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자 유연서는 너무 놀라 멍하니 서있고 말았다. 그녀의 두 손은 허공에 그대로 멈춰 있었지만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윤이건의 곁에서 이렇게 오래 함께해 왔지만 그녀는 종래로 이렇게 엄한 말투로 혼난 적이 없었다.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긴장되어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윤이건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자 눈을 가늘게 뜨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몸을 돌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유연서가 정신을 차리자 윤이건은 이미 경찰서에서 나왔다.“유연서 씨, 앞으론 적당히 하시죠.”방금 그 대장이 걸어 나오더니 무덤덤하게 이 말을 건넸는데 유연서는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방금 이건 오빠는 경찰을 찾아가 나를 풀어준 거야?’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복잡한 데다가 조금도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묵묵히 윤이건을 따라 경찰서에서 나온 후 그의 차에 올라 그곳을 떠났다.한편 이진은 폐공장을 떠날 때 의도적으로 경호원 한 명을 윤이건의 곁에 두었다. 그들을 추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그녀가 다시 나서야 할 상황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윤이건이 유연서를 경찰서에서 구해준 것도 모자라 그녀를 데려다주기까지 하자 이 경호원은 바로 이진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이때 이진은 GN 그룹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이 소식을 듣자 바로 운전기사더러 AMC로 가도록 방향을 바꾸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밖을 바라보던 이진은 이를 악물고 있었는데 그녀의 눈빛에는 온통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였다. 그녀는 윤이건의 이런 행동에 정말 기분이 나빴다.그래서 GN 그룹으로 돌아가 대표 행세를 하고 싶지 않았고 윤이건의 별장엔 더더욱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AMC로 돌아가고 나서 좀 쉬기 시작했는데 지금의 그녀는 몸과 마음이 무척이나 지쳐있었다.AMC의 대표 사무실에는 작은 휴게실이 하나 있었다.이진이 침대에 눕자 그녀의 눈앞에는 방금 윤이건이 유연서를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GN 그룹에서 높은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라 단기적인 프로젝트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지난번 경매에서 크게 소란을 일으켰던 프로젝트가 바로 모진호이기에 다들 다음으로 진행될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다만 이진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내자 모두들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보통 회사에서 공식적인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면 한 달 정도 준비하고는 결정을 내리는데 이진은 보름 정도밖에 안 된 지금 이미 결정을 내렸다.“대표님, 이, 이렇게 빨리…….”마케팅 부의 책임자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모두가 궁금해하던 질문을 하려고 했다.이진은 그저 싱긋 웃더니 대답했다.“여러분들께서 전체적인 구성을 보시면 알 겁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나중에 천천히 조정하면 될 겁니다.”이영은 비록 전체 프로젝트의 기획을 맡았지만 전체적인 구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이영은 자신이 엄청난 공을 세운건 줄 알았는데 손에 놓인 구성 표를 보더니 너무 놀라 멍을 때리고 말았다.그녀가 책임질 범위는 이 프로젝트 중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했다.이진은 가장자리에 앉아 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구성 표를 자세히 보는 것을 보며 담담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시간이 얼마 정도 지났는데 그 정도 시간은 충분히 그들이 의견 있는 부분을 찾기엔 충분했지만 아무도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GN 그룹의 각 부서 책임자들은 이사들과 달리 이진에 대해 날카롭거나 대립적인 태도를 갖추진 않았다. 반면 그들은 놀란 나머지 약간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데이터가 모든 것을 증명한 데다가 이진이 GN 그룹의 대표를 맡은 후부터 회사의 매출은 줄곧 상승한 데다가 직원들의 보너스마저 많아졌다.“모두들 말씀 없으신 거 보시면 구성에는 문제가 없나 봐요?”이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훑어보았는데 오직 이영의 안색만이 어두웠다.“그럼 이만 제 자리로 돌아가 맡은 내용을 잘 살펴보도록 하세요. 혹시라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제때에 연락하시는 걸 잊지
