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서는 이진을 한번 보고는, 얼른 헬렌의 손목을 잡고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이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지만 긴장되기도 했다.“이건 씨.”“먼저 푹 쉬어.”이진이 머뭇거리는 것을 알아차린 이건은, 긴 손가락으로 이진의 입술을 막았다.“아직 밥 못 먹었지? 내가 나가서 사 올까?”“좋아요.”이진이 망설이며 대답하자, 이건은 바로 병실을 나섰다.‘이건 씨도 분명 눈치채셨겠지.’이진은 이건을 속인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이건 씨라면 나를 아무리 믿어도 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셨을 거야.’어쩌면 이진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한편 이 비서한테 잡힌 채 병원의 뒤정원으로 끌려간 헬렌은 완전히 미쳐버렸다.“절 왜 이곳에 데려온 거죠? 도대체 무엇을 할 생각이에요? 윤이건 씨는 어디 계신 거예요? 전 당신 같은 부하 말고 윤이건 씨와 직접 얘기할 겁니다.”“여기서 기다리세요. 제가 당신을 데리고 이곳에 온 건 대표님의 명령입니다.”이 비서는 전혀 신견 쓰지 않은 채, 헬렌이 몸부림을 칠수록 그녀의 손목을 잡던 손에 더 힘을 주었다.헬렌은 곧 자신의 힘으로 이 비서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잠시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윤이건은 이진과 다르기 때문이다.‘이진 씨는 나한테 약점이 잡혀 쉽게 움직이진 못하실 거야. 하지만 윤이건 씨는 달라.’헬렌은 진작에 부하들을 시켜 이건에 대해 알아보았다.그 결과 헬렌은 이건이 얼마나 매서운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어쩌면 이건의 유일한 약점은 이진뿐일지도 모른다.헬렌은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이 비서가 방심한 틈을 타 신속하게 달려가 비꼬듯이 말했다.“윤 대표님은 방금 저희 대화에 관심 없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왜 굳이 비서를 시켜 절 이곳에 데리고 온 거죠? 혹시 당신도 이진 씨의 비밀에 관심이 생긴 거예요?”헬렌은 팔짱을 낀 채 이건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고는 잘난 척을 했다.‘어쩌면
“궁금하신 게 그거예요?”이진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멍하니 눈앞의 이건을 보고 있었다.‘내가 물어볼 기회를 줬는데도 안 물어보다니, 일부러 화나지 않은 척하시는 걸까?’“이게 작은 일이야?”이진이 더 생각하지 전에, 이건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난번에도 불규칙적인 식사로 입원했었으면서, 고작 며칠 사이에 또 자기 몸을 이렇게 무너뜨린 거야? 입원이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고, 왜 자꾸 입원을 하는 거야.”이건은 한바탕 이진을 혼내고는 또다시 뭔가를 물었다.“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출장을 갔다고 하지 않았어? 최근에 AMC에 출장을 갈만한 일은 없었다고 들었는데.”‘역시 물어볼 줄 알았어.’ 이진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더 이상 숨기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지금 이건 씨한테 알려주지 않아도, 신제품 발표회 날이 되면 분명 들통날 거야.’이진은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제가 출장을 간건 사실이지만, 이건 씨가 생각하는 그런 출장이 아니라 급한 불을 끄러 간 거예요. 저희 회사가 최근 해외의 한 보석 브랜드 측과 협력을 하기로 했는데, 상대방은 저희 회사의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디자인들을 모두 맘에 들어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합작을 계속하기 위해 제가.”이진은 잠시 머뭇거리고는 마음을 졸이며 말했다.“협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 친구한테 부탁해 이 디자인을 완성시킨 거예요. 그래서 며칠 동안 밤을 새우게 된 거예요.”“그래?”‘디자인과 관련된 일인가 보네?’이건은 약간 실눈을 뜨며 방금 헬렌이 떠벌렸던 말을 되새겨 보았다.헬렌의 한 말에 이진이 한 말을 더하자, 이건은 이진의 비밀이 무엇인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아직도 비밀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야.’“절 안 믿으시는 거예요?”이건이 대답이 없자, 이진은 불안한 마음에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이건 씨라면 알아들으셨겠지?’이건은 몰래 치켜든 입꼬리를 내리고는 이진의 아랫
