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은 윤이건이 묻는 말을 똑똑히 들었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돼?’이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을 한 후에 입을 열었다.말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또렷하지 않았는데 분명히 아직 술에 취한 상태다.“방금 술집에서 춤추고 있었는데, 왜요?”이 대답을 듣자 윤이건은 이를 더 세게 악물었다.이진이 그 무고하다는 표정을 보자 윤이건은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했다.결국 윤이건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었다.이번에는 이진의 손목을 잡은 것이 아니라 직접 손을 잡았다.“지금 어디로 가시는…….”“호텔!”이진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윤이건은 앞다투어 말을 꺼냈다.두 사람이 알고 지낸 지 엄청 오래되었지만 그는 처음으로 이런 엄격한 말투로 이진에게 말한 것이다.술집은 호텔과 그리 멀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걸어서 호텔로 돌아갔다.이 과정에 이진은 점차 술이 깼다.호텔로 돌아간 후 윤이건은 호텔 직원에게 술이 깨는 약을 좀 달라고 하고는 이진에게 먹였다.이진의 눈빛이 점차 맑아지는 것을 보자 윤이건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이제 술이 깼나 봐?”윤이건이 먼저 입을 열자 이진의 표정이 다소 어색했다.그녀는 이제야 자신이 방금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차리고는 좀 민망해서 대답하지 않았다.윤이건은 그녀를 보더니 마음이 복잡해 더 이상 묻지 않았다.“짐부터 정리해, 그리고 내일 아침에 나랑 같이 귀국해.”이 말을 듣자 이진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녀도 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게다가 계약을 이미 마쳤기에 그녀도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이진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윤이건의 여전히 찌푸려진 미간을 힐끗 쳐다보았다.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이 남자에게 살짝 다가갔다.‘전화를 걸어온 데다가 갑자기 미국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서둘러 나를 데리고 귀국을 하려고 하다니.’이 모든 일들을 생각하자 이진은 윤이건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진은 이 밤중에 괜한 억지를 부리지 싶진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부부 사이이기에 방을 같이 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두 사람이 목욕을 한 후 모두 침대에 누워있자 방 안은 매우 조용했다.임시로 추가한 침대이기 때문에 1인용 침대라 윤이건은 긴 다리를 뻗을 수 없었다. 이진도 이 점을 알아차리고 입을 오물거리더니 곧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저랑 바꾸실 래요?”윤이건은 자기를 위해 이 먼 곳까지 온 것이기에 이진도 이 정도는 충분히 양보할 수 있었다.“너만 편하면 돼.”이진이 자기를 걱정하자 윤이건은 몸도 마음도 한결 편했다.그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대략 5분쯤 지나자 윤이건은 여전히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그는 오늘 이진에게 발생한 모든 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골목 안에서 양아치들에게 둘러싸여 총격전을 벌이다니.’혹시라도 이진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윤이건은 너무 두려워 아예 잠에 들지 못했다. 윤이건은 침대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가능한 한 마음을 억눌렀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이진아, 왜 내 말을 안 들은 거야? 내가 전화에서 분명히 안전을 조심하라고 말했었잖아.”그의 말투는 약간 혼내는 것 같았는데 윤이건은 이진을 잃을까 봐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윤이건은 한 사람에게 이렇게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기에 정말 이진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윤이건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이진이 눈을 감은 채 깊이 잠든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러자 윤이건은 이진의 잠든 모습을 잠시 보더니 가볍게 웃기만 했다.윤이건은 결국 한숨을 쉬었는데 다행히도 내일에 귀국을 하기로 했기에 그제야 마음이 편해져 따라서 천천히 잠이 들었다.이튿날 아침, 그들은 간단하게 짐을 정리하고는 개인 비행기를 호텔 옥상 옥상에 대기시켰다.루이스 쪽의 소식
