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호든 이우범이든 나와는 인연이 아니었다. 이번 생은 내가 환생하면서 가져온 나비 효과로 의외의 접점이 생긴 거고 지금은 다 제자리로 돌아갔을 뿐이었다. 그러니 나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초겨울이라 바람은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하얀색 코트를 입고 창밖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있었다.손에든 전화기가 울려 댔다. 정아가 채팅방에서 우리 전부를 호출했다.「예쁜이들, 눈 온다! 눈도 오는데 만나야지?」세희가 울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냈다.「나도 만나고 싶은데 며칠 뒤에 회사에서 축하 행사를 나한테 맡겼지, 뭐야!」정아:「네 아빠는 너를 딸로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근로자로 생각하는 건지, 가서 항의해!」민정이도 대화에 참여했다.「그럼, 일단 정아랑 지영이만 나와. 먼저 바 가서 한 바퀴 돌고 물 안 좋으면 방 탈출 가자. 끝나면 샤브샤브 배불리 먹고 집에 가서 꿀잠 자면 완벽하지!」민정이의 계획은 완벽했다. 나는 마음이 동했다. 혼자 집을 지키는 것도 심심해서 답장을 보냈다.「갈게. 주소 보내 줘. 바로 출발하게.」정아도 답장했다.「나도 나도!」이때 눈꽃 하나가 유리창에 떨어졌고 금방 녹아 버렸다. 진짜 눈이 오고 있었다. 나는 베이지색 목도리를 걸치고는 바로 출발했다.바에 들어가니 온도가 확확 올라왔다. 민정이와 나는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미 훈남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정아를 발견했다.“왜 그렇게 껴입었어? 빨리 외투부터 벗어. 조금 있다 댄스 활동이 있는데 무대에서 댄스를 추는 미녀한테는 와인 한 병 무료, 인기가 제일 많은 사람한테는 6개월 80% 할인권 준대!”무슨 이런 활동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투성이긴 했지만 그래도 외투를 벗어서 옆에 놓아뒀다.멀지 않은 곳에 네온등으로 반짝이는 무대가 있었다. 무대 위에는 몸매 좋은 여자들이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고 있었다. 무대 아래서는 흥분에 찬 남녀들이 호응하며 떠들어대고 있었다.나는 주위를 한번 훑어봤다. 그리고 아는 사람을 발견했다. 기선우였
오래 춤을 추지 않아서 그런지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내 몸이 조금은 굳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알코올의 힘으로 용기가 생겼고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절주에 맞출 수 있었다.누군가가 나를 향해 장미를 던져 왔다. 나는 그 장미를 주워 들었고 사람들의 호응 하에 스웨터의 끝부분을 말아 속옷 아래로 밀어 넣어 하얀 허리를 드러내고는 장미를 청바지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빨간 장미가 하얀 피부와 선명하게 비교되었고 그것은 큰 유혹으로 다가왔다. 이에 남자들의 흥분된 함성이 들려왔다.나는 모두가 나에게 주목하는 느낌을 되찾았고 그 느낌은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알코올이 점점 신경을 마비시켰고 나는 옷을 더 위로 올리려 했다. 놀란 정아와 애들이 다급하게 나를 향해 뛰어왔다.순간 모든 조명이 꺼졌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나는 추던 춤을 멈췄고 까만 그림자가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 그림자는 이를 갈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이런 젠장. 허지영 너 죽고 싶어 안달 났구나.”배인호였다. 바의 전기를 끊은 것도 그가 시킨 짓일 것이다.‘서란이 옆에 없었나? 배인호가 이렇게 와서 나를 멈춰 세우는데 서란은 막을 생각 안 한 건가?’“인호 씨!”서란의 목소리가 인파속에서 들려왔다. 누군가 전화기의 플래시를 켰다. 하지만 그 불빛이 무대를 향하진 않았고 밖으로 향하고 있어 내 쪽은 아직 어둠속이었다.배인호가 한 손으로 내 팔을 잡고 간신히 화를 참아 내고 있었다. 서란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가 본능적으로 말했다.“나.”나는 까치발을 하고 다른 한 손으로 배인호의 목을 휘감았고 정확히 그의 입을 맞추었다. 그가 하려던 말은 나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묻혔다.그는 나를 밀어내려 했지만, 알코올의 작용하에 나는 더 대담하게 그의 손을 잡아 내 가슴에 올려놓았다.한 사람이라도 플래시를 이쪽으로 비춘다면 이 뜨거운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스릴 넘치는 환경 속에서도 이상하게 배인호는 나를 밀쳐 내지 않았다. 오히려 벌을 주듯 나를 거세게 잡았고 더
