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휙 날아간 남궁유나를 보며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흑룡이 갑자기 발길질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아주 먼 곳에서도 뼈 부러지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유나야!”남궁진혁이 소리를 지르며 남궁유나 앞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그녀의 몸을 뒤집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남궁유나의 얼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궁진혁은 머리가 쭈뼛 섰고 놀란 나머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가 의술을 알긴 해도 탈골된 뼈만 이어줄 정도이지 이런 상처는 치료할 능력이 아예 없었다.“당장 의사 불러!”남궁진혁은 정신을 차리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도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잠시 후, 중상을 입은 남궁유나는 실려 나갔고 남궁진혁 일행도 부랴부랴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가기 전 남궁진혁은 유진우를 매섭게 째려보았다. 마치 깊은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발길질에 대여섯 미터나 날아갔어. 저 얼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이게 다 본인 탓이지, 뭐. 졌으면 졌지, 흑룡을 왜 때려? 자업자득이야.”“지금 보니까 미니말도 괜찮네. 적어도 발로 얼굴을 차진 못하잖아.”남궁은설의 옆에 있던 친구들이 수군거렸다.진작 남궁유나가 눈에 거슬렸지만 신분 때문에 덤비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젠 말에 걷어차여 처참한 꼴이 되었으니 고소해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은설 씨, 추풍이 돌려줄게요.”유진우는 이겨서 얻은 추풍을 다시 남궁은설의 옆에 데려다주었다.“고마워요, 진우 오빠. 오빠는 정말 대단해요.”남궁은설은 달콤하게 웃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정이 들대로 든 추풍을 잃었다가 다시 옆에 둘 수 있어서 너무도 기뻤다.“흥, 뭐가 대단하다고 그래?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한솔이 비아냥거렸다.“맞아. 아까 그 판 나라도 이겼어.”유연지가 맞장구를 쳤다.“그럼 아까 왜 안 나섰는데요?”유진우가 되물었다.“그건...”말문이 막힌 유연지는 아무 말도 하지
“마음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젓더니 명함을 받지 않았다.“네?”이청아는 예상 밖이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더 생각해보지 않아도 괜찮겠어요?”그녀를 거절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나 단호하고 망설임도 없이.“네, 난 보험 파는 게 좋더라고요. 큰 회사는 오히려 더 불편해요.”유진우가 다시 한번 거절했다.“이봐,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청아 언니네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서 애쓰는지 알기나 해? 그런데 이 좋은 기회를 발로 차?”봉연주가 기고만장한 태도로 말했다.‘문 어르신이 딸로 삼은 청아 언니란 말이야. 연경의 귀족이 와도 예의를 차려야 하는데 보험이나 파는 천민 주제에 감히 거절해? 아주 미쳐 날뛰는구나!’“이 기회 너나 가져. 난 필요 없어.”유진우가 싸늘하게 흘겨보았다.“너!”봉연주가 화를 내려 하자 이청아가 말렸다.“그만 해요. 싫다면 할 수 없죠. 그럼 이만.”그러고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이청아 성격에 먼저 말을 꺼낸 것만 해도 쉽지 않았다. 싫다는 사람에게 달라붙는 건 그녀 스타일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도 단순히 궁금하여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이었다.“흥, 기회를 줘도 싫다네? 언젠가는 후회할 거야.”봉연주는 유진우를 무섭게 째려보고는 이청아와 함께 가버렸다.“저 귀한 분이 먼저 스카우트 제의를 했는데도 거절해? 자기 주견이 있다고 해야 할지,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참.”유연지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이런 기회 다시 없어. 넌 출세할 기회를 놓친 거라고.”한솔은 싸늘하게 웃으며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했다. 여신이 먼저 제안하는 건 남들이 꿈도 못 꾸는 일이었다. 그런데 유진우는 고민도 없이 바로 거절해버렸다.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됐어요, 이 얘기는 그만 해요. 나 배고픈데 우리 가서 밥이나 먹어요.”남궁은설이 나서서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유진우가 여색에 홀리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남궁은설도 예쁜 얼굴이지만 이청아 같은 미녀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 수가 없었다.
