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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4-30 15:12:54
부시아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은 아빠, 저 지금 작은 엄마 집에 있어요.”

“작은 아빠가 지금 데리러 갈까?”

“네. 작은 아빠, 근데 저… 제 생각엔…”

“네 생각엔?”

“제 생각엔 작은 아빠한테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요.”

“…”

“오늘 밥 먹으면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작은 엄마는 지훈 오빠랑 얘기하느라 저를 아예 까먹고 있던데요. 밥 다 먹고 나서는 지훈 오빠가 먼저 작은 엄마한테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도 얘기했고요. 작은 엄마도 그걸 딱히 거절하지는 않았어요.”

부시아의 말을 듣는 그 순간에도 부승민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잠시 침묵을 유지한 부승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또 있어?”

설마 온하랑이 진짜 민지훈을 좋아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부승민은 어딘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또 있어요. 제가 일부러 지훈 오빠 돈이나 뜯어먹어 보려고 진짜 말도 안 될 정도로 메뉴를 엄청 많이 시켰단 말이에요? 그랬더니 작은 엄마가 저한테 지훈 오빠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나중에… 제 작은 아빠가 될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한 번만 더 그런 짓 하면 저랑 친하게 못 지낼 것 같다면서… 그리고 방금 다음 약속도 잡았어요! 아 맞다, 그리고 지훈 오빠가 작은 엄마 끌어안기까지 했어요!”

사실 끌어안았다기보다는 넘어질 뻔한 온하랑을 부축해준 것일 뿐이었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오랫동안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부시아가 말을 이어나가려던 그 순간, 화장실 밖에서 온하랑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시아야, 아직이야?”

부시아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작은 엄마, 저 똥 싸고 있어요! 냄새 장난 아니에요!”

“아, 다 되면 불러. 닦아주러 들어갈게.”

부시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작은 엄마, 저 혼자서도 할 수 있거든요!”

‘흥, 작은 엄마는 아직도 내가 어린 애인 줄 아나!’

점점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에 부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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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425화

    “고마워.“부승민이 자신의 앞에 놓인 뜨거운 물을 집어 들더니 고개를 들어 뜨거운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온하랑은 그런 부승민을 못 본 척 몸을 돌려 소파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오늘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확인했다.솔직히 온하랑은 아직 사진 공모전의 주제를 떠올리지 못했다. 여전히 지금은 자신만의 느낌을 찾아가는중이었다.그녀는 모든 정신을 집중한 채 열심히 카메라를 보았다.그러던 순간, 온하랑은 갑자기 왼쪽 귀가 간지러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왼쪽 귀를 만지작대다가 다시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오른쪽 귀가 간지러워져 또다시 손을 들어 오른쪽 귀를 문질렀다.왼쪽 귀가 여전히 간지럽고 뜨겁더니 귓불까지 저도 모르게 점점 빨개졌다.이상했다.그녀는 빠르게 몸을 똑바로 일으켜 뒤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인지 부승민이 그녀의 등 뒤로 다가와 두 손을 소파에 짚은 채 몸을 숙여 온하랑의 귀에 바람을 불고 있었다.온하랑의 귓불은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피가 날듯 새빨개지더니 그 열기가 점점 귓바퀴까지 퍼져나갔다. 그녀는 치밀어 오르는 화에 정신까지 혼미해졌다.“부승민, 미쳤어?”평소에 욕이라고는 딱히 하지 않는 온하랑은 기껏해야 미쳤냐 정도의 말 밖에 하지 못했다.부승민의 눈빛에 웃음기가 감돌더니 재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나 미쳤다. 너 안 보면 인생이 재미없어 죽어버릴 것만 같은데 이게 미친 상사병 아니면 뭐냐.”“…”대체 어디서 배워온 악취미인지 부승민의 대답이 지나치게 오글거린 나머지 온하랑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부승민의 말을 무시한 채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하랑아.”부승민이 온하랑을 불러 세웠다.딱 들어도 별 좋은 소리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온하랑은 못 들은 척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가지 마, 할 얘기 있어. 시아 얘기야. 좀 들어봐.”온하랑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부승민을 바라보며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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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426화

