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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06-30 12:30:18
온연은 고통을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들어섰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목정침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그의 눈빛은 침울했고, 얼굴빛마저 차가워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 졸음이 몰려왔지만 온연은 잠들 수 없었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목정침과 부딪히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온연이 몰래 해성에 온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다 마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저택으로 돌아온 뒤 목정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욕실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것이었다. 온연은 목소리를 낮춘 채 유씨 아주머니께 물었다.

“목정침, 언제 돌아온 거에요?”

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택에 오신 적 없어, 오늘 돌아오셨는 걸.”

온연은 머리가 아팠다. 임립에게 그렇게나 빨리 사직서를 제출하지 말았어야 했다. 틀림없이 임립이 몰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한 듯하다. 지금의 그녀와 목정침의 관계라면 그녀가 떠떠난 것을 알았더라도 목정침이 일을 놓으면서까지 그녀를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연은 문득 독감에 걸린 그가 떠올랐다.

“아, 방에 시트도 갈고, 이불도 바싹 말려야해요. 당분간은 음식도 싱겁게 조리 해야겠어요.”

“그래, 근데 연이 너 안색이 안 좋은데, 도련님이랑 또 무슨 일 있었어?”

온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가운 손이 온연의 뺨을 쓸어내렸고 그녀는 곧 도망치듯 위층으로 올라갔다. 경험자인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걸음걸이만 봐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렸다.

방으로 돌아오니 욕실에서는 부슬부슬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눈송이가 흩날리는 오후에 노곤함이 밀려왔다. 그림에 관련한 책을 몇 권 집어 아래층 쇼파로 향했다. 웅크려 앉아 몇 장 읽으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니 저녁 7시가 다 되어갔다. 그녀의 머리 위 불빛들이 어두웠고 한눈에 봐도 저택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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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투를 벗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방으로 들어섰다. 냄새가 배어 있지는 않은 지 다시 한번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가 싫어할까봐 두려웠다. 이런 조심성은 그녀가 여덟 살 때부터 쭉 이어졌다. 문을 여는 순간 훅 끼쳐오는 옅은 담배냄새에 그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무슨일이세요?”목정침은 창가에 서서 설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에 잘 어울리는 회색 양복을 입은 뒷모습이 사람을 매료시켰다.“저녁 6시에 우리회사 패션쇼가 있을 거야. 네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 가는 건 네 자유고.”내 작품이라니?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그가 조언해준 원고뿐인데, 완제품이 빨리 나온 듯하다. 온연은 흔쾌히 대답했다.“저 갈래요.”목정침은 아무 말이 없더니 곧 손을 입가로 들어올려 기침을 두어 번 하였다. 온연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감기 아직 다 안 나으셨어요? 약 드시는 거 잊지 마세요.”목정침은 돌아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조롱을 띄운 듯했다.“내가 널 한번 품었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듯 생각하지 마. 그 한 번으로 임신을 했을지 아직 모르잖아?”온연의 눈빛에 상처가 가득했으나, 오히려 입은 대꾸했다.“임신했다고 하더라도 온전할지는 몰라요. 최근 저희 둘 다 감기약을 많이 먹었잖아요.”“임신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했나봐?”조롱 가득한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온연은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해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힐끗 시간을 확인하더니 그가 말했다.“난 먼저 가서 정리할 테니, 늦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가 돌아서는 순간 온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차가움이든 비아냥이든 그의 눈빛이 점점 무섭게만 느껴졌다. 한 시간 후, 온연은 다시 그를 찾아가 그의 앞에 섰다.“준비 다 된거야?”목정침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과하지 않은 차림새였다. 옅은 하늘색 스키니진이 얇은 다리를 감쌌고 베이지색 니트와 코트, 단화를 신은 채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안 그래도 화려한 이목구비에 화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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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76장