나는 비닐봉지를 받아서 들었다. 겉보기엔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못해 보였지만 깨끗하고 싱싱해 보였다. 나는 전혀 싫지 않았고 그녀와 서중석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한 사람은 밖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고 다른 한 사람은 집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고 있으니 말이다.“아주머니 고마워요. 이 일은 아주머니도 모르고 있었잖아요. 아주머니 잘못 아니니까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나는 부드럽게 말했다.“아이고, 사모님이 착해서 그래요. 원석이 걔가 원래 욱하는 성격이라 전에도 사고 많이 치곤 했었는데 이번에 또 이러니 형수가 돼서 대신 사과하는 거 빼고는 할 게 없네요.”윤 집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보아하니 아직 배인호와 서란 사이의 일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서원석 얘기만 할 리가 없었다.윤선은 나와 한참이나 수다를 떨었다. 윤선에게 밥 먹고 가라고 했지만, 그녀가 한사코 거절했다. 윤선이 가기 전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아주머니, 아는 사람 중에 혹시 스무 살 조금 넘은 여자애 있어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성격은 좋은데 여자친구를 못 찾아서 저한테 소개해 달라고 하는데 제가 아는 사람이 있어야죠!”“사모님, 저도 마땅한 사람이 없네요. 제가 있을 수가 있나요?”윤선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주머니 따님 대학생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친구 많을 텐데. 다들 꽃 같은 나인데 만약 따님분 남자 친구 없으면 소개해 주고 싶거든요. 제 친구 진짜 괜찮은 애예요.”내가 아쉬워하며 말했다.윤선이 말을 하려다 말았고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내 딸 요새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요. 요즘 쫓아다니는 남자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누군지는 안 알려주려고 하더라고요.”‘서란이 먼저 가족들한테 정보를 흘렸다고?’나는 많이 놀랐다. 그렇게 고분고분한 여자애가 부모님들 목덜미 잡고 쓰러질까 무섭지도 않은 건가?전생에 그녀가 먼저 집에 관계를 공개한 건지 아니면 배인호가 강압적으로 그녀의 부모 앞에 나타
“유치하긴.”배인호가 차갑게 내뱉고는 까만색 패딩으로 갈아입고 비니를 쓰고는 밖으로 나갔다.나도 그 뒤를 따라 목도리를 두르고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눈덩이를 굴렸다.눈은 아주 차가웠고 내 손은 이내 얼어서 빨개졌다. 도우미가 장갑을 가져다줬고 나는 장갑을 끼고 눈덩이를 계속 굴렸다. 배인호는 옆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눈사람 같이 만들자고 했지, 눈사람 만드는 거 봐 달라고는 안 했어요.”나는 뾰로통해서 말했다.“아직도 세 살짜리 애라고 생각해?”배인호가 불쾌한 듯 되물었다.“나이가 얼만데 아직도 이렇게 유치하게 눈사람이나 만들어?”‘이런 젠장, 전생에 서란이랑 눈사람 만들 때도 이렇게 말이 많았던 건가?’화간 난 내가 눈을 한 줌 집어 들어 막무가내로 배인호의 몸에 던졌다.배인호가 맞은 곳을 훌훌 털더니 질세라 눈을 집어 들어 나에게 뿌렸다.우리 둘은 눈싸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인호의 손힘이 더 강했고 나를 명중할 때마다 나는 당황해서 계속 삐끗했다.진 게 마음에 안 든 나는 배인호가 허리를 굽혀 눈을 잡을 때 눈덩이로 거의 머리를 명중했다. 그가 앓는 소리를 내더니 화난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허.지.영!”“한번 때려보든지!”내가 손가락을 흔들어 그를 도발했고 자지러지게 웃었다.배인호가 농구공만 한 눈덩이를 집어 들더니 머리 위로 올려 복수하려 했다. 나는 기회를 엿보고는 신속하게 거의 품으로 들어갔고 그의 허리를 세게 휘감았다. 그러고는 머리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때려봐요. 때려죽이면 서란이랑 결혼도 하고 좋잖아요!”눈꽃이 나의 얼굴에, 속눈썹에,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에 떨어졌다. 그는 머리를 숙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은 나무랄 데 없이 너무나 예뻤다.분위기가 굳어지는 듯했고 나와 배인호의 시선이 뒤엉켰다. 그를 10년이나 사랑했고 여러 번 살을 나눴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애교를 부리고 투정을 부린 건 처음이었다.서란 보다 앞서기 위해 그런 건지 아니면 그 핑계로 가엾은 나를 보상하는 건지 나도 잘 모