민우의 과장된 칭찬이 끝나자, 양측은 즐거움 가득한 마음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더불어, 민우는 특별히 AMC에게 장기적인 협력 기회를 제공했다.이것은 민우가 소속된 회사에서 처음으로 국내 기업과의 장기적인 합작을 약속한 것이었다.신제품 발표회 당일, AMC는 의심의 여지 없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몇몇 기업들은 AMC를 통해 민우의 회사와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려 했다. 야심가 이기태도 마찬가지다.이기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진의 능력을 철저히 분석했다. 이기태는 이진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따라서 이진과 합작 계획을 세웠다.‘어쨌든 두 회사가 함께 진행할 프로젝트도 몇 개 있잖아. 이진의 손에 있는 돈은 남에게 주는 것보단 아버지인 나한테 주는 게 더 유리해.’AMC와 민우가 합작을 성공적으로 이어가자, 이기태는 이진의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을 확고히 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내가 놓치고 있을 리가 없잖아.’이기태는 마음을 정하고는 바로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이기태는 포기하지 않은 채 여러 번 전화를 걸었다.마침내 인내심이 바닥난 이진은 전화를 받고 물었다.“이기태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아빠한테 무슨 말 버릇이야?”이기태는 이진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라, 하마터면 욕설을 퍼부을 뻔했다.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떠올리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진아, 예전 일들은 모두 아빠가 잘못했어. 네가 제때에 계좌에 관한 일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 두 사람이 나 몰래 이런 짓을 벌인 걸 꿈에도 몰랐을 거야.”이기태는 백윤정의 개인 계좌에 관한 일을 알게 된 후부터, 다시는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지도 않았다.‘내가 바보도 아니고, 백윤정이 몰래 회사를 차린 것마저 나한테 숨겼다면, 분명 또 다른 비밀도 있을 거야.’이영과 백윤정한테 줄곧 잘해줬던 이기태는, 순간 두 사람이 이진보다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기태는 이런 생각을 하고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이진아.”“지금 그 얘기를
특히 이기태는 이진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이영을 버리려고 했다.이영은 가슴 아파하며 이기태를 실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아빠, 아직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 이진이가 없었다면 우리 가족이 이렇게 될 리가 없어. 맨날 엄마 탓하면 뭐가 달라지기라도 해? 차라리 이진을 탓해, 이진이 아빠 회사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 아빠도 굳이 걔한테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잖아.”“네가 뭘 알아?”이기태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이기태는 진작에 이영이 이진과 SY테크놀로지의 기술을 쟁탈한 일을 들었다.자신감이 넘치던 이영은 그래봤자 이진에게 지고 말았다.두 딸 중 이진이야말로 정말 능력이 있는 아이였다.‘내가 애초에 이진이한테 좀 더 잘해줬더라면, 이진이도 나와 사사건건 맞서지 않았을 거야. 아마 내 유능한 조수가 되어 내 회사를 물려받았을 지도 몰라.’이런 생각에 이기태는 백윤정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모두 이 여자가 중간에서 이간질해서, 판단을 잘못해 이진처럼 좋은 딸을 놓치게 된 거야!’이기태는 곧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경고하는데, 앞으로 내가 하는 짓엔 일률로 끼어들지 마. 누가 감히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면 이 집에서 내쫓을 거야!”이기태가 하려는 일은, 하루라도 빨리 이진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이다.이진은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진의 뒤에는 윤이건이 있고 손꼽히는 각종 회사들과 친분이 있었기에, 이진과의 사이를 완화시키는 건 절대로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한바탕 싸우고 난 이기태는, 생각이 바뀌기는커녕 오히려 이진을 따르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이기태는 이런 생각을 품고 특별히 회의를 미루고 점심시간에, 직접 요리해 도시락을 싸고는 AMC로 갔다.그 목적은 자연히 이진의 앞에 나타나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아쉽게도 이진을 만나기도 전에, AMC의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가로막혔다.이기태는 어쨌든 재경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기에, 프런트 직원이 그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그러나 규칙