    온연은 그의 두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간간한 아부소리에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다. 후반 웨딩 페어가 시작 되고서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자신의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집중했다. 완제품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따지자면 온연이 ‘친엄마’라 볼 수 있었다.1초, 1분 시간이 점점 흐르고 전시가 막바지에 일렀다. 온연은 점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이 피날레에 서는 것이 가능한가? 그녀는 이제 목정침의 회사 사람도 아니였다. 그가 그녀를 놀리기 위함 이였을까?그때 현장에 흐르던 노래가 신나는 리듬에서 잔잔히 바뀌며 분위기를 압도하였다. 늘씬한 몸매의 백인 모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온연은 숨을 죽일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작품이였다. 실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긴 기장의 드레스였다. 치맛자락은 단연코 과하지 않았다. 온연의 평소 차림도 보수적이었기에 드러냄이 적은 중국풍 치파오를 기본으로 한 디자인이었다. 백색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 화이트 글러브와 머리장식을 사용하고, 번거로운 주얼리를 택하는 대신 정교한 자수를 덧대었다.온연은 그녀의 디자인 원고가 너무 함축적이라 여겼기에, 목정침이 점 찍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시는 곧 막을 내렸고, 온연이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웃고떠드는 강연연과 목정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같이 돌아가려는 생각을 접고 혼자 자리를 떴다.길목에서 차를 기다리던 때였다. 목정침의 차가 갑자기 그녀 앞에 멈춰섰다. 온연은 차 안에 강연연이 없음을 확인한 후, 차에 몸을 실었다. 온연은 굳이 왜 강연연과 함께 있지 않냐고 묻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그는 누구보다 이미지에 신경을 썼기에, 부인이라 알려진 그녀와 돌아가려는 것 일거다. 여러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난 그가 무엇을 하고싶은지는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진락이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다. 고민하는 듯했다. 온연은 슬슬 위가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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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77장

    진몽요가 나간 후 온연의 문자 알람이 쉴 틈도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기애애하게 문자를 주고받는데 목정침이 단호하게 말했다.“식사에 집중하지?”온연은 재빨리 진몽요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식사를 이어갔다. 어릴 때 밥을 먹다 말고 장난감을 갖고 놀다 그에게 혼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목정침의 정신이 일순간 멍해졌다. 지난 시절 그녀와의 추억은 미움뿐만이 아니었을 텐데…… 그런 목정침의 시선을 느낀 온연이 어색함을 내비쳤다.“왜그래요…?”목정침은 그녀의 말에 시선을 거두고는 그녀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 모습에 온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와 술을 마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온연은 몇초간 고민하다 결국 그와 잔을 부딪혔다. 온연이 술을 한모금 마시는데 목정침이 말을 걸어왔다.“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있나?”그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던 전례가 있었기에 온연은 필사적으로 기억해내었다.“결혼기념일이죠?”답안을 말했음에도 그녀는 어떻게 그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금슬 좋은 부부끼리 나올 법한 주제에 온연이 당황했다. 밖에서 식사를 했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목정침은 다시금 그녀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온연은 자신의 주량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술을 거부하면 이 흥이 깨지기라도 할까 두려워 결국 잔을 비워내었다. 식사가 다 끝나갈 때 쯤이 되니 온연의 정신은 모호했고 의식마저 흐릿했다. 얼굴마저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술자리에 익숙한 목정침의 주량에 이쯤은 끄떡없는 듯했다. 조금의 취기도 없는 듯 그는 곧 웨이터를 불러 계산을 했다. 웨이터가 공손한 태도로 그에게 말했다.“오늘 오시는 걸 사장님께서 미리 아셨는지 돈은 안 받으시겠다고 하십니다.”“다음엔 내가 대접하겠다 전해주게.”목정침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백수완 레스토랑은 경소경이 재미로 운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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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78장

    가까스로 저택에 도착하였고, 온연은 거의 목정침에게 매달린 모습이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을 들고 위층에 따라 올라가려 했으나 마음이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죠? 사모님은 술을 잘 못하실 텐데……”목정침은 아무 대꾸도 없었다. 그에게 유씨 아주머니가 따뜻한 수건을 건네었다.“저 도련님, 그럼 사모님은 도련님께 맡기고 저는 이만 내려가보겠습니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온연의 얼굴을 살살 닦아내기 시작했다. 온연은 순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꺠끗이 닦아… 그 사람이 더러운 걸 얼마나 싫어하는데! 빨리!”목정침은 몸을 움찔 떨었으나 이내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불과 2초쯤 지났을까, 온연이 그를 확 밀어내었다. “하지마… 화장 지워야 해……”신기하게도 그녀는 화장을 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잔뜩 취한 온연은 그가 끼어들지 못하게 하였고 그는 그녀의 뒤에서 실랑이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다리가 힘이 빠져 푹 내려 앉는 순간 그는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으며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었다.“착하지, 그만 자러가자……”그녀는 이에 아랑곳 않고 발버둥치며 말했다.“나 아직 샤워도 안했어… 샤워 해야돼, 넌 몰라… 목정침 그 놈은 결벽증이 있어서 내가 샤워 안하면 자기 침대에서 자는 거 싫어한다구……”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정침은 그녀를 번쩍 안아들더니 방 안 침대로 향했다.“괜찮아, 안 싫어.”“나 씻을거야!”온연은 계속하여 발버둥쳤고 목정침은 모처럼 인내심을 가지고는 걸음을 돌려 그녀를 욕실로 데려갔다. 온연은 자리에 서자마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 그의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목정침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어렵게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온연 대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주는데, 물이 채 차지도 않은 욕조에 온연이 비틀거리며 몸을 뉘였다.물이 슬슬 차올랐고 그는 혹시나 물을 먹을까 그녀의 머리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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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79장

