼비 같은 아들 얼른 낳아야지.”말을 마친 술광은 마치 유령처럼 눈앞에서 바로 사라졌다.“영감님, 잘 지내요.”유진우는 먼 곳으로 점점 멀어지는 술광의 뒷모습을 보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끝이 있기 마련이라고 술광의 천인오쇠를 치료한 다음부터 유진우는 언젠가는 헤어질 날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그의 목표가 있었고 술광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인생이 다르면 가야 할 길도 다른 법이었다. 유진우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술광이 무사하고 모든 일이 잘되길 바라는 것뿐이었다...잠깐 휴식을 취한 후 유진우는 장 어르신과 함께 풍우 산장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대문 앞으로 도착하자마자 분주히 움직이는 강린파 제자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풍우 산장을 예쁘게 꾸미느라 정신이 없었다.조선미와 조홍연은 이것저것 지휘하면서 최대한 정교하고 완벽하게 꾸며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두 사람이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죽이 척척 잘 맞았다.“선미 씨, 홍연아, 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유진우는 안으로 들어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오빠, 왔어요?”조홍연은 유진우를 보자마자 냉큼 달려와 반갑게 맞이했다.“내일 오빠
“조씨 가문의 족장이 바꾼 후로 완전히 선우 가문의 꼭두각시나 다름이 없어요. 조씨 가문의 산업도 지금 점점 빼앗기고 있다고요. 약혼식만 끝나면 선우희재 아마 본색을 드러낼 거예요.”조선미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조씨 가문의 내란으로 형제들끼리 등을 돌렸고 친척들도 전부 적이 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조씨 가문 전체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다행히 조선미가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연경으로 옮긴 덕에 마지막 불씨는 남겼다.“선미 씨, 조씨 가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저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래요?”유진우가 물었다. 조군수의 인맥과 위신에 자리를 되찾으려 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꽤 컸다.“아빠는 되돌리려고 큰아버지랑 얘기도 했다던데 효과가 딱히 없대요.”조선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다른 건 다 좋은데 정을 너무 중요시해서 문제였다. 가족들과 등을 돌리기 싫어 계속 일방적으로 양보하기만 했다. 그러다 결국 조씨 가문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아저씨는 아직도 망설이나 봐요. 하지만 이런 일은 결사의 각오로 끝까지 임해야 하는데...”유진우가 귀띔했다. 형제의 정 때문에 망설이는 건 이해가 되지만 계속 물러서기만 한다면 상황이 더 나빠질 뿐이었다.“아빠가 하루빨리 깨닫길 바랄 뿐이에요.”조선미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조선미는 조군수를 도와 형세를 뒤바꿀 수 있었지만 문제는 조군수가 싸울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었다.“아 참...”그때 조선미는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가방에서 정교한 비단 주머니를 꺼내 유진우에게 건넸다.“내일 당신 생일이라고 아빠가 준비하신 선물이에요.”“아저씨께 고맙다고 전해줘요.”유진우가 웃었다.“열어봐요.”조선미가 그에게 눈치를 줬다.“지금요?”유진우가 비단 주머니를 열어보자 안에 잘 보관된 양피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꺼내 열어보니 양피지에 미스터리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부족한 부분이 조금 있었다.“선미 씨, 이게 뭐예요?”유진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조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온 보물