    부승민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만약 고모가 정말 시아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단순히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시아한테 널 멀리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을 거야.”온하랑은 시아에게 상처를 줄 사람도, 시아를 나쁜 길로 들어서게 할 사람도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아 역시 온하랑을 좋아하고 잘 따랐으니 굳이 부시아와 온하랑을 강제로 떼어놓을 필요가 없었다.온하랑이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사실 그게 인지상정이야. 만약 시아가 내 아이였어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랑 접촉하는 걸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었을 거야. 다만 고모님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쳤을 뿐이지.”온하랑의 말을 들은 부승민은 부선월이 온하랑에게 줬던 모욕들을 떠올리며 미간을 좁혔다. 그는 온하랑을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시아도 여기 남길 원한다면 내 딸로 호적에 올릴 생각이야. 시아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시아 생모는 너로 해둘 생각이고.”부승민의 말에 온하랑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부승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여러 번의 심사숙고를 거친 끝에 내린 결정이야. 넌 어떻게 생각해?”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대외적으로 부시아가 딸이라고 밝혀도 거기에 의심을 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기 위해서 어쩌면 이게 제일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온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하지만 이런 얘기를 지금 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지 않아?”시아의 휴가도 길어봤자 한 달이었다.어떻게 이 짧디짧은 한 달 때문에 부시아더러 로스앤에서의 4년을 포기하라고 할 수 있을까?부승민은 온하랑에게서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부시아의 얘기를 할 때야 두 사람은 평화롭게 앉아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부승민은 온하랑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하더니 무심코 질문을 던졌다.“시아한테서 들었는데 오늘 금방 민지훈이랑 약속 잡았다며?”그 순간, 부승민은 순간적으로 온하랑에게 설마 정말 민지훈에게 마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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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427화

    “응.”“내가 잘 부탁한다고 얘기 좀 해줄까?”온하랑이랑 따로 밥 먹을 시간도 없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게.온하랑은 부승민을 슬쩍 쳐다보더니 말했다.“필요 없어.”낙하산 싫어하는 사람 아니었나?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지?온하랑은 뒤늦게 대화 주제가 점점 다른 쪽으로 빠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부승민과 같은 소파 위에 앉아서 이렇게나 오랫동안 대화를 나눌 줄이야!그녀는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나 시아 좀 보러 갈게.”“하랑아!”“또 볼일 남았어?”부승민이 몸을 일으켜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전에 내가 너한테 좋아하는 사람 있냐고 물어본 적 있었지. 넌 내 질문에 있다고 대답했어. 그 사람, 누구야?”이 늙다리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구나!연민우는 이미 온하랑의 대학 시절에 관련된 모든 자세한 자료와 경력들을 부승민에게 전해 준 상태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온하랑이 얘기한 그 사람의 정체는 알아낼 수 없었다.온하랑은 방어라도 하듯 부승민을 바라보며 아무 말이나 던졌다.“이주혁이지!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걔 아니잖아.”“걔 맞아! 믿든지 말든지!”말을 마친 온하랑은 곧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다.부승민은 온하랑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네가 또 나한테 해줬던 말이 있지.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이주혁은 널 좋아해.”온하랑은 잠시 입술을 깨물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손 놔!”그녀가 회피하면 회피할 수록 부승민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했다. 온하랑이 좋아한다고 했던 그 사람은 절대 그녀를 임신시킨 사람과 동일인물이 아니다.“네가 지금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건 대답을 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교통사고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 거야?”부승민이 꽤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출산의 기억을 잊어버린 온하랑이 그 사람에 대한 기억도 함께 잊은 게 아닐까?“손 놓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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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428화

    온하랑은 아무런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말했다.“안 가.”하지만 부승민은 온하랑의 거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내일 오후에 데리러 올게.”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현관을 나서기 전, 부시아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시아야, 작은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 알겠지?”부시아가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부승민이 집 밖에 나서는 것을 바라보며 안방 문이 닫혔다. 부시아는 고개를 들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작은 엄마, 술자리가 뭐예요?”온하랑이 간단히 설명해주었다.“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노는 거야.”“그럼 내일 저도 같이 갈 수 있어요?”호기심 가득한 부시아가 잔뜩 기대 어린 표정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온하랑은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안 돼.”“… 알겠어요.”온하랑은 점점 어둑어둑해지는 바깥을 바라보더니 주방으로 가 냉장고를 열고 몇 가지 식자재를 꺼내 오늘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식사 준비가 절반 정도 끝나자 현관에서 딸깍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시언이 문을 열고 들어와 소파에 가방을 내던졌다.“송이야, 우리 송이 어디 있니?”“송이 여기 있어요!”부시아가 소파 뒤쪽에서 고개를 내밀더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김시연을 쳐다보았다.“아줌마가 혹시 우리 작은 엄마가 얘기한 김시연 아줌마예요? 아줌마, 너무 예뻐요!”부시아를 발견한 김시연은 빠르게 아이의 정체를 알아내고는 부시아에게로 걸어가 물었다.“네가 시아구나? 말 정말 예쁘게 하네.”그녀는 송이를 몇 번 쓰다듬더니 부시아에게 말했다.“송이랑 놀고 있어. 나는 작은 엄마 도와주러 갈게.”말을 마친 김시연이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채소를 썰고 있는 온하랑을 발견한 김시연은 그녀의 곁으로 가 팔꿈치로 온하랑을 툭툭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봐요, 하랑 씨. 왜 아직도 안 돌려보낸 거예요?”“오늘 밤에 나랑 같이 자기로 했어요.”“네?”김시연은 매우 놀라며 몰래 주방 밖을 슬쩍 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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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429화