“큰아버지, 함부로 하지 말아요. 다 제 친구라고요.”화들짝 놀란 남궁은설이 두 팔을 벌려 앞을 막아섰다.“흥, 딱 봐도 불량한 애들이잖아. 비켜!”남궁무원이 무섭게 호통쳤다.“안 돼요! 제 친구들은 다 억울하다고요. 절대 털끝 하나 못 건드려요!”남궁은설이 또박또박 말했다.“가주님, 우린 아무것도 하질 않았어요. 정말 오해라고요.”유연지가 다급하게 설명했다.“네, 맞아요. 유나 씨가 다친 건 정말 사고였어요. 저희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사람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남궁무원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었고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그의 손에 걸린다면 절대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죽지 않는다고 해도 팔다리 하나 정도는 부러질 것이다.“아직도 발뺌이야? 너희들이 수작질한 게 아니라면 흑룡이 왜 갑자기 미쳐 날뛰어? 내가 바보인 줄 알아?”남궁무원의 표정이 어둡기 그지없었다.조금 전 전해 들은 소식에 따라 분석하다가 두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하나는 명품 말인 흑룡이 어떻게 고작 미니말에게 질 수 있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왜 갑자기 주인의 명을 거역하고 발로 차기까지 했냐는 것이다. 줄곧 훈련을 받아온 흑룡은 지금까지 선을 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었기에 의심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잠깐만요! 가주님, 만약 누군가 수작질한 거라면 분명 저 사람일 것입니다.”그때 한솔이 갑자기 유진우를 가리키며 고자질했다.“아까 유나 씨랑 경마하고 이긴 사람이 저 사람이거든요. 저 사람의 혐의가 가장 커요.”“맞아요. 사실 아까도 이상했었는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확실히 뭔가 수상해요. 저 사람이 유나 씨를 해친 게 분명해요.”유연지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가주님, 꼭 잡으시겠다면 저 사람을 잡으세요. 저희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사람들이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젠 진실이 어떻든지 일단 발부터 빼고 봐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괜히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까.“너야?”남궁무
남궁무원이 무섭게 노려보았다.“싫어요. 안 비켜요.”입술까지 꽉 깨문 남궁은설은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너...”남궁무원이 다시 손을 들자 유진우가 덥석 잡았다.“또 때렸다간 이 팔 부러뜨리는 수가 있어요.”“무엄하다!”“그 손 당장 놓지 못해?”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가까이 다가오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검은 총구들이 유진우의 머리에 거의 닿을 듯했다.“총 내려놔!”그때 누군가의 호통 소리가 갑자기 문밖에서 들려왔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카리스마 넘치는 한 중년 남자가 예쁜 여자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다름 아닌 남궁은설의 부모 남궁보성과 도란영이었다.“형, 우리 은설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총까지 겨누는 건데?”남궁보성이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조금 전 남궁무원이 자기 딸을 때리는 걸 똑똑히 보았다.“보성아, 얘 때문에 유나가 다쳐서 지금 병원에 누워있어. 난 지금 범인을 찾기 위해 이러는 거라고.”남궁무원이 또박또박 말했다.“그 말은 우리 딸이 범인이라는 거야?”남궁보성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은설이 아니고 은설이 친구들 전부 혐의를 벗을 수 없어. 특히 이놈!”남궁무원이 유진우를 가리켰다.“당신이 왜 여기에...”유진우를 본 남궁보성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일그러졌다.예전에 강능에서 두 사람은 현주과 때문에 충돌이 있었다. 그 후 그의 아버지는 이유도 없이 그의 가주 자리를 박탈했다. 하여 유진우에게 좋은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다.“뭐야? 두 사람 아는 사이야?”남궁무원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딱 한 번 본 적은 있는데 아는 사이는 아니고.”남궁보성이 덤덤하게 말했다.“형, 아버지가 곧 오실 텐데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이면 어떡해? 이따가 아버지한테 들키면 분명 뭐라 하실 거야. 날 믿는다면 이 일은 나한테 맡겨. 진짜로 누군가 수작질한 거라면 반드시 범인 잡아내서 유나 복수해 줄게.”그러더니 의미심장하게 유진우를 쳐다보았다. 그의 말에 남궁무원은 잠깐