불안감을 느낀 이진은 윤이건과 눈을 마주치고 안전벨트를 풀었다.“정말 끝도 없어.”이진은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조종석 위치로 향했다.더 안으로 들어가 조종석에 도착했을 때 이진은 운전자의 몸이 기울어진 것을 보았다.그자의 팔은 이미 조작대에 미끄러 내려져 조작하고 있지 않았다.“젠장…….”무엇인가 예상한 듯 이진은 낮은 소리로 욕설을 퍼붓은 뒤 운전자 앞으로 걸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이미 총으로 자살하였다.원래 기체의 비행이 불안정했는데, 지금은 대기 안으로 들어갔다.게다가 무인 조종으로 비행기는 이미 하강하기 시작했다.이진은 이를 갈았다. 그녀에게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그녀는 조종사의 몸을 직접 걷어차고 시선을 조절하여 스스로 비행기를 조종하였다. 한나절이나 그녀를 보지 못한 윤이건은 걱정이 되어 급히 일어나 상황을 살폈다.결국 조정실에 도착하였고, 이진이 침착하게 비행기를 운전하는 모습을 보았다.그리고 그녀 아래 바닥에는 운전자였다.“너, 너 비행할 줄도 알아?”“지금 절 칭찬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요.”이진이 목소리를 듣고 윤이건을 힐끗 보았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누군가의 꾸밈이 확실하다.“마피아 재네 우리 둘 목숨을 가지려 하는데 한 운전석만 노리면 안 되죠. 리스크가 너무 많잖아요.”이진의 말을 듣고 윤이건도 침착하게 분석하였다.“그럼 이 비행기 안에는 우리 둘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다.”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서로의 눈빛에서 튀어난 차가움을 인식하였다.역시 말이 끝나자 총알이 비행기 뒤쪽에서 날아왔다. “조심해!”윤이건은 이진의 몸을 누르고 총알은 그의 등을 스쳐 지나갔다.킬러도 두 사람이 이 갑작스러운 총살을 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이번 타겟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도 긴장하였다.원래 숨어있던 킬러도 걸어 나왔다. 이번 암살에 실패는 용납할 수 없다.윤이건은 일어나 이진은 보았다. 그녀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뒤 킬러
이진은 특별히 외진 곳에 착륙하지 않았다.그래서 이곳은 넓지만 주위에는 여전히 인가와 건물이 있었다.“다행히 무인도에는 착륙하지 않았네요.”이진이 웃으며 말했다. 긴장한 분위기를 완화시킨 셈이다.말하자면 이건 절대적으로 남은 여생이라고 할 수 있다.윤이건은 눈앞에 있는 이 여자의 눈을 보고 망설이며 손가락을 내밀고 잔머리를 정리했다.이진은 멍하니 있다가 저도 모르게 긴장하였다. 그러나 피하지는 않았다.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웠다. 서로의 눈에서 대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이번에는 네 덕분에 살았어. 아니면 목숨을 잃었을 거야.”윤이건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이진이 비행할 줄 알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이 말을 들은 이진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였다.“그럼 나도 고맙다고 말해가겠네요. 만약 윤이건 씨가 없었더라면 나도 그 킬러한테서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이진의 말도 사실이다. 그 상황에서 두 사람 중 누구가 빠져도 안 됐다.윤이건의 마음은 흔들렸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새겨 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그리고 뒤로 물러섰다. 그는 이진이가 이런 가까운 거리를 좋아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안심해도 돼요. 여기 외진 곳은 아닙니다.”당시 착륙할 때 이진은 그냥 비교적 안전한 곳을 택하였을 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그리하여 지도에 이름은 적혀 있으나 기억하지는 못했다.사실 그들이 착륙한 곳은 D국이다.비록 작은 국가이긴 하지만 행복 지수가 높은 국가이다.그리고 더 우연한 것은 윤이건이 세력이 여기도 있다는 것이다.이진이 의혹에 넘친 눈길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보고 윤이건은 만족감을 느꼈다.말하자면 기묘한 일이다. 이진이 자기에게 가끔 기대게 하는 기분 정말로 좋았다.그리하여 바로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리고는 전화를 끊었다.사실 윤이건 부하도 그의 전화를 받았을 때 소파에서 쉬고 있었는데 전화 한 통으로 하마터면 의자에게 굴러 내릴 번 하였다. 꿈이 아닌 것을
