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건의 부드럽고 걱정스러운 말투에 이진은 어리둥절 했다.솔직히 이렇게 누군가가 걱정해주는게 오랜만이었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녀를 남보다도 못한 아예 원수라고 생각하니까.그런데 이 남자는 고작 전화가 안 통한다고 친구한테 부탁해서 나를 찾았다.유치하기도 하지만 이진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사실이다.이진은 미소를 지으며 윤이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이 남자의 다음 말들은 그녀를 수치스럽게 만들었다.“사모님, 술에 취하니 완전 다른 사람이던데.”윤이건은 이진의 맞은 켠에 앉으며 말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불안할 정도로 매우 가까웠다.“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술집에서 나와서 부터 나를 꼭 안고 놓지 않았다니까.”윤이건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그는 평소 비지니스 라이벌을 만나도 포커 페이스 가능한데 하물며 지금은 더욱 식은 죽 먹기였다.“게다가 내 몸에 다 토해서 어쩔수 없이 내가 옷을 벗겼어.”이진의 얼굴은 이미 무르익은 토마토마냥 빨개졌다. 어젯밤에 술 취했을 때보다 더 빨개진 것이다.“윤, 윤이건 씨, 허튼소리 하지 말아요. 증거 있어요?”“허튼소리 아니야. 안 믿기면 집사에게 물어봐. 지금 우리 옷을 씻고 있으니까.”“그럼, 그럼 저는 왜 여기서 잔건데요?”이진은 확연히 자신 없어진 말투로 말했다.“아까 말했잖아. 니가 나를 안고 놓지 않았다니까.”윤이건의 당당한 표정을 보며 이진은 이를 갈았다. 그녀는 당연히 믿지 않았지만 어젯밤 일이 도무지 기억이 안났다.이진이 설사 증거를 찾는다고 해도 목격자는 모두 윤이건의 사람들이니.그러다 보면 결국 본인만 우스워 지니까.끝내 이진은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소리를 질렀다.제대로 교훈을 얻은 셈이다.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정희 그 계집애랑 둘 다 떡이 되도록 말이야.이진은 속으로 다짐하다 문득 정희가 생각났다.다행히 그녀는 윤이건 입가의 웃음기를 발견하지 못했다.“어제 저를 데리고 나왔으
이진과 윤이건 모두 멍해졌다. 이진이 방으로 달려간 틈을 타 윤이건은 민시우를 복도로 끌어 당겼다.“야, 너 혹시 나쁜 짓 한거 아니지?”이 말에 민시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민시우가 계속 정신을 못 차렸다간 입이 열개라도 해명하기 어려워 질 테니까.그는 연신 손사래 치며 자신의 셔츠를 가리키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아무것도 안 했어. 오히려 저 아가씨가 내 몸에 다 토했다니까.”윤이건은 민시우의 옷 상태를 보자 웃음이 나왔다.정말 절친은 절친인가 보다. 취태까지 똑같으니 말이다.한편, 방으로 달려간 이진은 방이 스위트룸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정희는 안쪽 방에 있었고 민시우는 밖에 있는 방에 있었던 것이다.이진이 안쪽 방에 들어가 보니 정희가 대자로 뻗어 자고 있었다.이 모습에 이진은 화가 나면서도 웃겼다.아까 문을 연 민시우의 모습까지 연결해보니 더 웃겼다.그래도 나쁜 놈은 아니네.이진은 정희의 얼굴을 두드리며 깨우려 했다. 정희는 그 손을 확 끌어 당겼다.이진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정희의 몸 위에 넘어졌다. “아이고!”정희는 갑작스런 묵직함에 욱해서 소리를 질렀다.문 밖에 있던 두 남자도 깜짝 놀랐다. 정신을 차린 정희는 이진인 걸 확인하고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사람 깨우는 방식이 진짜 특별한데.”정희는 이진한테 팔뚝을 찰싹 맞고야 입을 다물었다.급기야 이진은 정희를 욕실에 밀어넣었다.약 30분이 지난 후에야 이 둘은 함께 욕실에서 나왔다.윤이건은 쏘파에 앉아 있었고 민시우도 대충 정리를 했지만 그의 셔츠 상태는 볼수록 웃겼다.정희의 취태는 이진과 달랐다.이진은 아예 필름이 끊기는 타입이지만 정희는 어느 정도 기억을 하고 있었다. 정희는 민시우의 빨갛게 충혈 된 눈과 셔츠의 상태를 보고 멋쩍게 웃으며 말햇다.“어젯밤 일은 고마워요.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친구로 지냅시다.”민시우는 정희의 털털한 성격에 흠칮 하면서 그녀를 향해 머리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자, 이제 가자. 내가 데려다 줄
