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준은 평온하게 발신 표시를 쳐다보고 있었다.통화 거부 버튼을 누른 뒤 그는 다시 오남미의 전화를 차단했다.막 오남미의 모든 연락처를 다 차단하려고 하는 데 아니나 다를까 오남미의 카톡 메시지가 울렸다.“천도준,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 봐. 안 그럼 죽어버릴 거야!”그 말에는 짙은 원한과 명확한 협박이 가득했다.그에 천도준은 더욱더 역겨움이 일었다.당시에 그는 오남미에게 다정하기 그지 없었고 ‘호구’라는 말로 이루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결국 어떻게 됐던가?하마터면 호구 잡혀서 자신의 어머니의 목숨마저 잃을 뻔했다.“천도준, 날 죽게 내버려두려는 거야?”“그렇게 다들 날 죽이고 싶은 거야?”“천도준, 아무리 그래도 옛정이 있는데. 내가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해도 한때는 네 여자였어.”“내가 잘못했어. 내가 사과할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주면 안 돼?”카톡으로 오남미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울렸다.화면과 문자 너머로도 오남미의 감정 변화가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잘못을 인정해? 하…”천도준은 코웃음을 치며 답장을 보냈다.“내가 마술 하나 보여줄게.”“뭐라고???”의아해하는 오남미에게 천도준은 느긋하게 ‘3’을 보냈다.이내 ‘2’, 그러다 마지막으로 ‘1’을 보낸 뒤, 답장을 하나 더 보냈다.“내가 사라질 거야.”답장을 보낸 그는 곧바로 오남미를 차단해 버렸다.다른 한 편.오씨 가문.쿵쿵쿵….천도준이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본 오남미는 넋이 나가버렸다.문밖에서 장수지가 다급하고 거칠게 문을 두드렸다.“오남미, 당장 이 문 열어. 안 그럼, 안 그럼 네 아버지에게 문 부수라고 할 거야!”장수지가 큰소리로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오남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천도준의 메시지를 본 그녀는 입력 칸에 타자한 것을 보내려고 했지만 보낼 수가 없었다.천도준이 자신을 차단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더니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오남미의 가녀린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더니 두 눈으로 천
“오남미, 죽이기 전에 당장 나와, 얼른!”장수지는 소리 높여 포효를 하며 있는 힘껏 방문을 내려쳤다.“됐어, 애 우는 거 못 들었어?”오덕화가 옆에서 그녀를 말렸다.“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장수지는 두 눈을 부릅뜨며 눈썹을 거꾸로 세웠다.“그렇게 좋은 천도준을 잃어버려놓고 뭘 잘했다고 울어?”말을 마친 그녀는 등을 돌려 TV를 가리켰다.“저것 봐요, 천도준은 이제 정태 건설의 대표일 뿐만 아니라 준용 건설의 지분까지 60%나 가지고 있다고요. 우리 사위가 저렇게 훌륭한데 다 오남미 저 기집애가 철이 없어서 잃어버린 거잖아요!”TV 속에는 준용 건설이 천도준에게 지분을 양도했다는 뉴스가 재방송되고 있었다.뉴스에서 방송되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장수지는 심장에 피가 떨어지는 것만 같고 후회가 막심했다.만약 당시에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 천도준의 돈은 다 자신의 것이었다.반평생을 고생을 했는데 천도준만 있으면 진작에 풍족한 귀부인의 삶을 살 수 있었다.생각을 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장수지는 가슴을 내려치며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불며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오덕화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고 전부 남미 탓을 할 수는 없지. 당시에 그건 다 남준이 결혼 때문에 그랬던 거잖아?”“고집불통 같으니, 도대체 내 편 들어줄 거야, 말 거예요?”장수지는 악에 받쳐 말했다.“지금 천도준이 얼마나 부자인지 알아요? 준용 부동산은 우리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건설 회사에요. 우리 이 단지도 예전에 준용 부동산이 개발한 곳이라고요!”“당신….”오덕화는 화가 치밀었지만 싸워봤자 장수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 손을 휘휘 내젓고는 시무룩하게 소파에 주저앉았다.달칵!방문이 열렸다.오남미는 눈물범벅이 돼서는 산발이 된 머리로 걸어 나왔다. 처량하기 그지없는 꼴이었다.고개를 들어 오남미를 본 오덕화는 마음이 아파 표정이 조금 변했다.바닥에 앉아있던 장수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오남미의 몰골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을 들어 오
한참이 지나 먼저 정신을 차린 오덕화는 장수지를 밀쳤다.“당신 좀 봐봐, 애가 당신 등쌀에 못 이겨서 가버렸잖아.”장수지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모르쇠로 일관했다.“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애가 저럴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엄마가 돼서 그 정도 사리 분별도 하지 못해?”오덕화가 씩씩대며 말했다.“왜 나한테 소리를 질러요?”장수지는 인상을 팍 썼다.“그냥 농담 좀 한 걸 가지고. 저렇게 농담을 못 받아들일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오덕화는 기가 차 웃음이 다 나왔다.“애가 웃디?”“당신….”장수지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바로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열었다.오덕화와 장수지는 기뻐하며 동시에 문 쪽을 쳐다봤다.그러다 오남준인 것을 본 두 부부는 동시에 표정이 어두워졌다.장수지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았다.“엄마, 아빠, 무슨 일 있어?”시무룩해 있던 오남준은 들어오자마자 부모님을 보자 기뻐하며 물었다.“네 엄마가 네 누나 결국 쫓아내 버렸어.”오덕화는 씩씩대며 장수지를 흘겨봤다.장수지는 순식간에 버럭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뭘 내가 쫓아내 버렸다는 거예요? 분명 제 발로 나간 거거든요?”오덕화가 막 입을 열려는데 오남준이 마른세수했다..“싸우지 마요. 저 좀 진정하게 해주세요.”오남준이 시무룩해져서는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을 본 장수지는 다급하게 오남준의 곁으로 다가갔다.“남준아, 설아랑은 얘기 어떻게 됐어?”‘설아’라는 두 글자를듣자 오남준은 몸을 부를 떨더니 눈시울을 붉혔다.그러더니 엉엉 울며 장수지를 안았다.“엄마… 설아가 사라졌어. 설아가, 설아가 이 도시를 떠났어요.”쿵!오덕화와 장수지는 마치 우레라도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무슨 일이래? 멀쩡하던 애가 왜 갑자기 떠났대?”오덕화가 다급하게 물었다.하지만 오남준은 아무 말 없이 장수지의 어깨에 기댄 채 엉엉 울었다.장수지도 다급해져 오남준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얼른 말해 봐!”“몰라, 나도 몰라.”