새로운 물체에 대해 이진은 호기심을 많았다. 하물며 비취 같은 보배 말이다.원석에서 조각된 완제품까지 이진은 거의 다 둘러보았다.윤이건도 전혀 싫증이 내지 않고 두 손을 뒤에 업고 천천히 따라갔다.부하들도 더욱 흥분하면서 이진 옆에서 비취의 차이와 조각 차이를 설명해주었다.그리고 이진은 한 조각 앞에서 5분이나 서 있었다.“마음에 들어?”윤이건을 보지도 않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바로 들어낸다.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기 싫었다.“마음에 들면 가져.”윤이건은 이진의 이런 기쁨이 그를 더욱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다시 이진을 돌아보니, 그녀는 정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윤이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받았다.이 비취는 매우 정교하게 조각되어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특별히 부드럽고 모서리가 조금도 없다.이진은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계속 만졌다. 그녀의 입가에는 계속 미소가 있었다.바로 이때 윤이건은 몸을 살짝 구부리고 이진의 귓가에서 가볍게 입을 열었다.“네가 좋아한다고 하니 나도 기쁘네. 사실 이건 내가 10살 적에 만든 거야.”“예?”이 말을 듣고 이진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가까운 거리다 보니 하마터면 이마로 윤이건의 턱에 부딪힐 뻔했다.옆에 있던 비서는 이 장면을 보고 웃음이 터질 번 하였다. 그리고 얼른 손으로 눈을 가렸다.윤이건이 농담을 하지 않았음을 확정한후 이진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만약 이것이 단지 하나의 상품이라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그녀는 자신을 설득하여 받게 하였을 것이다.하지만 기념의 의미와 관련된다면 의의가 다르다。“그렇다면…….”윤이건은 이진이 이런 반응을 보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하여 이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얼른 손을 내밀어 그녀가 비취를 꺼내려는 손을 잡았다.“내가 말했지, 네가 좋아해줘서 나도 좋다고, 만약 지금 나한테 돌려준다면 나 화낼 거야.”다소 억지를 부리는 말이다.이진은 이를
아침 인사를 하고 이진은 욕실로 들어갔다.거울 속 넉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진은 생각에 잠겼다.‘아까 2초 동안 그 빠른 심장 박동은 뭐지?’이렇게 간단한 세면도 반시간이나 걸렸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을 보고 윤이건이 걱정하였다.“왜 이렇게 오래 걸려? 어디 아파?”“아, 아니에요. 샤워 좀.”이 말을 듣고 윤이건은 하마터면 커피를 내뿜을 번 하였다.옷도 바꿔 입지 않고 수건을 욕실 앞에 걸려 있는데 그녀는 어떻게 샤워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진이 매우 배고픈 모습으로 샌드위치를 먹는 것을 보면서 아무일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오늘 어디로 갈 거야?”이진도 방금 자신의 이 거짓말이 얼마나 바보인지 알고 얼른 말을 돌렸다.“회사 일은 어제 다 끝냈고, 회사 뒤에 작은 작업실이 있는데, 거기 비취 원석들이 많아, 거기 가볼래?”이렇게 신속히 스케쥴을 정하고 이진은 샌드위치를 크게 몇 입으로 해결하였다.이미지 그런 거 없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윤이건은 이진의 이런 모습이 좋았다.간단하게 정리한 다음 두 사람은 다시 회사로 향했다.이번에는 청사에 가지 않고 바로 뒤쪽 작업실로 갔다.윤이건이 작업실이라고 말할 때 이진은 그런 비교적 작은 작업실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작업실인커녕 작은 공장이라 말해도 된다.이진이가 여전히 약간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윤이건은 가볍게 웃으며 사람을 공장 안으로 끌어들였다.이 안의 비취는 어제 장원 안에서 본 비취와 완전히 다르다.어제 본 것은 반제품이거나 완제품이 많았고, 상품으로 팔았거나 예술품 전시로 보았다.오늘 이 공장에서 이진은 처음 채굴된 비취 원석을 보았다.“이게 비취인가요?”하나하나의 모양이 다른 돌들을 보며 이진은 불확실한 듯 물었다.윤이건은 총애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원석 가공 이쪽에는 많은 일꾼들이 있었다. 그들은 윤이건의 이런 모습을 보고 턱이 떨어질 번 하였다.“와, 이 원석들은 어떻게 이렇게 이쁘게 되었지.”이진
