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주준용이 집에 빈소를 설치하고 사람을 보내 정태 건설 회사 아래서 현수막을 걸어 천도준에게 상복을 입으라고 한 일은 이미 구경꾼들이 찍어 올린 영상으로 인터넷에 잔뜩 퍼진 지 오래였다.모른 척하려고 해도 어려웠다.“지분 60%에 목숨 하나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네.”옆에 있던 청년이 콧대의 안경을 위로 밀며 담담하게 주건희를 쳐다봤다.“난 담배 냄새가 싫어.”주건희는 잠시 멈칫하다 웃으며 말했다.“내 사무실에는 아주 좋은 통풍 시스템이 있어 담배 냄새가 남지는 않을 거야….”청년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럼 나, 담배 피우는 걸 싫어해.”주건희는 어이없어하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그런 뒤 다시 말을 이었다.“천도준이 준용건설의 지분 60%를 받아들인 데다 지금은 정태까지 손에 쥐고 있으니 이 지역 제일의 건설 회사 오너가 됐네.”그렇게 말한 주건희는 조금 탄식했다.그는 반평생을 일궈내며 차근차근 자신의 건설 회사를 지역 제일로 만들었는데 천도준은?고작 천씨 가문을 등에 업고 푸시를 받자, 그의 반평생 공적을 이겨버렸다.청년은 그런 주건희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 괴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잘 태어나고 줄을 잘 서는 것만 못 하다니까.”미소를 지은 주건희는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시 정태 건설.천도준을 걱정하고 있던 직원들은 천도준이 돌아온 것을 보자 모두 한시름을 놓았다.언제부터인지 천도준은 대표에서 모든 직원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있었다.천도준은 곧장 사무실로 돌아왔고 따라 들어온 마영석이 평소와는 다른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아까 일로 좀 귀찮아질 듯합니다.”“무슨 말이야?”천도준이 물었다.마영석은 휴대폰을 천도준에게 보여주었다.“회사 아래에 현수막이 걸렸던 게 인터넷에 퍼지면서 일이 좀 커졌습니다.휴대폰을 건네받은 천도준은 지역 뉴스와 각종 언론 매체에 조금 전 회사 아래에 현수막이 걸린 사진 또는 동영상을 게시한 것을 발견했다.게다가 기사 제목은 하
정태 건설 빌딩 아래서 벌어졌던 일은 구경꾼들이 인터넷에 찍어 올리며 큰 이슈가 되었다.만약 고작 그정도 뿐이라면 확실히 정태 건설에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하지만 주준용의 별장에서 있었던 일은 아무도 촬영하지 못했다.주준용의 체면을 좋아하는 성격상 절대로 부하들이 이 일을 발설하게 둘 리가 없었다.일단 내일 주준용과 준용 건설의 양도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면 인터넷의 여론은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명이 되었다.게다가 천도준은 지분을 이전했다는 뉴스가 발표되는 순간 정태 건설의 명성은 다시 한번 드높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준용 건설은 현지 건설 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존재였다!그뿐만 아니라 준용 건설은 상장 기업이기도 했다.정태의 손에는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도 있으니 이렇게 큰 체구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에 준용 건설의 주식을 더 높이기엔 충분했다.그러니 천도준에게 있어서는 일거양득의 상황이었다.당연히 걱정될 것 없었다.다만 천도준은 그 디테일을 마영석에게 전부 설명하지 않았고 마영석을 달랜 뒤 그를 내보냈다.정태 건설 앞에 천도준에게 상복을 입으라고 하는 현수막이 걸렸다는 뉴스가 인터넷에 점점 더 퍼질수록 여론의 방향은 천도준과 정태 건설에 점점 더 불리하게 돌아갔다.반나절 만에 정태 건설 직원들은 인터넷에서 이번 사건에 관한 각종 뉴스를 보고는 하루 종일 불안해했다.천문동 별장 단지.휴대폰으로 현지 뉴스를 보던 이난희는 안색이 안 좋아지더니 미간을 찌푸렸다.휴대폰 화면 속에는 천도준을 타깃으로 한 현수막 사진이었다.천도준의 어머니로서, 이런 광경을 보자 이난희는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았다.도준이가 대체 누구를 건드린 걸까??어쩌다 이런 강요를 받게 된 걸까?“여사님, 왜 그러세요?”박유리가 과일 접시를 들고 다가오다 이난희의 기분이 안 좋아 보여 물었다.“도준이에게 문제가 생겼어.”이난희는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박유리에게 건네주었다.휴대폰을 들어 확인한 박유리의 작은 얼굴도 어두워졌다.“이 사람들, 천