“네.”만만은 조심스럽게 이진의 표정을 살펴보았다.‘대표님도 모르고 계셨나 보네. 그렇다면 이기태 씨가 혼자 보내온 것인데, 그 목적이 뭘까?’이전 이기태와 있었던 불쾌했던 일을 생각하자, 만만은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제가 이기태 씨의 최근 동향을 알아볼까요? 갑자기 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이진은 눈썹을 찡긋거리고는 문득 어젯밤의 통화를 떠올렸다.‘이기태가 내 비위를 맞추며, 점심에 도시락까지 싸왔다는 건.’이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도시락을 만만에게 주었다.“이건 네가 먹어. 먹기 싫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해결해. 아직 해야 되는 일이 있으니 이만 나가 봐.”“이기태 씨에 괜해 조사할까요?”만만은 최초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이진은 눈앞의 도시락을 힐끗 보고는 깔끔하게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조사하는 것보다 전화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야.’이기태의 목적이 무엇이든, 그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의를 보인 것이다.만약 이기태가 통화 중에 거짓말을 한다면, 이진도 더 이상 이기태를 대꾸하지 않으려고 했다.사무실 문이 닫히자, 이진은 곧이어 이기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놀란 듯한 말투를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아, 아빠가 준 도시락은 받았어? 내가 임 비서를 시켜 너한테 주라고 했는데, 어때? 어렸을 때와 맛이 똑같지?”“그것들은 제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음식이지, 지금은 안 좋아해요.”이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어, 이기태의 열정을 무시하였다.이기태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진아, 아빠한테 전화한 이유가 뭐야?”“이 말은 제가 당신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네요.”이진은 비아냥거리며 대답하고는, 머릿속으로 뭔가를 생각하더니 날카로운 말투로 물었다.“어제저녁에는 밥 먹자고 연락하시고, 지금은 또 도시락까지 싸오신 건 도대체 무슨 목적이신 거죠? 혹시
이진은 근심이 가득 쌓여, 마침 위로가 필요하던 참이었다.이건이 먼저 나서서 위로해 주자, 이진은 기세를 몰아 이건의 목덜미를 껴안았다.그리고 최근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걱정거리를 모두 이건에게 들려주었다.“이기태 씨가 합작한 후에 다른 짓을 벌일까 봐 두려운 거야?”이건은 단번에 이진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잠시 생각해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난 이기태 씨가 그런 행동을 벌이진 않을 것 같아. 두 회사가 합작하는 건 한배에 탄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회사를 중요히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 회사를 가지고 널 끌어내리진 않을 거야.”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태에게 그럴 용기가 없을 것이다.‘만약 이기태가 이진을 끌어내리려 한다면, 이진이 손을 쓰기도 전에 내가 이기태한테 그 후과를 제대로 맛보게 해줄 거야.’이건은 고개를 숙이더니 이진의 이마를 가로막은 긴 머리를 넘기고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야.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은 너야. 만약 이기태 씨와 합작을 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면, 내가 YS그룹을 이용해 우리 자기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줄 수도 있어.”이진은 그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이건의 말에 동의할 것은 아니지만, 이진에게 엄청난 안정감을 준 건 사실이다.‘이건 씨도 있는데, 내가 굳이 두려워할 건 없잖아?’이진은 그제야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진이 GN그룹과의 합작에 관해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보석 브랜드 측의 초대를 받아 보석 패션쇼에 참석하게 되었다.이진은 아름다운 얼굴에 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길쭉한 데다가, 모델 못지않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민우와 몇 명의 대표들은 한차례 협상을 거쳐, 전문적인 모델을 청하는 것보다는 이진을 직접 패션쇼에 출전시키기로 결정 내렸다.그들은 이진을 설득하기 위해, 엄청난 조건을 제기하기도 했다.물론 이진의 결정을 좌우 지한 건 그들의 조건이 아니라, 패션쇼에 참석한 또 다른 보석 디자이너의 이름이었다.그 사람은 이진
