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저택에 도착하였고, 온연은 거의 목정침에게 매달린 모습이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을 들고 위층에 따라 올라가려 했으나 마음이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죠? 사모님은 술을 잘 못하실 텐데……”목정침은 아무 대꾸도 없었다. 그에게 유씨 아주머니가 따뜻한 수건을 건네었다.“저 도련님, 그럼 사모님은 도련님께 맡기고 저는 이만 내려가보겠습니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온연의 얼굴을 살살 닦아내기 시작했다. 온연은 순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꺠끗이 닦아… 그 사람이 더러운 걸 얼마나 싫어하는데! 빨리!”목정침은 몸을 움찔 떨었으나 이내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불과 2초쯤 지났을까, 온연이 그를 확 밀어내었다. “하지마… 화장 지워야 해……”신기하게도 그녀는 화장을 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잔뜩 취한 온연은 그가 끼어들지 못하게 하였고 그는 그녀의 뒤에서 실랑이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다리가 힘이 빠져 푹 내려 앉는 순간 그는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으며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었다.“착하지, 그만 자러가자……”그녀는 이에 아랑곳 않고 발버둥치며 말했다.“나 아직 샤워도 안했어… 샤워 해야돼, 넌 몰라… 목정침 그 놈은 결벽증이 있어서 내가 샤워 안하면 자기 침대에서 자는 거 싫어한다구……”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정침은 그녀를 번쩍 안아들더니 방 안 침대로 향했다.“괜찮아, 안 싫어.”“나 씻을거야!”온연은 계속하여 발버둥쳤고 목정침은 모처럼 인내심을 가지고는 걸음을 돌려 그녀를 욕실로 데려갔다. 온연은 자리에 서자마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 그의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목정침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어렵게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온연 대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주는데, 물이 채 차지도 않은 욕조에 온연이 비틀거리며 몸을 뉘였다.물이 슬슬 차올랐고 그는 혹시나 물을 먹을까 그녀의 머리를 받
오후가 될 때까지도 목정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온연은 그림 재료를 사러 나서는 김에 진몽요에게 연락하여 그녀를 불러내었다. 그때 호텔 사건 이후, 그녀들은 제대로 모인 적이 없었다. 이대로 서먹해지기는 싫었다.두사람은 한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혼자 그곳에 나온 진몽요에 온연은 의구심이 들었다.“전지없이 혼자네?”진몽요는 한숨을 내뱉었다.“그런 일로 인터넷을 발칵 뒤집었는데, 어떻게 감히 나랑 같이 나올 수 있겠어? 난 진작부터 널 만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걱정 하시더라고. 그래서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어. 그 놈들 심보가 아주 사나워, 무슨 일이든 나서서 꾸며내려 하는 거 정말 꼴불견이야!”온연은 아무래도 그 일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하였다.“몽요, 전지랑 나 정말 아무 관계도 아니야. 걔 말 거짓 아니야. 사실 그때 날 부른 것도 너한테 청혼하기 위해서 상의하려고 부른 거였어. 너한테 서프라이즈 하려고.”진몽요가 농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너가 진짜 걔랑 뭐가 있다하더라도 난 사랑 버리고 우정 택할 거야. 찌질이는 버리고 다른 남자 찾으면 되지. 너야 말로 단 하나뿐이고 내가 제일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몽요……”가슴속 깊은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입을 뻥끗 거리다 이내 다시 침묵했다. 진몽요가 그런 그녀에게 슬쩍 윙크를 했다.“너한테는 목정침이 있잖아? 네가 전지를 눈독 들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궁핍한 사람이니? 호텔에서 있던 일도 그저 무슨 일인지만 알고 싶었지 너희를 의심하지는 않았어. 목정침 이야말로 간통 잡아내려는 듯 뛰어오던데, 그거야말로 무슨 상황 이였던거야?”“나도 모르겠어.”온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그에 진몽요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널 신경쓰는 것 같던데? 전지가 나한테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 본적이 없어. 남자애랑 외출하는데도 아무것도 묻지 않더라.”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렀음에도 온연은 그들의 프러포즈에 더 관심이 쏠린 듯했다.