이수용은 가볍게 수염을 쓸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그때와 다르지요. 부인, 도련님께서는 지금 점차 성장해 나가고 있고 나중에는 커다란 나무가 되어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셨습니까?”이난희가 잠시 멈칫했다.두 눈에 빛이 반짝이더니 이내 조금 어두워졌다.거실 안은 바늘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이수용은 그윽한 눈빛으로 이난희를 보며 조용히 기다렸다.한참이 뒤 거실에 이난희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지난 사람의 인과는 지난 사람이 갚죠. 당시 그 사람이 떠났을 때 그들이 의지할 것 없는 저희를 괴롭혔을 때도 전 참아냈어요.”이난희의 목소리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피로와 무력감이 묻어 있었다.“아직은 말하지 않지는 않을래요. 그동안 전 도준이에게 많은 폐를 끼쳤고 도준이는 이제 겨우 좀 홀가분해진 참이에요.”“하아… 부인께서 결정하셨으면 되었습니다.”이수용은 조금 무력한 미소를 지었다.“다만 전 부인의 인내에 멋모르고 기어오르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 되는 군요. 이제 도련님께서 성장하셨고 어르신도 계시니 그 사람들도 더는 소란을 피우진 못할 겁니다.”……그렇게 고요한 하루가 지났다.이튿날 이른 아침. 햇살이 흩뿌려졌다.새로운 뉴스가 폭탄이 되어 온 도시를 터트렸다.“오늘, 현지의 준용 건설은 정태 건설과 양도 계약을 맺으며 준용 건설의 대표 주준용은 준용 건설의 지분 60%를 정태 건설의 천도준에게 양도한다고 발표했습니다!”그 소식이 전해지자 온 도시가 소란해졌다.소식을 들은 모두가 깜짝 놀랐다.어제만 해도 천도준의 회사 아래에 현수막이 걸렸다는 뉴스가 터져나가고 호사가들은 가장 이른 시일 안에 현수막을 건 사람이 준용 건설이라는 것을 알아냈다.심지어 당시에 정태 건설의 천도준이 망할 거라고 했던 사람도 있었다.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물과 기름 같던 관계에서 하룻밤 사이에 지분을 양도하게 될 줄이야?그것도 60%의 지분이었다. 그것은 주준용이 회사를 파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의아함과
천도준은 평온하게 발신 표시를 쳐다보고 있었다.통화 거부 버튼을 누른 뒤 그는 다시 오남미의 전화를 차단했다.막 오남미의 모든 연락처를 다 차단하려고 하는 데 아니나 다를까 오남미의 카톡 메시지가 울렸다.“천도준,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 봐. 안 그럼 죽어버릴 거야!”그 말에는 짙은 원한과 명확한 협박이 가득했다.그에 천도준은 더욱더 역겨움이 일었다.당시에 그는 오남미에게 다정하기 그지 없었고 ‘호구’라는 말로 이루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결국 어떻게 됐던가?하마터면 호구 잡혀서 자신의 어머니의 목숨마저 잃을 뻔했다.“천도준, 날 죽게 내버려두려는 거야?”“그렇게 다들 날 죽이고 싶은 거야?”“천도준, 아무리 그래도 옛정이 있는데. 내가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해도 한때는 네 여자였어.”“내가 잘못했어. 내가 사과할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주면 안 돼?”카톡으로 오남미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울렸다.화면과 문자 너머로도 오남미의 감정 변화가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잘못을 인정해? 하…”천도준은 코웃음을 치며 답장을 보냈다.“내가 마술 하나 보여줄게.”“뭐라고???”의아해하는 오남미에게 천도준은 느긋하게 ‘3’을 보냈다.이내 ‘2’, 그러다 마지막으로 ‘1’을 보낸 뒤, 답장을 하나 더 보냈다.“내가 사라질 거야.”답장을 보낸 그는 곧바로 오남미를 차단해 버렸다.다른 한 편.오씨 가문.쿵쿵쿵….천도준이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본 오남미는 넋이 나가버렸다.문밖에서 장수지가 다급하고 거칠게 문을 두드렸다.“오남미, 당장 이 문 열어. 안 그럼, 안 그럼 네 아버지에게 문 부수라고 할 거야!”장수지가 큰소리로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오남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천도준의 메시지를 본 그녀는 입력 칸에 타자한 것을 보내려고 했지만 보낼 수가 없었다.천도준이 자신을 차단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더니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오남미의 가녀린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더니 두 눈으로 천