눈 깜짝할 사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모자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에 오덕화도 털썩 소파에 주저앉았다. 머리가 다 아파졌다.…….밤이 깊어지고,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갑작스러운 비에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은 허둥지둥 머리를 감싸안고 달리기 시작했다.오직 한 사람만이 쏟아지는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비를 맞으며 넋이 나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집을 떠나자 오남미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는 마치 본체를 잃은 혼처럼 이 도시를 헤맸다. 힘들면 앉아서 쉬고 다 쉬었다 싶으면 다시 끊임없는 걸음을 이어갔다.휴대폰도 전원을 꺼버렸다.마음이 완전히 식어버렸다.부모님의 반응에 그녀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집?우습기도 하지!그런 곳이 어떻게 집일 수가 있단 말인가?눈물은 진작에 다 말랐고 두 눈도 퉁퉁 부었다.폭우가 온몸을 적셨고 젖은 머리카락은 어깨에 착 붙어 가련하기 그지없었다.정체 없이 걸음을 옮기던 오남미는 정신마저 혼란스러웠다.저도 모르는 사이 길가에 선 그녀는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려 했다.횡단보도가 초록 불인지 빨간불인지, 그녀는 보이지 않는 듯 횡단보도에 발을 들여 천천히 건너편으로 향했다.그녀가 횡단보도 중간에 외치했을 때, 다급한 경적 소리가 울렸다.끼익….브레이크 소리가 귀를 찔렀다.오남미의 가녀린 몸이 움찔하더니 순간 정신을 차렸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동공이 확장됐다.강렬한 빛에 눈을 가늘게 떴지만 차 한 대가 그녀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는 것만은 똑똑히 보였다.“꺄악!”죽음이 임박하자 그녀는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다.몸이 휘청이더니 그래도 물웅덩이에 털썩 주저앉았다.이렇게 죽는 걸까?그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강한 빛이 가까이 다가오자 오남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다행스럽게도 그 차는 오남미와 고작 30cm도 떨어지지 않았을 때 드디어 멈추었다.멈춘 자동차를 보자
그날 밤.리빙턴 호텔 밖에는 번개를 동반한 거센 폭우라 내렸다.스위트 룸 안의 오남미는 아주 길고 긴 좋은 꿈을 꾼 것 같았다.그녀는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놀이공원에서 점핑카도 놀고 롤러코스터도 탔다.행복하고도 달콤한 기억이었다. 마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모두의 추앙을 받는 공주가 된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제야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백마 탄 왕자님과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사실은 현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비가 가시고 아침 햇살이 흩뿌려졌다.오남미는 태성의 셔츠를 입은 채 거대한 통유리 창 앞으로 가 커튼을 열었다.따스하고 온화한 햇살이 그녀의 온몸을 비추었다.그녀는 마치 고양이마냥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 뒤 미소를 지었다.천천히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자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모든 고난이 어젯밤 태성과 만난 순간 이미 끝이 나버렸다.천도준이 뭐라고?태성이야말로 그녀의 진짜 사랑이었다.그리고 그녀는 태성의 집안 배경이라면 집으로 데려갔을 때 부모님이 절대로 전처럼 엄하게 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왜 이렇게 일찍 깼어요?”등 뒤에서 다정한 태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남미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아직 조금 피곤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등을 돌려 침대에 누웠다.정태 건설.천도준은 아침 일찍부터 회사로 향했다.지난번에 매물 3개를 동시에 예약 판매하기로 결정한 뒤 이제는 일정까지 나왔으니 반드시 전력을 다해야 했다.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준용 건설의 지분 60%를 양도받은 뒤 정태 건설을 위해 작지 않은 세력을 구축한 탓에 이번 기세를 이용한다면 마영석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걱정했던 매물 3개를 동시에 예약 판매하면 생길 문제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이렇게 한다면 그의 부담도 확 줄 수 있었다.점심시간이 거의 되었을 무렵, 손안의 일을 내려놓은 천도준은 의자에 기대 휴식을 하며 그윽한 눈빛으로 창밖의 하늘을 쳐다봤다.몇초 뒤, 휴대폰을 든 그는 고청하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