조군해와 조윤지는 쩔쩔매면서 옆에 서 있었는데 숨소리조차 감히 내질 못했다. 정말 비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지난번 범표사에 잡혀간 후 그들은 이틀 동안 갇혀있다가 풀려났다. 그들은 선우희재가 직접 나서서 홍연 전쟁 여제를 설득했기에 풀려났다고 생각했다. 이로써 그들이 선우희재를 따르길 잘했다는 걸 더욱 증명해주었다.“내일이 약혼식인데 물건 준비됐어요?”선우희재는 바둑 한판을 다 두고 나서야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게...”조군해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옆에 서 있는 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오빠, 원래 거의 성공했는데 빌어먹을 유진우가 우리 계획을 싹 다 망친 바람에 잡히고 말았어요.”조윤지는 설명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됐어. 그런 쓸데없는 변명 듣고 싶지 않아.”선우희재는 두 사람을 싸늘하게 흘겨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결과지, 과정이 아니야. 전에 우리가 했던 약속대로 당신들은 보물 지도를 나한테 주고 난 당신들을 높은 자리에 앉힌 다음 두 가문이 사돈을 맺어서 함께 발전해야지. 난 약속대로 다 했는데 당신들은?”“도련님, 우리도 최선을 다했어요. 며칠만 시간을 더 주면 안 될까요? 이번에는 반드시 보물 지도를 손에 넣겠습니다.”조군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네, 오빠. 시간 조금만 더 주면 무조건 약속 지킬 수 있어요.”조윤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난 약속 어기는 사람 가장 싫어해. 약속대로 약혼식 전에 보물 지도를 내놓지 않으면 내일 약혼식 취소할 거야. 우리 두 가문 앞으로 더는 왕래할 일도 없어.”선우희재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네?”그의 말에 조군해와 조윤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급변했다. 현재 조씨 가문에 원성이 자자했고 각 세력들도 꿈틀거리고 있었다. 만약 선우 가문이 없다면 두 사람이 금방 얻은 권력을 그대로 다시 잃게 될 것이다.“오빠, 취소하면 안 돼요!”당황한 조윤지가 연신 장담했다.“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번에는 꼭 보물 지도를 찾아낼게요.”재벌가에 시집가 장군 부인이
이미 아들을 잃은 아픔을 한 차례 겪은 조군해는 더는 딸의 앞날과 행복을 망칠 순 없었다. 나쁜 사람이 되더라도, 친형제와 등을 돌리더라도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역시 아빠는 큰일을 하실 분이에요!”조군해가 허락하자 조윤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우리 부녀가 손을 잡는다면 그 어떤 어려운 일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요.”아버지만 설득하면 무슨 일이든 다 쉬울 것이다.“윤지야, 네 방법을 허락하긴 했지만 이것만은 명심해. 절대 작은아버지의 목숨을 해쳐선 안 돼.”조군해가 엄숙한 얼굴로 경고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아빠. 보물 지도 때문에 이런 거니까 작은아버지가 바로 내놓는다면 절대 다치게 하지 않아요.”조윤지가 바로 장담했다. 물론 끝까지 내놓지 않는다면 무슨 짓이든 할 그녀였다.“그래. 그럼 됐어.”조군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하여 말했다.“그나저나 또 다른 문제가 있어. 네 작은아버지 옆에 고수가 지키고 있어서 우리 힘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워.”만약 시간이 충족하다면 밖에서 고수들을 불러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지금 생각난 사람이 있는데 우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조윤지가 불쑥 말했다.“그래? 누군데?”조군해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선우장훈요!”조윤지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선우장훈? 선우희재 동생이잖아. 우릴 뭘 도와줄 수 있는데?”조군해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선우장훈이 선우희재의 친동생이긴 하지만 개인 능력으로 보나 신분 지위로 보나 선우장훈보다 한참 뒤처졌다. 두 형제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아빠, 선우장훈을 무시하지 말아요.”조윤지가 고개를 내저었다.“선우장훈이 희재 오빠보단 부족하지만 그래도 인맥이 넓어요. 무도 고수도 많이 알고 밑에 따르는 세간의 고수들이 엄청 많아요. 선우장훈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조군수를 납치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에요.”“그래서 어떻게 하려고?”조군해가 떠보듯 물었다.“비밀이에요.”조윤지가 의미심장한