    오후가 될 때까지도 목정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온연은 그림 재료를 사러 나서는 김에 진몽요에게 연락하여 그녀를 불러내었다. 그때 호텔 사건 이후, 그녀들은 제대로 모인 적이 없었다. 이대로 서먹해지기는 싫었다.두사람은 한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혼자 그곳에 나온 진몽요에 온연은 의구심이 들었다.“전지없이 혼자네?”진몽요는 한숨을 내뱉었다.“그런 일로 인터넷을 발칵 뒤집었는데, 어떻게 감히 나랑 같이 나올 수 있겠어? 난 진작부터 널 만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걱정 하시더라고. 그래서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어. 그 놈들 심보가 아주 사나워, 무슨 일이든 나서서 꾸며내려 하는 거 정말 꼴불견이야!”온연은 아무래도 그 일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하였다.“몽요, 전지랑 나 정말 아무 관계도 아니야. 걔 말 거짓 아니야. 사실 그때 날 부른 것도 너한테 청혼하기 위해서 상의하려고 부른 거였어. 너한테 서프라이즈 하려고.”진몽요가 농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너가 진짜 걔랑 뭐가 있다하더라도 난 사랑 버리고 우정 택할 거야. 찌질이는 버리고 다른 남자 찾으면 되지. 너야 말로 단 하나뿐이고 내가 제일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몽요……”가슴속 깊은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입을 뻥끗 거리다 이내 다시 침묵했다. 진몽요가 그런 그녀에게 슬쩍 윙크를 했다.“너한테는 목정침이 있잖아? 네가 전지를 눈독 들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궁핍한 사람이니? 호텔에서 있던 일도 그저 무슨 일인지만 알고 싶었지 너희를 의심하지는 않았어. 목정침 이야말로 간통 잡아내려는 듯 뛰어오던데, 그거야말로 무슨 상황 이였던거야?”“나도 모르겠어.”온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그에 진몽요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널 신경쓰는 것 같던데? 전지가 나한테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 본적이 없어. 남자애랑 외출하는데도 아무것도 묻지 않더라.”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렀음에도 온연은 그들의 프러포즈에 더 관심이 쏠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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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80장

    진함은 언짢았으나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수년 간 재벌 가의 사람이었기에 자기 스스로 공공장소에서의 소란은 허락되지 않았다. 온연은 강연연의 요구를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내가 너한테 왜? 어떻게 하면 교양 없는 사람한테 머리 숙이는지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던데? 네 어머니가 지금 옆에 계셔서 망정이지, 난 네가 가정교육을 받긴 했는지 의심스러워.”강연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테이블 위의 커피를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온연에게 끼얹었다. 진몽요는 급히 온연을 뒤로 잡아 끌었고, 뜨거운 온기가 남아있는 커피는 결국 진몽요에게 끼얹어졌다. 진몽요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진몽요는 이 곳이 어디인지도 잊은 채 강연연을 세게 밀쳤다.“한 번 더 뿌려보지 그래?!”진함은 사색이 되더니 이내 소리쳤다.“그만해!”강연연의 근성으로는 진몽요에게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뜯기 시작했다. 진함은 분노로 속이 일렁였다. 주변의 곁눈질로 본인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만 같았다. 다급해진 그녀는 급히 손을 들어올려 강연연의 뺨을 내려쳤다.“그만두라 했지!”쨍쩅한 마찰음과 함께 강연연이 멍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강연연은 억울한 듯 얼굴을 가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엄마…… 엄마가 어떻게 날 때릴 수 있어?”진함은 눈을 질끈 감았다.“온연은 네 언니야! 어쨌든 네가 이렇게 생떼 부리는 건 용납못해, 강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짓이야. 알아?!”강연연은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온연은 진몽요의 몸에 묻은 것들을 털어주며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진함은 그들을 두어걸음 쫓다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 커피 마실 생각이 싹 사라졌다.“집으로 돌아가!”강연연이 볼멘소리를 내었다.“난 안가! 돌아가려거든 먼저 가!”진함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은 듯 발길을 돌렸다. 카페를 나온 온연이 진몽요에게 미안함을 내비쳤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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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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