오남미는 얼굴을 붉히며 작게 투정을 부렸다.“미워요. 아직도 부족해요?”태성은 미소를 지었다.“자, 나가서 한 바퀴 돌아요.”오남미는 매혹적인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얌전한 소녀처럼 태성의 손을 잡고 조용히 따라나섰다.퇴실한 뒤 그녀는 다시 람보르기니에 올라탔다.오남미는 갑자기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천문동 별장 단지 쪽에서 드라이브할까요? 들어보니까 거기 경치가 엄청 아름답다고 하더라고요.”당연히 경치를 보러 가려는 건 아니었다.그저 순전히 천도준이 그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동안 집안의 변고로 과거의 모든 오만함은 전부 사라지고 없었던 탓에 천도준을 마주할 때면 늘 비굴하기 짝이 없었다.그런데 이제 태성을 만났으니 당연히 천도준의 앞으로 가 자랑을 하며 과거처럼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고 싶었다.다만 이런 말을 태성에게 할 수는 없었다.왜냐하면 오남미는 그런 마음은 태성과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좋아요.”태성이 시동을 걸었다.람보르기니는 심장을 벅차게 하는 엔진 소리를 냈고 마치 노란색 번개처럼 빠르게 천문동 별장 단지를 향해 질주했다.차 창밖으로 천문동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오남미는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천도준 네가 지금 살 수 있는 이곳에 언젠간 나도 살 수 있을 거야.”옆에 있던 태성은 오남미를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마음에 들어요?”“경치가 정말 아름답네요.”오남미는 환하게 웃었다.“앞쪽이 별장 단지에요, 한번 구경할래요?”태성이 물었다.오남미는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천문동 별장 단지는 보안이 삼엄하다던데, 괜히 들어갔다가 쫓겨날지도 몰라요.”“삼엄한가요?”태성은 태연하게 웃더니 악셀을 끝까지 밟았다. 람보르기니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그대로 천문동 별장단지를 향해 빠르게 질주했다.오남미는 두 눈을 반짝였다.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천문동 별장 단지의 대문이 두 눈에 들어왔다.태성은 람보르기니를 운전하며 별장 단지 입구로 향했다.“경례!”별
어젯밤의 빗속이 만남 이후로 오남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마치 지옥에서 순식간에 천국으로 올라간 듯했다.그녀도 이런 호화로운 삶을 꿈꾸며 사람 머리 위를 밟고 사는 사람의 삶의 꿈꾼 적이 있었다.하지만 과거의 그녀는 그저 꿈만 꿀 뿐이었다.천도준과 이혼을 한 뒤, 천도준이 대박이 나 천문동 별장 단지로 이사를 했을 때 그녀는 몹시 후회됐었다.하지만 지금은 무려 자신도 이 천문동 별장 단지의 여주인이 될 수 있을 줄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천도준 네까짓 게 뭐라고? 널 떠나고도 난 아주 잘 지내!”오남미는 그렇게 생각했다.산허리에 위치한 별장은 진정한 최고급 호화 저택이었고 이 지역의 집값 최고봉이었다.이 저택 하나만 해도 이백억이 넘었다!태성을 따라 별장 안의 내부를 참관한 오남미는 놀라움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한순간 숨이 막힐 것만 같았고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행복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찾아왔다!어젯밤 하마터면 교통사고가 날 뻔했는데 그게 그녀의 인생을 갑자기 바꾸어주었다.이 모든 것에 그녀는 기분이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그녀와 태성이 꼭대기의 베란다에 도착했을 때, 오남미는 끝내 참지 못하고 태성의 품에 안겼다.“태성 씨, 당신은 정말 절 너무 사랑하네요. 고마워요, 당신을 만날 수 있다니, 전 정말 행운아예요.”태성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다정하게 말했다.“당신은 제 여자잖아요. 전 당신같이 매력적인 여자는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제 전부를 주고 싶어요.”산들바람이 불어왔다.서로 시선을 마주한 두 사람은 이내 입술을 부딪쳤다.한참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떨어졌다.“태성 씨, 절 집에 바래다줄 수 있어요? 저, 당신을 저희 부모님께 보여주고 싶어요.”오남미는 감격에 겨워 태성의 손을 꽉 붙잡았다. 혹시라도 손을 놓으면 태성이 눈앞에서 그대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기왕 태성이 모든 걸 내어주겠다고 하니 그녀는 지금 태성을 데리고 부모님을 만
그 광경에 존은 크게 놀랐다.그의 기억 속의 이수용은 언제나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라 이런 사나운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천태성이 오남미와 만나다니?”“그것도 도련님의 옆집에 지내면서?”“불장난 중인가?”이수용의 목소리는 마치 벼랑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한기 서린 바람 같아 존은 순간 얼음 동굴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존은 간담이 서늘해져서는 물었다.“어르신, 천태성은 뭐 하려는 걸까요? 당장 도련님께 알릴까요?”“천태성은 속내가 아주 깊어 망나니인 천태영과는 비교도 되지 않지. 지금 벌이는 짓은 단순히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리려는 것 외에 다른 속셈이 있을 지도 모르겟구나.”이수용은 잠시 침음하다 말했다.“도련님께는 말씀을 드려야겠지. 다만 앞으로 여사님께서 외출하실 때면 반드시 옆에 따라붙도록 해, 절대로 여사님께서 혼자 다니게 두지 마. 유리가 있어도 안 돼.’“알겠습니다.”존이 고개를 끄덕였다.천씨 가문 엘리트 일대 중에 뛰어난 사람은 적지 않았다.천태영이 엘리트라면 그의 친형인 천태성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천씨 가문에 상주하고 있는 존은 천태성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이수용이 이렇게 준비하는 것도 다 천태성이 이난희에게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까 봐 미리 예방하는 것이었다.천태성의 격투술을 생각했을 때 박유리는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오후 다섯 시.천도준은 회사의 각 책임자들과 매물 예약 판매에 대해 직접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중에 이수용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한 천도준은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더니 분노를 드러냈다.그 때문에 회의실은 분위기는 순간 얼어붙었다.마영석을 비롯한 사람들은 아예 얼이 빠졌다. 무슨 일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지금의 천도준은 엄청난 분노가 쌓이고 있다는 건 알아챌 수 있었다.이런 팽팽한 분위기가 수십초간 지속됐다.“후우….”천도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미소를 드러냈다.“회의 계속하지.”마영석 등 일행은 순간 무거운 짐이라
