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고통을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들어섰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목정침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그의 눈빛은 침울했고, 얼굴빛마저 차가워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돌아가는 비행기 안, 졸음이 몰려왔지만 온연은 잠들 수 없었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목정침과 부딪히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온연이 몰래 해성에 온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다 마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저택으로 돌아온 뒤 목정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욕실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것이었다. 온연은 목소리를 낮춘 채 유씨 아주머니께 물었다.“목정침, 언제 돌아온 거에요?”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택에 오신 적 없어, 오늘 돌아오셨는 걸.”온연은 머리가 아팠다. 임립에게 그렇게나 빨리 사직서를 제출하지 말았어야 했다. 틀림없이 임립이 몰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한 듯하다. 지금의 그녀와 목정침의 관계라면 그녀가 떠떠난 것을 알았더라도 목정침이 일을 놓으면서까지 그녀를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연은 문득 독감에 걸린 그가 떠올랐다. “아, 방에 시트도 갈고, 이불도 바싹 말려야해요. 당분간은 음식도 싱겁게 조리 해야겠어요.”“그래, 근데 연이 너 안색이 안 좋은데, 도련님이랑 또 무슨 일 있었어?”온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가운 손이 온연의 뺨을 쓸어내렸고 그녀는 곧 도망치듯 위층으로 올라갔다. 경험자인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걸음걸이만 봐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렸다.방으로 돌아오니 욕실에서는 부슬부슬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눈송이가 흩날리는 오후에 노곤함이 밀려왔다. 그림에 관련한 책을 몇 권 집어 아래층 쇼파로 향했다. 웅크려 앉아 몇 장 읽으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눈을 뜨니 저녁 7시가 다 되어갔다. 그녀의 머리 위 불빛들이 어두웠고 한눈에 봐도 저택 전체
외투를 벗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방으로 들어섰다. 냄새가 배어 있지는 않은 지 다시 한번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가 싫어할까봐 두려웠다. 이런 조심성은 그녀가 여덟 살 때부터 쭉 이어졌다. 문을 여는 순간 훅 끼쳐오는 옅은 담배냄새에 그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무슨일이세요?”목정침은 창가에 서서 설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에 잘 어울리는 회색 양복을 입은 뒷모습이 사람을 매료시켰다.“저녁 6시에 우리회사 패션쇼가 있을 거야. 네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 가는 건 네 자유고.”내 작품이라니?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그가 조언해준 원고뿐인데, 완제품이 빨리 나온 듯하다. 온연은 흔쾌히 대답했다.“저 갈래요.”목정침은 아무 말이 없더니 곧 손을 입가로 들어올려 기침을 두어 번 하였다. 온연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감기 아직 다 안 나으셨어요? 약 드시는 거 잊지 마세요.”목정침은 돌아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조롱을 띄운 듯했다.“내가 널 한번 품었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듯 생각하지 마. 그 한 번으로 임신을 했을지 아직 모르잖아?”온연의 눈빛에 상처가 가득했으나, 오히려 입은 대꾸했다.“임신했다고 하더라도 온전할지는 몰라요. 최근 저희 둘 다 감기약을 많이 먹었잖아요.”“임신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했나봐?”조롱 가득한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온연은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해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힐끗 시간을 확인하더니 그가 말했다.“난 먼저 가서 정리할 테니, 늦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가 돌아서는 순간 온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차가움이든 비아냥이든 그의 눈빛이 점점 무섭게만 느껴졌다. 한 시간 후, 온연은 다시 그를 찾아가 그의 앞에 섰다.“준비 다 된거야?”목정침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과하지 않은 차림새였다. 옅은 하늘색 스키니진이 얇은 다리를 감쌌고 베이지색 니트와 코트, 단화를 신은 채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안 그래도 화려한 이목구비에 화장으로