“지금 날 협박하는 겁니까?”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유진우의 미소도 점점 굳어졌다. 예전부터 남궁보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입으로 두말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가장 혐오했다.“내 말을 듣는다면 경고에 그치고 듣지 않는다면 협박이야.”남궁보성은 거리낌 없이 인정했다.“한 번 더 얘기하는데 나랑 은설 씨는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말자고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아직도 말귀 못 알아들었구나.”남궁보성이 냉랭하게 말했다.“네까짓 게 무슨 자격으로 우리 딸이랑 친구 해?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해? 꼴이 어떤지 거울이라도 좀 봐. 우리 남궁 가문 문턱을 네가 넘을 수 있을 것 같아?”전에는 협박이었지만 이건 완전히 모욕이었다.“남궁보성 씨, 잘난 척 그만 하세요. 당신 그 오만함, 나한테는 신경 쓸 가치도 없으니까.”유진우도 물러서지 않았다.“흥, 재주 없는 놈이 입만 살아서는. 내가 정말 널 어쩌지 못할 것 같아?”남궁보성의 두 눈에 싸늘함이 스쳤다.“함부로 나대지 마세요. 큰코다칠 수 있거든요.”유진우가 경고했다. 상대가 건드리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겠지만 건드린다면 꼭 그대로 갚아주는 그였다.“인마, 지금까지 나한테 이딴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없었어. 제 주제를 모르니 나도 어쩔 수 없지.”남궁보성이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여봐라, 이 사람이 남궁유나를 모함하고 중상을 입혔어. 명확한 증거가 있으니 당장 잡아들여!”명이 떨어지자 문 앞을 지키던 병사들이 바로 우르르 달려와 유진우를 포위했다.“날 모함하려고요?”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난 분명 기회를 줬지만 네가 차버렸어. 이젠 후회해도 늦었다고.”남궁보성이 냉랭하게 웃었다.병사들이 점점 가까이 오는 걸 본 유진우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여러 개의 은침이 나란히 튕겨 나갔다.슉, 슉, 슉...곧이어 모든 병사들이 마치 정신술이라도 당한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려 꼼짝도 하질 못했다.“뭐야?”그 광경에 남궁보성이 믿을 수 없다
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보성 씨, 서혼공으로 빠르게 실력을 늘릴 수는 있지만 정말 더는 갈 길이 없는 사람만이 수련하는 무공이에요. 계속 이대로 수련했다간 언젠가는 죽는다고요.”“죽기는 개뿔! 나 지금 몸이 엄청 좋아. 전보다도 훨씬 강해졌다고. 천군만마가 내 앞에 있어도 전혀 겁먹지 않아.”남궁보성이 어깨를 쫙 펴고 말했다.“겉으로 그렇게 보일 뿐 사실 속은 이미 다 문드러졌어요. 계속 수련한다면 자신을 해치는 건 물론이고 남한테도 피해를 준다고요.”유진우가 경고했다. 서혼공을 수련하여 자폭하는 게 오히려 더 좋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무서운 건 나중에 주화입마에 빠져서 가족도 못 알아보고 사람만 보면 마구 학살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봉변을 당할 사람은 바로 가족과 친구들이다. 어쩌면 어느 날 남궁보성이 남궁은설을 죽일지도 모른다.“인마, 말이면 다인 줄 알아? 오늘 아무리 뭐라 해도 절대 가만 안 둬!”남궁보성은 다시 한번 손을 뻗어 잡으려 했다. 유진우가 어두운 표정으로 반격하려던 그때 문밖에서 총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탕!총소리에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동작을 멈췄다.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우람한 체격의 한 백발노인이 부하들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사각형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했고 온몸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압도적이었다. 이 분위기는 오랫동안 전쟁터를 누빈 사람만이 갖고 있는 그런 살기였다.슬쩍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그 노인이 바로 용국의 장군 남궁을용이었다.“아버지?”남궁을용을 보자마자 조금 전까지 화내던 남궁보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옆에서 깍듯하게 인사했다.“대체 무슨 일이야? 집에서 소란 피운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라도 하면 남들이 웃을까 두렵지도 않아?”남궁을용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이 자식이 유나를 다치게 해서 지금 죄를 묻고 있던 참이었어요.”남궁보성이 고개를 숙이고 보고했다.“그래?”남궁을용의 시선이 유진우에게 머물