이은화는 분노했다. “그럼 우리 청하가 중간에 껴서 난처해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고만 있겠단 말이에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에 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알았어.”고덕화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동의한 셈이다. “그저 여기에서 며칠 더 묵었을 뿐이야. 천씨 가문쪽과의 협의를 또 지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돼.”고덕화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천씨 가문의 여세를 몰아 당신이 한 단계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요. 게다가 당신을 응원해요.”이은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보, 우리에겐 자식이라고는 청하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당신이 이미 이룬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예요.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돼요. 청하의 행복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예요.”“하지만…”고덕화는 여전히 변명하고 싶었다.“저는 저희의 잘못된 생각으로 청하가 좋은 인연을 놓치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천씨 가문을 떠나서, 천도준은 이미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요. 만약 청하가 우리 때문에 헤어지면 아버지라는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겠어요?”이은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당신 설마 우리 청하가 석유 재벌이나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의 자식들을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고덕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명쾌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지. 모레 여전히 이곳에서 파티를 열어 천도준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견례를 갖는 거지.”“좋아요. 이래야 좋은 아버지죠.”이은화는 부드럽게 웃었다. ……고덕화와 정강수가 회관 주차장으로 달려갔을 때, 천도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저 멀리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회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고덕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강수가 다급히 경호원에게 물어보니, 경호원은 천도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탔
그 말에 정강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보였다.정강수는 국화의 대가였다. 그는 도도하고 자신의 존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에게서 사과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한테 사과하라니?그저 멍하니 서 있는 정강수를 보고, 유 원장은 화가 났다.“너, 나랑 박씨 어르신을 믿어, 못 믿어?”박씨 어르신도 한숨을 쉬었다.“가, 어서 사과 해.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뭐.”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 그것도 천씨 가문 가주가 아들을 위해 이미연에게 협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천도준이 정강수의 사과를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순간, 정강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유 원장이 혼자 이러는 거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박씨 어르신까지 이러니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일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정강수는 한숨을 쉰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엄마, 아빠. 제가 도준이를 잡으러 갈게요.”고청하는 감격에 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오해가 풀렸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로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정강수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안채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고덕화와 이은화는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늘 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기쁨에서 분노로, 다시 공포로 변했다. 두 사람은 그저 오랜 친구들을 불러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믿을만한 남자인지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 천도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하면, 두 사람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고덕화는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흘겨보았다.“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 어떻게 두 사람은 아직도 나를 속일 수가 있지