사실 이진이 이렇게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오늘 푹 자고 나서 내일 깨어난 후 바로 출발해도 되었는데 그녀는 지금 윤이건을 보고 싶지 않아 윤이건이 집에 없을 이 시간에 돌아가 짐을 쌌다.물건을 모두 정리한 후 이진은 차를 몰고 출발했는데 먼저 임만만을 데리러 갔었다.모진호를 향해 달려가던 참에 이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핸드폰 위에 적힌 이름을 보자 이진은 미소를 짓더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고 귀에 대자마자 전화 쪽에서는 원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진! 넌 정말 양심조차 없는 여자야! 나 보러 안 오는 건 그렇다 쳐도 오늘 퇴원하는 데 어떻게 전화조차 안 할 수 있어?”정희가 소리를 지르자 이진은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요즘 회사 일에 바빠 전화는 자주 했지만 정희를 보러 직접 가진 못했다. 정희는 이곳에선 친구가 별로 없었기에 확실히 그녀가 소홀한 것이다.“정희야, 내가 미안해. 나 지금 출장 가는 길인데 돌아오고 나서 제대로 보상해 주면 안 될까?”운전을 하던 임만만은 이진이 이런 말투로 사람을 달래는 것을 듣자 의외라고 생각했다. 임만만은 저도 모르게 그녀와 전화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났다.사실 정희도 화가 났다기보단 병원에 너무 오래 있어서 심심했을 뿐이다. 정희는 퇴원 수속을 기다리던 도중에 심심해서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녀가 출장을 간다는 말을 듣자 눈을 갑자기 번쩍였다.“어디로 가는데? 나도 데리고 가면 안 돼? 나 마침 기분 전환이 너무 하고 싶어.”정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혹시라도 이진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계속해서 말했다.“나 데려가면 안 돼? 네가 날 소홀한 벌칙과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이진은 어쩔 수 없이 피식 웃더니 전화를 끊고 임만만더러 방향을 돌려 병원으로 차를 몰라고 했다.병원 앞에 도착하자 정희는 이미 그곳에 서 있었는데 엄청 조급해하는 모습이었다. 차에서 임만만과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정희는 계속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는데 이진은 한 쪽에
이진은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정희가 민시우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그녀 역시 민시우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그녀는 첫인상을 무척 중요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이런 생각에 이진은 숙이던 고개를 들어 두 마디 설득하려고 했는데 정희의 모습을 보더니 깜짝 놀라고 말았다.“너, 너 왜 눈을 그렇게 뜨고 있는 거야?”이때 차는 이미 멈춘 상태였고 정희는 여전히 이진의 뒤에 있는 창문 유리를 보며 눈을 깜박이지도 않았다.“이봐! 무슨 후유증이라도 생긴 거야?”이진은 말을 하면서 손을 뻗어 정희의 눈앞에서 흔들거렸는데 정희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는데 한시혁이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너…….”이진은 눈썹을 찡긋거리고는 정희를 보더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결국 그들 뿐이라 편이를 위해 이진은 차 한 대로 이동하려고 한시혁을 데리러 갔다. 그러나 뜻밖의 수확을 거두게 된 거였다.“너, 이진아, 너 혹시 저분이랑 아는 사이야?”사람은 흥분할 때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희의 목소리는 심지어 100미터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다.“응, 내 친구이자 이번 프로젝트 협력 파트너야.”이진은 이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귀를 막았는데 역시나 옳은 행동이었다.이때 한시혁은 이미 조수석에 올라탔고 정희는 너무 놀라 몸 전체가 그대로 굳어버렸다.“한. 한시혁 씨!”한시혁은 정희를 보자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녀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깜짝 놀랐다.“한시혁 씨, 안녕하세요! 전 이진의 베프인 정희라고 해요. 전 당신의 오랜 팬이에요!”이 말을 듣자 이진은 몸을 살짝 뒤로 기대어 웃음을 참지 못했다.뜻밖에도 이런 우연의 일치로 차 안은 팬미팅 현장이 되어버렸다. ‘이번 여행은 지루하지 않겠네.’그들은 매우 즐거운 상황이었지만 윤이건 쪽은 완전히 달랐다.이진은 출장 간다는 걸 그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는데다가 그가 퇴근해서 돌아와보니 이진