진함은 언짢았으나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수년 간 재벌 가의 사람이었기에 자기 스스로 공공장소에서의 소란은 허락되지 않았다. 온연은 강연연의 요구를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내가 너한테 왜? 어떻게 하면 교양 없는 사람한테 머리 숙이는지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던데? 네 어머니가 지금 옆에 계셔서 망정이지, 난 네가 가정교육을 받긴 했는지 의심스러워.”강연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테이블 위의 커피를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온연에게 끼얹었다. 진몽요는 급히 온연을 뒤로 잡아 끌었고, 뜨거운 온기가 남아있는 커피는 결국 진몽요에게 끼얹어졌다. 진몽요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진몽요는 이 곳이 어디인지도 잊은 채 강연연을 세게 밀쳤다.“한 번 더 뿌려보지 그래?!”진함은 사색이 되더니 이내 소리쳤다.“그만해!”강연연의 근성으로는 진몽요에게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뜯기 시작했다. 진함은 분노로 속이 일렁였다. 주변의 곁눈질로 본인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만 같았다. 다급해진 그녀는 급히 손을 들어올려 강연연의 뺨을 내려쳤다.“그만두라 했지!”쨍쩅한 마찰음과 함께 강연연이 멍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강연연은 억울한 듯 얼굴을 가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엄마…… 엄마가 어떻게 날 때릴 수 있어?”진함은 눈을 질끈 감았다.“온연은 네 언니야! 어쨌든 네가 이렇게 생떼 부리는 건 용납못해, 강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짓이야. 알아?!”강연연은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온연은 진몽요의 몸에 묻은 것들을 털어주며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진함은 그들을 두어걸음 쫓다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 커피 마실 생각이 싹 사라졌다.“집으로 돌아가!”강연연이 볼멘소리를 내었다.“난 안가! 돌아가려거든 먼저 가!”진함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은 듯 발길을 돌렸다. 카페를 나온 온연이 진몽요에게 미안함을 내비쳤다.“미안
#진몽요는 털털한 성격을 지녔으나 결국은 그녀도 여자아이였다. 이런 상황을 어디서 겪어보았겠는가. 당황한 진몽요는 떨리는 손으로 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필이면 전지의 전화는 꺼진 상태였다. 그녀의 아버지 진중에게도 전화를 했으나 회의중이니 끊는다는 말과 함께 통화가 끊겼다. 전화가 끊기자며 화가 치밀어 차오른 진몽요가 핸들을 내리쳤다. 길가에 언뜻 보이는 지하주차장 입구를 발견하고는 오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 안으로 핸들을 돌렸다. 주차장은 어두웠으며, 낯선 지형에 그녀는 헤맬 수밖에 없었다.차의 속도가마저 느렸기에 진몽요는 차를 두고 가더라도 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곧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찾아 차를 돌렸다. 그녀를 뒤따르던 차 역시 주차장에 들어섰고 그 차가 승합차인 것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분명 한 사람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주차장에서 누군가를 만나 도움을 요청하기를 포기했다. 무리를 만난다면 모를까, 그것은 희망일 뿐 이였다.모퉁이를 돌아서는데 검은 벤틀리 한 대가 그녀의 바로 앞을 막아섰다. 그녀는 피할 겨를도 없이어세게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이내 처절한 비명과 함께 두 대의 차가 부딪혔다. 뒤 따라오던 승합차도 그 앞에서 이동을 멈추었다. 곧 승합차에서 네다섯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내렸고 다. 손에는 연장을 들고 있었다무언가 공구를 든 채였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진몽요는 차에서 재빨리 내려 그녀의 차와 부딪힌 벤틀리의 운전석에 몸을 실었다. 운전석의 남자를 무시한 채 허둥지둥 차에 잠금 장치를 걸었다. 승합차에서 내린 사내들이 차 바깥에서 소란을 일으켰다.“당장 내려!!”진몽요는 못들은 척하였으나 그들이 비싼 이 차를 부차를 부술 것만 같아수기라도 할까 두려웠다. 하지만 운전석의 남자는 웃는 듯 마는 듯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아가씨, 이게 뭐하는 짓 이죠? 내 차를 들이받은 것도 모자라 지금 도와 달라는 겁니까?”진몽요는 진몽요가 듣기 좋은 목소리에 놀라 일순간 놀라반응했다. 그