정강수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했다.그들은 모두 오래된 절친한 친구고,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어서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누구 하나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유 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 내가 너랑 싸우는 것을 두려워할 것 같아? 너한테 맞으면 난 내가 직접 치료하면 되는데, 넌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난 절대 치료 못 시켜줘.”“너……”정강수는 얼굴을 붉혔다. 고덕화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같은 편들끼리 왜 갑자기 싸움을 벌이는 거지? 그때, 박씨 어르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유 원장과 똑같이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강수를 바라보았다.“강수야. 이번 일은 네가 경솔했어. 유 원장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너 까지 왜……”정강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세 사람 중, 박씨 어르신이 제일 진중하고 침착한 편이었다. 아니었으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 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야?”고덕화가 다급히 물었다.이은화와 고덕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유 원장은 성격이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를 가리키며 정강수에게 소리를 질렀다.“다시 한번 저 그림을 자세히 봐봐. 그래도 천도준이 선물한 그림이 가짜라고 한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에 정강수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천도준을 대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내가 진짜 잘 못 본 걸까?’정강수는 다시 를 들고 신중하게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아까와 비교하면, 정강수는 확실히 침착했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 고덕화 일행은 막막했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
그의 한 마디에 방은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정강수는 오히려 거만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고청하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갸냘픈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낸다. 처음 부모님을 소개시켜드리는 자리는 이렇게 완전히 망해버렸다.그럼 앞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고청하는 힘겹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준아……”그녀가 막 말을 내뱉은 순간, 천도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했다.당백호의 는 이수용이 그에게 준 것이다. 그는 이수용이 고작 그림 한 점으로 수작을 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씨 어르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해도 절대 가짜일 리가 없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바로 정강수의 독단적인 태도였다. 그는 그림을 단 한 번만 보고 가짜라고 판단했다. 그건 아무리 전문가여도 너무 독단적이었다.그의 이런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기쁨과 환희가 차 넘쳐야 할 자리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고청하의 목소리를 듣고, 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청하야, 난 괜찮아. 난 이만 나가볼게.”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그가 계속 여기에 있는다면 고청하만 중간에서 곤란해질 뿐이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렵게 얻은 이 진실된 감정을 각별히 소중하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난처해하는 고청하를 보고 있자니 천도준은 마음이 아파왔다.말을 마친 천도준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도준아……”고청하는 그를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고덕화가 그녀를 붙잡았다.“청하야. 아직도 모르겠어?”“아빠…… 아빠는 제가 무엇을 이해하기를 바라세요?”고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청하야, 천도준은 이 도시에서 젊은 인재라고
쿵.그의 한 마디에 방 안의 몇 몇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했다.모두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이런 소장품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서화 면에서는 정강수처럼 조예가 깊은 사람은 없었다.한 폭의 그림이 거의 50억에 달한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선물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그 말에 천도준도 깜짝 놀랐다. 이수용은 너무 손이 컸었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50억을 쓰다니?잠시 후, 천도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50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습니다.”“어린 나이에 말은 잘하네?”정강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 흉악한 분노가 일었다. 고청하는 눈을 반짝였다. 천도준의 몸값을 생각했을 때, 50억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가 막 뭐라고 해명하려고 할 때, 정강수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천도준에게 말을 걸었다.