“뭔데?”이진은 GN 그룹 쪽에 무조건 뭔가 움직임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다만 좀 놀라운 것은 그쪽에서 생각보다 빠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길게 보면 사실 그녀한테는 유리한 것이였다.케빈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들을 꺼냈다.“보스, 제가 조사해봤는데 GN 그룹 내부 자료가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이 말에 이진은 순간 굳은 표정으로 자료들을 자세히 펼쳐 보기 시작했다.확실한 건 이 내용들은 그룹 주주급이 되여야 접촉할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더니 컴퓨터를 켰다.케빈은 숨을 죽이고 옆에 서서 이진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걸 보고 있었다.굳게 닫혔던 케빈의 입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그의 눈앞에 펼쳐 진 모든 것은 현란하다고 형용할 수밖에 없었다.이진의 눈은 빠르게 움직였고 그녀의 손길에 따라 화면이 빠르게 바뀌었다.이진은 기본적인 수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속도가 느린 건 물론 정확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이진은 다년간 연마해 온 해킹 기술을 통해 GN 그룹의 내부 시스템에 접속 성공했다.설사 보호 장치가 있다 하더라도 단지 2개의 프로그램 설정으로 모든게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이진은 검색하면서 비웃었다.이진은 이 모든게 끝나면 반드시GN 그룹의 인터넷 시스템을 제대로 점검하고 재세팅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전체 그룹이 우스워 질테니까.몇분 뒤, 최종 조사 결과는 GN 그룹의 두 주주에게 향했다.GN 그룹 내부 상황은 이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엉망진창이었다.이진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더니 계속 해킹을 이어갔다. 이번엔 5초도 안되는 시간으로 CCTV시스템으로 이동했다.그녀는 이 기간의 CCTV를 코드를 통해 선별하여 심상치 않은 부분들을 추출해냈다.이진은 서랍에서 작은 USB를 꺼내 컴퓨터에 꽂았다.추출, 복사, 인출그녀의 일련의 스무스하고 숙련된 동작이 종료됐다.로그아웃, 컴퓨터를 끄고 USB를 뽑고 나서야
“이기태…….”영상 재생하자 마자 화면에 나타난 것은 그녀의 부친 이기태였다.케빈도 안 좋은 안색으로 조용히 옆에 서 있었다.이진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두 주먹을 부여잡고 충혈 된 눈으로 화면을 응시했다.이진은 영상을 확인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이건 GN 그룹 정문에 설치 된 CCTV 영상 이었다. 영상 속에는 일반 직원과 마케팅 직원들의 정상 출입이 있었고그 외에 빈번히 드나든 사람은 이기태였다. 심지어 마케팅 직원보다도 더 높은 빈도였다.비록 이기태가 더 이상 GN 그룹 대표가 아니지만 여전히 주주 신분으로 있는 건 사실이다.주총이나 연말을 제외하고 평소에 주주들은 자주 만나지 않는다.가끔 나타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인데이기태의 이런 빈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이진은 영상을 다시 한번 확인해봤다.사실 이 정도면 이미 암시장 거래 주자가 자신의 아버지 라는 것을 단정지을 수 있었다. 이는 생각만 해도 우스웠다. 이기태라는 인간이 가질 수 없다고 망가 뜨리려는 작정인 건가?지금의 GN 그룹은 당시 엄마가 혼자서 힘들게 일으킨 것인데 이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망칠수 있나.이진은 생각 할수록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고 안색까지 창백해졌다.케빈은 입 다물고 한 발짝도 떠나지 않고 그녀 곁을 지켰다.그는 USB를 건네고 부터 쭉 침묵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기태라니.이건 이진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보스…….”이진은 케빈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저었다.“내가 분명히 잊지 않고 있는데 굳이 또 상기 시켜주면 나 또한 실망 시킬수 없지.”마지막 한마디는 이를 악물고 악에 받쳐 말하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한편, YS 그룹.유연서가 윤이건의 비서직을 맡게 되면서 부터 윤이건의 곁에 붙어 있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유연서는 비서 실장도 막지 못할 정도로 자유자재로 대표 사무실을 드나들었다.이때, 윤이건은 영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상대방은 다름 아닌 그가 전에 파견해서
유연서는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고 있었다.그녀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뒤로 두 발짝 물러섰다.윤이건은 그녀의 이런 격한 반응을 예상 치 못했다.반응이 격할 수록 그 사람의 마음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당황함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 또한 타인의 믿음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이건은 전에 이진이 화상과 덴 상처의 구별을 얘기 해줬던게 기억나면서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 졌다. 