예쁜 여자를 많이 봤지만 조윤지처럼 매력이 끝이 없는 여우는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게다가 눈앞의 요물은 그의 형수였다.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라서 짜릿함과 욕망이 오히려 극에 달했고 참기 힘들었다.“휴...”따뜻한 말 몇 마디 건넨 후 조윤지는 갑자기 수심에 찬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왜 그래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선우장훈이 먼저 물었다.“아니에요. 별거 아니니까 계속 식사해요.”조윤지는 억지로 웃으면서 다시 한번 밀당했다. 먼저 도움을 청한다면 의심을 쉽게 사지만 상대가 먼저 물어본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다.“형수님, 우리 다 가족인데 어려운 일 있으면 말해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건 다 도와줄게요.”선우장훈은 가슴팍을 두드리면서 시원시원하게 말했다.“아니에요. 다친 곳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또 폐를 끼칠 순 없어요.”조윤지는 고개를 저으면서 가여운 척했다.“형수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선우장훈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일부러 불만이 있는 척했다.“폐를 끼치다니요? 날 무시하는 거예요? 아니면 내가 무능해서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인가요?”“아니에요.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에요.”조윤지는 연신 손을 내저었다.“형수님, 날 가족이라 생각한다면 말해봐요. 내가 깔끔하게 해결해 줄게요.”선우장훈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도련님, 정말 도와줄 거예요?”조윤지는 감동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럼요. 내 형수님인데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도와주겠어요?”선우장훈은 아주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도련님한테 말하지 못할 것도 없죠. 사실은 우리 작은아버지와 연관이 있어요.”조윤지는 속상한 척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아빠가 지금 조씨 가문의 족장이긴 하지만 진짜 실권은 아직 작은아버지인 조군수가 쥐고 있거든요. 작은아버지는 욕심도 많고 교활한 사람이라 계속 족장 자리를 되찾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어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비열한 수단도 썼고 가족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거든요. 우리 아빠는 너
밤이 점점 깊어졌고 밤하늘의 초승달이 어둠을 조금이나마 밝게 비춰주었다.그 시각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선우 저택의 문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선우장훈이 먼저 내렸다. 그의 명령과 함께 부하들은 커다란 마대 자루를 들고 저택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모두들 비밀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움직였고 결국 한 밀실로 들어갔다. 이곳은 선우 가문의 승낭 호위들이 고문하면서 자백을 강요하는 곳이었다.“열어.”밀실에 들어온 선우장훈은 의자에 털썩 앉더니 술잔에 술을 따랐다.찌지직!누군가 마대 자루를 열자 산발에 만신창이인 한 남자가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조군수였다.“영감탱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선우장훈은 술잔을 들고 좌우로 흔들면서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선우장훈?”조군수는 주변을 자세히 살피다가 바로 이상함을 감지했다.“어? 보는 눈은 있네? 날 한눈에 알아봤어.”선우장훈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누군지 안다면 일이 많이 쉬워지겠어. 보물 지도를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줄게.”“보물 지도? 허...”조군수가 코웃음을 쳤다.“드디어 더는 못 참겠어? 난 또 선우 가문이 끝까지 나서지 않는 줄 알았네.”선우희재는 매사에 신중했고 후방에서 전략을 세웠다. 지금까지 직접 나서지 않은 건 꺼리는 게 있어서였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칼을 숨긴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움직인 걸 보면 더는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보물 지도 내놔. 안 그러면 가만 안 둬!”선우장훈이 호통쳤다.“보물 지도는 조씨 가문의 보물인데 너 같은 놈한테 줄 리가 없지.”조군수는 대놓고 비아냥거렸다.“영감탱이가 곧 죽게 생겼는데도 큰소리를 쳐? 칼로 베어버리는 수가 있어.”선우장훈이 두 눈을 부릅떴다.“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인데 몇 년 일찍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조군수가 피식 웃었다. 목숨을 포기한 듯 무척이나 태연한 모습이었다.“X발, 배짱은 있