“방금 잘 못 들었어? 내가 말한 건 3년 전 시가야.”“잘 들었습니다.”천도준은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49억 2천 8백만원. 구체적인 가격을 어떻게 알았냐고?”정강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시 이 그림이 경매에 팔렸을 때, 내가 그 경매 현장에 있었지. 이 그림은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한 신비로운 구매자 손에 들어갔어. 게다가 이 그림은 3년 전에 사간 이후로 한 번도 세간에 나타난 적이 없었지.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은데, 설마 당신이 그때 그 그림을 산 사람이라고 하진 않겠지?”그 말에 고청하는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두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3년 전이면 천도준과 오남미가 결혼하던 해다.그때의 천도준이 어떻게 50억 짜리 그림을 살 수 있었을까?‘설마…… 진짜 가짜란 말이야?’순간, 고청하의 눈앞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텅 빈 듯 공허해졌다.고덕화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그는 정강수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국화의 대가이고, 이 방면에
그의 한 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덕화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고청하 어머니의 표정도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도준이는 가짜 그림을 선물할 사람이 아니에요.”고청하는 다급히 해명했다.이건 천도준이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다. 그녀의 가세로 보아, 고청하의 부모님은 천도준이 준 선물의 가치를 절대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이 가짜라면 그건 의미가 달라진다.이건 가식적이고 무례한 일이 아닌가?“그래, 맞아. 한 번 더 자세히 봐. 함부로 말하지 말고.”유 원장도 고청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천도준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도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짜를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정강수가 잘못 본게 틀림없었다.“그래, 아까 그저 얼핏 봤잖아. 네가 잘못본 게 틀림없을 거야.”박씨 어르신이 말했다.“뭐?”정강수는 박씨 어르신을 노려보았다.그는 국화의 대가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그림 한 점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었다.그는 수십 년 동안 서화에 빠져있었고 직접 본 서화는 부지기수였다.당백호의 는 정강수가 한 눈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당신……”박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천도준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정강수를 향해 말했다. “이 당나귀 같은 놈아. 오늘은 청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를 하러 온 날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이 어떻게 가짜 그림을 선물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만약 이번 일로 천도준이 대노한다면 천씨 가문의 명령하나 만으로 정강수는 그동안의 명성을 전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왜 나를 탓하는 거야?”정강수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난 저 녀석이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선물로 가짜 그림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보잘것 없는 선물이라도 정은 깊다는 말도 있는데 값비싼 선물을 주지 못해
“걱정하지 마. 이따가 확실하게 단련시켜 줄 테니까.”박씨 어르신은 워낙 권위가 높은 사람인지라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유 원장과 정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시게나. 우린 오랜 벗이잖아. 우리를 초대했으니까 우리도 자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걸세.”“도대체 어느 잘난 놈이 청하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똑똑히 봐둬야겠어.”고덕화는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주먹을 맞잡았다.바로 그때, 고청하는 잔뜩 민망해하는 천도준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천도준을 보자마자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동시에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순식간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저…… 저 사람이 고덕화의 예비 사위라고? 세상에.’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권세도 높고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천도준을 보자마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이렇게 큰 인물을 감히 누가 누구를 테스트하고, 누가 누구를 단련시킨단 말인가?박씨 어르신은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이율 병원 원장인 유 원장은 천도준의 어머니가 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그는 천도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장 의사를 통해 천도준에 관한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우리더러 잘 테스트해봐라던 그 사람이야?”유 원장이 말했다.옆에 있던 박씨 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유 원장이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사실, 천도준은 방에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오늘 밤 고청하의 부모님을 만난 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함께 있을 줄이야.박씨 어르신뿐만 아니라 유 원장도 있었다.그의 어머니가 이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어머니를 돌봐느라 병원에 자주 들르곤 했다. 그럴 때에 유 원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오직 그 점잖은 얼굴을 한 사람과만 초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씨 어르신, 유 원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또한 만만한 인