온연은 그의 두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간간한 아부소리에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다. 후반 웨딩 페어가 시작 되고서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자신의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집중했다. 완제품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따지자면 온연이 ‘친엄마’라 볼 수 있었다.1초, 1분 시간이 점점 흐르고 전시가 막바지에 일렀다. 온연은 점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이 피날레에 서는 것이 가능한가? 그녀는 이제 목정침의 회사 사람도 아니였다. 그가 그녀를 놀리기 위함 이였을까?그때 현장에 흐르던 노래가 신나는 리듬에서 잔잔히 바뀌며 분위기를 압도하였다. 늘씬한 몸매의 백인 모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온연은 숨을 죽일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작품이였다. 실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긴 기장의 드레스였다. 치맛자락은 단연코 과하지 않았다. 온연의 평소 차림도 보수적이었기에 드러냄이 적은 중국풍 치파오를 기본으로 한 디자인이었다. 백색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 화이트 글러브와 머리장식을 사용하고, 번거로운 주얼리를 택하는 대신 정교한 자수를 덧대었다.온연은 그녀의 디자인 원고가 너무 함축적이라 여겼기에, 목정침이 점 찍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시는 곧 막을 내렸고, 온연이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웃고떠드는 강연연과 목정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같이 돌아가려는 생각을 접고 혼자 자리를 떴다.길목에서 차를 기다리던 때였다. 목정침의 차가 갑자기 그녀 앞에 멈춰섰다. 온연은 차 안에 강연연이 없음을 확인한 후, 차에 몸을 실었다. 온연은 굳이 왜 강연연과 함께 있지 않냐고 묻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그는 누구보다 이미지에 신경을 썼기에, 부인이라 알려진 그녀와 돌아가려는 것 일거다. 여러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난 그가 무엇을 하고싶은지는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진락이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다. 고민하는 듯했다. 온연은 슬슬 위가 아려왔다.
진몽요가 나간 후 온연의 문자 알람이 쉴 틈도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기애애하게 문자를 주고받는데 목정침이 단호하게 말했다.“식사에 집중하지?”온연은 재빨리 진몽요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식사를 이어갔다. 어릴 때 밥을 먹다 말고 장난감을 갖고 놀다 그에게 혼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목정침의 정신이 일순간 멍해졌다. 지난 시절 그녀와의 추억은 미움뿐만이 아니었을 텐데…… 그런 목정침의 시선을 느낀 온연이 어색함을 내비쳤다.“왜그래요…?”목정침은 그녀의 말에 시선을 거두고는 그녀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 모습에 온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와 술을 마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온연은 몇초간 고민하다 결국 그와 잔을 부딪혔다. 온연이 술을 한모금 마시는데 목정침이 말을 걸어왔다.“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있나?”그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던 전례가 있었기에 온연은 필사적으로 기억해내었다.“결혼기념일이죠?”답안을 말했음에도 그녀는 어떻게 그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금슬 좋은 부부끼리 나올 법한 주제에 온연이 당황했다. 밖에서 식사를 했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목정침은 다시금 그녀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온연은 자신의 주량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술을 거부하면 이 흥이 깨지기라도 할까 두려워 결국 잔을 비워내었다. 식사가 다 끝나갈 때 쯤이 되니 온연의 정신은 모호했고 의식마저 흐릿했다. 얼굴마저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술자리에 익숙한 목정침의 주량에 이쯤은 끄떡없는 듯했다. 조금의 취기도 없는 듯 그는 곧 웨이터를 불러 계산을 했다. 웨이터가 공손한 태도로 그에게 말했다.“오늘 오시는 걸 사장님께서 미리 아셨는지 돈은 안 받으시겠다고 하십니다.”“다음엔 내가 대접하겠다 전해주게.”목정침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백수완 레스토랑은 경소경이 재미로 운영하는
