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고 그녀는 바로 뒤돌아 나갔다. 이번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그 눈물은 이미 집에서 혼자 기다린 날부터 말랐다. “내 애인이 아니라 우리 아빠랑 만났던 사람이에요!” 진몽요는 바로 발걸음을 멈췄고, 한 방 먹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어서 경소경을 돌아봤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의 아빠에게 떠넘기는 건 너무 비도덕적인 행동이었다. 아빠한테 뒤집어 씌우는 건 비현실 적이었기에…. 그의 말은 진짜이지 않을까? 그녀는 믿었지만 의심했다. “아버님이랑 만났었다고요? 그런데 왜 당신 옆에 붙어있죠? 왜 맨날 호텔에 가서 저 여자를 찾냐고요? 5성급호텔에서 주는 조식 안 먹고, 맨날 당신한테 사다 달라고 하면 당신은 그걸 또 사다주고. 그 날 두 사람 쇼핑하는 거 내가 다 봤어요. 오늘 저 원피스 그 날 산 거잖아요. 그리고 탈의실 앞에서… 혹시 몰라요 둘이 키스하고 있었을지?” 경소경은 이 얘기를 하고싶지 않았다. 그 날 탈의실에서 백루루를 문으로 밀친 이유는 키스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때리고 싶은 데 참았던 것이었다. 그 여자가 제일 잘 하는 건 온화한 미소를 무기로 쓰는 것이었다. “몽요씨… 이 일 정말 말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역겨워요! 내가 이 여자 처리하기 전까지 우리 엄마가 절대 알아선 안돼요.” 진몽요는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다 알았는데, 지금 나한테 장난쳐요? 예전에 일할 때 빼고는 나랑 쭉 같이 있었는데, 이젠 백루루랑만 있잖아요. 이건 해명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버님이 사귄 여자를 왜 당신이 처리해요? 이 일이 우리 사이의 신뢰와 감정에 큰 타격을 줬어요, 그래서 난 알아야겠어요! 당신이 말 안 하면 내가 아버님한테 가서 물을 거예요!” 그녀는 이런 식으로 협박하면 그가 완전히 털어놓을 것을 알았다. 그녀는 미치기 직전이었는데, 그는 아직도 숨길 생각뿐이었다. 경소경은 허탈하게 의자에 앉았다. “그래요, 어차피 이미 다 알았는데, 역겨워도… 그냥 다 알려줄게
경소경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당신이랑 나랑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거 같아서, 당신이랑 얘기해봤자 소용없을 거 같아요. 내가 이걸 알려주는 건 당신이 마음대로 생각할까 봐 그런 거예요. 이제 가서 일 봐요. 내가 해결할 거예요. 이 일 신경 쓰지 말아요, 내가 역겨운 거 당신한테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진몽요는 그를 노려봤다. “맞아요, 나 바보예요. 당신 혼자 역겨운 거 많이 느끼세요. 난 뭐 안 역겨웠는 줄 알아요? 내 남자 돈을 다른 여자가 막 쓴 다는 생각만 해도 역겨워요. 백루루가 내 딸이었으면 차라리 마음 편했겠죠.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건 당연한 도리니까요. 됐고, 난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똑똑한 당신이 해결해요. 대신 빨리요. 다시 내 기분 망치면, 그 여자 내가 죽일 거예요!” 주말에 진몽요는 경가네 공관에 가자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백루루가 나타났으니 경소경이 경성욱을 죽일 수도 있었고, 그녀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싫었다. 그녀는 아무런 핑계를 대고 온연네 집에 갔다. 그리고 몰래 서재로 들어가 목정침에게 물었다. “백루루 알아요?” 목정침은 그녀가 몰래 들어오자 눈썹을 찌푸렸다. “들어는 봤는데, 예술계 쪽에서 나름 알려진 이름이에요. 나도 그림은 배웠어서. 이건 왜 물어봐요?” 그가 아직 상황을 모르는 것 같아 진몽요는 더 묻지 않았다. 그가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경소경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까 경소경은 체면 때문에 그런 부끄러운 일을 제일 친한 형제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갑자기, 노부인이 들어왔다. “둘이 뭐해?” 진몽요는 당황해서 “뭐 안 했어요. 제가 손녀사위랑 얘기 좀 하는 것도 싫으세요? 불법도 아닌데?” 노부인은 분명 온연을 감싸고 있었다. “넌 온연 친구잖아, 이러면 안되지. 얘기할 게 뭐가 있어? 나가 나가, 정침이 일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진몽요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할머니, 설마 제가 저 사람한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희