    온하랑 역시 잠옷으로 갈아입고 불을 끈 뒤 이불을 들어올려 침대 위에 누웠다.토실토실한 부시아가 곧바로 굴러들어왔다.온하랑은 자연스럽게 부시아를 품에 끌어안았다.부시아는 고양이처럼 온하랑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부비적댔다.“작은 엄마, 좋은 냄새 나요.”온하랑은 말 없이 그저 웃기만 하면서 부시아의 등을 토닥였다.“얼른 자자. 자다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작은 엄마한테 얘기해.”“네.”낮잠을 자지 못한 아이는 눈을 감자마자 바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온하랑 역시 천천히 잠에 들었다.어렴풋이 무언가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그녀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꿈속에서 그녀는 한 병원에 병상 위에 누워 있었다. 옆에는 갓난아기가 누워 있었는데 태어난 시에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누워 있는 갓난아기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았다.“온원녕, 앞으로 너는 원녕이야.”꿈속에서의 온하랑은 아기를 안고 살살 흔들었다.그렇게 흔들다가 갑자기 품속의 아이가 사라졌다.깜짝 놀란 온하랑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떴다. 어둠만이 내려앉은 자신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꿈이었구나.그녀는 손을 뻗어 침대맡 탁자에 놓인 휴대전화를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다섯 시밖에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온하랑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부시아를 바라보다 손가락으로 아이의 통통한 볼살을 한 번 찔러보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아마도 부시아가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아이를 향한 갈망을 깨워준 듯 싶었다. 그 때문에 이런 꿈도 꾼 것이겠지.부시아와 천천히 멀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온하랑의 마음은 이내 죄책감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7시가 되어 잠에서 깬 그 순간에도 부시아는 여전히 곤히 자고 있었다.온하랑은 기지개를 키더니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송이의 밥응 챙겨주고 세수를 마친 뒤 아침식사를 준비했다.온하랑은 두 개의 수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식빵 두 조각, 스테이크 한 조각, 계란프라이 하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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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430화

    부승민의 눈빛은 초점을 잃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마치 무언가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기라도 하는 듯싶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온하랑을 바라보았다. 높게 솟은 눈썹뼈가 아이홀 밑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 검은 눈동자가 더욱 그윽해 보이게 만들었다.온하랑은 마음속으로 부승민을 변태라 욕보였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부승민을 째려보았다.부승민은 화를 내기는커녕 낮게 웃었다.부승민의 밝은 웃음소리가 오히려 온하랑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그녀는 다급하게 대화 주제를 돌렸다.“시아야, 방학 숙제 있어?”부시아는 고개를 들고 큰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있어요, 근데 다 엄청 간단한 것들이에요.”“알겠어.”“작은 아빠, 저 지금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저도 그 술자리 가고 싶은데.”부시아가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바라보며 그의 팔을 살살 흔들었다.“시아야, 말 들어야지. 너 집에 데려다주고 작은 아빠가 과자 사줄게.”“저 과자 별로 먹고 싶지 않아요. 저도 술자리 가고 싶다고요.”“안 돼.”“흥, 작은 아빠랑 말 안 할래요!”부시아는 작은 볼에 바람을 넣고 삐진 티를 내며 고개를 온하랑 쪽으로 홱 돌렸다. 그리고는 온하랑을 끌어안고 말했다.“작은 엄마, 저 오늘 밤에도 작은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요.”온하랑은 아이의 부탁에 하마터면 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뻔했다.그녀는 몇 분 정도 망설이더니 결국 부드럽게 아이의 부탁을 거절했다.“시아야, 오늘 밤에는 작은 엄마가 엄청나게 늦게 돌아갈 것 같은데 혼자 자는 게 어때?”하지만 부시아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기다릴 수 있어요.”“하지만 작은 엄마가 너무 늦게 돌아가면 너를 챙겨줄 수 없을 거야.”“저 스스로 챙길 수 있어요. 혼자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고, 저 혼자 옷도 벗을 수 있어요. 만약 정말 늦게 돌아오시면 저 먼저 자고 있을게요!”“…”온하랑의 침묵을 보던 부시아는 작은 입술을 말아 물며 불쌍한 표정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작은 엄마, 혹시 제가 싫어진