“오남미, 죽이기 전에 당장 나와, 얼른!”장수지는 소리 높여 포효를 하며 있는 힘껏 방문을 내려쳤다.“됐어, 애 우는 거 못 들었어?”오덕화가 옆에서 그녀를 말렸다.“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장수지는 두 눈을 부릅뜨며 눈썹을 거꾸로 세웠다.“그렇게 좋은 천도준을 잃어버려놓고 뭘 잘했다고 울어?”말을 마친 그녀는 등을 돌려 TV를 가리켰다.“저것 봐요, 천도준은 이제 정태 건설의 대표일 뿐만 아니라 준용 건설의 지분까지 60%나 가지고 있다고요. 우리 사위가 저렇게 훌륭한데 다 오남미 저 기집애가 철이 없어서 잃어버린 거잖아요!”TV 속에는 준용 건설이 천도준에게 지분을 양도했다는 뉴스가 재방송되고 있었다.뉴스에서 방송되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장수지는 심장에 피가 떨어지는 것만 같고 후회가 막심했다.만약 당시에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 천도준의 돈은 다 자신의 것이었다.반평생을 고생을 했는데 천도준만 있으면 진작에 풍족한 귀부인의 삶을 살 수 있었다.생각을 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장수지는 가슴을 내려치며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불며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오덕화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고 전부 남미 탓을 할 수는 없지. 당시에 그건 다 남준이 결혼 때문에 그랬던 거잖아?”“고집불통 같으니, 도대체 내 편 들어줄 거야, 말 거예요?”장수지는 악에 받쳐 말했다.“지금 천도준이 얼마나 부자인지 알아요? 준용 부동산은 우리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건설 회사에요. 우리 이 단지도 예전에 준용 부동산이 개발한 곳이라고요!”“당신….”오덕화는 화가 치밀었지만 싸워봤자 장수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 손을 휘휘 내젓고는 시무룩하게 소파에 주저앉았다.달칵!방문이 열렸다.오남미는 눈물범벅이 돼서는 산발이 된 머리로 걸어 나왔다. 처량하기 그지없는 꼴이었다.고개를 들어 오남미를 본 오덕화는 마음이 아파 표정이 조금 변했다.바닥에 앉아있던 장수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오남미의 몰골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을 들어 오
한참이 지나 먼저 정신을 차린 오덕화는 장수지를 밀쳤다.“당신 좀 봐봐, 애가 당신 등쌀에 못 이겨서 가버렸잖아.”장수지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모르쇠로 일관했다.“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애가 저럴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엄마가 돼서 그 정도 사리 분별도 하지 못해?”오덕화가 씩씩대며 말했다.“왜 나한테 소리를 질러요?”장수지는 인상을 팍 썼다.“그냥 농담 좀 한 걸 가지고. 저렇게 농담을 못 받아들일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오덕화는 기가 차 웃음이 다 나왔다.“애가 웃디?”“당신….”장수지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바로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열었다.오덕화와 장수지는 기뻐하며 동시에 문 쪽을 쳐다봤다.그러다 오남준인 것을 본 두 부부는 동시에 표정이 어두워졌다.장수지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았다.“엄마, 아빠, 무슨 일 있어?”시무룩해 있던 오남준은 들어오자마자 부모님을 보자 기뻐하며 물었다.“네 엄마가 네 누나 결국 쫓아내 버렸어.”오덕화는 씩씩대며 장수지를 흘겨봤다.장수지는 순식간에 버럭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뭘 내가 쫓아내 버렸다는 거예요? 분명 제 발로 나간 거거든요?”오덕화가 막 입을 열려는데 오남준이 마른세수했다..“싸우지 마요. 저 좀 진정하게 해주세요.”오남준이 시무룩해져서는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을 본 장수지는 다급하게 오남준의 곁으로 다가갔다.“남준아, 설아랑은 얘기 어떻게 됐어?”‘설아’라는 두 글자를듣자 오남준은 몸을 부를 떨더니 눈시울을 붉혔다.그러더니 엉엉 울며 장수지를 안았다.“엄마… 설아가 사라졌어. 설아가, 설아가 이 도시를 떠났어요.”쿵!오덕화와 장수지는 마치 우레라도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무슨 일이래? 멀쩡하던 애가 왜 갑자기 떠났대?”오덕화가 다급하게 물었다.하지만 오남준은 아무 말 없이 장수지의 어깨에 기댄 채 엉엉 울었다.장수지도 다급해져 오남준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얼른 말해 봐!”“몰라, 나도 몰라.”