#경소경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이내 거추장스러운 검은 코트를 벗었다어내었다. 잘 다듬어진 양복만을 걸친 그는 다리를 들어올려리더니 가장 가까이 다가온 사내를 정확히 찼다차내었다. 진몽요는 손에 땀이 찰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상대방은 여여러 명 러 사람이었고였고, 진몽요를 도와줄 사람은와 한 배를 탄 경소경 한 명 뿐이었다이였다. 배가 뒤집히면 끝장이었다.. 아무리 경소경이 길다란 다리와 또 그만의 그만한 싸움 솜씨를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진 듯 보였지만 진몽요는 안심할 수가는 없었다.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내 네다섯명이 쓰러졌다. 았다. 진몽요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사내 네다섯명이 쓰러졌다. 게다가 경소경은 손은 쓰지 않은 채 오로지 다리만으로 그들을 쓰러트렸다. 만약 이가 전지였다면……더 이상 위협이 없음을 확인 한 진몽요가 차창을 두드리며 경소경에게 잠금을 풀으라는 동작을 보였다. 경소경은 땅에 떨어진 코트를 주워 올리더니 이내 싫다는 듯 다시 내팽겨쳤다. 차에서 내린려온 진몽요가 그에게 말했다.“대단한데? 우리 아버지 경호원도 이만큼은 못할 거야, 혹시 무술가야?”경소경은 아랑곳 않았다.“1억. 낮게 부른거야. 보상해.”그녀의 경각심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내가 널 어떻게 하기라도 했나? 1억? 은행을 털지그래?!”경소경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훑어보았다.“이 태도라면 백억은 받아야겠는데줘야 고민될 것 같은 걸.? 넌 고작 1억으로 네 목숨목숨 값이 고작 1억밖에 안된다고을 구해준 가치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해? 왜 너를 쫓는지 저놈들에게 묻지도 않을 작정인가?”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진몽요가 쇠파이프를 줍더니 바닥에 널부러진 사내를 향해 들이대며 물었다.“무슨 상황인지 말해. 왜 나를 쫓아온거야?”덩치가 큰 사내의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그의 성질은 이미 죽은 지 오래였다.“우리는도 그저 돈을 받고 일을 이행했네… 그 쪽, 누구한테 밉보인 적 없었는지 생각해 보시오,
#진몽요가 떠나야할 시간이 다가왔으나 전지는 다시금 노트북을 열어젖히고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며 당연히 현관까지 바래다주지도 않았다. 문을 닫고 나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랬던 것이 처음은첫번째는 아니었으나 이번에는 은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강렬하였다.그리고 목가네 저택, 온연은 진몽요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사 온 재료를 들고는 화실로 향하였다. 저녁까지 몰입한 탓에 유씨 아주머니가 저녁 식사를 하라고 부를 때가 되어서야 뒷수습을 하고는 아래층으로 향하였다.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가 본인을 ‘사모님부인’이라고 칭하는 것을 듣고는 목정침이 돌아와 있음을 알아차렸다. 과연, 온연이 아래층에 다다랐고, 쇼파에 앉아 잡지를 보는 목정침이 눈에 들어왔다. 온연이 그에게 다시금 일렀다.“식사하세요.”목정침은 아무런 눈길도, 대꾸도 없이 잡지를 덮고는 곧장 식당으로 향하였다. 왜인지 그녀의 마음속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백수완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할식사할 땐 때에는 괜찮았는데, 오늘 분위기는 왜 이리도 긴장감이 도는 것일까? 식사를 하던 중간, 온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제가 뭔가 또 실수한 게 있나요?’그녀의 눈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갈망하듯 갈망하는 듯한 눈빛이 반짝였다. 어쨌든 오랫동안 함께해야 할 것 이기에, 그녀는 매일같이 칼을 빼 들고 싶지는 않았다. 목정침은 손에 들린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냉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심개, 다음 달 1일에 돌아오게 될 거야.”금방 그가 말했음에도 온연은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이라 여길 수 없었다. 어떻게 심개를 돌아오게 한 것인지도 온연은 알 수 없었다.“왜요?”목정침이 눈을 가늘게 떠 보이며 위험한 기운을 내비쳤다.“이유 같은 거 없어.”그 말을 들은 온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심개에 대한 그 어떤 것도 모든 것은 감히 그의 앞에서 말할 수가 없었다. 꺼내지도 못했다. 다음달까지, 일주일이었다. 며칠 후, 진몽요 역시 소식을 들은 듯 들뜬