윤이건이 말하기도전에 지나가던 직원이 이진 손의 옥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그 모습을 보고 이진도 손에 이 작은 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이건 네 거야. 네가 가져.”이 말을 들은 이진은 손을 주머니에 넣어 어제 가진 그 비취를 만졌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리고 윤이건의 웃는 모습을 보고 같이 웃었다.“이러고 보니 제가 가진 게 좀 많은 것 같네요. 아니면 돌아가서 제가 계좌에 돈을 넣어줄 게요.”윤이건은 이진의 말이 농담인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생각하는 척하였다.“좋아, 그러면 나도 돌아가 그 시장 가치를 따져봐야겠어.” 그 둘을 그렇게 말하며 서로를 쳐다보고 웃어버렸다.주변의 직원들은 모두 같은 모습이었다. 고개를 들어 보고 싶지만 그쪽이 하도 너무 눈부셔 참아 볼 수가 없었다.거기에 계속 머물지 않고 D국에 도착한 사흘째 되는 날 윤이건은 부하를 시켜 비행기를 대기시키라고 하였다. 윤이건이 보기에 이번 여행은 이진에게 너무 좋은 기억은 아니다.그러나 두 사람 관계가 더욱 친밀해진 것은 사실이다.공장 옥상, 비행기는 이미 대기 중이다.부하는 윤이건과 이진이 왜 D국에 왔는지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번은 직접 기체를 검사하고 운전자도 회사 쪽 오래된 분을 찾았다.재차 검사하고 문제없을 것을 확인한 후에 두 사람은 비행기에 올랐다.그러나 두 사람은 지금 국내 인터넷이 아주 들뜨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그리고 그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이진이다.동영상의 내용은 바로 이진이 몇일 전 술에 취해 바에서 춤추는 그림이다.섹시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은 눈길을 끌었고, 너무 매혹적이다.능력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네티즌들의 정보력은 언제나 얕볼 수 없었다.동영상이 나온 지 반나절도 안 되어 누군가 이진의 신분을 폭로해 버렸다.[이 사람, 지난번 한시혁이랑 뮤직 프로에 참석했던 걔 아냐?][맞아, 맞아! 나 캡처 했어!][맙소사! 웬 보물 소녀!][그러게! 얼굴이 이쁘지, 노래도 잘하지! 춤도 프로 레벨이야!][누굴
케빈은 웃는 낯으로 급히 뒤로 물러났다.케빈의 얼굴을 본 이진은 그녀 뒤 사람이 또 눈에 살기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옥상의 바람은 차가웠다. 윤이건은 먼저 아래로 내려가 말할 것을 건의하였다.이렇게 3개 나라를 왔다갔다했는데, 온도가 차이가 있어 이진이 병이 날까 봐 좀 걱정했다.케빈도 얼른 인식하고 세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보스, 아직 모르시죠? 보스가 출장 나간 며칠 인터넷에서 대박났습니다.”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보여줬다.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는 온통 이진의 영상이었다.정말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그날 그녀는 순전히 만취 상태에서 한 짓인데 녹화되어 국내에서 이렇게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윤이건은 다소 불쾌하였다.그는 그날 저녁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자들이 이진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이게 뭐야?” 이진은 그 댓글에서 한시혁의 이름을 보고 궁금했다.케빈의 마음은 덜컥하였다.윤이건이 봤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단둘이서 이진에게만 말하고 싶었다.그런데 지금 피하면 더 부자연스럽다.손으로 코를 만지고 살짝 기침하였다.윤이건의 이 갑작스러운 말에 케빈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던져버릴 번 하였다.사실 케빈뿐만 아니라 이지도 윤이건의 갑작스러운 말에 놀랬다.약간 머리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윤이건이 질투가 눈에 보였다.윤이건은 케빈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한시혁의 글을 보고 눈에 살기를 띄었다.팔짱을 끼고 옆에서 보고 있던 이진은 그냥 재밌기만 하였다.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다음 윤이건의 이진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회사를 나갔다.차는 이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문이 열리기도 전에 옆 화단에서 기자들이 몰려나왔다.어디서 이진의 스케쥴을 알아냈는지 일찍 계획한 것이 분명하였다. 그러나 너무 이상한 것도 아니다. 이진은 이미 한시혁과 함께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기 때문이다.요 며칠동안 이진의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