조군수의 얼굴 근육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고 땀도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눈빛만큼은 여전히 확고했다.“X발, 매운맛 좀 보여주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겠구나.”화가 치밀어 오른 선우장훈은 칼을 버리고 다른 도구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고문 도구들이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였다.“이거 봤어? 이 도구들을 전부 너한테 쓸 거야. 너무 빨리 죽지는 마.”선우장훈은 흉악스러운 웃음과 함께 고문 도구를 들고 또 다른 고문을 가하기 시작했다.시간이 점점 흘러 밀실 안은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밀실 밖은 달이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조윤지는 밀실 문 앞에 서서 초조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했다.조군수가 잡혀들어간 지 벌써 세 시간이 거의 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결과도 없었다. 해가 뜰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만약 보물 지도를 손에 넣지 못한다면 그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모든 기대가 무너지게 된다.끼익!그때 밀실의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온몸에 피범벅인 선우장훈이 욕설을 퍼부으면서 걸어 나왔다.“도련님, 어떻게 됐어요? 보물 지도 얻어냈어요?”조윤지가 다급하게 물었다.“형수님, 조군수 정말 질긴 놈이에요. 고문을 계속 가했는데도 입도 열지 않아요. 솔직히 말해서 이런 미친놈은 살다 살다 처음 봐요.”선우장훈은 한편으로는 화가 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탄복했다. 일반인이었더라면 3분 안에 알아서 자백하고 바지에 지릴 텐데 조군수는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세 시간을 버텼다. 의지력이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입을 열지 않는다고요?”조윤지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상태는 어때요? 죽었어요?”“숨이 겨우 붙어있는 상태로 쓰러졌어요. 만약 계속 고문을 가한다면 아마 곧 죽을 겁니다.”선우장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일단 들어가 볼게요.”조윤지는 다른 말 없이 어두운 얼굴로 들어갔다.그 시각 밀실 안.조군수는 기둥에 묶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숨이 간들간들 붙어있었
동이 틀 무렵 어느 한 고급 별장 안.한참 단잠에 빠졌던 조선미는 인기척을 듣고 두 눈을 번쩍 떴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걸어간 그녀는 커튼을 살짝 열어보았다.흐릿한 달빛 아래 문 앞을 지키던 경호원 몇 명이 언제 공격당했는지 전부 바닥에 쓰러져있었다.“뭐야?”조선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침대 서랍을 열어 총 한 자루를 꺼냈다. 그러고는 방문을 살짝 열고 상황을 살핀 후 옆방으로 달려갔다.“아영아...”조선미는 곤히 잠든 조아영을 깨웠다. 조아영이 깨어나자마자 입을 막고 소리 내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소리 내지 마. 누가 집에 쳐들어왔어.”“누가 쳐들어왔다고?”조아영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언니, 꿈꾼 거 아니야? 이 별장 주변에 열 명이 넘는 고수들이 밤낮으로 지키고 있는데 죽고 싶지 않은 이상 누가 쳐들어오겠어?”“우리 경호원들 전부 다 당했어. 지금 상황이 위험하니까 얼른 나랑 나가자.”조선미가 진지하게 말했다.“뭐?”조아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언니, 대체 누구야? 형부한테 전화할까?”“시간 없어. 일단 여길 나가고 보자.”조선미는 바로 창문을 열어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동생과 함께 뛰어내리려 했다.“아영아, 내가 셋 세면 같이 뛰어내리자.”“뛰어내리자고?”조아영이 침을 꿀꺽 삼켰다.“언니, 여기 너무 높아. 나 무서워.”“고작 2층이고 바닥도 다 잔디라서 안 죽어.”조선미가 위로했다.“언니, 다른 선택은 없어?”조아영이 부들부들 떨었다.“있어. 뛰어내리거나 죽거나.”조선미가 싸늘하게 말했다.“뭐?”조아영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이젠 정말 시간 없어. 3, 2, 1. 뛰어!”조선미는 다짜고짜 동생의 손을 잡고 2층에서 뛰어내렸다.쿵!두 사람은 잔디밭에 떨어져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잔디가 푹신하고 층이 높지 않아 발을 삐끗하진 않았다.“가자!”조선미는 한 손에는 조아영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뒷문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