나는 예감이 들었다. 서란은 이미 배인호에게 마음이 갔다는 것을 말이다.‘전생보다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 내가 중간에 껴서 그런 걸까?’'좋아요' 를 누르고 싶었지만, 서란이 배인호도 팔로우했으면 내가 일부러 '좋아요' 를 누른 걸 보고 나를 귀찮게 할 것 같았다.‘그만두자. 그들은 원래도 사귈 운명이야.’나는 전화기를 놓아두고 비비를 잘 배치하고는 방으로 가 잠을 청했다. 꿈나라에 들기도 전에 이우범이 내게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수락했다. 화면을 보니 호텔인 듯했다. 이우범이 나무 의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수락한 나를 보고는 물었다.“비비는? 말 잘 들어요? 잘 지내요?”나는 이우범에게 이렇게 자상한 면이 있는 줄 몰랐다. 비비는 이우범의 착한 딸과도 같았고 이우범은 그의 아버지 같았다.그리고 그가 아까 던진 질문은 나를 착각에 사로잡히게 했다. 우리는 결혼한 지 오래된 금술 좋은 부부고 아이는 말 크는지에 대해 토론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괜찮아요. 말 잘 들어요. 혼자 화장실도 가던데?’나는 몸을 돌려 침대에 엎드렸고 약간은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다행이네. 괜찮으면 요 며칠 애견숍 데려가서 샤워시키고 정기적으로 충도 없애줘야 해요.”이우범의 얼굴이 작은 화면으로 보였고 그는 무심하게 편하게 나에게 당부했다.“나를 너무 시터로 보는 거 아니에요?”나는 이우범을 최대한 무서운 얼굴로 째려봤다.“안 가요. 확 인터넷에 올려서 팔아버릴 수가 있어요!”이우범이 내 말을 듣더니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 그와 배인호는 무표정일 때 도도하고 웃으면 봄바람 같은 사람이었다.다행히 나도 훈남을 많이 거친 여자라 어느 정도는 면역력이 있었다. 그래도 마음속으로 이우범이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다가 정신을 차렸다.“왜 웃어요? 진짜 고양이 팔아 버린다니까요.”“한 번 해봐요.”이우범이 약간은 경멸의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나는 그를 흘기고는 말했다.“끊어요. 잘래요!”“할 말 있어요.”이우범이 전화를 끊
밥을 다 먹고 여왕벌 정아는 여전히 흥이 가라앉지 않아 평소처럼 나와 민정이, 세희를 끌고 클럽에 가자고 했다. 앞으로 결혼은 하지 않을 것이고 술집과 클럽이 그녀의 두 번째 집이라고 했다.“하, 고작 남자일 뿐이잖아. 너희들 봐봐, 여기 다 남자잖아?”그녀는 술잔을 흔들며 턱을 세우고 술집에 드나드는 다양한 남자들을 보여주었다. 내가 만약 정아처럼 남자를 돌 보듯 했다면 어젯밤에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꿈에서 내가 배인호와 결혼하던 날, 나의 얼굴만 서란의 얼굴로 바뀌고 배인호는 차가웠던 얼굴을 바꾸고 ‘나’에게 아주 부드러웠고 눈빛에 빠져 버릴 것 같았다.이건 악몽 아닌가? 나는 지금 생각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지영아, 저번에, 클럽에서 췄던 춤 너무 섹시했는데, 오늘도 출래?”민정이는 갑자기 해맑게 웃었다.“맞아, 그리고 배인호 그 자식이 너 데려갔잖아?”정아의 두 눈이 반짝였다.“남자들은 다 그래, 집에 있는 꽃이 향긋한 걸 모르다가 갑자기 들꽃으로 변하면 그건 또 싫어하고.”세희도 그 관점에 동의하며 말했다.“그날, 그 여자애가 배인호가 쫓아다닌다는 대학생이야? 말할 것도 없이 순수하게 생겼더라, 요즘은 다 그런 순수한 느낌이 인기 있잖아? 내가 딱 보니까 그런 느낌이더라.”그날 배인호와 내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많은 친구와 서란이 술집에 남아 있었고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서란이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만 알고 있다.“순수하긴 개뿔이!”정아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행동거지가 그 모양인데 무슨 소용이야? 유부남하고 엮였는데 확실하게 선도 긋지 않고 클럽에 따라와서 술이나 마시고. 딱 보면 여우야.”“너 그렇게 말하지 마.”나는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쓰게 웃었다.“배인호가 어떤 사람인지 너 몰라? 서란은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야,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정아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내 얼굴을 잡더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지영아, 너 지금