#온연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어오는 것을 느꼈다. 호흡을 할 때 마다 그의 향기가 훅 느껴졌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독특한 남성다운 향기와 술의 향이 뒤섞여. 그녀의 숨결마저 가빠지는 듯했다.목정침은 샤워 후 젖은 몸을 이끌고 다가오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왔다. 온연의 호흡이 일순간 흐트러졌다. 그날 밤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이 번뜩 떠올랐고, 그에게서 나는 알코올 냄새에 온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가슴팍을 두손으로 밀어냈다.“취하셨어요……!”그가 그녀의 두 팔을 꽉 잡아오며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아내로서 네 의무야!”온연은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눈을 감기조차 무서웠다. 그녀의 몸 위에서 가혹하게 움직이는 그림자에 온연은 고통스러워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악물고 참았으나 이내 아랫배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져 그녀는 급히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나, 그거 시작된 거 같아……!”그의 동작이 멈칫하는 틈을 타 그를 밀치고는 침대 밖으로 빠져나와 곧장 화장실로 향하였다. 얼굴의 홍조가 가시질 않았다. 밖에서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온 후에야 그녀는 안심할 수가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통증은 사라졌으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그것’은 시작되지 않았다. 공포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당분간 이틀정도는 그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목정침의 차는 그의 저택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채였다. 그가 이곳을 떠나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다른 방에 있다는 뜻인데, 그는 아마 높은 확률로 서재에 있을 것이다. 온연은 며칠전에 유씨 아주머니가 서재에 구비된 이불을 세탁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이불을 끌어안고는 걸음을 옮겼다.서재의 불은 꺼져 있었으나 그녀는 감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걸으며 눈이 어둠에 익숙해 지기만을 기다렸다. “방으로 가서 주무세요, 전 객실에 가서…”“저리 꺼져!”그가 호통쳤다. 이전 같으면 정말 아무 소리 않고 떠났겠으나
#온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식사할 때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실없는 대화들은 그에게 그저 소음에 불과하였다.오전 10시가 되자 진락은 드레스와 하이힐, 갖가지 액세서리들을 가지고 왔다. 그에 온연이 분주히 위층으로 올라가 단장을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긴 머리카락들을 걷어 올려보았다. 다소 성숙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녀의 이목구비는 여전히 앳된 모습이었다.드레스는 그녀의 몸에 꼭 맞아 떨어졌다. 탱크탑이라는 점 하나만은 그녀의 맘에 들지 않았다. 흰색은 오히려 튀지 않아 보였고 긴 치맛자락으로 하이힐을 반쯤 가려내었다.목정침이 야외라는 것을 귀띔해준 것은, 외투를 챙기라고 일러주는 것이라 판단되었다. 최근 며칠 간 눈은 내리지 않았으나 날씨는 여전히 쌀쌀했다. 거울을 보니 목 언저리에 목정침이 남긴 자국이 선명히 보였다. 컨실러로 이를 가려보았지만 여전히 옅은 자국이 남은 채였다.그 때, 목정침이 옷을 갈아입으려는 듯 방으로 들어왔다. 온연은 치맛자락을 슬쩍 들어올리며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이 정도면 괜찮나요?”그는 그녀의 기대하는 듯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경이 복잡해지는 듯하였다.“그래……”그의 인정까지 받아 낸 온연은 마음을 다잡고는 귀걸이까지 착용하였다.“전 다 됐어요.”그는 대답없이 옷을 갈아입으려 몸을 움직였다. 그가 옷을 채 벗기도 전이였으나 온연은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고 이내 등을 돌려버렸다.곧 그들은 문을 나섰다. 온연은 그녀의 몸에 걸친 코트를 꼭 감쌌으나 얇은 옷감 사이로 찬 바람이 닿아왔다. 숨이 턱 막혀오더니 이내 얼굴 빛마저 변하였다. 목정침은 이를 알아채고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가지 않아도 돼.”온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요, 추위 따위 안 무서워요. 가요.”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먼저 차에 올랐고, 잠시 가만히 서있던 목정침도 그녀를 뒤따랐다. 온연은 그에게 무언가 걱정거리가 있다고 어렴풋이 느꼈지만 그의 눈빛은 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