남궁을용의 열정적인 초대에 유진우는 결국 고풍적인 서재로 들어갔다. 차가 테이블 위에 놓이고 두 사람도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진우 씨, 내가 말 놓아도 될까?”“네, 그러세요.”유진우도 흔쾌히 동의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10년이 지났지? 예전보다 환골탈태한 것 같아.”남궁을용은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10년 전 유진우는 용국의 천재라 불렸고 나이가 어려 성격도 거칠고 버릇이 없었다. 그런데 이젠 실력까지 숨기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10년이 지났는데도 장군님은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치시네요.”유진우가 깍듯하게 말했다.“하하... 곧 관에 들어갈 나이인데 카리스마는 무슨.”남궁을용이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진우 씨가 일없이 찾아오지는 않았을 테고. 갑자기 무슨 일로 왔어?”“역시 장군님이시네요. 장군님을 만나 뵙는 것도 만나 뵙는 거지만 다른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유진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미리 준비한 선물을 상 위에 올려놓았다.“그래? 말해봐 봐.”남궁을용은 웃으면서 차를 홀짝였다.“누가 장군님께 칠색 영지를 선물했다고 들었습니다. 저한테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니 혹시 제게 파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까우시더라도 제가 고가에 사겠으니 부디 양보해 주셨으면 합니다.”유진우가 예의를 갖추면서 말했다.“칠색 영지?”남궁을용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벌써 알고 있을 줄은 몰랐네. 하지만 칠색 영지는 아주 귀하고 드문 보물인데 무엇으로 바꿀 건가?”“필요한 게 있으시면 무엇이든지 말씀하세요.”유진우가 말했다.“진우 씨 결혼했어?”남궁을용이 웃으며 물었다.“했었는데 이혼했어요.”유진우는 뭔가 이상했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래? 아주 잘됐네.”남궁을용이 수염을 어루만지면서 웃었다.“우리 은설이 어떤가?”“은설 씨요?”유진우는 순간 멈칫했다.“참 좋은 사람이죠. 성격도 착하고 의리도 있고요.”“그렇게 생각한다니 정말 다행이야.”남궁을용이 활짝
부하는 바로 알아듣고 움직였다. 잠시 후 다시 들어왔는데 손에 정교한 나무 상자를 들고 있었다.“칠색 영지는 선물로 줄게.”남궁을용은 나무 상자를 받아 유진우에게 건넸다. 유진우가 나무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자 이상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나무 상자 안에 알록달록한 영지가 있었는데 손바닥만 한 크기에 어찌나 예쁜지 완벽한 예술작품 같았다. 조명에 비친 영지는 눈부시게 반짝였고 일곱 가지 색깔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칠색 영지 맞아요!”유진우의 안색이 환해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궁을용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이 귀한 걸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장군님. 정말 감사합니다.”“내가 갖고 있어봤자 쓸 일도 없으니 필요한 사람한테 주는 게 낫지.”남궁을용은 무척이나 아량이 넓은 모습을 보였다.“장군님의 은혜 꼭 갚겠습니다. 나중에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유진우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예를 표했다. 이리도 귀한 칠색 영지를 두말없이 넘긴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됐어, 그런 소리 그만하고 이따가 나랑 술이나 마시자고.”남궁을용은 조금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네, 오늘 저랑 마음껏 마시죠.”활짝 웃던 유진우는 뭔가 떠오른 듯 불쑥 말했다.“아 참, 장군님, 하나 귀띔할 게 있어요. 최근에 들은 정보인데 장군님 생신날에 아무래도 누군가 수작을 부릴 것 같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전에 황성태에게서 들은 정보인데 오늘 직접 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이젠 뭐 그런가 보다 해. 매년 갖은 방법으로 날 귀찮게 해서 진작 적응했어.”남궁을용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용국을 지키는 장군인 그는 오랫동안 전쟁터를 누비면서 수많은 적과 싸웠다. 전 세계에 남궁을용이 죽길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각종 암살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게 없는 그는 두려움이라곤 없었다.“장군님 알고 계셨다면 됐어요.”유진우는 고개만 까딱일 뿐 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