죽림 정원.웃음 소리가 본연의 고즈넉함을 깨뜨렸다. 고청하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아버지와 그의 몇 몇 오랜 벗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봤다.한 쪽의 대원들 외에, 국화의 대가, 의학의 권위자 등등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이 사람들은 국내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고청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이따가 천도준이 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자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못 본 새에 이율 병원 원장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하더군.”중년 남자는 활짝 웃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외국의 의학 잡지에 자네가 자주 등장하더군.”“하하하. 그만 칭찬하게나. 이게 다 검은 머리가 희도록 밤 새서 노력한 결과물이니……”유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걸로 따지면 정강수가 제일 자격이 있지.”그 말에 점잖은 외모에 안경을 쓴 또 다른 중년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국제적으로 유명하다니? 정말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건 내가 아니라 고씨 지. 석유 재벌과 실리콘밸리의 가물들과 어울려 놀잖아.”“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이번에 너희를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바로 사윗감을 테스트 하는 거지.”박씨 어르신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말에 유 원장과 정강수는 동시에 흥미를 느꼈다. 그들은 앞다투어 고덕화의 예비 사위가 누구인지 물었다.고덕화는 말없이 웃으며 나중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생각지도 못했어. 덕화가 이 도시에서 가문을 일으켰는데 사위도 이 도시에서 찾고, 어느 집 재주가 뛰어난 놈이 우리 조카딸을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게 한 거야?”유 원장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했다.“기다려보면 알아.”고덕화는 살짝 웃었다. 그러면서 고청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마침 사람들도 다 모였으니 이 녀석들이 나를 도와 그 녀석이 진짜 합격된 놈인지 아닌지 테스트할거야.”고청하는 두 손을 맞잡
세 개의 분양 아파트 실시간 데이터는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면 이번에 나온 매물들을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였다.그는 큰 주목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장 빠른 이익화를 실현하려고 했다.오후 5시, 천도준은 마영석에게 오늘 밤 축하연을 마련하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테이블로 배달된 초대장 하나가 그의 계획을 완전히 허사로 만들었다.초대장에 적힌 글자를 보고, 천도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기뻐하면서 조금 놀란 것 같았다.초대장에는 사인회관이라는 장소가 적혀 있었다.사인회관의 초대장이다. 입문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었다.“누가 보낸 거지?”그는 울프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울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젊은 사람이야. 그저 초대장만 건네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천도준은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초대장은 진짜 초대장이 맞았다. 사인회관의 명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아무도 감히 이 초대장을 위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초대장에는 주인의 이름이 빠져있었다.‘혹시 박씨 어르신인가?’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의 신분으로 이 초대장을 보낸다면 자신의 이름을 빼먹지 않을 것이다.“축하연은 오늘 너희끼리 해야겠어. 나는 약속 장소로 가봐야 해.”그는 초대장을 흔들며 마영석에게 말을 걸었다.만약 정말 박씨 어르신이 보낸 초대장이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간단한 초대장 한 장이라고는 하지만, 주건희, 주준용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지금 상대방이 직접 그의 손에 가져다줬는데 그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멍청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인회관은 여전히 독특한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자랑했다.작은 뜰.환한 등불이 비추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진정한 사인회관의 단골손님만이, 전체 사인회관에서 이 대나무 숲의 작은 뜰에 출입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