그의 한 마디에 이진은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몸을 옆으로 돌렸는데 분명 한시혁을 피하려고 한 행동이었다.“한시혁은 모진호 구역의 소득자이기에 저흰 협력 관계로 이번 현지 고찰을 함께 하게 됐어요.”이 말은 전혀 아무 문제도 없었지만 이진은 여전히 약간 어색함을 느꼈다.사실 그들이 함께 현지 고찰을 하러 가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윤이건은 이 일을 알게 된 이상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또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하더니 손을 뻗어 넥타이를 잡아당겼는데 표정은 매우 다급해 보였다.그러나 그가 불만이 있다고 해도 그는 이진의 일을 간섭할 신분이나 자격이 없었다. 그러기에 그는 몇 마디 물은 후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진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잠깐 회사를 비울 거니까, 넌…….”“대표님.”이 비서는 너무 놀란 나머지 윤이건의 말을 바로 끊었다.“내일 여러 기업들과 미팅이 준비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표님께서 반드시 참석하셔야 할 회의가 있어요. 그러니까…….”이 비서가 이렇게 말을 하자 윤이건도 이번 일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자 윤이건은 갑자기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 마음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없을 거다.“빌어먹을…….”윤이건은 침대에 앉아 짜증을 내며 욕을 했다. 지금 그는 마치 틀에 갇힌 사자처럼 떠나고 싶지만 계속 발목이 잡힌 것 같았다.한편 모진호에 있던 이진은 윤이건이 전화를 끊자 입을 오므리며 방금 그와의 대화를 되새겼다.전에 그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떠들썩하게 다퉜기에 그녀는 윤이건이 한시혁을 싫어한 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한시혁의 외투를 벗어 그에게 건넸다.“곧 호텔에 도착할 거니까 안 줘도 돼.”한시혁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외투를 건네받았는데 그는 입을 삐죽거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옆에 서 있던 정희는 눈을 깜박이며 두 사람을 훑어
이진의 말을 듣자 정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뺨이 붉어지더니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러기에 입을 다물고는 사진을 보며 즐거워했다.이진은 그녀를 보더니 더 이상 상대를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이진이 간단하게 샤워하고 나오자 정희는 소파에 앉아 엄숙한 얼굴로 그녀를 심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왜 그래?”이진은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닦은 뒤 그녀에게 물었는데 이때 정희는 갑자기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이진아! 이제야 알 것 같아.”“네가 정신과에 가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야?”이진은 가볍게 웃으며 정희의 맞은편에 앉아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번 일정에 왜 한시혁이 따라왔는지 알게 되었어.”“그건 이미 말했잖아, 모진호 구역이 한시혁의 것이라…….”“아니야! 절대로 그런 게 아니야!”정희는 손을 세게 흔들며 이진의 하던 말을 끊었다.“그건 다 겉으로 한 말이지! 이것들은 모두 보여주기 식인 거야!”“넌 말을 하기 전에 제대로 생각을 해보는 게 좋겠어.”이진은 정희의 말에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녀는 일어나서 가운을 입고는 바로 큰 침대에 누워 긴장을 풀었다.“정말이야, 이진아!”정희는 이진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흥분된 얼굴로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연예계 쪽에 관심이 없어서 한시혁이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거야.”이진을 눈을 감고는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 이것만큼은 그녀의 말이 맞았다.그녀는 스타나 아이돌에 대해 정말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다만 한시혁이 이 길로 들어섰다는 것만 알뿐이다.“한시혁은 주로 노래 창작에 신경을 써왔기에 이번 현지 고찰에는 큰 관심이 없을 거야.”정희는 다리를 꼬며 침대에 앉아있었는데 계속 열심히 분석해왔다.“게다가 오늘 차에서 내린 후의 한시혁의 태도를 보았을 때 더 확실한 걸 발견했어!”이진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천천히 눈을 뜨며 정희를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진은 겨우 어르고 달래 정희를 본인의 방으로 돌려보냈다.이날 저녁 그들은 각자 방에서 잠을 푹 잤다.