온연은 설명했다. “할머니… 몽요는 약혼자가 있어요, 게다가 목정침의 제일 친한 친구예요. 그리고 몽요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말은 삼가주세요. 아마 저희가 어떤 사이인지 잘 모르셔서 그러실 수 있는데, 몽요랑 저는 목숨까지 지켜준 사이에요. 걔가 없었으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노부인의 생각은 그래도 변하지 않았다. “사람은 알아도 그 내면은 모르는 거야. 네 남자랑 단둘이 있는 거 자체가 잘못된 거지!” 온연은 노부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네네네. 얼른 정원에 나가셔서 바람 좀 쐬세요, 차도 한 잔 하시고. 그런 일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다가 몽요가 앞으로 무서워서 여기 못 오겠어요.” ...... 진몽요는 목가네에서 나온 뒤 안야와 A를 데리고 쇼핑을 가기로 했다. 지금은 온연이 외출할 수 없었지만, 나올 수 있었더라면 더 즐거웠을 것이다. 어차피 A는 이미 그녀의 신분을 알았으니 그녀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쇼핑몰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미친듯이 샀다. 또 다른 여자가 자신의 남자의 돈을 쓴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불쾌해서, 그 사람이 다 쓸 바엔 자신이 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에 세 사람의 손은 가득차 있었고, 모두 진몽요가 구매한 물건들이었다. 안야는 무의식중에 진몽요의 핸드폰에 뜬 거래내역을 보자 놀라서 표정이 굳었다. “이렇게 많은데 이제 그만 사세요! 더 사다가 집 한 채 값 나오겠어요!” 진몽요의 기분은 아직도 통쾌하지 않았다. “걱정 마, 이 정도 돈은 제도에서 계약금도 안되, 얼마 안되는 돈이라고. 내가 기분이 안 좋은데 돈 좀 쓰면 안되나? 안야, 너 아직도 임립네 회사에서 출근하고 있지? 요즘은 무슨 일 없었어?” 안야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립님이 회사 사람들한테 인사를 시켜서 아무도 이제 저 못 괴롭혀요. 그리고 저한테 디자인 알려줄 사람도 따로 구해주셨어요.” 진몽요는 그 일만 생각하면 화가 났다. “앞으로 그렇게 바보처럼 굴지 마. 너 손에
들어가자마자 A는 창가에 앉아 있는 백루루와 경소경을 보고 얼굴이 굳어버렸다. “사장님, 우리 그냥 다른데 가요.” 진몽요는 백루루를 흘깃 보고서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잡았다. “가긴 어딜 가? 내가 이렇게 멀쩡한데. 쟤네는 쟤네 밥 먹고, 우리는 우리 거 먹으면 돼. 괜찮아.” 안야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저 여자 누구에요?” 진몽요는 이를 꽉 깨물고 백루루를 노려보며 욕을 뱉었다. “저 불여시 같은 년! 저렇게 뻔뻔한사람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봐! 그냥 무시해.” A는 감탄했다. “이 상황에서도 밥이 넘어 가다니, 진짜 대단해요. 말이 나와서 묻는건데… 진짜 어색하지 않아요?” 진몽요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저 뻔뻔한 년도 안 어색한데, 내가 어색하게 느낄 게 뭐가 있어요?” 백루루는 진몽요의 불쾌한 눈빛을 받자 경소경에게 미소를 띄며 물었다. “그쪽 약혼녀 나한테 불만이 많은 가봐요.” 경소경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 사람 말고, 나도 당신한테 불만 있어요. 앞으로 돈 필요하면 바로 말해요. 난 당신이랑 있어 줄 시간 없어요. 내 시간 낭비할 자격도 없고요.” 백루루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늘 온화해보였다. “혼자 밥 먹으면 얼마나 지루해요. 난 혼자 있는 게 제일 싫어요. 나랑 같이 안 있어줘도 돼요. 그럼 앞으로 나 신경 안 써도 될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경소경은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가 아이를 찾아서, 아이의 신분만 확인한다면 그녀를 맞춰주지 않아도 됐었다. 잠시 후, 백루루는 화장실에 갔고, 진몽요도 일어나 따라갔다. 화장실에서 마주치자 백루루는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고치고 있었다. “여기서 다 만나네요, 아가씨.” 진몽요는 차갑게 웃었다. “여기서 다 만나다니요? 그쪽이 제 남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마주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맛 괜찮죠? 밥이 넘어가죠? 뱉어낼 때 얼마나 힘들지 아직 모르시나 보네.” 백루루는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봤다. “이미 먹