그는 앞으로 성큼 다가가 별 다른 감정없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나 유연서는 윤이건의 이런 담담함이 왠지 모르게 오싹해났다.“내가 요즘 화상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 흉터를 완전히 지울수도 있대.”윤이건의 말은 유연서의 가식적인 울음을 단번에 멈추게 했다.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고 눈앞의 남자를 바라 보았다.“이렇게 큰 흉터가 있으면 안 예쁘니까 니가 원한다면 내가…….”“됐어! 필요 없어!”유연서는 정곡이 찔린 것 같았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엄청난 상처를 받은 듯 윤이건을 밀치고 뛰쳐 나갔다.윤이건은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더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그는 의자에 앉아 손가락으로 미간을 주무르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 앉혔다.윤이건은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 옆의 설탕을 보고 피식 웃었다.내가 언제 설탕 넣은 커피를 마신 적이 있는가? 비서한테 커피 한잔 분부한 뒤, 그는 의자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창밖을 바라보는 윤이건의 눈빛은 한층 부드러워졌다.그러다 그는 지난번, 병원에서 이진의 허리춤에 드러난 흉악한 화상이 생각났다.윤이건은 차오르는 그리움에 참지 못하고 이진한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에요?”상대방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윤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물어볼 게 있어.”그는 확실히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그러나 그리운 마음은 끝내 이진한테 전달하지 못했다.“지난번 병원에서 어떤 흉터는 제거할 수 있다고 했었지? 할수 있어?”“오래 된 건가요?”“십여년 됐지.”윤이건의 대답에 이진은
이진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추악한 상처를 보며 저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다.그녀도 이 상처를 자세히 본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상처는 옆구리로부터 시작돼 허리를 가로 덮어 뒤로 뻗어졌다.이진은 입꼬리를 오므리고는 손가락으로 흉터를 가볍게 만져보았다. 이미 통증은 사라졌지만 그 당시 나이가 어려 피부가 타들어가며 신경을 건드렸다. 그래서 매번 상처를 만질 때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분명 신경이 아직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그녀는 당시 반 혼수상태로 치료를 받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늙은 의사가 천천히 말하는 것을 들었다.“피부 겉면과 안쪽의 신경은 아마 몇 년은 걸려야 제대로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지금 겨우 10여 년이 지났기에 아직도 이상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그러다가 그녀는 갑자기 윤이건한테서 걸려왔던 전화가 생각났다.이진은 핸드폰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의사로서의 직업 도덕을 지키는 셈으로 전화를 걸었다.윤이건은 예상치 못한 그녀의 전화를 보자 좀 놀랐다.회의를 하던 중이었는데 그는 회의를 중단시키고는 밖으로 나갔다.“자기야?”윤이건의 말에 이진은 어이가 없었지만 괜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진 않았다.그냥 소 귀에 경 읽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썩 편했다.“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상처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사실 상처가 나아지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더라고요.”“무슨 뜻이지?”윤이건은 이 일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쉽게 말하자면, 어떤 사람들은 시간에 따라 피부 겉면이 손상된 부분과 짙은 색소가 흡수되어 상처가 점점 사라질 수도 있어요.”이진은 말을 하며 손을 뻗어 자신의 옆구리를 만졌다.“하지만 심하게 다친 경우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일 경우도 있기에 단념하긴 어려울 거예요.”사실 이진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윤이건은 한 번 믿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갑자기 꺼낸 말에 그는 어리둥절해났다. 진실과 어느덧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남은 며칠간 이진은 케빈을 시켜 이