가까스로 저택에 도착하였고, 온연은 거의 목정침에게 매달린 모습이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을 들고 위층에 따라 올라가려 했으나 마음이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죠? 사모님은 술을 잘 못하실 텐데……”목정침은 아무 대꾸도 없었다. 그에게 유씨 아주머니가 따뜻한 수건을 건네었다.“저 도련님, 그럼 사모님은 도련님께 맡기고 저는 이만 내려가보겠습니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온연의 얼굴을 살살 닦아내기 시작했다. 온연은 순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꺠끗이 닦아… 그 사람이 더러운 걸 얼마나 싫어하는데! 빨리!”목정침은 몸을 움찔 떨었으나 이내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불과 2초쯤 지났을까, 온연이 그를 확 밀어내었다. “하지마… 화장 지워야 해……”신기하게도 그녀는 화장을 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잔뜩 취한 온연은 그가 끼어들지 못하게 하였고 그는 그녀의 뒤에서 실랑이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다리가 힘이 빠져 푹 내려 앉는 순간 그는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으며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었다.“착하지, 그만 자러가자……”그녀는 이에 아랑곳 않고 발버둥치며 말했다.“나 아직 샤워도 안했어… 샤워 해야돼, 넌 몰라… 목정침 그 놈은 결벽증이 있어서 내가 샤워 안하면 자기 침대에서 자는 거 싫어한다구……”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정침은 그녀를 번쩍 안아들더니 방 안 침대로 향했다.“괜찮아, 안 싫어.”“나 씻을거야!”온연은 계속하여 발버둥쳤고 목정침은 모처럼 인내심을 가지고는 걸음을 돌려 그녀를 욕실로 데려갔다. 온연은 자리에 서자마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 그의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목정침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어렵게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온연 대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주는데, 물이 채 차지도 않은 욕조에 온연이 비틀거리며 몸을 뉘였다.물이 슬슬 차올랐고 그는 혹시나 물을 먹을까 그녀의 머리를 받
오후가 될 때까지도 목정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온연은 그림 재료를 사러 나서는 김에 진몽요에게 연락하여 그녀를 불러내었다. 그때 호텔 사건 이후, 그녀들은 제대로 모인 적이 없었다. 이대로 서먹해지기는 싫었다.두사람은 한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혼자 그곳에 나온 진몽요에 온연은 의구심이 들었다.“전지없이 혼자네?”진몽요는 한숨을 내뱉었다.“그런 일로 인터넷을 발칵 뒤집었는데, 어떻게 감히 나랑 같이 나올 수 있겠어? 난 진작부터 널 만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걱정 하시더라고. 그래서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어. 그 놈들 심보가 아주 사나워, 무슨 일이든 나서서 꾸며내려 하는 거 정말 꼴불견이야!”온연은 아무래도 그 일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하였다.“몽요, 전지랑 나 정말 아무 관계도 아니야. 걔 말 거짓 아니야. 사실 그때 날 부른 것도 너한테 청혼하기 위해서 상의하려고 부른 거였어. 너한테 서프라이즈 하려고.”진몽요가 농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너가 진짜 걔랑 뭐가 있다하더라도 난 사랑 버리고 우정 택할 거야. 찌질이는 버리고 다른 남자 찾으면 되지. 너야 말로 단 하나뿐이고 내가 제일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몽요……”가슴속 깊은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입을 뻥끗 거리다 이내 다시 침묵했다. 진몽요가 그런 그녀에게 슬쩍 윙크를 했다.“너한테는 목정침이 있잖아? 네가 전지를 눈독 들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궁핍한 사람이니? 호텔에서 있던 일도 그저 무슨 일인지만 알고 싶었지 너희를 의심하지는 않았어. 목정침 이야말로 간통 잡아내려는 듯 뛰어오던데, 그거야말로 무슨 상황 이였던거야?”“나도 모르겠어.”온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그에 진몽요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널 신경쓰는 것 같던데? 전지가 나한테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 본적이 없어. 남자애랑 외출하는데도 아무것도 묻지 않더라.”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렀음에도 온연은 그들의 프러포즈에 더 관심이 쏠린 듯했다.