진몽요는 화병나서 죽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백루루는 너무 고단수라서 그녀가 상대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뻔뻔하게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은 또 처음 봤고, 경소경이 여자를 그렇게 많이 만났는데도 왜 이 여자를 가지고 쩔쩔매는지 알 수 있었다. 너무 무서운 사람이다! 화장실에서 나온 백루루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았다. “아까 약혼녀랑 얘기 좀 했어요. 나한테 화가 많이 난 거 같던데 오늘은 이쯤에서 놓아줄게요. 가서 같이 있어줘요.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요.” 경소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여자를 보고서 망설이지 않고 진몽요의 테이블로 걸어왔다. 진몽요는 너무 화가 나서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저 망할년이 별장까지 원한다니, 내가 아주 그냥 거기에 묘지를 만들어 주겠어!” A와 안야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경소경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공관에 잠깐 다녀 올게요.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그가 다녀온다는 말에 진몽요는 황급히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당신… 진정해요. 섣불리 행동하지 말고 좀 참아요. 알겠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식당을 나갔다. 진몽요는 불안해졌다. 그녀는 경소경이 공관에 가서 어떻게 할지 감이 오지 않았고, 하람이 이 일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했다. 아마 엄청 화가 날 것이다. 비록 하람과 경성욱은 20년 넘게 별거했지만, 결국엔 이혼하지 않았고 지금은 화해를 한 상태다. 그럼 백루루와는 혼인중에 바람을 핀 것인데… 그 장면을 상상하자 그녀는 감히 따라갈 수 없었다. 이건 경가네 일이고, 그녀가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 경성욱은 어쨌든 그녀 앞에서 무안할 것이다. ...... 경가네 공관. 경소경은 오자마자 바로 서재로 올라갔다. 하람이 밥을 먹고 낮잠자는 습관이 있는 걸 그는 알고 있어서 일부러 이 시간에 찾아왔다. 경성욱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그를 보자 미완성한 그림은 내려놨다. “소경아, 갑자기 무슨 일로 왔어? 몽요는?” 경소경은 두
“그래서, 진짜 그 여자랑 그런 사이여서 애까지 낳으셨어요?” 경소경은 거의 이를 꽉 깨물며 물었다. “뭐? 애가 있어? 그럴리가 없는데?” 경성욱의 표정은 신호등처럼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자기가 한 더러운 일도 모르세요? 그런데도 뻔뻔하게 돌아오다니, 그냥 차라리 외국에서 죽지 그러셨어요! 이 일 만약에 엄마가 알게 되면 두고 보세요!” 경소경은 소리를 친 뒤, 분노에 찬 모습으로 경가네 공관을 떠났다. 그는 이 일을 신경 쓰기 싫었고, 경성욱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니 그는 오히려 편했다. 경소경의 차가 나가는 소리를 듣고 경성욱은 허탈하게 의자에 앉았다. 잠시 고민하더니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백루루씨 연락처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저녁 8시. 경성욱은 백루루와 양식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옛 사람을 오랜만에 보는 자리였지만 이미 그때의 느낌은 사라졌다. 백루루는 이제 당시에 경성욱이 가르치던 순수한 학생이 아니었다. 경성욱은 장소에 맞게 정장을 입었고, 전혀 반백 살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묵직하고 성숙한 중년남성의 느낌이 강했다. 자리에 앉자 백루루는 자연스럽게 주문을 했고, 경성욱것도 같이 주문했다. 그녀는 전혀 경성욱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지 않았다. “경선생님, 여전히 잘 생기셨네요, 전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으세요. 선생님 입맛은 안 바뀌셨으면 제가 잘 알아서… 제가 주문해도 괜찮죠?” 경성욱은 백루루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서 무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입맛은 그대로라서. 내가 너랑 약속을 잡은 건 용건이 있어서야, 너도 알잖아. 밥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돌려 말하는 거 난 질색이야.” 백루루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하하… 경선생님, 이제 정말 가정으로 돌아가셨나 봐요. 저한테 이렇게 냉정하게 대하시고. 좀 섭섭하네요.” 경성욱은 참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만약 그가 교양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미 앉아있지 못 했을 것이다. “백루루, 너랑 추억팔이 하려고 온 거 아니야!