눈 깜짝할 사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모자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에 오덕화도 털썩 소파에 주저앉았다. 머리가 다 아파졌다.…….밤이 깊어지고,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갑작스러운 비에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은 허둥지둥 머리를 감싸안고 달리기 시작했다.오직 한 사람만이 쏟아지는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비를 맞으며 넋이 나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집을 떠나자 오남미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는 마치 본체를 잃은 혼처럼 이 도시를 헤맸다. 힘들면 앉아서 쉬고 다 쉬었다 싶으면 다시 끊임없는 걸음을 이어갔다.휴대폰도 전원을 꺼버렸다.마음이 완전히 식어버렸다.부모님의 반응에 그녀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집?우습기도 하지!그런 곳이 어떻게 집일 수가 있단 말인가?눈물은 진작에 다 말랐고 두 눈도 퉁퉁 부었다.폭우가 온몸을 적셨고 젖은 머리카락은 어깨에 착 붙어 가련하기 그지없었다.정체 없이 걸음을 옮기던 오남미는 정신마저 혼란스러웠다.저도 모르는 사이 길가에 선 그녀는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려 했다.횡단보도가 초록 불인지 빨간불인지, 그녀는 보이지 않는 듯 횡단보도에 발을 들여 천천히 건너편으로 향했다.그녀가 횡단보도 중간에 외치했을 때, 다급한 경적 소리가 울렸다.끼익….브레이크 소리가 귀를 찔렀다.오남미의 가녀린 몸이 움찔하더니 순간 정신을 차렸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동공이 확장됐다.강렬한 빛에 눈을 가늘게 떴지만 차 한 대가 그녀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는 것만은 똑똑히 보였다.“꺄악!”죽음이 임박하자 그녀는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다.몸이 휘청이더니 그래도 물웅덩이에 털썩 주저앉았다.이렇게 죽는 걸까?그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강한 빛이 가까이 다가오자 오남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다행스럽게도 그 차는 오남미와 고작 30cm도 떨어지지 않았을 때 드디어 멈추었다.멈춘 자동차를 보자
그날 밤.리빙턴 호텔 밖에는 번개를 동반한 거센 폭우라 내렸다.스위트 룸 안의 오남미는 아주 길고 긴 좋은 꿈을 꾼 것 같았다.그녀는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놀이공원에서 점핑카도 놀고 롤러코스터도 탔다.행복하고도 달콤한 기억이었다. 마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모두의 추앙을 받는 공주가 된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제야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백마 탄 왕자님과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사실은 현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비가 가시고 아침 햇살이 흩뿌려졌다.오남미는 태성의 셔츠를 입은 채 거대한 통유리 창 앞으로 가 커튼을 열었다.따스하고 온화한 햇살이 그녀의 온몸을 비추었다.그녀는 마치 고양이마냥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 뒤 미소를 지었다.천천히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자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모든 고난이 어젯밤 태성과 만난 순간 이미 끝이 나버렸다.천도준이 뭐라고?태성이야말로 그녀의 진짜 사랑이었다.그리고 그녀는 태성의 집안 배경이라면 집으로 데려갔을 때 부모님이 절대로 전처럼 엄하게 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왜 이렇게 일찍 깼어요?”등 뒤에서 다정한 태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남미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아직 조금 피곤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등을 돌려 침대에 누웠다.정태 건설.천도준은 아침 일찍부터 회사로 향했다.지난번에 매물 3개를 동시에 예약 판매하기로 결정한 뒤 이제는 일정까지 나왔으니 반드시 전력을 다해야 했다.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준용 건설의 지분 60%를 양도받은 뒤 정태 건설을 위해 작지 않은 세력을 구축한 탓에 이번 기세를 이용한다면 마영석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걱정했던 매물 3개를 동시에 예약 판매하면 생길 문제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이렇게 한다면 그의 부담도 확 줄 수 있었다.점심시간이 거의 되었을 무렵, 손안의 일을 내려놓은 천도준은 의자에 기대 휴식을 하며 그윽한 눈빛으로 창밖의 하늘을 쳐다봤다.몇초 뒤, 휴대폰을 든 그는 고청하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