진함은 언짢았으나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수년 간 재벌 가의 사람이었기에 자기 스스로 공공장소에서의 소란은 허락되지 않았다. 온연은 강연연의 요구를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내가 너한테 왜? 어떻게 하면 교양 없는 사람한테 머리 숙이는지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던데? 네 어머니가 지금 옆에 계셔서 망정이지, 난 네가 가정교육을 받긴 했는지 의심스러워.”강연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테이블 위의 커피를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온연에게 끼얹었다. 진몽요는 급히 온연을 뒤로 잡아 끌었고, 뜨거운 온기가 남아있는 커피는 결국 진몽요에게 끼얹어졌다. 진몽요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진몽요는 이 곳이 어디인지도 잊은 채 강연연을 세게 밀쳤다.“한 번 더 뿌려보지 그래?!”진함은 사색이 되더니 이내 소리쳤다.“그만해!”강연연의 근성으로는 진몽요에게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뜯기 시작했다. 진함은 분노로 속이 일렁였다. 주변의 곁눈질로 본인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만 같았다. 다급해진 그녀는 급히 손을 들어올려 강연연의 뺨을 내려쳤다.“그만두라 했지!”쨍쩅한 마찰음과 함께 강연연이 멍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강연연은 억울한 듯 얼굴을 가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엄마…… 엄마가 어떻게 날 때릴 수 있어?”진함은 눈을 질끈 감았다.“온연은 네 언니야! 어쨌든 네가 이렇게 생떼 부리는 건 용납못해, 강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짓이야. 알아?!”강연연은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온연은 진몽요의 몸에 묻은 것들을 털어주며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진함은 그들을 두어걸음 쫓다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 커피 마실 생각이 싹 사라졌다.“집으로 돌아가!”강연연이 볼멘소리를 내었다.“난 안가! 돌아가려거든 먼저 가!”진함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은 듯 발길을 돌렸다. 카페를 나온 온연이 진몽요에게 미안함을 내비쳤다.“미안
#진몽요는 털털한 성격을 지녔으나 결국은 그녀도 여자아이였다. 이런 상황을 어디서 겪어보았겠는가. 당황한 진몽요는 떨리는 손으로 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필이면 전지의 전화는 꺼진 상태였다. 그녀의 아버지 진중에게도 전화를 했으나 회의중이니 끊는다는 말과 함께 통화가 끊겼다. 전화가 끊기자며 화가 치밀어 차오른 진몽요가 핸들을 내리쳤다. 길가에 언뜻 보이는 지하주차장 입구를 발견하고는 오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 안으로 핸들을 돌렸다. 주차장은 어두웠으며, 낯선 지형에 그녀는 헤맬 수밖에 없었다.차의 속도가마저 느렸기에 진몽요는 차를 두고 가더라도 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곧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찾아 차를 돌렸다. 그녀를 뒤따르던 차 역시 주차장에 들어섰고 그 차가 승합차인 것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분명 한 사람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주차장에서 누군가를 만나 도움을 요청하기를 포기했다. 무리를 만난다면 모를까, 그것은 희망일 뿐 이였다.모퉁이를 돌아서는데 검은 벤틀리 한 대가 그녀의 바로 앞을 막아섰다. 그녀는 피할 겨를도 없이어세게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이내 처절한 비명과 함께 두 대의 차가 부딪혔다. 뒤 따라오던 승합차도 그 앞에서 이동을 멈추었다. 곧 승합차에서 네다섯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내렸고 다. 손에는 연장을 들고 있었다무언가 공구를 든 채였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진몽요는 차에서 재빨리 내려 그녀의 차와 부딪힌 벤틀리의 운전석에 몸을 실었다. 운전석의 남자를 무시한 채 허둥지둥 차에 잠금 장치를 걸었다. 승합차에서 내린 사내들이 차 바깥에서 소란을 일으켰다.“당장 내려!!”진몽요는 못들은 척하였으나 그들이 비싼 이 차를 부차를 부술 것만 같아수기라도 할까 두려웠다. 하지만 운전석의 남자는 웃는 듯 마는 듯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아가씨, 이게 뭐하는 짓 이죠? 내 차를 들이받은 것도 모자라 지금 도와 달라는 겁니까?”진몽요는 진몽요가 듣기 좋은 목소리에 놀라 일순간 놀라반응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