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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자애로운 아버지

“이진이,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기태는 찔리기라도 했는지 약간 머뭇거리며 물었다. 게다가 눈빛은 무심코 윤이건을 힐끗 쳐다보았다.

“제 뜻은 몇 년 전, 제가 이씨 가문에서 나왔을 때 저흰 이미 남남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이진은 팔짱을 끼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의 몸은 뻣뻣했고 표정은 차가웠는데 또박또박 말하는 것은 마치 자신이 이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거부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윤이건과 임만만만이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하고 있는 말 하나하나가 자신을 향해 칼을 찔러대고 있는 거였다.

“이기태 씨, 만약 제가 당신이라면 이만 물러났을 겁니다. 다신 제 앞에서 감정 따윈 얘기하지 말아주세요.”

이진이 팔 밑에 숨긴 손은 이미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허세 부리지 마!”

말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매우 엄숙하였는데 이기태는 저도 몰래 몸을 떨고 있었다. 그는 이진이 이런 장소에서 그에게 이런 말을 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음엔 윤이건의 앞이라 연기라도 하려고 했는데 보아하니 이젠 연기할 필요조차 없다. 이기태는 미친 듯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편 이영은 일이 이 지경이 되어버리자 하마터면 윤이건의 팔을 잡으려 할 뻔했다. 그러나 윤이건의 안색이 어두운 걸 보자 끝내 망설이더니 가볍게 입을 열었다.

“이건 오빠, 이진 언니는 진짜 교양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빠인데 어떻게 이렇게 말대꾸를 할 수 있죠?”

이영은 목소리를 일부러 낮추었기에 이진은 듣지 못했지만 유연서는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오늘 윤이건이 이곳에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아빠 따라온 거였다. 지금 이렇게 좋은 기회가 나타났는데 그녀가 이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녀는 윤이건의 옆에 바짝 붙은 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는 이진의 험담을 한껏 늘여놓았다. 이런 수법을 통해 윤이건이 이진을 혐오하고 이진과 이혼하게 하려는 거였다.

그러나 유연서는 지금 이영이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이진이 그녀의 눈엣가시이기에 먼저 이진을 해결해 버리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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