    최신 업데이트 : 2024-05-01
  • 위태로운 제안   제431화

    온하랑이 다급하게 손을 빼냈다.“이번 한 번만 봐준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도 거절 실패다. 멀어지기 실패.됐다. 이게 마지막인 걸로 하자.다음엔 무조건 칼같이 거절할 것이다.운전기사가 물었다.“대표님, 차 돌릴까요?”“아뇨, 우선 저택에서 시아 옷이나 몇 벌 챙기고 하랑이네 집으로 가죠.”“네.”차가 단지 앞에 멈춰 서자 온하랑이 차에서 내려 부시아의 옷가지를 담은 가방을 꺼내 직접 부시아를 위층까지 올려주었다.그 시각, 김시연은 한가하게 소파에 누워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온하랑이 돌아온 것을 발견한 김시연이 입을 열었다.“걔 돌려보내…”김시연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하랑의 뒤로 부시아가 보이자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온하랑도 어딘가 민망해져 감히 김시연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다급하게 가방만 소파 위에 놀려놓은 채 말했다.“시연 씨, 오늘 밤 시아 좀 부탁할게요. 저는 일이 좀 있어서 늦을 것 같아요.”부시아의 앞에서 김시연은 망설임 없이 빠르게 대답했다.“그래요, 얼른 가봐요. 시아야, 오늘은 아줌마랑 같이 밥 먹자!”“네.”부시아도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줌마, 잘 부탁드립니다.”온하랑은 혹시라도 부시아가 심심해할까 아이패드까지 꺼내 부시아에게 전해주며 몇 마디 당부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엘리베이터를 나서자마자 온하랑의 휴대전화에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음이 떴다.알림을 확인해보니 김시연이 보낸 째려보는 듯한 이모티콘이 떠 있었다.“무슨 상황인지 설명 좀 해보시죠? 왜 아직도 안 돌려보낸 거예요?”온하랑이 몇 초 정도 침묵을 유지하더니 곧이어 말을 꺼냈다.“안심하세요. 이게 정말 마지막이니까.”안심은 개뿔.김시연은 부승민이 얼마나 교활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부승민은 지금 온하랑이 아이에게 약하다는 것을 이용해 부시아로 그녀를 유혹 중이었다.“확실한 거예요?”“확실해요.”온하랑은 확고하게 대답했다.“좋아요. 믿어줄게요. 아 맞다, 오늘 저녁에 무슨 일이 있길

    최신 업데이트 : 2024-05-01
  • 위태로운 제안   제432화

    온하랑이 옷걸이 쪽으로 걸어갔다.부승민이 그쪽으로 다가가 패딩을 꺼내 그녀의 몸 위에 덮어 주었다.스튜디오를 나서자 뼈까지 파고드는 한기가 밀려 왔다.“얼른 차 안으로 가자.”부승민은 차가운 온하랑의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빠르게 부승민의 손을 피했다.그는 조금 어색한 듯 빠른 걸음으로 차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부승민은 온하랑을 도와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온하랑은 치마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부승민은 바로 차 문을 닫고 다른 한쪽 문으로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는 히터가 틀어져 있어 바깥과는 사뭇 다른 따뜻한 공기가 감돌았다.목적지에 도착하자 온하랑은 패딩을 벗고 부승민의 뒤를 따랐다.문 앞까지 도착했을 때, 부승민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팔을 살짝 굽히고는 온하랑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잠시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손을 들어 부승민의 몸과 팔 사이에 생긴 작은 틈에 밀어 넣고는 로비로 들어섰다.“부승민 대표님.”이번 술자리 주최자가 바로 달려와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이렇게 와주시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부승민의 수하에 있는 자산이 만만치 않게 많았다. 최근 몇 년 동안 과학 기술 분야에서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금영 테크, 첨단산업개발 구역 랜드마크 건물을 인수한 부동산 회사, 그리고 시내 중심의 가장 높은 사무실 건물과 강남 시내를 통틀어 최고의 무역액을 달성한 금정 빌딩까지.따라서 그가 BX 그룹 대표이사직에서 물러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부승민을 추앙했다.“과찬이십니다.”“이쪽은 온하랑 씨, 맞으시죠?”이 씨는 온하랑에게 아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미처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얼마 전에 금방 이혼한 둘이 지금은 함께 모임에 참석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렇다는 건 합의로 진행된, 평화롭게 이루어진 이혼이었겠지?“안녕하세요.”온하랑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안으로 드시죠, 부 대표님.”“네.”부승민과 온하랑은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오랜만입니다, 부 대표님.”“어머, 대표님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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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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