그가 먹은 건 술이 아니었고, 술이라고 하더라도 한잔을 마시고 쓰러지는 건 불가능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다들 속으로 알고 있었고, 백루루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제가 이런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선생님이랑 만날 수 있겠어요? 늘 미지근한 태도에, 제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했는데 이젠 힘들어요. 결혼하셨든 말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 결혼도 명예 때문이잖아요. 전 그런 거까진 필요 없어요.” 경성욱은 자신이 쓰러진 상태에서 절대로 백루루한테 아무짓도 안 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더욱 태연했다. “자중해.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어. 넌 아직 젊으니까 괜히 벌써부터 이름 더럽히지 마.” 백루루는 말없이 웃었다. 그 다음에,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자 백루루는 시스루 잠옷을 입고 방문을 열었고 문 밖에는 제자들이 서 있었다. 그 순간 경성욱은 자신이 이 여자손에 놀아났다는 걸 알았다. 그 날 이후로, 그는 그 도시를 떠났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백루루도 더 이상 그를 찾지 않았고, 찾지도 못 했고 찾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재회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처음부터 목적을 숨기지 않고 다가오는 여자한테 어떤 남자도 쉽게 그 함정에 빠지진 않겠지만, 한번 잘못 걸리면 벗어나기 쉽지 않다. 경성욱은 그 도리를 알았고, 정말 아무 일도 없었지만 백루루가 마음만 먹으면 과거에 그 바닥에서 돌던 소문이 가짜였어도 진짜가 될 수 있다. “나한테 바라는 게 뭐야?” 그는 이를 꽉 물며 물었다. 백루루를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으로 말했다. “나랑… 우리의 아이를 키워주세요. 내가 원하는 거 다 주시고, 우리의 평화로운 관계를 약속해주세요. 경선생님, 제가 몇 년 동안 선생님을 얼마나 열심히 찾았는데요. 이렇게 어렵게 만났는데, 쉽게 도망가게 할 순 없죠…” 경성욱은 분해서 가슴이 절여왔다. “어디서 애가 생겼어? 절대 내 아이일리가 없어!” 백루루는 천천히 잔 안에 든 와인을 흔들며 “선생님 아이든 아니든
진몽요는 아직 무슨 일인지 몰랐다. 동료들이 숙덕 거리는 걸 듣자 그제서야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알고 뉴스를 본 순간 뇌가 멈췄다. 그녀가 반응을 했을 때 경소경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오늘 그녀는 경소경의 차를 타고 회사에 왔다. 그녀가 따라 나갔을 때 경소경의 차는 이미 없었고, 그녀는 그가 분명 경가네 공관에 경성욱을 찾으러 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무서웠지만, 이럴 때 방관할 수 없었다. 경소경은 미치면 누군가를 패 죽일수도 있었다! 그녀가 택시를 타고 경가네 공관에 도착했을 때, 경소경과 경성욱은 이미 사라졌고, 하람만 거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다가가 물었다. “경소경씨는요? 여기 왔었죠?” 하람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왔어. 저기 위층 서재에 있어. 근데 문을 잠귀 놔서 내가 들어갈 수가 없어. 무슨 일 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미안해 몽요야, 괜히 우스운 꼴만 보이네…” 진몽요는 우스운 꼴을 볼 새도 없이 얼른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경소경씨! 문 열어요! 할 말 있으면 대화로 해결해요, 충동적으로 이러지 말아요!” 안에서 싸우는 소리는 들렸지만 경소경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두려워져 “엄마, 얼른 아주머니라도 불러와서 다 같이 문을 부셔야 돼요. 이러다가 큰 일 나겠어요. 아들이 얼마나 센지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 분명 아버님을 때려 죽일 거예요!” 이 일은 하람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람은 비록 화가 났지만, 경성욱을 내버려둘 수 없으니 얼른 사람을 불러와 문을 부시게 했다. 서재의 문은 단단했고, 가정부들도 다 여자라서 여자 몇 명이서 문을 부시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고생만 하고, 다들 숨을 헐떡였다. 대략 1시간 후, 경소경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양복에는 피가 튀어 있었고, 손은 부어서 혈흔까지 묻어 있었다. 그의 독기 품은 모습은 보기만 해도 무서웠고, 진몽요도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이런 경소경의 모습은 그녀에게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