이튿날에 그들은 모진호에 가서 현지 고찰을 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그들은 모두 모진호 부근의 주민들이기에 그들의 마음을 잘 돌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지난번에 설명하러 왔을 때는 단지 간단히 설명만 하고 떠났기에 이번에 정식으로 프로젝트를 실시하자면 반드시 주민들한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임만만은 지난번에 이미 대충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기에 프로젝트에 관한 일들은 순리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이때 자기의 별장에 앉아있던 이기태는 미치기 직전이었다.지금 그는 GN 그룹에 들어갈 방법이 없기에 모든 소식은 이영이 돌아와서 그에게 전해주었다. 이진이 모진호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실시한다는 말을 듣자 이기태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다.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이 소식을 들어서 다행이지 서있기라도 했다간 그는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을 거다.이씨 가문은 지금 파산 직전에 처해 있었기에 그는 모든 희망을 환청에 걸고 있었다.환청과 모진호는 완전히 대립된 프로젝트라 그는 자연히 이진의 일이 성사되기를 바라지 않았다.“아빠, 어떡해요…….”이영은 지금 상황에 쩔쩔매고 있는 데다가 이진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울적해 죽을 지경이었다.“절대로 이진의 일을 성사시켜서는 안돼. 절대로 허락 못해.”이기태는 이를 악물며 이 말을 꺼냈는데 그의 초췌한 눈에는 핏발이 가득했다.그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이전의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특별한 지시는 없었지만 그저 이진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지 못하게 만들어라고 말했을 뿐이다.아니나 다를까, 그가 전화를 건 이튿날에 모진호 프로젝트에는 정말 문제가 생겼다.이날 아침, 이진과 임만만은 방에서 어제 얘기를 나눈 문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가 급하게 방문을 두드려왔는데 이진은 이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 눈살을 찌푸렸고, 임만만은 즉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문밖에는 모진호에
비록 그들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진은 여전히 그들 얼굴에서 들어나는 감정을 보았다.정말 몇몇 익숙한 얼굴이 아니였더라면 그녀는 어제와 다른 사람들인줄로 알았을 것이다.“무슨 일이야?”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이진은 무표정으로 걸어오는 한시혁을 보았다.이진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무슨 일인지는 나도 잘 몰라, 그냥 갑자기 철거하지 않겠대.”“왜? 어제까지는 말 없어잖아?”한시혁의 물음에 이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이 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었다.두 사람 말을 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임만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대표님, 저 사람들, 저 사람들이…….”임만만의 말을 듣고 이진은 급히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철거팀과 마을 사람들이 얼굴을 붉히며 다투고 있었다.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다들 모두 흥분하고 있는 이 사태가 계속 지속되면 반드시 사고 날 것이다.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은 바로 그쪽으로 향해 달려갔다.마침 가까이 다가갔을 때 한 마을 사람들의 큰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너희들과는 할 말이 없어! 윗쪽 책임자 나오라고 해!”“제가 책임자예요.”갑작스럽게 나선 이진의 모습에 모두들 동작을 멈췄다.마음속으로는 이진을 걱정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 믿을 만한 사람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든든해졌다.마을 사람들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 여인의 모습에 놀라하였다.그러나 주도자가 젊은 여자인 것을 알고 비웃으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어때요? 대표님? 요구는 이미 제기했구요. 결정권은 당신들이 손에 달려 있어요.”이진은 말하는 사람을 몇 초 동안 쳐다보다가 임만만의 손에서 서류를 받았다.“이건 심사와 허가를 마친 공식 개발서류입니다.여러분 똑똑히 보세요.”이진의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말하는 한글자마다 기세가 넘쳤다.“여기 위에는 여러분들의 이사 사항도 명확히 적혀있습니다.”말하며 이진은 다시 서류를 임만만에게 주었고, 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