“그렇지?”나는 그런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일부러 신비롭게 대답했다. 엄기준은 미소를 지으며 안경을 올렸다. “글쎄요. 하지만 당신이 싱글이었으면 좋겠네요. 저한테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려고 하는 걸까?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다른 남자들과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친근감이 느껴져 나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는 남은 술 원샷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즐거웠어요, 엄기준 씨. 안녕히 계세요.”엄기준도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말을 꺼냈다.“연락처 주시겠어요? 제 진심을 보여드릴게요.”진심이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배인호에게 10년 동안 진심이었지만 결과는 여전했다.하지만 나는 엄기준에게 전화번호를 건넸다. 배인호도 그의 공주님을 데리고 놀 수 있는데 나라고 남자를 만나면 안 되나?연락처를 남기고 나는 정아와 애들을 불렀다. 다들 실컷 놀았는지 다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클럽 밖, 찬 바람 속에서 이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매번 내가 술을 마실 때마다 내가 부르면 데리러 왔다. 이 기사가 정중하게 차 문을 열어주고 내가 차에 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이 기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내년에 월급 올려드릴게요!”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없이 이 기사는 항상 불만 없이 나의 부탁을 들어줬다. 이 기사는 잠시 경직되더니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내려 문을 닫았다. 재빨리 운전석에 올라 나를 청담동으로 데려다줬다.집에 도착해서 눈사람을 지나갈 때, 나는 몇 초간 쳐다보다가 눈을 뽑아버렸다.“너와 배인호는 둘 다 장님이야.”나는 중얼거렸다.내가 서란 보다 못 한게 뭐지? 그녀가 어린것 빼곤 없었다.집에 들어가자, 비비의 야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여운 ‘야옹’ 소리에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고양이 집에서 털실 뭉치를 가지고 놀고 있는 비비를 안고 힘차게 뽀뽀하며 인스타에 스토리를 올렸다. 그리고 나는 샤워를 하고 잠을 잤다. 잠자리에
기선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필요하지 않아요.”“왜? 사랑에 상처받았다고 혼자 늙어 죽으려고?”나는 작은 전골을 먹으며 웃었다.“아니... 그저...”기선우는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웃었다.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새우 몇 개의 껍질을 벗겨 내 그릇에 놓아 줬다. “누나, 너무 말랐어요. 많이 드세요.”나도 너무 마르고 싶지 않은데 왜 늘 살찌는 계획이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 환생하고 지금까지 총 2, 3킬로 쪘다가 또 살이 빠지기도 했다.아마도 윤 집사가 너무 일찍 해고 된 것 같다. 그녀가 나에게 계속 식사를 차려줬다면 아마 세 자릿수까지 살이 찌고 글래머스한 몸매 대열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기선우는 나보다 훨씬 어려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가 조금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예를 들어, 많은 일에 대한 그의 견해는 순진하고 옳고 그름으로 나눴다. 나는 그를 반박하지 않고 그저 그의 말을 따랐을 뿐이다. 그러면 기선우는 내가 그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뷔페를 다 먹고 기선우와 나는 식당을 나왔다. 이 기사가 차를 가져갔기에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했다.“또 눈 오네.”나는 하늘 곳곳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나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뻗어 두, 세개 잡아서 자세히 관찰했다.“누나 밀크티 좋아해요?”기선우는 양손을 재킷 주머니에 넣고 말하면서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왔다. 그는 쌍꺼풀이 있고 상대적으로 큰 눈과 긴 속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 대학생의 눈빛은 투명하고 다소 멍청하다고 했는데 기선우와 어울리는 말 같았다. 대학 시절에는 밀크티를 즐겨 마셨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거의 마시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는 따뜻한 밀크티 한잔 마시면 좋을 것 같았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선우는 바로 근처에 있는 밀크티 가게로 달려갔고 가게는 손님이 많아 웨이팅 줄이 길었다. 기선우는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이때 휴대폰이 진동했고, 나는 얼어서 빨갛게 된 손을 비비며 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