이진의 한마디에 모두들 어리둥절해났다.그들은 문득 눈앞의 이 계집애가 인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한쪽에 앉아 있던 이기태의 안색은 더 뭐라 할 것도 없이 어두워졌다.“오늘은 그룹 내의 급한 일로 이번 주주총회를 연 것이니 저도 긴 말은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말을 하던 이진의 얼굴에 웃음기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마지막에 그녀의 눈빛은 칼처럼 그들의 얼굴을 스쳐지났다.“하지만 지금은 제가 GN 그룹의 대표이기에 오직 저만이 이 주주총회를 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기억하시길 바랍니다.”이진은 말을 마치고는 시선을 지 이사에게 고정했다. 지 이사가 겸연쩍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자 그녀는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케빈은 상황을 지켜보더니 얼른 의자를 그녀에게 넘겨 자리에 앉도록 했다.“자, 이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담담한 한마디에 회의실의 분위기는 긴장감에 빠져 그들은 숨조차 제멋대로 쉬지 못했고 가시방석에 앉은 것만 같았다.“이 대표님, 콜록콜록…….”그중 한 이사가 갑자기 입을 열어 그녀를 대표라고 불렀는데 다소 어색해 보였다.그녀도 자연히 이해가 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 대표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지금 회사 상황이 심상치 않아 이렇게 급하게 주주총회를 열게 된 겁니다.”이에 대해 그는 비서를 시켜 그룹의 실시간 데이터를 화면을 통해 그녀에게 보여줬다.다들 상황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한 이사님께서 보아하니 줄곧 기업이 발전하는 상황에 관심을 가지셨나 봐요.”이진은 한 이사를 보며 미소를 지었는데 그녀의 표정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그녀는 한 이사에 대해 어느 정도 인상이 있다. 그는 GN 그룹의 최초 인원이라고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어머니와 함께 분투해온 사람이다.그 당시, 그녀가 아직 어릴 때 어머니께서 항상 이 분과 일 얘기를 나누던 것이 기억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많은 해가 지나 그녀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고 눈앞의 이 분은 귀밑머
비서의 말을 듣자 윤이건은 저도 모르게 이진의 현재 상황이 생각나 주먹을 꼭 쥐었다.“기술 부문을 동원해 GN 그룹의 자금 추세를 알아보도록 해.”비서는 그의 말을 듣자 기쁜 마음에 얼른 달려가 일을 처리했다.이때 GN 그룹의 주주총회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이 대표님, 비록 이 말은 좀 듣기 거북하시겠지만 GN 그룹의 주식이 계속 이대로 하락한다면 이 대표님께서 반드시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맞아, 대표가 소꿉놀이도 아니고 개나 소나 다 대표하는 줄 아나 봐.”“이진아,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대표 자리를 내놓는 게 너한테 더 좋을 거야.”그러나 이진은 계속해서 손에 든 만년필을 가지고 놀며 입가에는 미소를 띠었다.사실 그녀는 이 상황에 대해 전혀 화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좋았다.그녀가 이기태가 벌인 짓을 먼저 밝히지 않은 원인이 바로 이거다. 이기태는 GN 그룹의 대표로 선임해온 동안 자신만을 따르는 인원들을 분명 남겼을 거다. 그들이 충성스럽든 담벼락이든 이진은 그들을 모조리 없애버릴 작전이다. 그러니 이참에 한 번 물갈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비록 그룹 내의 직원들과 지도자들도 제대로 뽑아야지만 먼저 맨 위에 있는 이기태의 세력들을 없애버려야 일이 제대로 풀릴 것이다.몇 분이 지나자 그들은 점차 입을 다물었고 이진은 회의실이 조용해지고 나서야 만년필을 내려놓았다.“다른 이사 분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정말로 제가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회의실은 여전히 조용했다.이기태는 옆에서 몰래 웃고 있었고 이진은 방금 이기태한테 이용당한 그들을 불쌍하게 여겼다. 그러나 불쌍한 건 둘째치고 그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건 사실이니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그래요…….”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목소리는 더욱 숙연해졌다.“GN 그룹의 대표가 바뀌었어도 지분은 그대로인 거 아시죠?”그녀가 갑자기 꺼낸 말에 모두들 어리둥절해났고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저 이진은 GN 그룹의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