이진이가 눈썹을 찡그렸다.비슷한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헬렌의 말을 듣고 오히려 평온해졌다.게다가 헬렌이 나서지 않아도 원래 이 기회를 빌어 모두에게 알리려고 하였다. 이게 그녀가 초청회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또 다른 목적이다.헬렌이 그녀에게 가한 위협은 그 이상이었다.이진이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헬렌은 킬킬거렸다.“내가 아무 준비도 없이 왔을 것 같아? 오기 전 이미 현장 담당자한테 알아봤어, 이번 전시회 작품 대부분 AMC 것들이고, 네 작품들이잖아, 근데 네 손에서 그려낸 작품들이 도대체 얼마 가치가 있는지는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지.”“나한테 그 얘기 하려고 여기 온 거야?”이진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눈 속의 감정은 변함없이 평온했다.이진이 예상밖의 반응을 하자 헬렌도 화가 났다.“너 내 말 이해한 거야? 나한테 그림을 주기로 약속한다면 Niki정체에 대해 숨겨줄게, 네가 입으로 직접 말한 이상 그 누구도 Niki가 누구인지 모를 거야!”“얘기 끝났어?”이진은 손목시계의 시간을 흘끗 보았다. 헬렌은 이 말을 듣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곧장 헬렌을 넘어 현장 중앙으로 갔다.마이크를 잡은 이진은 AMC가 전시회에 출품한 보석들을 하나씩 소개한 후 담담한 표정으로 모두를 놀라게 할만한 소식을 발표했다.“아마 여기 이 작품들의 디자이너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일부 사정으로 인해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신분을 밝히고자 합니다. 그 디자이너가 바로 접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제 손으로 직접 그린 것입니다.”말이 끝나자 몇 초간의 기괴한 정적 뒤에 장내가 술렁거렸다.믿기지 않는 가운데 숭배의 눈빛이 뒤섞여 일제히 이진을 향했다.무대 아래 첫 번째 줄에 앉은 정민우는 더욱 흥분하여 그 자리에 있는 많은 눈들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로 달려가 이진에게 큰 포옹을 주었다.“대표님일 줄 알았어요! 대표님은 정말 제가 만난 여자 중에서 제일 우수한 여성입니다!”이진은 어쩔 수 없다
이진의 주얼리 작품은 헨렌의 그림과 스타일이 많이 비슷하다.물론 오랜 팬이 아니면 쉽게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헬렌은 이제 이진을 완전히 미워하게 되었다.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경로로 사온 이진의 그림을 아예 신문사 사람에게 넘겨 검사하게 했다.일일이 대조해 보고 몇몇 기자들은 헬렌의 말을 믿고 이진의 행동을 최대한 대중에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긍정적인 반응을 받은 헬렌은 얼마나 의기양양한지 모른다.‘신분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그럼 내가 너에 관한 모든 것을 까발릴 거야!’이진이가 이틀이 지나서야 소식을 받았다.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윤이건과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이틀 동안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었다.이진의 '표절'에 관한 소동은 이틀간의 발효를 거쳐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다. 이전에 히트했던 보석 작품들도 이 일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이진의 핸드폰이 켜지자 정민우로부터 전화가 왔다.벨소리가 점점 더 급해지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손의 동작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대표님?”전화 너머로 불확실한 어조가 울려 퍼지고, 곧이어 정민우가 핸드폰을 꽉 움켜쥐고 흥분에 물었다.“대표님, 드디어 전화를 받으시네요! 요 며칠 어디 간 거예요? 인터넷 기사는 보았나요? 전 대표님이 며칠 동안 안 보이니까…….”‘표절이 들통나서 숨은 줄로 알았어요.’뒤의 말은 이진의 감정을 염려하여 묻지 않았다. 며칠 동안의 접촉을 거쳐 이진의 인품은 그래도 믿을 만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이진 표절 사건이 확정되면 협력자로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정민우는 잠시 멈추다가 다시 떠보며 물었다.“대표님, 기사에 쓴 내용 다 진실인가요?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정말 표절한 겁니까?”정민우가 잠시 멈춘 사이 이진은 손끝으로 최근 이틀간의 뉴스를 재빠르게 눌렀다.그리고 그녀가 표절했다고 대중이 생각하는 몇 장의 밑그림에 시선이 고정됐다.이진은 붉은 입술을 오므렸다. 머릿속에 빠르게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이 몇 장의 밑그림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