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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봐주는 것도 정도가 있어

이진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린 채 헬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진이 협조하지 않으려고 하자, 헬렌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헬렌은 갑자기 미친 듯이 이진의 이불을 들추었는데,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진이 알아차리기 전에, 이불 속에 손을 넣어 도면 뭉치를 꺼냈다.

공교롭게도 도면의 내용은 바로 이진이 디자인한 작품의 초고다.

비록 초고지만, 헬렌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 디자인은 헬렌이 기억하는 니키의 스타일과 정말 똑같았다.

“아직도 본인이 니키 씨가 아니라고 부정하시는 거예요? 그럼 이 그림들은 어떻게 설명하실 거예요?”

헬렌은 마치 이진의 약점을 잡기라도 한 듯이, 잘난 체하며 몸을 곧게 펴고는 이진을 내려다보았다.

“이 디자인마저도 니키 씨를 모방한 거라고 하실 건 아니죠?”

“당장 내놔요!”

이진은 잠깐 사이에 가방이 빼앗겨 기분이 불쾌했는데, 헬렌의 태도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진은 인내심이 바닥났지만, 애써 참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제가 니키든 아니든 당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이곳은 제 병실이지, 당신이 소란을 피워도 되는 곳이 아니에요. 당장 나가지 않으시면 사람을 찾아 당신을 쫓아낼 겁니다.”

“그래요?”

헬렌은 오기 전에 이미 이진과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되어있어서, 이진의 협박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더욱이, 헬렌은 자기의 손에 이진의 가장 큰 약점이 쥐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헬렌은 손에 든 디자인 원고를 날리며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당신이 니키라는 신분이 들통나는 게 두렵지 않다면 맘대로 하시죠. 전 당장 이 소식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미칠 것 같거든요. 그리고 당신이 가장 걱정되었던 윤이건 씨한테도 모두 말해줄 겁니다.”

이진은 이건의 이름을 듣게 되자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이것을 알아차린 헬렌은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더욱 득의양양했다.

‘이진 씨는 내가 만나 본 젊은이들 중에서 가장 똑똑하긴 해. 하지만 너무 어린 게 문제야.’

헬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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